감독 : 롭 코헨
주연 : 데니스 퀘이드, 숀 코네리(용의 목소리), 줄리 크리스티, 디나 메이어
10세기를 무대로 정의감 넘치는 기사와 극악무도한 왕,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입에서 불을 뿜고 말하는 용이 엮어가는 설화같은 이야기 [드래곤 하트]. 96년 썸머시즌에 개봉한 영화치고는 감독과 출연진 모두 수수하다. 그러나 면면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하다. 감독인 롭 코헨은 [코끝에 걸린 사나이], [전선위의 참새], [드래곤]등 흥행작을 연출했으며 최근엔 [데이라잇]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사역의 데니스 퀘이드는 지금은 한물갔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멕 라이언의 남편이다. 요즘 중후한 연기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숀 코네리는 용의 목소리를 맡았고 [닥터 지바고]의 영원한 천사 줄리 크리스티가 극악무도한 왕의 현명한 어머니역을 맡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게다가 ILM이 특수효과를 맡아 높이 5.5m, 길이 13m의 거대한 살아있는 용을 탄생시켜 말도하고 물속에서 헤엄치며 인간처럼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리쎌웨폰]의 리차드 도너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존 애브넛이 이 영화를 후원하고 있으며, 멜 깁슨, 로빈 윌리암스, 해리슨 포드가 예상치않은 장면 곳곳에 카메오로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난 그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영화는 자신이 섬기던 왕자가 극악무도한 왕이되자 이 모든것이 용탓이라고 생각하여 용사냥꾼이 된 기사 보웬(데니스 퀘이드)과 마지막 남은 용 드라코(숀 코네리)의 우정과 모험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극적 구성은 솔직히 특별하지않고 평범하다. 그러나 ILM이 창조해낸 거대한 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특히 롭 코헨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무서운 신화적 존재의 용의 이미지를 포기하고 극히 인간적이고 코믹한 용의 이미지를 새로 창출해냈다. 드라코와 보웬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모습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우며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순식간에 바꾸어 버린다. 데니스 퀘이드는 오랜만에 적역을 맡은듯 기사복을 입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숀 코네리의 목소리 역시 드라코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듯 하다. 다만 용이야기를 제외한 다른 스토리 전개가 너무 판에 박은 듯 다른 중세 모험 영화와 비슷한 것이 흠이다.
보웬은 아더왕에 대한 충성과 원탁의 기사도를 지키는 진정한 기사이다. 그에겐 단 하나의 소원이 있는데 명예를 지킬줄아는 왕다운 왕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희망을 왕자 아이넌에게 걸고 기사도를 가르치는데 전념한다. 그러던 어느날 소작농들의 폭동이 일어나고 이를 보러갔던 아이넌은 가슴에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매게된다. 그 후 보웬과 왕비(줄리 크리스티)는 신비한 용을 찾아가 왕자가 평생 기사도를 따르며 의롭게 살것을 맹세하고 용의 심장 반쪽을 얻어 아이넌의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자라면서 아이넌은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사악한 왕으로 변해간다. 이를 본 보웬은 용의 사악한 심장이 아이넌의 순수한 마음을 악하게 물들였다고 판단하고 용을 죽이는 용사냥꾼이 된다.
이렇듯 도입부는 전형적인 중세 모험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며 드라코와 보웬이 만나 결투를 벌이고 합심하여 사기를 벌이도록 합의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코믹함과 거대한 용이라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카라(디나 메이어)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며 영화는 다시 전형성에 빠져든다. 그러나 롭 코헨 감독은 카라라는 캐릭터를 조금 특별하게 표현해냈다. 그녀는 영웅에게 기대고 악당에게 납치되어 영웅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지금까지의 모험 영화의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보웬을 설득시키고 폭동을 주도하며 종반부의 폭동장면에선 스스로 악당들을 처치한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넌과 드라코의 죽음 장면 역시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억지로 해피엔딩을 끌어내려하지도 않았다.
이렇듯 [드래곤 하트]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모험 영화에 많은 볼거리를 첨가하여 관객에게 철저히 봉사하는 그런 영화이다.
1997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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