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감독, 원작 : 김수정
감독 : 임경원
'만화영화는 유치한 아이들의 전유물이다'라며 애니메이션을 비웃던 국내 영화계에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 등 디즈니의 만화들이 매년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것은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국내 영화 관계자들도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했고 뒤늦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그 첫번째 영화가 성인 만화 영화를 표방한 [블루 시걸]이다. 김혜수, 최민수 등 톱스타들이 목소리 출연을 한 [블루 시걸]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하여 2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블루시걸]은 실패작이다. 단순한 스토리 전개와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의 유치한 사랑 놀음 등.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시켰지만 극장을 찾은 그들을 실망시켰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그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관객들을 다시 디즈니에게 내주어야 했다.
인기만화가 이현세가 감독한 SF만화 [아마게돈], 젊은 감독 이규형의 스포츠 만화 [헝그리 베스트 5], 신동헌 화백의 고전 만화 [돌아온 영웅 홍길동]등 나름대로의 작품성과 오락성을 지닌 95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들의 흥행 실패는 어쩌면 [블루 시걸]에 실망한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기 공룡 둘리]의 흥행 성공은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83년 만화로 처음 선보인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둘리는 관객 대상을 성인이 아닌 어린이에게 맞추어 80분 분량에 맞게 새로 창작한 내용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가 25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잔반부는 만화 '둘리'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소개하느라 조금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둘리 일행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여행을 하는 후반부는 빠른 전개와 화려한 그림, 독특한 유머로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둘리, 또치, 도우너, 고길동, 희동이, 마이콜등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들뿐 아니라 이번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비요킹, 핵충, 공실이, 가시고기 등의 캐릭터들 역시 뛰어난 아이디어와 성격묘사로 작품 전체에 탄력과 재미를 불어넣었다.
1997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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