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푸시] - 문제는 1편으로 끝나기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쭈니-1 2009. 12. 8. 23:16

 

 


감독 : 폴 맥기건
주연 : 크리스 에반스, 다코타 패닝, 카밀라 벨, 지몽 운스
개봉 : 2009년 3월 19일
관람 : 2009년 3월 19일
등급 : 15세 이상

혼자 볼 수도, 그렇다고 같이 볼 수도 없는...

요즘 구피는 회사일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며 집에 돌아오면 머리를 싸매고 앉아 컴퓨터와 씨름을 합니다. 다른 것도 아닌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는데 방해할 수도 없고, 결국 저는 혼자 TV를 보다가, 새벽 1, 2시까지 공부하는 구피를 기다리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잠자리에 듭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구피에게 영화 보러가자고 조르기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 극장에서 혼자 보는 영화가 부쩍 늘었습니다. 3월에만 해도 [레볼루셔너리 로드], [프로이드 vs 닉슨]을 혼자 봤으며, 2009년 극장에서 본 17편의 영화중에서 구피와 함께 본 영화는 고작 7편에 불과합니다. 이제 제 영화 라이프에서 구피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푸시], [그랜 토리노]등 기대작이 한꺼번에 개봉하던 지난주, 저는 구피에게 조심스럽게 '우리 영화 보러가자.'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공부에 집중하던 구피는 '공부 때문에 안 돼. 주말에 보자.'라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전 구피가 좋아할만한 장르의 영화인 [푸시]로 유혹해봤지만 공부를 방해하지 말라는 구피의 핀잔만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봤습니다. 구피가 [푸시]라는 영화에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목요일, 시간을 내서 혼자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구피는 제게 '어떻게 [푸시]를 혼자 볼 수 있냐?'며 섭섭해 하더군요. 저는 '네가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라며 변명을 했지만 구피의 섭섭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푸시]를 보는 바람에 오랜만에 구피와의 영화 데이트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급 변경되었지만 앞으로 영화를 보려면 머리가 복잡해 질것 같습니다. 혼자 봐도 되는 영화인지, 구피와 꼭 같이 봐야하는 영화인지 구별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다음부터 내가 보고 싶은 영화 혼자 보러 가면 그림처럼 죽을 줄 알아.


정확히 [점퍼]와 비슷하다.

[푸시]는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와 그들을 인간병기로 이용하려는 국가기관 디비전의 싸움을 그린 영화입니다. 스토리만 봐서는 TV시리즈 [히어로즈]와 닮았으며, 순간이동 초능력자인 점퍼와 점퍼를 처단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팔라딘의 싸움을 그린 [점퍼]와는 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슈퍼히어로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그와 비슷한 초능력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인데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초능력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슈퍼히어로영화들과는 달리 악당이 아닌 국가기관 혹은 거대한 권력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선과 악의 구별이 희미해진 것입니다.
[점퍼]가 그러합니다. 분명 주인공은 순간이동 초능력자인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이지만 데이빗은 자신의 초능력을 악을 물리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닌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합니다. 점퍼에 맞서는 팔라딘은 점퍼를 잔인하게 학살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 아닌 점퍼의 위험한 능력이 인류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점퍼는 선이고 팔라딘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법이 [점퍼]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젊은 점퍼의 정신적인 성장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푸시]는 [점퍼]와 비슷하지만 [점퍼]에 비해서는 선과 악의 구별이 뚜렷합니다. [점퍼]의 팔라딘과는 달리 [푸시]의 디비전은 초능력자들을 실험실의 쥐 취급을 하며 그들을 이용하여 강력한 인간병기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비전 역시 초능력자들로 그들은 국가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신념이 있으며 그들이 보기엔 초능력을 국가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숨어버리는 이들이 비겁한 배신자로 보일 뿐입니다. 슈퍼히어로영화에서 일상적으로 봤던 지구를 정복하고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악당과는 차원이 다른 셈입니다.  


 

우리도 점퍼처럼 순간이동 초능력이 있으면 이 고생하지 않을 텐데...


