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만
주연 :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발 킬머, 존 보이트, 애슐리 쥬드
헐리우드의 두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만났다. 물론 이들의 만남은 결코 첫번째가 아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2]에서 알 파치노는 마이클 역을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는 마이클의 아버지인 비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그러나 두 배우가 함께 같은 화면에 마주앉아 대화하고 대결하는 영화는 맹세코 이 영화가 처음이다. ([대부2]에서는 알 파치노는 현재에 드니로는 과거에 등장하기때문에 같은 화면에 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영화엔 [배트맨 포에버], [도어즈]의 헐리우드 신성 발 킬머도 나오고, 최근 [미션 임파서블]로 복귀한 명배우 존 보이트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캐스팅인가!
이들을 집합시킨 이는 [맨헌터], [라스트 모히칸]의 명감독 마이클 만이다. 그는 빈틈없고 냉철한 형사와 단호하지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범죄자가 서로 존중하며 대결을 벌이는 범죄 스릴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드니로를 찾아갔다고 한다. 드니로가 제의받은 역은 한나 형사역. 그러나 드니로는 은행털이범 닐역에 매력을 느꼈고 결국 한나 형사는 알 파치노가 닐역에는 드니로가 맡게 된 것이다. 물론 드니로의 선택은 현명했다. 복수때문에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나날을 뒤로하고 한나형사의 총에 맞아 안타깝게 쓰러지는 닐은 최근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카지노], [더 팬])의 캐릭터중 가장 매력적이다. 그렇다고해서 알 파치노의 연기가 드니로에 뒤진다는 것은 아니다. 알 파치노는 냉철한 한나 형사역의 적임자였고 그가 있었기에 한나 형사와 닐의 대결은 더욱 흥미로웠다.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은 한나 형사와 닐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이다. 한나는 닐에게 '널 죽이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닐은 '아무도 나의 계획을 저지못한다'고 맞받아 친다. 이 장면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영화 후반에까지 이어진다. 은행을 턴 후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비행장에서의 한나와 닐의 마지막 대결 등. [라스트 모히칸]에서 거칠것 없는 액션을 펼쳐보여주었던 마이클 만 감독의 솜씨가 유감없이 펼쳐졌다.
마이클 만의 세계에는 단순 액션을 부차적인 것으로 하면서 인간적인 관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려는 불변의 의지가 있다. 이 같은 정신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면 수사 요원과 정신이상인 범죄자의 대결이 완벽하게 해부되는 [맨헌터]와 정반대로 파치노와 드니로의 대립관계가 현실적 상황과 주변 인물들에 의해 끊임없이 두터워져가는 [히트]를 들수 있다. 한나 형사의 가정문제, 닐의 순정, 발 킬머가 맡은 닐의 동료 크리스와 그의 아내등 얼핏 보기에 부차적인 장면들이 곁다리를 붙여가는데 이것이 리듬을 늦추기는 커녕 반대로 휴식과 가속사이를 오가며 템포감을 준다.
이 영화에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명배우의 매력에 가려져 크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그 영역을 구축한 발 킬머가 있다. [탑건]에서의 톰 크루즈의 경쟁자로 잠깐 나오더니 올리버 스톤의 문제작 [도어즈]에서 비로서 스타로 발돋음한 그가 극중 드니로의 동료 범죄자로 나와 긴머리를 질근 동여맨 멋진 갱단의 일원으로 활약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떠나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더욱 애절하게 한다.
이 영화의 로맨스라면 닐과 이디의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을 턴 거액의 돈을 가지고 이디와 함께 뉴질랜드로 떠나려던 닐은 경찰의 함정인줄 알면서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배신자 웨인그로를 처치하기위해 그가 숨어있는 마퀴호텔로 향한다. 경찰의 보호망을 뚫고 웨인그로를 처치하는 닐. 그러나 역시 사랑하는 이디를 남겨두고 한나의 추격을 받게된다. 웨인그로를 처치하고 이디에게 가던 닐이 맞은 편의 한나를 발견하고 이디를 눈앞에 둔채 뒤돌아서서 도망치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오히려 범죄자인 닐의 편에 서게된다. 그러나 안타깝게 닐은 쓰러지고 영화의 결말은 정의의 승리이지만 관객들은 슬퍼한다. 이것이 [히트]의 매력이다. 기존의 액션 영화가 보여왔던 이분법적인 구분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관객이 범죄자의 편에 서게한 마이클 만의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그러나 비디오 출시때 한개의 테잎에 담기위해 20~30분간 의 분량이 삭제되어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P.S. [레옹]의 천사 나탈리 포트만이 나온다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거야?
1997년 1월 4일
IP Address : 218.50.12.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