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귀천도 ★★★★1/2

쭈니-1 2009. 12. 9. 08:47

 

 



감독 : 이경영
주연 : 김민종, 김성림, 이경영, 장동직

배우 이경영이 감독에 데뷰했다. 헐리우드에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국내에선 극히 이례적인 이 사건은 게다가 그의 데뷰작이 SF무협영화를 표방한 그가 10년에 걸쳐 직접쓴 시나리오라서 화제를 모았었다.
라이트 코메디나 도회적 분위기의 멜로 드라마가 충무로를 장악해버린 요즘 오랫동안 잊혀졌던 장르인 검술무협영화를 스크린에 복원시킨 이경영의 도전은 커다란 흥행의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이미 [은행나무 침대]에서 보여주었던 시공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과 배우 김민종의 우수어린 눈빛 역시 여성관객을 감동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이 영화는 지적인 영화평론가들한테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스토리전개의 허술함과 너무 단순하고 극단적인 캐릭터구축이 이 영화가 나쁜 평을 받아내는 주요인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화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멋이고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자.
1800년대 정조 마지막해. 장차 세상을 지배할 정조의 아이가 태어나려하자 일본 무사들이 죽이려하고 이를 알아차린 정조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시간의 문을 통해 여인 청연(김성림)과 자신의 호위무사인 우운검(김민종)과 좌운검(이경영)을 도피시킨다. 일본의 무사들도 역시 시간여행을 하여 이들을 뒤쫓고 1996년 서울의 콘크리트 숲에서 이들의 한 판 대결이 벌어진다.
이경영 감독은 지키려는 조선의 무사도, 죽이려는 사무라이도 모두 한없이 멋있게 묘사했다. 김민종, 이경영, 장동직이 맡은 무사들의 고독한 표정과 동작엔 남성적 비장미가 철철 넘친다. 영화의 영상 역시 현란하고 아름답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이 캐릭터의 단순한 감정표현 역시 내겐 색다른 재미였다. 이 영화에서 다른 복잡한 감정은 필요없다. 조선의 무사들은 청연과 그녀가 낳을 조선의 빛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것을 바치고 일본의 사무라이 역시 다른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한 채 조선의 빛을 없애는 이명을 완수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그렇기에 좌운검이 귀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라이들의 손에 쓰러지는 장면과 사무라이들이 경찰의 총에 쓰러지는 장면은 한없이 멋있고 안타깝다.
그와중에도 김민종이 맡은 우운검과 장동직이 맡은 사무라이 간죠라는 캐릭터는 관객을 사로 잡는다. 청연을 남몰래 사랑했기에 청연이 낳은 조선의 빛 도연과 자신이 합쳐져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는 우운검. 그리고  사부의 죽음과 사랑하는 여인 고도히메(장지연)의 희생을 지켜보아야 했던 간죠. 이 두인물의 마지막 결투씬은 너무 짧아 아쉬움을 주었지만 '무사의 최고의 영광은 고수의 손에 죽는것이다'라며 스러지는 간죠와 역시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는 우운검의 주검뒤에 흘러나오는 주제곡 "귀천도애"(안타깝게도 이 곡은 표절곡이란다)와 함께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청연과 도연 1인2역을 한 신인 김성림의 연기부족이 눈에 띄지만 이경영은 감독 데뷰작 치고는 매우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물론 엉성하고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감정이 너무 매말랐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싶다.(히히히!!)

1997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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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상하게도 [귀천도]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그후 불행만 뒤따랐습니다. 이경영은 미성년자 추행 사건으로 고생했고, 김민종은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에 실패하여 배우 은퇴설까지 흘러나왔으며 김성림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영화를 찍지 못했습니다.
이정도면 '귀천도의 저주'가 아닐런지... ^^
 200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