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뉴 문] -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미를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쭈니-1 2009. 12. 8. 23:58

 

 


감독 : 크리스 웨이츠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
개봉 : 2009년 12월 2일
관람 : 2009년 12월 2일
등급 : 12세 이상

손발이 오그라드는 청춘 판타지 로맨스영화???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말의 의미를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 그것이 좋은 의미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주 민망하거나 창피할 때 혹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강렬한 무언가를 보거나 느꼈을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하네요.(네이버 오픈사전 참고) 아마도 저희 세대가 자주 썼던 '닭살 돋는다.'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라는 말의 중간 의미가 아닐지... 제가 갑자기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인터넷 세대의 신조어를 꺼낸 이유는 [뉴 문]을 어제 보고 왔기 때문입니다.
작년 겨울 [뉴 문]의 전 편이었던 [트와일라잇]은 강력한 액션영화를 원했던 제겐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의 손에 억지로 극장으로 끌려간 구피에겐 의외의 열광을 안겨줬었습니다.
상황은 1년 전과 비슷합니다. 전 사실 [뉴 문]보다 [에반게리온 : 파]가 더욱 기대되었지만 개봉 2주 만에 이미 전 편의 흥행을 훌쩍 넘어버린 [뉴 문]의 놀라운 전 세계적인 흥행과 [뉴 문]이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구피의 기대감에 못 이겨 [뉴 문]의 개봉 당일 저녁에 영화를 봤습니다. 역시 제가 기대했던 액션, 판타지는 오히려 [트와일라잇]보다 줄어들었으며, 구피가 열광했던 잘 생긴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매력적인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로맨스는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게다가 근육질의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까지 가세되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그리고 인간 여성이라는 참 이상한 삼각관계까지 형성됩니다.
이건 꽃미남으로는 모자라 요새 추세라는 짐승남까지 가세한 형국이니 그들의 노골적인 로맨스는 예전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능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를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단 한 회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챙겨봤었던 것처럼 [뉴 문] 역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참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보다 더 처절한 궁상이 있을까?

[뉴 문]은 벨라와 에드워드의 이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평범한 소녀인 벨라가 뱀파이어인 자신과 사귀면서 원하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자 에드워드는 벨라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하기에 떠난다.'인 셈입니다.
유행가의 가사를 들어보면 사랑 노래보다 이별 노래가 훨씬 많습니다. 이별은 사랑과는 동전의 다른 한 쪽 면과도 같을 정도로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에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이별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요즘엔 인터넷 세대의 감수성에 맞게 상당히 '쿨'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이별을 노래한 유행가의 가사를 들어보면 궁상도 저런 궁상이 없다. 라고 느낄 정도로 처절한 내용의 가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에드워드에게 사랑하기에 떠나겠다는 이별의 통보를 받은 벨라가 딱 그러합니다. 정말 처절하게 궁상을 떱니다.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의미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점점 초췌해져만 가는 벨라의 모습을 통해서 벨라의 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냅니다. 물론 밤마다 악몽을 꾸며 비명을 질러 아버지를 불면의 밤으로 지새우게 하고, '이 세상엔 나 혼자 뿐이야.'라는 정신으로 친구들과 단절된 채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참 쓸데없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요즘 세대의 감수성에 비춰보면 벨라의 그러한 모습은 구세대라고 할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어도 너만 사랑해'라는 일편단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실제로 [뉴 문]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티브를 상당히 많이 따라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감수성이 너무 구세대적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청순가련형의 여가수가 부르는 이별의 노래에 열광했던 저희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포미닛', '2NE1'과 같은 톡톡 튀는 매력의 여가수들이 부르는 ‘쿨’한 이별 노래에 더욱 공감하는 세대니까요. 하지만 [뉴 문]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이제 제발 궁상 좀 그만 떨어라.


늑대인간 VS 뱀파이어
  
벨라의 궁상이 지겨워질 때 쯤해서 드디어 [뉴 문]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콥이 등장합니다. 지겹도록 궁상을 떨던 벨라도 이별의 아픔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것입니다. 그녀는 제이콥과의 만남을 통해 에드워드와의 이별의 아픔을 잠시만이라도 치유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제이콥은 늑대인간입니다. 뱀파이어와 이별을 한 벨라가 기껏 다시 만난 남자가 늑대인간이라니... 참 그녀의 인생도 기구합니다. 암튼 그러한 까닭에 [뉴 문]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그리고 인간 여성간의 전대미문의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서양을 대표하는 요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다릅니다. 뱀파이어는 그 기원인 드라큘라 백작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귀족적입니다. 그런 귀족적인 이미지는 [뉴 문]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데 핏빛 없는 하얀 얼굴의 말쑥한 미소년 에드워드가 그런 귀족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뱀파이어 가문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볼투리가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뱀파이어의 귀족적인 이미지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뱀파이어와는 반대로 늑대인간은 머슴 스타일입니다. 예쁘장한 에드워드와는 달리 근육질의 제이콥이 바로 그러한 늑대인간 이미지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언더월드]라는 SF영화에서는 그러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상반된 이미지를 아이디어로 하여 뱀파이어는 지배계층으로, 늑대인간은 피지배계층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꽃미남보다는 짐승남이 더 각광받는 추세입니다. [뉴 문]은 바로 그러한 꽃미남과 짐승남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삼각관계를 형성시킴으로써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닭살 돋는 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요즘은 짐승남이 대세라고.


이건 시작일 뿐이다.

