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국가대표] - 진정성이 느껴지는 패자를 위한 스포츠 영화.

쭈니-1 2009. 12. 8. 23:42

 

 


감독 : 김용화
주연 :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이재응
개봉 : 2009년 7월 29일
관람 : 2009년 8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야호!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직딩의 영원한 로망... 여름휴가가 바야흐로 제게도 다가왔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구피와 맞추지 못한 관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지만,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납니다.
제 여름휴가 계획은 방송통신대 졸업논문쓰기와 영화보기입니다. 2007년 충동적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에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3학년에 편입한 후, 2년 동안 시험기간에만 벼락치기로 죽어라 공부해서 학점을 모두 취득한 저는 이제 졸업의 가장 큰 난관이라는 졸업논문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졸업논문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논문 제출마감 4일 전, 벼락치기를 계획한 셈입니다. 참 저도 대책 없습니다. ^^;
그렇게 졸업논문 벼락치기 계획 속에서도 영화만은 놓칠 수 없다며 영화보기 계획까지 마련한 저는 이미 주말엔 진상 아저씨의 막장으로 보여주며 웅이와 [업]을 관람한 것을 시작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친 우리 영화 [국가대표], [차우]와 신작 [10억],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까지 총 다섯 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처음엔 [명탐정 코난 : 칠흑의 추적자]도 관람 명단에 있었지만 그만 휴가 마지막 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안타깝게 놓쳤습니다.
암튼 오늘 휴가를 마치고 제 여름휴가를 뒤돌아보니, 날치기였지만 졸업논문도 제출하고, [명탐정 코난 : 칠흑의 추적자]는 놓쳤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도 거의 보고, 뭐 나름대로 알찬 여름휴가였습니다. 그래도 여름휴가 내내 바다 한 번 구경 못 한 것은 좀 아쉽긴 하네요.  


 

쭈니의 여름휴가는 칙칙한 이 녀석들과 함께...


이 영화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

사실 [국가대표]는 여름휴가로 인하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면 결코 극장에서 볼 생각이 없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향한 네티즌들의 평가가 상당히 양호한 편이고, [해운대]와 함께 여름의 끝자락에서 한국영화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의 소재 자체가 너무 진부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대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국가대표]는 우리에겐 생소한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실화에 근거해 각색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고난을 이겨낸다는 스토리 라인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빼다 닮았고, 1등이 아닌 꼴찌의 이야기라는 점은 [슈퍼스타 감사용]과 겹쳐집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가대표]가 개봉할 때 솔직히 '또, 패자를 위한 스포츠영화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여름휴가로 인하여 [국가대표]를 보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본 [국가대표]는 이번 여름휴가 때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국가대표]는 분명 [슈퍼스타 감사용]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반쯤 섞어 놓은 듯한 영화이지만 그들 영화보다 진정한 패자를 위한 스포츠영화였습니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소재이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비인기 종목인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소재이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의 활약상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결국 [슈퍼스타 감사용]은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여자 핸드볼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흥행에 기댄 기획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다릅니다. 스키점프는 그런 종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이며, 그들의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을 아는 이들도 거의 없습니다. 결국 김용화 감독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그것도 그들의 활약에 아무도 관심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진정으로 패자를 위한 영화를 만든 셈입니다. 그래서 [국가대표]는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그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무관심한 국민을 대표한 그들은 진정한 국가대표이다.


