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해운대] - 한국형 재난영화가 살아남는 방법.

쭈니-1 2009. 12. 8. 23:41

 

 


감독 : 윤제국
주연 :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강예원
개봉 : 2009년 7월 22일
관람 : 2009년 7월 28일
등급 : 12세 이상

오랜만에 들려오는 한국영화 대박소식

지난주 [거북이 달린다]를 보며 다시금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된 저는 요 며칠동안 [해운대]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꼼꼼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해운대]가 올 여름 최강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등을 제치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관객 동원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는 기사는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구피를 졸라 평일 [해운대]를 보러 갔습니다. [해운대]가 평일에도 하루 평균 30만념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는 기사는 읽어봤지만 실제로 화요일 밤인데도 극장 안엔 관객들로 가득 채웠더군요. [해운대]를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인지 기대보다는 별로였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쓰나미 장면이 너무 적게 나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형 재난영화로써는 꽤 괜찮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중간 중간 웃음이 묻어나는 장면들도 좋았고, 영화의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해운대에 쓰나미가 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할리우드만큼의 제작비를 들일 수 없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물량공세를 시도하는 것 보다는 단 한 번의 강렬한 물량공세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제국 감독은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의 흥행감독답게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써의 강약 조절을 꽤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기 [해운대]라는 쓰나미 영화가 오고 있다.


한국 관객은 코미디를 좋아한다.

한국영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국형 스릴러, 한국형 재난영화, 한국형 괴수영화 등등... 이렇게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영화들의 특징은 예전에는 한국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할리우드의 주류 장르의 영화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석권하는 상황에서 할리우드 영화들로부터 한국영화 시장을 지키려는 한국영화의 몸부림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벤치마킹을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괴수영화라고 하지 않고 그 앞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담은 이유는 이들 장르의 영화들에게서 할리우드 장르영화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국의 정서이며, 또 다른 표현으로는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코미디는 아주 오랫동안 한국영화의 주류 장르였고, 현재에도 한국영화의 대부분이 코미디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할리우드의 장르영화들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영화 속에 삽입됩니다. [쉬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는 코믹한 설정, 캐릭터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괴물]과 [살인의 추억], [왕의 남자],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코미디영화를 만들었던 윤제국 감독은 한국형 재난영화인 [해운대]를 연출하면서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를 맘껏 발휘합니다. 솔직히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믹한 설정이 많은데 그것은 윤제국 감독의 재능이며, [해운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에서도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인권은 영화에선 조연에 불과하지만 [해운대] 흥행에서는 주역이다.


쓰나미 이외의 부분을 채워 넣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해운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계 탓에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여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130억이라는 제작비는 한국영화로써는 엄청난 돈이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짱뜨기엔 부족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쓰나미 장면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쓰나미 장면이 없는 1시간 30분  가량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것은 코미디와 로맨틱, 그리고 드라마입니다.
김인권이 연기한 오동춘이 코믹한 상황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면, 최형식(이민기)과 김희미(강예원)는 로맨틱 코미디의 한 축을 맡고 있고, 최만식(설경구)과 강연희(하지원), 김휘(박중훈)과 이유진(엄정화) 커플은 드라마적인 요소를 영화 속에 불어넣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캐릭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쓰나미가 채우지 못한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윤제국 감독은 참 영리한 감독입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에서 보여준 코미디와 드라마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관객들에게 '쓰나미는 언제 나와?'라는 불평을 애초부터 원천봉쇄하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해운대]의 흡입력 강한 코미디와 드라마의 힘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매력적입니다.
특히 저는 젊은 커플인 형식과 희미 커플의 이야기가 꽤 맘에 들었습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부터 시작하여 [로맨틱 아일랜드]로까지 이어진 이민기의 어리버리한 매력과 엉뚱녀 강예원의 사랑 만들기는 한 편의 부담 없는 로맨틱 코미디를 감상하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습니다. 만식과 연희 커플이 별로 어울리지 않았고, 휘와 유진 커플은 너무 재난영화라는 공식에 맞게 설정되어 아쉬웠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오기전의 시간을 가득 채워주고도 남았습니다.


 

형식과 희미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로맨틱코미디의 재미를 고스란히 살렸다.


이제 쓰나미를 터트리기만 하면 되는 거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코미디적인 설정에만 매달리고, 드라마를 강조했다면 [해운대]는 재난영화로써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리한 윤제국 감독은 코미디와 드라마가 유난히 강조된 상황에서도 재난영화로써의 설정은 잊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자신의 실수로 연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만식의 죄책감은 [클리프행어]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할리우드 영화의 오래된 공식입니다. 재난을 미리 예측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려 애쓰는 김휘라는 캐릭터 역시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공식과도 같은 캐릭터입니다. 조금은 뻔하다 싶은 설정과 캐릭터를 [해운대]에 삽입한 윤제국 감독의 의도는 역시 [해운대]가 재난영화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려는 장치가 아니었을까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 장면으로 최악의 재난이 오기 전의 평화로움을 마친 [해운대]는 오랫동안 관객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쓰나미를 비로서 선보입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충실하게 구축해 놓았던 캐릭터들을 쓰나미에 휩쓸리게 만들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려합니다. 영화 초중반에 걸친 코미디에 웃고 드라마에 심취했던 관객일수록 그들이 쓰나미에 휩쓸리는 장면이 더욱 가슴 아팠을 것입니다.
비록 부산 해운대의 고층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 너무 미니어처 티가 팍팍 났고, 몇몇 장면들은 세트 촬영의 어설픔이 드러났지만 컨테이너가 다리위로 떨어지는 장면, 물에 전류가 흘러 사람들이 죽는 장면들은 꽤 실감났습니다. 그 장면들만으로도 깜짝깜짝 놀라며 영화에 집중했으니 최소한 제겐 이 영화의 의도가 성공한 셈입니다.
저는 [해운대]야말로 빈약한 제작비로 이룰 수 있는 최상의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보다는 괜찮았던 점이 더욱 많았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형 재난영화이기에 저는 매우 만족하며 영화 관람을 마쳤습니다.