2시간 1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뉴 문]은 어리둥절한 끝맺음을 보여줍니다. '이거 정말 끝난 거야?'라는 웅성거림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들려왔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이미 내년 7월에는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커플의 세 번째 이야기인 [이클립스]가 개봉 대기 중이며, 다섯 번째 이야기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하네요.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인간의 벨라 사이에서 사랑이 싹 트는 과정을 담았다면 [뉴 문]은 늑대인간인 제이콥과의 삼각관계로 정리됩니다. 하지만 이 삼각관계도 에드워드가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던진 한 마디로 간단하게 정리되어 버립니다.
[이클립스]부터는 [뉴 문]에서 잠시 맛 뵈기로 선보인 볼투리가의 막강한 뱀파이어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이며 듣자하니 제이콥에게도 뭔가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다고 하네요. 시리즈 영화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겠죠? 시리즈가 진행 될수록 점점 커져만 가는 스케일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그리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서서히 완결되는 묘미까지...
[뉴 문]은 솔직히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트와일라잇]에서는 악역인 제임스의 카리스마 부재가 아쉬웠다면, [뉴 문]에서는 제임스의 죽음으로 벨라에게 복수의 감행할 것이 분명해 보였던 빅토리아의 활약이 미비해서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기대했던 액션은 오히려 줄어들고 로맨스가 대폭 늘어난 것도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뉴 문]은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구시대적 감수성과 꽃미남과 짐승남의 삼각관계라는 설정 속에 여성 관객이라면 모를까 남성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닭살 커플에게 야유를 보내며 겉으로는 욕을 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워 미치겠다는 이중적인 속내가 [뉴 문]을 보면서 제 마음 속으로 어지럽혔습니다. 그러나 제발... [이클립스]에서는 남성 관객도 고려해서 액션 좀 늘려줬으면...


 

[이클립스]에서는 볼투리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짐승남 제이콥의 날쌘 액션도 기대해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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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ok
이 영화를 보기 한시간 전에 트와일라잇을 봤어요...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어서 그동안 안보고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간절히 같이 보자는 바람에 후다닥 속성으로 봐버렸지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여자분들이 하나같이 제이콥이 제일 불쌍하다고 하네요..ㅋㅋ
그리고 어장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ㅋㅋ 꽃미남 에드워드와 짐승남 제이콥..양손에 든 떡이 아닐까요.....

그리고 저도 [에반게리온-파]가 너무 보고 싶은데 우리동네에선 상영하지 않네요..
원정을 가는 한이 있다라도 기필코 보고 말리라 결심했어요.....ㅋ
 2009/12/03   
쭈니 사실 [뉴 문]을 보기 전에는 에드워드에 비하면 제이콥의 매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제이콥도 꽤 매력적이네요. ^^
암튼 너무 닭살 스러운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두 불구하고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그나저나 [에반게리온 : 파]는... 이번 주중으로 보고는 싶은데 제 경우는 시간이 문제네요. 다행히 저희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것 같더라고요. ^^
 2009/12/03   
우드
브레이킹던 나오면 몰아서 봐야지 ㅇㅅㅇ  2009/12/04   
쭈니 ㅋㅋㅋ
그런 분들 꽤 있을듯... ^^
 2009/12/04   
이빨요정
이 영화는 무조건 패스~  2009/12/04   
쭈니 혼자 보실 생각이었다면 무조건 패스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건 무조건 여인하고 같이 봐야합니다.
아니면 여자들끼리 '에드워드가 좋다, 아니다 제이콥이 더 좋다'라며 싸우며 보는 것도 괜찮고요...
친구 혼자, 혹은 남자들끼리 보는 것은 정말... 권하고 싶지 않네요. ^^
 2009/12/04   
shineswith
친구가 이 영화 광팬이라서 극장에서 보고 왔어요. 벨라가 오토바이타다가 넘어져서 이마를 다치는데, 제이콥이 옷을 벗어서 피를 닦아주잖아요. 제이콥의 근육을 보고 갑자기 여기 저기서 탄성이 나와서 극장 전체가 완전 웃음바다가 됐다는...ㅋㅋ 전 책으로 이 씨리즈를 다 봤는데 뒤로 갈수록 스케일도 커지지만 그만큼 어이도 없어지는 스토리...  2009/12/05   
이빨요정
영화를 정말 사랑하지만 어쩔수가 없습니다.
정말 보고 싶지가 않군요.
극장은 정말 재미있는것은 친구들과 보거나 대부분은 혼자서 보는데 이 영화는 좀.....
집에서도 땡기지가 않습니다. 1편도 대충대충봤기에...


나중에 여친 생기면 몰아서 볼 계획입니다.
 2009/12/05   
쭈니 shineswith님 : 구피는 지금 이 영화의 원작소설에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있던데... 뒤로 갈수록 어이없어지는 스토리라니... 흠...
이빨요정님 : 그래도 여친과 함께라면 볼만은 합니다. 특히 꽃남, 짐승남에게 뿅간 여친을 구박하는 재미도 솔솔하고... ^^;
 2009/12/06   
극장에서
안녕하세요....쭈니님...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트와일라잇 평읽은 이후로 거의 1년이 지났네요...

전 트와일라잇 보고나서 책 3권을 내리 사보았답니다.....^^

자...이제 아내와 함께 그 실체를 보러 갈것입니다.....

저보다 아내가 좋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고고싱
 2009/12/06   
쭈니 어서오세요. 극장에서님...
저도 조만간 [트와일라잇] 책을 사서 읽게 될것 같네요.
구피가 잔뜩 벼르고 있거든요. ^^
뭐 저 역시 구피가 재미있었다고 해서 그걸로 족합니다.
하지만 구피에 의하면 [뉴 문]은 [트와일라잇]에 비하면 조금 덜 재미있었다는군요.
 2009/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