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몬스터 VS 에이리언] - 캐릭터 산업보다 영화적 재미에 신경 써라.

쭈니-1 2009. 12. 8. 23:22

 

 


감독 : 롭 레터맨, 콘라드 버논
더빙 : 리즈 위더스푼(한예슬), 세스 로겐, 휴 로리, 윌 아넷
개봉 : 2009년 4월 23일
관람 : 2009년 4월 2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의 위력은 대단하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제게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일찌감치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동심을 잃어버린 구피는 [몬스터 VS 에이리언]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구피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돈 내고 보는 것은 싫다고 하고, 그렇다고 혼자 보기는 더더욱 싫고, 그럴 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바로 웅이입니다.
그러나 웅이도 한 마디로 딱 잘라 거절하더군요. 하긴 공룡만 좋아하는 웅이가 공룡이 아닌 괴물과 외계인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죠. 하지만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죠. 저와 같은 불쌍한 어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입니다.
장난감이 아무리 많아도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해서 가지고 싶어 하는 웅이의 욕망을 꿰뚫어 본 저는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를 먹고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캐릭터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웅이에게 가져 다 주었습니다. 한동안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지 못했던 웅이는 당연히 제가 가져온 장난감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고, 저는 웅이에게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아빠와 함께 보러 가면 영화를 보고나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을 것이며 그렇다면 이러한 장난감을 더 가질 수 있다는 꼬드겼습니다.
효과는 100%였습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웅이는 어서 빨리 [몬스터 VS 에이리언]보러 가자고 조르게 되었으며, 제 만행을 눈치 챘지만 애써 모르는 척 눈감아준 구피의 도움 속에서 저는 웅이와 결국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웅이는 새로운 캐릭터 장난감을 갖게 되었고, 저는 보고 싶었던 영화를 웅이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WIN-WIN 전략인 셈이죠. ^^


 

쭈니의 선택은 외계 로봇이었고,
웅이의 선택은 귀여운 아기 몬스터 인섹토사우르스였다.


드림웍스... 이제 캐릭터 산업의 재미에 빠져들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이제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곧 픽사 애니메이션이 되었지만 저는 아직도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과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을 따로 즐기고 싶으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디즈니와는 달리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드림웍스의 설립 초기 선언을 아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동향을 보면 모든 애니메이션들이 픽사를 뒤쫓아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디즈니는 더 이상 셀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드림웍스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별다른 소득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처럼 보입니다. 할리우드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은 후발주자인 픽사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3D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유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각 회사마다 개성이 다른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싶은 제겐 상당히 아쉬운 변화입니다. 셀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대로 재미있고, 3D 애니메이션은 3D 애니메이션대로 재미있는 법이며, 디즈니처럼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초기 드림웍스처럼 성인 취향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져야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특히 드림웍스는 초기 [이집트의 왕자], [개미]와 같은 나름대로 진지한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버리고 [슈렉]의 메기톤급 흥행성공에 힘입어 [쿵푸 팬더]와 같은 캐릭터를 중시하는 애니메이션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소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차별점이 있긴 하네요.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를 중시하는데 반에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그러한 드림웍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우리들이 드림웍스의 새로운 캐릭터 상품들이란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대결은 별거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한 영화입니다. 각기 개성이 다른 몬스터 캐릭터들과 우스꽝스러운 꼴뚜기 외계인 갤렉사는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의 훌륭한 장난감이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영화의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대단한 점은 어른이 봐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스토리의 흡입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픽사 애니메이션이 캐릭터 장난감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초기 [토이 스토리]는 원래 장난감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기에 캐릭터 장난감의 존재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최근에 [카], [월-E]에 와서야 캐릭터 장난감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뒤늦게 캐릭터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게 된 픽사라고 해도 여전히 그들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최고 강자입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그렇기에 아쉽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몬스터가 된 이들이 지구를 침략하려는 외계인을 쳐부순다는 단순한 내용 속에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흡입력은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저 ‘하하호호’ 영화를 보며 생각 없이 즐기고, 영화 속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며 맥도날드를 향해 달려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캐릭터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영화([몬스터 VS 에이리언]의 알려진 제작비는 1억7천5백만 달러입니다.)에서 극장 수입 외에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캐릭터 산업 진출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영화의 스토리가 제대로 갖춰지고 그로인한 영화적 재미가 인정될 때 그 값어치가 있는 것입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보면 이 영화가 관객을 위해 만든 영화인지, 아니면 캐릭터 장난감을 위해 만든 영화인지 헷갈립니다.