 

휘와 유진 캐릭터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공식과도 같은 캐릭터이다.

쓰나미 장면은 짧지만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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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코
재밌었어요 극장에서 20번은 사람들과 같이웃고 10번정도는 울뻔하고 그중에 3번은 몰래 울었어요^^(극장이 어두우니까 울었지만 처음울었어요 뭐 자주가지도 않지만^^)
우리나라 영화 이제 근데 정말 잘 만드네요~속으로 많이 감탄했어요.ㅋㅋ
 2009/07/30   
쭈니 감정이 메마른 저는 울지는 않았지만...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밀어부치지 못할 바에는 이렇게 강약조절을 하는 것이 한국형 블록버스터한테는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2009/07/30   
파르코
저는 재수생이라그런지 아무래도 슬프다는게뭔지 이제좀 알겠다는...^^커헉 !
저야말로 영화보고 운다는건 상상도 못햇는데 올해는 왜그런지 울때가 많았어요 엉엉 ㅋ
 2009/07/30   
쭈니 ㅋㅋㅋ
하긴 저도 파르코님 나이대에 영화 보며 운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 제목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였더랬죠. ^^;
하지만 나이가 들면 점점 눈물샘도 메마른답니다.
20대 후반에 애인과 헤어지고 펑펑 운 이후에 아직까지 눈물이 흐른 적이 별로 없는... ^^;
 2009/07/30   
파르코
^ ^ 정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으면 ㅋㅋ,암~사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ㅋ  2009/07/30   
쭈니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닙니다.
하지만 돈은 성적 순입니다.
돈 = 행복이라면 행복도 성적순이겠지만...
행복이 꼭 돈이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죠. (뭔 말인지... ^^;)
 2009/07/31   
이빨요정
개봉하기 전에 감독이 너무 맘에 들지않아서 극장에서 볼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주위 사람들 평이 너무 "혹시?" 하는 생각에..그리고 그다지 여름철에 볼만한 영화도없고 시간도 많고해서 극장에 갔습니다.

상당히 괜찮더군요. 드라마는 진부하고 원래 한국영화에 고질적으로 나오는 코미디를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좀 거시기했는데 일단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감독이 소시민들의 일상을 코미디로 만드는데에는 상당히 재주가 있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재난장면들......
몆몆어색한 장면들이 있긴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쓰나미가 몰아닥치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어색하면 어쩌지 하고.......이런게 한국영화에 어울릴까?
결과는 나름 만족입니다.
이런시도는 처음인데 스펙타클함을 잘 살린거 같았습니다.
영화가 괜찮게 잘 나온거 같아서 안심이군요.

영화끝나고 여자 관객들 다 울던데 음....
이 정도로는 저를 울리지 못합니다.
몆년전 킹콩을 극장에서 보면서 눈물이 주륵주륵 흐른적이 있었죠.
애먹었었습니다.
 2009/08/06   
쭈니 사실 저도 영화를 보기 전엔 조금 불안했었는데...
서민 코미디와 재난영화를 제대로 조합한 것 같아서 나름 만족했던 영화입니다.
저도 이 영화 보며 울지는 않앗는데...
감정이 메말라서일까요? 아님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
 2009/08/06   
이빨요정
아마도.....후자쪽....이 아닐런지..  2009/08/06   
쭈니 ㅋㅋㅋ
그런가요???
너무 정곡을 찌르셔서... ^^;
 2009/08/07   
ssook
주연 배우들이 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살짝 생략해주려고 결심했던 영화인데..오늘 극장에 갔다니 오전 9시 이전부터 인파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우리동네에 그 극장이 들어선지 10년 즈음 되는데, 그리고 나름 그 극장을 많이 애용한다고 생각한 본인이도 질릴정도로 오늘은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조조부터 시작해서 온상영관의 조조타임이 매진이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다음 타임까지 매진이고, 그렇다고 아침 일찍부터 찾은 극장에서 발길을 돌리기도 힘들고 해서 오후에 겨우 예매한 표가 이 영화였어요.
근데 좋아하지는 않지만 역시 설경구와 까까머리 아저씨 김인권은 연기를 잘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형식 배우 이민기가 좋아졌어요... 뭘 울기까지야.. 했는데 그장면은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절대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은 아닌데.. 그렇게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나더라구요. 여튼 국민 배우만 빼면 그럭저럭 만족스런 영화였어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이 영화의 옥의 티는 박중훈이라고.. 박중훈이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이 영화속의 [김휘]라는 배역이 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던것 같아요.. 모든 장면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보는 제가 다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2009/08/16   
쭈니 저도 박중훈의 연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민기 장면에선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는데... 확실히 윤제국 감독은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데 능력이 있는 감독같습니다.
 200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