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엑스맨 탄생 : 울버린] - 수박 겉핥기라도 행복했다.

쭈니-1 2009. 12. 8. 23:25

 

 


감독 : 개빈 후드
주연 : 휴 잭맨, 리브 슈라이버, 다니엘 헤니
개봉 : 2009년 4월 30일
관람 : 2009년 5월 9일
등급 : 12세 이상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참아가며...

가정의 달인 5월의 시작은 제겐 특별히 힘들었습니다. 물론 4월의 마지막 날에 술에 만취한 제 잘못이 크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구피의 과잉반응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꼈었습니다. 쉽게 말한다면 제게 찾아 온 첫 번째 권태기였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워낙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 덕분인지 권태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조퇴하고 [스타트랙 : 더 비기닝], [박쥐]를 본 후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린 저는 다시금 구피를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는 것인 만큼 저와는 다른 구피를 이해하고 구피 역시 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러한 결론을 내리자 모든 것이 편해졌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구피 역시 그런 제 마음이 통했는지 저를 향한 화가 어느 정도 풀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회식이 있고, 제가 술을 주체하지 못해서 만취가 되면 구피와의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것입니다. 그래도 화창한 5월에 급작스럽게 맞이한 위기를 일단 봉합하고 나니 홀가분하더군요.
금요일 저녁, 구피는 제게 '할 일 없으면 영화나 보러가지?'라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직 저에 대한 화가 덜 풀렸기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이는 제 독특한 특성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런 구피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워하며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을 보고 왔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면 야수로 변하는 이상한 쭈니... ^^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의 아쉬움을 달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2000년 [엑스맨]을 처음 만들었을 때 [엑스맨]은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망가뜨린 [배트맨] 시리즈의 뒤를 이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믹스영화가 되었습니다. 암울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와 할리우드 특유의 매혹적인 특수효과, 그리고 선과 악이 불분명한 구분 등,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모아놓은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2003년 개봉한 [엑스맨 2]는 [엑스맨]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완벽한 특수효과와 한층 다양해진 캐릭터의 향연으로 절 완전히 반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씬에서의 순간이동 돌연변이 나이트크로러의 백악관 침투씬은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제게 있어서는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엑스맨 1, 2]의 성공을 인정받아 자신의 일생일대 프로젝트 [슈퍼맨 리턴즈]의 감독 자리를 따냈고, [슈퍼맨 리턴즈]에 밀려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버림받은 [엑스맨]의 세 번째 영화인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러시아워] 시리즈로 흥행감독의 위치에 오른 브렛 래트너 감독에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제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재앙이었습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놀랍도록 매혹적인 [엑스맨]은 브렛 래트너에 의해서 단순하게 때리고 부수는 액션영화가 되어 버렸으며,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은 확연한 구별로 변모되었습니다. 게다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끊임없이 제기했던 울버린(휴 잭맨)의 과거는 브렛 래트너 감독에 의해서 철저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제작사도 그러한 아쉬움을 알았는지 발 빠르게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성공여부는 이 영화가 얼마만큼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의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에 달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형제가 힘을 합쳐 쭈니의 아쉬움을 달래주자.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사랑을 잃은 슬픔까지...

처음부터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기로 한 이 영화는 울버린의 출생의 비밀부터 꺼내듭니다. 하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다스 베이더의 그 대사 '내가 네 아버지다'가 인용된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사실 조금 아쉽습니다. 기왕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이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아버지를 죽인 것에 대한 충격에 휩싸인 어린 로건(훗날의 울버린)과 그의 이복형인 빅터(훗날의 세이버투스)의 관계를 좀 더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빈 후드 감독은 이 장면들을 아주 짧은 오프닝씬으로만 담아냅니다.
울버린의 과거를 그리기로 작정한 영화가 가장 중요한 울버린의 어린 시절을 생략하며 중점적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은 바로 로건이 울버린이 된 사연입니다. 로건과 빅터가 불사의 몸이 되어 각종 전쟁에 참가하며 인간병기가 되고 그로인하여 웨폰X라는 돌연변이들로 구성된 특수부대에 가입하게 되는 상황을 영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그려 나갑니다.
그런 빠른 전개는 로건이 웨폰X에서 벗어나 케일라(린 콜린스)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중반부부터 잠시 멈춰섭니다. 자신의 야수로써의 본능을 잠재우고 평범한 인간으로써의 삶을 살아가던 로건. 하지만 빅터(리브 슈라이버)의 등장으로 로건의 평범한 행복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빅터에 대한 복수에 불타는 로건과 그런 로건의 복수심을 이용하여 로건에게 생체실험을 하는 스트라이커 대령. 개빈 후드 감독은 야수와도 같은 사랑을 잃은 울버린의 울부짖음에 이 영화의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이제 출생의 비밀을 넘고, 사랑의 잃음을 겪은 로건은 울버린이 되어 빅터를 향한 거대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자! 로건, 어서 내게 짜릿한 복수를 해봐.


수박 겉핥기라도 행복했다.

