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 - 웅이만 즐거우면 됐다.

쭈니-1 2009. 12. 8. 23:22

 

 


감독 : 사토 준이치, 야마구치 스스무
더빙 : 나카타 조지, 이스투코 코자코라, 와타나베 쿠미코
개봉 : 2009년 4월 30일
관람 : 2009년 5월 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4월의 마지막 날을 술로 망쳐버림으로써 5월의 첫 날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문제는 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저로써는 직장 동료들과 침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술이기에 술이 항상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끊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양을 줄여야하는데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새 제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저를 마시는 형국이 되어버려서 나도 모르게 필름이 끊어져버립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에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4월의 마지막 날처럼 제어가 안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암튼 술 실수로 인하여 화가 잔뜩 난 구피는 그래도 5월 5일 어린이날은 그냥 보낼 수가 없었는지 제게 말도 안하고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를 예매해 버렸습니다. 지은 죄가 있기에 항변도 못하고 구피가 정한 시간에 맞춰 웅이와 영화를 보러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웅이는 이번엔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가 보기 싫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유는 극장에 가면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제게 극장은 답답하니 차라리 야구장에 가자고 하더군요. 야구장은 답답하지 않다고... 구피는 '무슨 야구장이야. 그냥 영화 봐.'라고 선언해 버렸고, 엄마의 기세에 눌린 웅이는 '그럼 뭐 어쩔 수 없지.'라며 금세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이유로 원치 않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된 저와 웅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이는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를 재미있게 봤지만 극장에 가면 속이 답답하다는 웅이의 말이 자꾸 제 귓가를 떠나지 않네요.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답답함을 애써 감추고 억지로 극장에 끌려 다녀야 했던 웅이에게 미안해졌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며 맘껏 뛰어놀아야하는 웅이를 지금까지 컴컴한 극장에 가둬놓고 영화보기를 강요했다니... 이제 웅이와 극장에서 영화보기도 한동안 못할 것 같습니다.


 

으흐흐흐~ 누가 감히 구피한테 반기를 드느냐?


웃기는 개구리 외계인이 돌아왔지만...

1년 전, 웅이 때문에 별 기대 없이 보게 된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천공 대결전]은 제게 의외의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일부러 TV 시리즈를 찾아서 봤고, 엉뚱한 개구리 외계인의 소동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는 단순히 웅이 때문에 억지로 보게 된 다른 어린이 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기대감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천공 대결전]과 비교해서는 재미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거리인 엉뚱한 개구리 외계인의 대장인 케로로의 웃기는 활약 담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곧바로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나타난 이상한 아치를 제시하고 아치에 얽힌 비밀들을 케로로 소대원이 풀어내는 것으로 진행시킵니다.
결국 이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간 셈인데 문제는 제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케로로 소대원의 개성이었기에 그러한 부분들이 싹둑 잘려나가자 뭔가 허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부분이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를 제겐 재미없게 만든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미 TV 애니 채널에서 케로로 소대원의 유머 넘치는 엉뚱함을 맘껏 만끽한 어린아이들이야 그러한 부분이 삭제되었어도 관계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 영화를 만난 저로써는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들이 생략된 것이 가장 아쉬웠고, 그 아쉬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내가 좀 더 바보같지 않아서 재미없었단 말이냐?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졌다.

뭐, 어른인 제가 재미없다고 해서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를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주요 관객층은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 관객들이고, 그러한 주요 관객층 중 하나인 웅이는 분명 이 영화에 상당한 만적감을 표현했으니까요.
웅이가 이 영화에 만족감을 표현하는 데에는 흥미진진한 용의 등장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케로로 소대원의 웃기는 모험담을 좀 더 즐기고 싶었던 저는 케로로 소대원들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용으로 변신해서 오히려 아쉬웠지만 공룡에 푹 빠져있고, 용에 관심을 보이는 전형적인 남자 아이인 웅이는 화면을 가득 메운 다섯 마리 용의 활약 담이 흥미진진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어린이 관객에 딱 맞춘 결론은 더더욱 웅이를 환호하게 만듭니다.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전형적인 해피엔딩의 구조 속에서 기존 캐릭터의 맛 뵈기 출연과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은 웅이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 줬습니다.
구피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그 동안 그토록 원했던 (환율이 올라서 가격도 엄청 상승한) 익룡 피규어를 손에 넣은 웅이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싱글벙글 입니다. 하지만 술에 만취한 죄의 대가로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한 채 안절부절 하고 있던 저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어쩌면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에 대한 웅이와 저의 만족도의 차이는 그러한 개인적인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찌되었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영화의 감상에 영향을 끼칠 테니까요. 푸르른 어린이날, 쭈니의 우울한 영화 일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는 술을 만취하도록 안 마시겠소이다. 그러니 한번만 용서해 주시오.

최소한 가정의 달 5월만이라도 술에 취해서 반쯤 감긴 눈으로 집에 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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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요정
이런것도 개봉하는 군요...-_-
일본만화는 왠만한것은 다 챙겨봤지만 요즘나오는거 그중에서 케로로는 말로만 들어봤지 보지를 못했습니다.
일단 아동틱해 보여서 그렇지요.

사진 보니 정신없군요. 건담이 나오질않나.
이런거 만드는거 보면 일본이 정말 애니메이션 강국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단하지요.
 2009/05/11   
쭈니 저도 케로로가 얘들 만화같아서 안봤었는데 우연히 한번 보고나니 은근 재미있더군요.
분명 아동틱한 것도 사실이고, 어찌보면 유치하기도합니다.
하지만 생각없이 웃기에는 딱 맞는 애니같습니다. ^^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