하정우의 연기에 남몰래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은 나뿐인가?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꼴찌를 위한 영화입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급조된 스키점프 팀. 선수들은 미국에 입양되었다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한국에 온 차헌태(하정우)와 이러저러한 이유로 팀에 모여든 어중이떠중이 선수들이 전부이며, 더 기가 막힌 것은 감독은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출신인 방종삼(성동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이 어디까지나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각색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여자만 밝히는 뺀질이 흥철(김동욱), 참 없어 보이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와 그의 모자란 동생 봉구(이재응), 대표적인 파파보이 재복(최재환)은 영화의 소소한 재미를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분명 헌태입니다. 그의 냉소적인 모습과 말투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어느 사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과 동생을 버린 어머니. 같이 살 아파트가 생기면 꼭 데리러 가겠다던 어머니를 기다리던 헌태의 기다림은 미움이 되고, 또 간절한 그리움이 됩니다. 무뚝뚝한 말투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던 그의 모습이 얼마나 슬퍼 보이던지...
하정우... 그는 분명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최선의 연기를 이끌어냈습니다. [국가대표]에서 하정우의 연기 역시 최고였습니다. 억지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닌 최대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의 연기는 혼자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추태(?)를 보이기 싫었던 절 너무나도 힘들게 하더군요. (덕분에 두 눈에 힘을 팍 주며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 네 연기가 짱이다.


두 손을 불끈 쥐게 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의 묘미

하지만 역시 이 영화가 스포츠영화인 만큼 이 영화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하정우의 감동 연기가 아닌 나가노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면입니다. [슈퍼스타 감사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경우는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긴장감의 강도가 낮았지만 [국가대표]의 경우는 경기 결과를 처음부터 몰랐기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정말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헌태와 흥철, 재복의 멋진 점프... 이제 모든 상황은 마지막 주자의 결과에 달려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제 낡은 기억 속을 헤집고 들어가서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외에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이 있는가?'에 대한 기억을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역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암튼 멋진 결말이었습니다. 결과를 미리 알지 못했기에 더욱 긴장감 넘쳤으며, 주인공들이 점프를 하는 순간을 다이내믹하게 잡아냄으로써 스포츠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김용화 감독이 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랐는지 그 실력을 여실히 증명해 보여줍니다.
나가노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공항에서의 입국 장면이 이전과는 달리 좀 감동을 억지로 쥐어짜는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 이 영화의 감동코드가 영화 전반에 걸쳐 잘 구축이 되어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국가대표]를 보고나서 우리나라에서도 스키점프 선수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로써의 순기능을 해냈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있는 줄도 몰랐던 다른 비인기종목도 영화화되고 더 많은 국민들이 그들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키의 스펠링이 SKY가 아닌 SKI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인거다.

스포츠영화의 진수는 역시 경기 장면에서 묻어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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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swith
방금 전에 보고 왔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무엇보다 스키점프 장면이 정말 멋지더군요~
그리고 Butterfly, I can fly 라는 OST도 너무 좋았구요~
전 선수들의 연습장면이 제일 찡하더라구요.. 그런 환경속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2009/08/13   
쭈니 영화를 보자마자 이렇게 들려주셔서 덧글을 남겨주시다니 감동입니다. ^^
저도 OST도 좋앗고, 연습장면도 찡했습니다.
그리고 스키점프하는 장면... 정말 속 시원하게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2009/08/13   
ssook
백수가 좋은 점이 있기도 하더라구요.
개봉전에 시사회를 했었는데, 회사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절대 몰랐을테고 알았어도 시간때문에 보지도 못했을거에요.. -우리동네 극장 시사회는 무조건 오후 5시부터 선착순으로 티켓을 배포하거든요.. - 동생에게 선심도 써가며 재미있게 봤어요..
사람이 하늘을 나르는걸 보니..같이 날아보고 싶더라구요..
 2009/08/16   
쭈니 저도 백수시절 영화 많이 봤었는데...
지금이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보시길...
그런 기회 앞으로 흔치 않습니다. ^^
 2009/08/16   
주노
영화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근데 완전판이란 이름으로 뒤늦게 에디션 판을 개봉하는 건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처사인 듯한 기분이 드네요.

추가된 부분도 물론 보고싶지만.ㅜㅜ
 2009/10/13   
쭈니 그러게요... 저도 완전판 새로 개봉하는거 보고 약간 어이없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판은 나중에 DVD나오면 보죠. 뭐... ^^
 200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