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2012] - 시각적 재미만 따진다면 올해 최강이다.

쭈니-1 2009. 12. 8. 23:56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 존 쿠삭, 아만다 피트, 탠디 뉴튼, 치웨텔 아이오포, 대니 글로버
개봉 : 2009년 11월 12일
관람 : 2009년 11월 15일
등급 : 12세 이상

11월의 한파를 뚫고...

직딩에게 가장 행복해야할 주말... 하지만 저는 1년에 두 번하는 회사 재고조사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회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직딩에게 있어서 주말에 쉬지 못한다는 것은 가장 소중한 행복을 빼앗기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제 사정을 알았는지 하늘도 매서운 추위로 가장 소중한 행복을 빼앗긴 제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하더군요.
일요일 저녁, 재고조사를 끝마치고 치밀어 오르는 졸음을 참고 저는 [2012]가 상영하는 CGV 목동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제게 삐쳐서 말 한마디 안하던 구피도 [2012]는 보고 싶었는지 저에 대한 화를 누그러뜨리고 함께 극장으로 동행해줬습니다.(덕분에 저는 또 다시 제 비상금 5만원을 구피에게 상납했습니다. T-T)
한 겨울을 무색하게 만드는 11월의 한 파 탓에 저희는 택시를 타고 극장을 오고 갔습니다. 이로써 카드 할인으로 한껏 아끼고 아낀 영화 관람비보다 왕복 교통비가 더 들어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2012] 관람기는 매서운 추위와 어마어마(?)한 택시비를 잊기에 충분할 정도로 확실하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손을 꼭 쥐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으며, 이 영화의 강렬한 영상에 매료되어 그날 밤 지구가 멸망하는 악몽까지 꾸었으니 말입니다.
암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뻔하고, 주인공들의 영웅주의도 너무 노골적이었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그 특수효과의 위용은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이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요즘 화두던데... 한동안 [2012]의 흥행세가 이어질 것 같아 앞으로 개봉될 [백야행]등 우리 화제작들로써는 비상이 걸리겠네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2012년이면 앞으로 고작 3년 남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2012]는 다른 재난영화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012]의 재난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전 재난영화들이 한정된 장소와 한정된 소재에 국한되었던 것과는 달리, [2012]는 지구 전체를 장소로 선택했고 재난의 종류도 재난영화 종합선물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다른 재난영화들이 이 재난을 이기고 나면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2012]에서는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2012]의 기초가 되는 고대 마야문명이 예언하였다는 2012년 지구 멸망설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아니 솔직히 별로 알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진과 화산폭발, 해일 등 각 하나의 재난영화의 소재로도 손색이 없는 거대한 재난들이 한도 끝도 없이 몰아닥치는 장면들은 굳이 2012년 지구 멸망설을 모르더라도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땅은 갈라지고, 하늘에선 화산폭발의 잔해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바다에선 거대한 항공모함도 뒤 짚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해일이 몰려오고... 도대체 어디로 피하라는 것인지.
[2012]의 주인공인 잭슨(존 쿠삭)과 그의 가족들은 이 거대한 재난을 피해 정부가 마련해놓은 피난처로 발길을 돌립니다. 하지만 그 피난처라고는 곳도 돈 많은 자들을 위한 임시거처에 불과합니다. 한 명당 10억 유로(한국 돈으로 환산하자면 무려 1조7천억 원 정도입니다.)가 없다면 그 피난처에 탑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포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 이렇게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저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차라리 저 혼자라면 차분히 죽음을 기다릴 테지만 어린 웅이를 생각하니 그렇게 쉽게 포기해선 안 될 것 같고... 만약 [2012]의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미련 없다. 하지만 이제 막 꽃을 피울 우리의 어린 아이들은 살려야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영화다.

제가 너무 오버했나요? 하긴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 NASA에서 2012년 지구 멸망설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하네요. 결론은 언젠가는 지구가 멸망하겠지만 그것은 2012년이 아닐 것이라는 것입니다. 뭐 음모이론을 믿는 분이라면 그런 NASA의 발표 역시 정부가 국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거짓말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딱히 살아날 방법이 없는 저로써는 차라리 NASA의 말을 믿는 편이 나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2012]는 보는 내내 '우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잭슨 일행이 탄 비행기가 무너지는 건물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는 장면에선 긴장이 되어 나도 모르게 제 허벅지를 꽉 잡아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이건 단지 영화일 뿐이다. 저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2012]야 말로 할리우드의 특수효과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게 해준 영화인 셈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준 영웅주의와 가족주의 역시 너무 노골적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와 잘 어울려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인디펜던트 데이]에 이어 미국 대통령을 너무 영웅적인 인물로 포장하는 것을 보며 그것이 할리우드의 흥행 전략인지, 미국에 대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애국심인지는 좀 궁금해지더군요.(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독일인이니 아마도 할리우드의 흥행전략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특수효과가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존 쿠삭과 아만다 피트, 탠디 뉴튼 등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았고, 예상치 못했던 우디 해럴슨의 히피적인 연기도 너무 반가웠습니다. 특수효과에 의한 시각적 재미만 따진다면 올해 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서도 최강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경비행기가 무너지는 건물 사이를 날아가는 장면은 정말 진땀났다.

