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재용
주연 :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개봉 : 2009년 12월 10일
관람 : 2009년 12월 13일
등급 : 12세 이상
내가 토크쇼를 즐겨 보는 이유!!!
지난 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심코 TV를 켰었습니다. TV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켠 것은 아니고 그냥 자기엔 뭔가 아쉬워 TV 리모콘으로 채널을 한바퀴 돌려보고 '그래, 더이상 TV에서 볼 것도 없으니 자는 것이 가장 낫겠다.'라는 자기 암시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의도와는 다르게 저는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TV 앞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날 제 눈길을 사로 잡은 TV 프로그램은 바로 '무릎팍 도사'였습니다. 색동 저고리를 입고 앉아 있는 강호동 앞에 앉은 그날의 게스트는 윤여정이었습니다. 평소 윤여정이라는 배우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전 그냥 TV를 끄려고 했지만 윤여정의 솔직 담백한 입심에 매료되어 그 프로를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전 가끔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토크쇼를 나도 모르게 멍하니 시청하곤 합니다. 왜 일까요? 아마도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반인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그들의 일상 이야기가 제 호기심을 사로 잡은 것이죠. 윤여정의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데뷔 이야기, 이혼 이야기, 그리고 [여배우들]의 촬영 에피소드 등 그녀의 이야기는 평범한 일반인인 제게 꽤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윤여정이 그렇게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여자로써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들까지도 거침없이 했던 것은 지난 12월 10일에 개봉한 [여배우들]의 홍보를 위해서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전 '무릎팍 도사'를 즐겼고, 회사 직원 결혼식 참가로 인하여 제대로 쉬지도 못한 일요일 저녁, 구피를 이끌고 목동 메가박스로 달려가 [여배우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들]의 홍보 마케팅은 최소한 제겐 확실히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누가 그녀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는가?
[여배우들]은 마치 토크쇼와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2008년 보그지의 패션 촬영을 위해 세대를 아우르는 6명의 톱스타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솔직히 별다른 내용 전개 없이 여배우들의 입담으로 1시간 30여분을 채웁니다.
그러한 와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화려한 캐스팅입니다. 사실 그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감독의 힘이 컸습니다.
이미숙은 이재용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정사]와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김민희는 [순애보], 김옥빈은 [다세포 소녀]에 출연한 인연을 이어 [여배우들]에도 이재용 감독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재용 감독은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잡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춘 감독입니다. 동생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정사]는 우리 사회의 통념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재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감독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화법으로 어쩔수 없는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그려냈었습니다.
조선 시대를 무대로 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역시 [정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같은 이야기를 영화적 재미도 잃지 않은채 완벽하게 잡아냈었습니다. 아마도 그녀들은 그런 이재용 감독의 능력을 믿었기에 [여배우들]이라는 이 독특한 영화의 출연을 선뜻 승락하지 않았을까요?
그녀들의 기싸움... 나는 더 원한다.
하지만 아무리 캐스팅이 화려해도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배우들]이 내세운 영화적 재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우선 1차적으로는 여배우들의 기싸움입니다. 이미 개봉하기 전부터 출연배우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고현정과 최지우의 기싸움을 은근슬쩍 언론에 흘렸던 이 영화는 실제로도 톱스타의 자존심을 내건 고현정과 최지우의 싸움을 영화의 전반부를 이끌어갈 가장 큰 영화적 재미로 내세웁니다.
한류 스타의 자존심을 은근히 내세우는 최지우가 못마땅한 고현정은 최지우에게 시비를 걸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고현정의 시비를 묵묵히 받아 넘겼던 최지우는 그만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고현정과의 일대 대결을 벌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그녀들의 기싸움이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고현정의 이혼을 들먹이며 '그러니까 쫓겨나지.'라는 최악의 발언을 내뱉은 최지우와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공격당한 고현정의 싸움이 다른 일반 여성들처럼 좀 더 과격하길 바랬던 것은 아무래도 제 과욕이었나봅니다.
그 외에도 나이와 세대는 다르지만 각자 최고의 여배우라는 자존심을 지닌 여섯 명의 배우들이 좀 더 팽팽한 기싸움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지만 워낙 윤여정과 이미숙의 카리스마가 막강하여 기싸움은 좀 처럼 벌어지지 않습니다. 기대했던 여배우들의 기싸움이 뜨끈미지근하게 끝이 나버리자 영화의 재미 역시 시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식을 던지는 순간 이야기는 진솔해진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후반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화보의 중요한 소품인 보석이 늦게 도착하면서 기다림에 지친 여배우들이 술판을 벌이고 술기운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 보이면서 이재용 감독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여배우들]이 토크쇼와 같은 영화라고 칭했던 것은 바로 이 후반부의 때문입니다. 전반부는 고현정과 최지우를 중심으로 한 여배우들의 기싸움이라는 극영화와 어울리는 갈등구조가 있었지만 그러한 갈등구조가 시시하게 막을 내리며 후반부에선 여배우들의 잡담으로만 영화를 가득 채웁니다.
물론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과 같은 재치있는 진행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여배우들의 토크쇼는 한 편으로 지루한 그들만의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들의 눈물이 너무 진솔해보입니다.
여배우라는 이름으로 다른 여자들보다 좀 더 특별해야 했고, 그로인하여 스스로 가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 그녀들이 보석으로 치장된 가식이 가득 넘치는 화보 대신 가식을 벗어던지고 촬영한 마지막 화보 촬영이 그렇기에 자유롭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이렇듯 [여배우들]은 의미있는 토크쇼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웃음을 담보로 한 오락 프로의 토크쇼가 아닌 웃음보다는 진솔함을 담보로 한 토크쇼인 탓에 영화적 재미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 착각했던 여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그들의 토크쇼는 분명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가식에 가득 찬 그녀들의 화보와 가식을 벗어 던진 그녀들의 화보 중
당신은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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