솔직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과 비교해서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엑스맨 : 최후의 전쟁]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양호한 영화이기도합니다. 애초에 [엑스맨]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저로써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지 않는 한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이 성에 찰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철저하게 무시된 울버린의 과거가 마무리 되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만족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울버린의 그 거대한 탄생사를 그려내기엔 1시간 45분이 너무 짧았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중요하게 그려졌어야 할 부분인 어린 시절이 너무 많이 생략된 것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네요. 울버린도 [엑스맨] 시리즈처럼 차라리 3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욕심은 바로 그러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행복했고, 앞으로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성공으로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각종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탄생기도 영화로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소식까지 접하고 나니 더더욱 행복감이 엄습합니다.
분명 이 영화는 울버린의 과거사에 대한 수박 겉핥기의 아쉬움을 안겨준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제가 [엑스맨] 시리즈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발 다음 프리퀄에서는 좀 더 나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 정도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아닌 '완벽한 부활에 너무 행복하다.'라고 외칠 수 있겠는데... 어떻게 안 되겠니???


 

언젠가는 내 프리퀄도 나올 테니 눈 여겨 보라고.

우리 모두 다음 프리퀄에서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나타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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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walker
몇년째 눈팅만 하는 사람입니다.
언제 한번 리플을 달았는데 닉이 생각이 안나는군요. 하~~
친구들중 결혼한 녀석의 경우 아예 결혼전에 그런 부분을 부인될 사람과 대화를 통해 말을 맞춰놓는 녀석도 있더군요.

아직 30대 초반의 총각이라 잘은 모르지만 가재는 게편이라고 같은 남자라 그런진 모르겠는데 글씨는걸 보면 술에 쩔어사시는 분도 아니고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한번씩 그러는건 구피님께서 이해를 해줬으면 하네요.

술로 카드값 수십만원씩 날리고 부인 몰래 연애질하고 도박으로 돈 날려먹는 전혀 건전치 못한 취미를 가진 남자들도 많은데 이처럼 순수하게 돈도 별로 안 들고 문화적인 취미인 영화 좋아하는 남자라면 그깟 한번씩 잇는 술실수 머 어떻습니까! 하하


 2009/05/21   
Daywalker
극장갈 형편이 아니라 잘은 못가지만 저도 울버린을 볼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울버린캐릭터에 대해 생각해보면은 약간은 고전이랄까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마초적인 인상의 올드한 느낌을 주는데 타히어로와 차별화되는 울버린만의 이미지죠. 헐크나 스파이더맨처럼 평소 꺼벙하면서도 유약한 이미지도 아이언맨 배트맨처럼 쿨하고 젠틀한 갑부도 아닌 가진건 없지만 남성성을 느끼게 만드는 울버린만의 야성.
전 그게 좋답니다.
영화를 보고 단점을 꼽으라면 그 와일드함이 조금 부드럽게 표현됐다랄까요! 그래도 정도가 심하진 않았고 울버린만의 매력을 꾀나 표현해냈기에 충분히 좋았습니다.
 2009/05/21   
쭈니 Daywalker님... 먼저 제 편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역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가 좋습니다.
특히 과거를 모른다는 설정이 좋았는데 [엑스맨 3]에서는 그 부분이 통째로 생략되어서 상당히 분노했었죠. ^^
암튼 이번 영화 역시 만족스럽지는 그래도 궁금했던 울버린의 과거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
 2009/05/22   
이빨요정
엑스맨을 한번도 재미있게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킬링타임 무비를 대하듯이 보았습니다.

솔직히 1,2편은 연출자가 드라마에 강렬한 드라마와 어설픈 액션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3편은 말그대로 첨단 특수효과와 거대물량으로만 밀어붙이는킬링 타임용 무비느낌이었습니다. 1,2 편들을 의식해서 어설픈 드라마를 약간 넣었는데 어색한 느낌이었지요.

이번 스핀오프에서는 1,2편보다는 3편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솔직히 최악이었습니다.
수십명의 캐릭터들간의 조화가 아닌 울베린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만 전개를 했는데도 산만했고 너무 가볍고 말그대로 만화스러웠습니다.
무거운 주제의식같은 것을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액션장면을 만들때 신경을 써줘야했다고 봅니다.
너무 허술하게 만든것같습니다.
워낙 원작이나 제작비가 빵빵하다보니 필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않느껴지더군요.
요즘 블럭버스터들이 가장 실수하는 문제입니다.
원작이 너무 좋아서 잘만 만들면 걸작이 나올수도 있는데 안타깝군요.
좀 신경좀 써줬으면 합니다.
 2009/08/16   
쭈니 이빨요정님은 실망이 크셨나봅니다.
[엑스맨]을 한번도 재미있게 보신 적이 없다고 하시니... 뭔가 대단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
전 [엑스맨 1, 2]를 상당히 재미잇게 봤습니다. 3편에 실망했고, 이번 [울버린]도 솔직히 별로지만 그래도 3편보다는 나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
 200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