 

뭐야? 영화의 스토리가 왜 이리 빈약한 거야?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은 NO!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 점점 아동취향 적으로 변하며 스토리보다는 캐릭터 산업에 치중을 하게 된다면 저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어른들은 점점 설 곳을 잃게 됩니다. 제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에 환호했던 이유는 디즈니와는 다른 그 독특한 그림과 진지함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을 소재로 한 [이집트의 왕자]는 솔직히 기독교인이 아닌 입장에서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개미]는 비록 영화적인 재미에서 픽사의 [벅스 라이프]에 밀렸지만 독특함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습니다. [슈렉]의 디즈니 비틀기는 정말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최고 진수였습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보고 나오며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극장으로 끌려나온 어른들의 피곤한 모습이 어쩌면 조만간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들이 점점 어린이에게 맞게 변해간다면 저 역시 언젠가는 웅이의 손에 이끌려 보기 싫은 애니메이션을 억지로 보러 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만화영화를 보며 뭐 그렇게 바라는 것이 많으냐?'며 핀잔을 주는 분들을 향해 저는 자신 있게 외칩니다. 우리들은 원해야 한다고... 애니메이션의 주요 관객층은 분명 어린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손에 이끌려 극장에 오는 것은 어른들이고 그들도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아직도 동심을 버리지 못하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애니메이션과 같은 원색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어른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러한 작은 외침들이 돈 벌이에 눈이 멀어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캐릭터 산업에 더 눈길을 돌리는 [몬스터 VS 에이리언]과 같은 애니메이션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봐. 우린 어른 관객들의 재미도 책임질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계속 이런 식이면 어른 관객들은 언젠가는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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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소문으로는 드림웍스 치고는 .. 영 아니라는 ....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
역시나 사실인가보군요 .
 2009/04/29   
쭈니 뭐 제가 보기엔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관점이니 Park님은 재미있으실지도... ^^
 2009/04/29   
액션영화광
드림웍스의 애니는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서 익숙한 반면, 픽사의 애니는 언론에 노출이 많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적 재미도 캐릭터도(솔직히 저는 쿵푸팬더 빼고는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슈렉도 그저그런) 저에게는 픽사가 더 좋지만,
드림웍스가 더 흥행이 잘되는 것 같습니다.
 2009/05/02   
쭈니 우리나라에선 드림웍스가 더 흥행되는지 모르지만 미국에선 그래도 픽사가 최강이죠. ^^  2009/05/02   
이빨요정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지만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정말 별루 입니다.
정확히는 3D 애니메이션을 싫어하지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 깊이나 독창성, 작가주의 색다른 재미와는 다르게 정말 애니계의 블럭버스터라고 할수 있었던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만의 그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이 요즘에는 없습니다.
라이온킹의 웅장함이나 인어공주의 화려함, 아기자기함이 요즘 3D 애니메이션에서는 도저히 느낄수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3D 애니메이션을 몆편 극장에서 봤지만 솔직히 전혀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지요.
과거 90년대 토이스토리를 보고 상당히 기발함은 느꼈지만 솔직히 요즘처럼 완전히 애니메이션 시장을 3D가 점령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셀 애니메이션에서 느낄수있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3D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마치 요즘 블럭버스터들이 CG기술이 발달해서 실사촬영보다는 CG작업으로 밀어붙여서 스스로의 한계속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냥 기술만 있는것이지요.
기술자체가 계속 끊임없이 발달하기 때문에 오랜시간이 지나면 엉성해보여서 당시에 느끼던 감흥이 않납니다.
요즘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를 보면 좀 엉성하지요.
너무 첨단 기술로만 밀지 말고 좀 다르게 시도를 해봣으면 합니다.
셀애니메이션과 3D의 적절한 조합이라든지 말이지요.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주절주절 말이 많은것같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몬스터VS에일리언" 보다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가
좀 더 나은거같아요.
 2009/05/05   
쭈니 아! 저도 진정 셀 애니메이션이 좋습니다.
물론 3D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애니메이션이 모두 3D로 만들어진 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이빨요정님이 언급해주신 [라이언 킹]의 웅장함, [인어공주]의 화려함... 정말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네요.
[미녀와 야수]. [알라딘]도 정말 좋았는데... 조만간 셀 애니메이션도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요? 디즈니의 그 유구한 역사가 짧은 3D 애니메이션의 유행에 막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개인적으로는 [몬스터 VS 에일리언]도 별로였지만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도 별로였습니다. ^^;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