이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압도하는 배우는 우디 해럴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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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ㅎㅎ 마지막에 이영화에서 특수효과를 압도하는 배우는우디 해럴슨 뿐이다..
저도 보면서 무슨 느낌이지 했었는데 한마디로 정리해주시네요 속이 시원합니다!!ㅎㅎ
 2009/11/18   
쭈니 ㅋㅋㅋ 감사합니다.
이 영화는 워낙 특수효과가 막강해서 배우들이 가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디 해럴슨만은... 정말... 자주 영화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너무 뜸하시더군요. ^^
 2009/11/18   
이빨요정
이 영화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2012" 는 블럭버스터 오락영화라는 말에 정말 충실한 영화입니다.
애초에 심오한 주제의식이나 파격적인결말 같은거에 전혀 기대하지를 않고 감상해서 정말 부담없이 재미있게 즐길수있었습니다.
상영시간이 길어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시간가는줄모르고 봤습니다.

단지 좀 아쉬운것은 초반에 LA파괴장면이나 화산폭팔장면 이후에는 좀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LA파괴장면과 옐로우 스톤 화산폭팔 장면은 정말 강렬했습니다.
맘먹고 물량을 쏟아부으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에 그 장면들을 압도하는 파괴장면이 나오지를 않지요. 해일장면들은 좀 약했습니다.
초중반정도에는 말 그대로 물량공세로 나가다가 후반부에 가면 시각적 효과보다는 긴장감위주의 드라마도 진행이 되다보니 드라마는 노골적으로 신파적이면서 진부하고 긴장감도 약해서 (이 감독이 스릴러같은것에는 약한거같습니다) 초반부보다 힘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이정도라면 충분히 만족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롤란드 에머리히 영화중 완성도있다는 "투머로우' 보다도 재미있게 봤고
"인디펜던스 데이"보다도 좀 나은거같습니다.
사실 "투머로우"는 볼거리가 좀 약한 감이 있었습니다.

블럭버스터는 이 정도는 돼야죠.
 2009/11/19   
쭈니 역시 이빨요정님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군요.
전 각 영화마다 다른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블럭버스터 재난영화의 재미에 충실했던 영화입니다.
단, 이빨요정님의 말씀대로 해일장면은 좀 약했네요.
전 [투모로우]도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앞으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재난영화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11/19   
이빨요정
"고질라"나 "패트리어트" "10000BC" 같은 말 그대로 "재난" 영화는 꾸준히
만드는것 같습니다.
 2009/11/19   
쭈니 [패트리어트]와 [10000BC]는 재난영화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암튼 [10000BC]에 너무 실망해서 이번 영화도 불안불안했는데 최소한 영화적 재미는 충실했으니 전 정말 만족합니다. ^^
 2009/11/20   
우드
인터넷이 끊겨서(요금을 못내서) 못했다가 오랜만에 들어와서 들려봅니다.
근데 한가지 걸리는게.. 제가 93년생이라서 마야 멸망설에 의하면
2012년 12월달쯤인데. 그때가 바로 제가 수능 끝나고 한창 놀때에요 ㄷㄷ
 2009/11/23   
쭈니 ㅋㅋㅋ
그렇군요.
걱정마세요. 설마 정말 멸망이라도 하겠습니까??? ^^
 2009/11/24   
ssook
하지만 정말 지구가 멸망해버린다면요?? 그런 상상을 하게 되더라구요...
죽는걸 선택할 수 있다면 투모로우처럼 순식간에 얼어서 죽고 싶더라구요.ㅋㅋㅋ
왠지 2012년에 지구가 망하든 나라가 망하든 둘중 하나는 망할것 같은 예감이..........
 2009/11/24   
쭈니 나라가 망하든...에서 빵 터졌습니다.
안됩니다. 아직은 망하면... ^^
 2009/11/24   
김실장
쭈니님 반가워요...
국민학교 댕길때 666사건 이후로 지구가 멸망한다는건 믿지 않는 1 인 ㅋㅋㅋ
간만에 눈에 즐거움을 준 영화네요...여친이 사들고온 환타 大자에 방광터지는줄 알았지만 꾹참고 볼정도면 개인적으로 잼나게 봤다고 생각해야 하는게 맞겠네요...^^
 2009/11/30   
쭈니 김실장님... 정말 오랜만인것 같네요. ^^
저 역시 지구가 멸망한다는 건 별로 믿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멸망하겠지만 그건 제 사후의 일일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암튼 이 영화, 영화적 재미만큼은 만땅인것은 사실입니다. ^^
 2009/11/30   

캔디

시각적 재미 ! 청각장애우와 영화계획중인데 결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영화는 자막이 없어서요)
감사~ ^^
 2009/11/30   
쭈니 오우~ 정말 좋은 일을 하시는 군요.
꼭 잘 되길 기원드립니다.
 2009/11/30   
shineswith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였죠~초반부는 빵빵 터지는 특수효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후반부는 쫌.. 약했던 것 같아요. 대신 그 러시아 갑부 아저씨의 한마디가 저를 빵 터지게 했어요. 엔진 스탈~트!
암튼 볼거리에 충실한 블록버스터영화였고 저도 쭈니님처럼 최근 본 블록버스터 중엔 최고였네요.
 2009/12/05   
쭈니 이 영화 여름에 봤으면 시원했을듯...
ㅅ싸늘한 가을에 봤더니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
 2009/12/06   
소라빵
2012년엔 군대.......
12월21일이면... 눈치우다 죽겠군요 ㅋㅋㅋ
영화가 초반엔 멋졌지만.. 후반엔 헐리우드로 끝나서 아쉬웠던...ㅜㅜ
 2009/12/07   
쭈니 2012년엔 군대가시나요???
ㅋㅋㅋ
군 내무반 동료들과 지구종말을 맞이해도 재미있을듯...
농담이고요... 후반이 너무 할리우드적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에머리히 감독이잖아요.
그의 영화이기에 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갔답니다. ^^
 2009/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