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바스터즈:거친 녀석들]-고맙다. 힘겨워하던 내게 소중한 쾌감을 안겨줘서.

쭈니-1 2009. 12. 8. 23:55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크리스토프 왈츠, 멜라니 롤랭
개봉 : 2009년 10월 28일
관람 : 2009년 11월 10일
등급 : 18세 이상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를 보고 나오는 길...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버린 저는 거의 폭발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절 툭하고 건드렸다면 꾹 참아왔던 짜증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순간에 터져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무도 절 건드리지 않았고, [펜트하우스 코끼리] 다음으로 관람한 영화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그토록 원했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속 시원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사실 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이 아닙니다. 제가 재기발랄한 영화를 좋아하기에 어찌 보면 할리우드의 영원한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와도 잘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영화중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는 [킬 빌 1, 2]가 유이합니다.
그렇다면 저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궁합이 안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넘쳐나는 대사 때문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캐릭터들의 대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그 대사에서 나옵니다. 그러한 대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 지금까지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 비디오로 봤습니다. 아무래도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경우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떨어진 집중력은 넘쳐나는 영화의 대사를 모두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 것입니다.(같은 이유로 그의 영화를 아마추어가 만든 자막을 곁들인 다운로드 받아서 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어쩌면 제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보며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영화 중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보면 머리 가죽을 벗겨버릴지도 몰라.


넘쳐나는 대사의 긴장감이란...

제가 그동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속의 대사들이 너무 많아 따분해서였고, 반대로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의 대사에 담긴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이러니하죠?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첫 장면은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치인 한스 란다(크리스토프 왈츠) 대령이 작은 농가에 숨어있는 유대인을 찾아내 사살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의 묘미는 한스가 유대인을 숨겨준 프랑스인 농부에게 스스로 유대인을 숨긴 장소를 고백하게 만드는 기나긴 대화입니다. 한스는 절대로 윽박을 지르거나 협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소한 농담과 미소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히려 우락부락하게 생긴 시골 농부를 압도하여 그가 겁을 먹도록 만듭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만약 제가 저 농부였다면 저라도 아마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모든 것을 고백하고 말았을 것입니다.(이러한 장면의 묘미는 다운로드 받아서 감상하신 분들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도 없었고, 뛰어난 반전도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오프닝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그런 영화입니다. 이후에도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대사로 영화의 긴장감을 채웁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은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영화의 긴장감이 촘촘하게 수놓아져 있습니다.


 

그들이 너무 수다스럽다고 욕하지 마라. 그 수다야말로 그들의 매력이니까.


이 완벽한 이야기의 얼개를 보라.

하지만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 긴장감 넘치는 수다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 영화엔 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수많은 조연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연 캐릭터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히틀러 암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차근차근 밟아 나갑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치 사냥꾼을 자청하고 나선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와 그의 부하들, 한스 란다 대령에게 가족들이 몰살당한 이후 복수를 꿈꾸는 쇼샤나(멜라니 롤랭), 그리고 그들을 뒤쫓는 한스 란다의 서로 다른 계획들은 영화의 후반에 너무나도 정확하게 하나의 목표로 모여듭니다. 그들이 서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했으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중요한 순간 벌여져 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외엔 달리 생각할 것이 없더군요. 스토리 전개에 불필요한 부분들은 정확하게 제거 되었고,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들은 충분히 설명되었습니다. 군더더기라고는 단 한 장면도 보이지 않는 이 완벽에 가까운 연출 솜씨는 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명감독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특히 브래드 피트라는 할리우드의 초특급 스타를 캐스팅했지만 그에게 이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그를 이끄는 솜씨야말로 브루스 윌리스, 우마 서먼 등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스타들이 앞 다투어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연약해 보이지만 강한 그녀의 복수를 기대하시라.


왜곡된 역사의 속 시원함.

특히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영화를 보고나서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만 같은 속 시원함에 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작전명 발키리]에서도 나왔지만 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히틀러의 암살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그러한 틀에 박힌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이 보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비록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답게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죽음을 당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무엇인지 모를 쾌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역사는 왜곡되었고, 제가 애정을 느꼈던 캐릭터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지만 알 수 없는 쾌감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평하라면 저는 '완벽에 가까운 오락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거대한 특수효과도 없었고, 아름다운 영상도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다.'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아마도 [오션스 일레븐] 이후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오락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올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크리스토프 왈츠를 비롯하여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준 멜라니 롤랭의 연기는 앞으로도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극장에서 놓쳤다면 저는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습니다. 이 영화 덕분에 하루 간의 소중한 휴가를 낸 보람이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고맙다. 브래드 피트, 덕분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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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요정
정말 대단 했던 영화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2009년 최고의 영화는 이 영화와 "디스트릭트 9" 으로 기억될겁니다.

타란티노가 요즘들어 초창기 작품들인 "펄프픽션"과 "저수지의 개들" 처럼 심오하면서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드라마틱하고 재기발랄하면서 매우 대중성이 강한 오락 영화를 만드는데 정말 아주 맘에 듭니다.
"킬빌" 부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것 같아요.
확실히 전쟁영화지만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가 있습니다.

주로 대사로 이루어져 있기때문에 솔직히 지루할수도있는데 영리한 타란티노는 인물들간의 드라마 사이사이에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액션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어있어서 지루할틈을 못느꼈습니다.
거기에다가 특유의 유머감각까지 아주 돋보였습니다.

배우들을 다루는데에도 능숙하더군요.
브래드 피트 같은 스타를 포함해서 여러 개성넘치는 배우들이 많이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고 특유의 매력들을 발산하면서 서로 조화가 잘 되는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른바 배우들을 타란티노화 했다고나 할까요?

타란티노는 정말 말그대로 재미롤 영화를 만드는 사람같습니다.
정말 따로 말이 필요없는 영화였습니다.
 2009/11/15   
쭈니 이빨요정님의 극찬이 저와 비슷하군요. ^^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운로드로 영화를 봤다면 분명 그 재미의 절반도 느끼지 못했겠죠.
이렇게 대화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영화라니...
역시 타란티노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그의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11/16   
이빨요정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합니다.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를 제쳐두고서라도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보는 재미도 있어요.
관객들의 반응에 휩슬려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거나 감탄을 하거나 웃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주로 코미디 영화나 슬픈 신파극에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밤시간대에 영화를 봅니다.
관객들이 가장 많을 시간이거든요.
 2009/11/16   
쭈니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휩쓸려 보는 재미가 상당하죠.
그래서 간혹 저도 뜬금없이 코미디나 멜로영화를 극장에서 봅니다.(대부분은 집에서 보죠.)
하지만 저와 이빨요정님의 다른 점은 너무 관객이 많은 것을 저는 싫어합니다.
너무 관객이 많다면 그 중엔 영화 보는 도중 핸드폰 받는 사람, 핸드폰 문자메세지 보내는 사람, 왔다갔다하는 사람, 속닥속닥 이야기히나는 사람등등 극장예절이라고는 없는 사람들도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전 적당하게 관객이 있는 시간대가 좋습니다.
그 시간대가 언제냐고요??? 솔직히 모릅니다. -.,-
 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