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브루스 브레스포트
주연 : 샤론 스톤, 랍 모로우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우선 샤론 스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왜냐하면 그녀는 이 영화의 유일한 스타이고 이 영화를 선택한 이라면 이유는 그녀를 보기위해서였을테니까...
3류 배우에 지나지 않던 그녀가 지금의 대스타가 되기까지는 폴 베호벤 감독의 역할이 컸다. [토탈 리콜]에서 아놀드 스왈제네거의 가짜 부인으로 잠시 등장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녀가 폴 베호벤의 다음 영화 [원초적 본능]에선 아예 주연으로 나서 세계적인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폴 베호벤 감독은 그녀의 섹시한 매력을 잘 이용했고 덕분에 그녀는 스타가 된것이다. 그러나 폴 베호벤 감독은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주긴 했지만 진정한 연기자로는 만들어주지 못했다. 윌리엄 볼드윈과 주연한 [슬리버]로 확실한 에로스타로 자리매김했던 그녀는 실베스타 스탤론과 주연한 [스페셜 리스트]를 통해 액션 배우로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가 한물간 에로스타가 될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이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그의 영화 [카지노]에서 명배우인 로버트 드니로, 조 페치와 연기호흡한 그녀는 비록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는등 에로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연기자로 발돋음했다. 제레미아 체칙 감독의 [디아볼릭]에선 프랑스의 자존심 이자벨 아자니와 연기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라스트 댄스]는 샤론 스톤의 원숙한 연기를 볼 수 있는 그녀의 팬이라면 더할나위없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그녀의 미모가 화장발이라고 의심하는 이가 이다면 이 영화에서 화장기가 전혀없는 그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제시카 탠디와 모건 프리먼 주연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브루스 브레스포트가 감독을 맡았다.
이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 영화는 사형제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래서 팀 로빈스 감독의 [데드맨 워킹]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작품성에선 [데드맨 워킹]에 뒤떨어진다.
[라스트 댄스]는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한 불쌍한 그리고 아름다운 사형수와 젊고 패기있는 사면위원회의 신참관료간의 안타까운 사랑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데그맨 워킹]처럼 사형제도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은 이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신디(샤론 스톤)의 사형은 부당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함으로써 관객에게 신디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신디와 안타까운 사랑에 빠지는 릭(랍 모로우)의 감정변화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화초반 어리숙한 건달로만 보이던 그가 갑자기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과 같은 모습으로 돌변하여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마지막에 신디의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극적으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집행하는 장면은 릭의 대사처럼 장난하는것으로 여겨져 불쾌하다. 브레스포드 감독은 이러한 결말이 더 극적일거라고 생각한듯하지만 오히려 너무 상투적이고 너무 헐리우드적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게 엉터리이지만은 않다. 절망에 빠진듯한 샤론 스톤의 사형수 연기는 코끝이 찡해질정도로 리얼했다. 그리고 릭의 신디를 살리기위한 노력과 이들의 순수한 사랑 역시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궁금한것 한가지! 브레스포드 감독은 왜 잘생긴 헐리우드 배우를 놔두고 랍 모로우를 캐스팅했을까? 그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샤론 스톤에 비해 너무 왜소했으며 진실을 파헤치는 주인공의 이미지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는 영화초반의 어리숙한 건달 이미지가 차라리 어울린다.
1997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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