같은 초능력자간의 흥미로운 배틀

이렇게 삐뚤어진 애국주의로 똘똘 뭉친 초능력자들의 단체인 디비전과 디비전의 추격을 피해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초능력자들의 싸움은 같은 초능력을 가진 이들 간의 흥미로운 배틀로 진행됩니다.
물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무버인 닉(크리스 에반스)은 같은 능력을 지닌 디비전의 요원과 싸움을 벌이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워쳐인 캐시(다코타 패닝)는 중국인 워쳐와 피 말리는 두뇌싸움을 벌입니다. 초능력자와 디비전의 싸움에 키를 쥐고 있는 키라(카밀라 벨)는 상대방의 기억을 조작해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의 푸셔로서 디비전의 핵심인물이며 푸셔인 헨리(지몽 운스)에게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간의 배틀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푸시]는 이들 외에도 냄새를 통해 초능력자를 추격할 수 있는 스니프, 물체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쉬프터, 스니프가 추격하지 못하도록 보호할 수 있는 쉐도우, 인간의 소음으로 어떠한 물체도 파괴시킬 수 있는 블리더, 어떠한 기억도 지울 수 있는 와이퍼 등 다채로운 초능력자들을 한꺼번에 출연시킴으로써 공간이동이라는 단 한 가지 초능력자만 등장했던 [점퍼]에 비해 다양한 볼거리를 추구합니다.
특히 미래를 볼 수 있는 워쳐간의 두뇌 싸움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 영화의 초반부터 닉과 캐시의 죽음을 정해 놓은 채 각기 다른 초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해진 미래를 역이용하는 반전은 [푸시]가 꽤 똑똑한 SF영화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귀여운 아이에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고 있는 다코타 패닝의 풋풋한 모습은 이 영화의 보너스. 이만하면 [푸시]는 볼거리가 꽤 다양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여운 아이에서 어엿한 숙녀로... 그녀의 술 취한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긴 이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푸시]는 [점퍼]보다 재미없었습니다. 분명 [점퍼]와 비교해서 볼거리가 더 풍부했지만 그러한 풍부한 볼거리가 제겐 오히려 문제가 되었습니다.
제게 문제가 된 것은 바로 복잡함입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캐시가 정해진 미래를 이용해서 반전을 이루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순간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사기가 든 가방을 차지하기 위한 닉의 계획도 찬찬히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인 주사기가 든 가방이 왜 그리도 중요한지 여전히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가장 강력한 워쳐인 캐시의 어머니가 오래 전에 세워둔 계획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그 중요한 인물을 우린 이 영화에서 아주 잠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푸시]의 진정한 주인공일지도 모를 그녀를 만나는 것은 2편에 가서야 가능한데 이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를 거둠으로써 2편을 만날 기회를 우리는 박탈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푸시]는 그리다가 말아버린 그림에 불과한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뭐 사정은 [점퍼]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점퍼]는 데이빗의 성장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푸시]는 너무 많은 캐릭터와 초능력자들이 난무하여 스토리를 복잡하게 꼬아 놓았으며, 그렇게 꼬인 스토리를 풀어버리려면 앞으로도 [푸시] 한 편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더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푸시]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2편이 나온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이 영화에게 2편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네요. [점퍼]의 2편도 기다리고 있는 제게 [푸시]의 2편까지 기다려야하니... 과연 할리우드는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의 2편을 만들어 줄까요?


 

짝퉁 벤 에플렉은 2편에서 진품 크리스 에반스로...

짝퉁 안젤리나 졸리는 2편에서 진품 카밀라 벨로...

짝퉁 사무엘 L. 잭슨은 2편에선 진품 지몽 운스로 재 평가받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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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지난주 일요일에 제가 애용하는 롯데시네마 VIP회원이라고 초대권을 주더군요.
낼름 가져가서 고민했습니다. [그랜 토리노],[푸시],[슬럼독 밀리어네어]중에서죠.
셋 다 보고싶지만 아쉽게도 [그랜 토리노]는 포기하고 둘중 고르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푸시]에 더 마음이 기운것이,
푸시같은 SF는 극장에서 보면 좋은데, 드라마적인 장르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약간 고민되더군요. 벌써 인터넷에 DVD 파일도 뜨고,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이라 믿고 들어갔습니다.
선택이 옳은 것 같네요^^

그래도 [푸시]도 꽤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아쉽군요.
이제 시험대비기간이라 영화를 많이 못 볼 것 같아요.. ㅠㅠ 쭈니님 영화평을 애용하겠습니다.
 2009/03/23   
쭈니 벌써 답글을 남겨주셨군요.
사실 회사에서 야근하며 급하게 적은 것이라서 글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지금 좀 손을 볼까하고 들어왔는데... ^^;
암튼 [푸시]와 [슬럼독 밀리어네어] 둘중에 고르라면 저도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골랐을 것입니다. 대니 보일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잇고...
이제 시험대비기간이라니...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2009/03/23   
ssook
급작스레 백수가 된 관계로 조조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늘어난 아침잠으로 인해 그닥 잦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근데 전 히어로즈는 보다가 정말 제 취향이 아니어서 말았고, 점퍼는 더더욱 볼 생각이 없는지라 그저 [엑스맨]처럼 세상에 돌연변이라 인식되어지는(?) 자들의 생존게임 내지는 주도권 싸움?? 그정도로 인식되어지더라구요...
그나저나 다코다 패닝.......많이 컸데요............
 2009/03/26   
쭈니 [엑스맨]과도 비슷하긴 하지만 분위기는 분명 [점퍼]와 거의 같습니다.
[푸시]가 재미있으셨다면 [점퍼]도 한번 보심이...
그나저나 다코타 패닝은 많이 컸죠? ^^
 2009/03/26   
이빨요정
언제나 그렇듯 소재는 좋았는데 역시 풀나가는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배우들을 제대로 못살린듯한 약간 성의 없는 연출...
 2009/04/19   
쭈니 ㅋㅋㅋ
좋은 배우들과 좋은 캐릭터와 좋은 설정이 있으니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9/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