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작전] - 개미 투자가들을 위한 충고 혹은 대리만족 퍼레이드.

쭈니-1 2009. 12. 8. 23:11

 

 


감독 : 이호재
주연 : 박용하, 김민정, 박희순
개봉 : 2009년 2월 12일
관람 : 2009년 2월 21일
등급 : 15세 이상

나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자꾸만 제게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간혹 이런 영화가 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데 보려고 마음먹으면 뭔가 일이 생기거나 시간대가 안 맞고, 그렇게 자꾸 영화를 볼 기회를 놓치다가 보면 어느새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여 결국은 나중에 비디오 출시 후 보게 되는 그런 영화 말입니다. 지금 현재로써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그렇습니다.
계속된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피곤에 절어 있어 달콤한 토요일엔 늦잠이 너무나도 필요했지만 저는 제 징크스를 알기에 아주 독한 마음을 먹고 토요일의 늦잠을 포기한 채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구피는 회사에 나가야한다고 일찌감치 준비해서 나가고, 구피를 배웅한 저는 침대로 다시 향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막상 극장에 도착한 제가 본 영화는 [작전]이었습니다.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40분에 달하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간대가 맞지 않았고, 마침 시간대가 맞는 영화로 [말리와 나], [문 프린세스 : 문 에이커의 비밀]이 있었지만 막상 제가 선택한 영화는 [작전]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솔직히 지금도 제가 왜 [작전]을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하나의 단서가 있다면 영화를 보러가는 도중에 영화는 다운로드로 봐야한다고 우기는 친구 녀석과 통화하며 한국영화의 영화 산업을 위해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설전을 벌였었습니다. 그때 친구 녀석은 '결국 너도 한국영화가 아닌 미국영화 보러가는 거잖아. 그러면서 무슨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척 하냐?'라며 강력한 펀치를 제게 날리더군요.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작전]을 본 이유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볼 수 없다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국영화를 보자는 충동이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암튼 [마린보이]에 이어 2009년 한국영화의 주류임을 외치고 있는 한국형 스릴러의 두 번째 영화 [작전]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쭈니 같은 얼치기 애국자가 많아야, 우리 같은 영화쟁이가 돈을 벌수 있지.


새로운 소재는 자꾸 개발되어야 한다.

[작전]은 주식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영화입니다. 이미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우리나라도 범죄 스릴러영화가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한 상황에서 [작전]은 주식시장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제시한 것입니다. 일단 제가 [작전]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그러한 개발 정신입니다. 새로운 소재가 자꾸 개발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식상함이 한국영화를 잡아  먹을 것을 알기에 힘이 들더라도 자꾸만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1997년 만들어진 [박대박]이 좋은 예가 될 수도 있겠네요. 당시는 코미디영화가 우리영화계의 주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양영철 감독은 당시 너무나도 생소했던 법정 드라마를 코미디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법정 드라마와 코미디의 만남은 당시 꽤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흥행에 대실패를 거두었습니다. 당시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이정재와 코믹 연기의 달인 주현이 법정에서 서로 싸워야하는 부자 연기를 맡아 캐스팅도 꽤 잘 된 편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가 법정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버렸었습니다. 그 후 법정 드라마와 코미디의 접목은 물론 법정 드라마 자체도 우리영화에선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박대박] 때문에 우리영화에 법정 드라마가 없다는 것은 억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박대박]이 법정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우리는 법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작전]이 주식시장을 소재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전]은 새로운 소재의 발굴에 멈추지 않고 그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그러한 우려와 함께 [작전]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소재의 영화를 개발하려면 완벽한 준비와 작전이 필요하답니다.


주식에 대해선 문외한도 즐기기 위해서...

일단은 [작전]의 새로운 시도는 꽤 성공적이라고 판단됩니다. 범죄 스릴러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주식이라는 새로운 소재도 적절하게 이용합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식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와 같은 문외한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게끔 스토리 자체가 꽤 깔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나서 혼자 곰곰이 스토리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범죄 스릴러영화에서 그런 수고쯤은 당연한 일이겠죠.
[작전]이 그렇게 주식이라는 특정 소재를 삼았으면서도 보편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단순함 덕분입니다. 주식으로 모든 것을 말아 먹고 5년 동안 독학으로 주식 투자의 도사가 된 강현수(박용하)가 조폭은 황종구(박희순)의 작전에 어쩔 수없이 말려들며 벌어지는 이 영화는 다른 범죄 스릴러영화처럼 스토리를 꼬아 놓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단순화된 캐릭터의 성격만 쫓아가다보면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별됩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범죄 스릴러의 복잡한 게임들이 [작전]에도 여지없이 펼쳐지지만 이미 누굴 믿어야하고 누굴 믿지 말아야할지 파악한 상황에서 이 영화가 제시한 게임은 단지 하나의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만약 다른 영화였다면 그러한 캐릭터의 단순함을 저는 꾸짖었을 것입니다. 스릴러영화에서 아군과 적군을 처음부터 드러내 놓는다면 그것은 카드게임을 하며 자신의 패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상황이 다릅니다. 주식이라는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해선 어느 정도 기존의 영화적 재미에 대한 포기가 필요한 법인데 [작전]은 단순화된 캐릭터를 통한 단순한 스토리 전개를 선택한 것입니다. 덕분에 생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내려도 내용을 쫓아가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불상사는 최소한 제겐 없었습니다.


 

주식의 문외한들을 위해서 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께.


스릴러의 재미를 어느 정도 포기했지만...

[작전]은 범죄 스릴러영화답게 마지막에 반전을 제시하려합니다. 물론 그러한 반전은 이미 웬만큼 스릴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뻔히 보일 정도로 허술합니다. 다시 말해 스릴러영화로 [작전]을 평가한다면 낙제점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작전]이 그렇게 스릴러영화의 재미를 포기하며 얻은 것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성과입니다. 그것이 바로 어쩔 수없이 개미 투자가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위한 우화와 대리만족입니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거 한탕을 노릴 것입니다. 힘들여 직장에서 일을 하며 받아가는 쥐꼬리만 한 월급이 몇 배, 아니 몇 십 배로 뻥튀기되어 내게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전문적인 지식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듭니다. 그 중엔 얼마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었다가 좌절에 빠지는 사람도 있으며, 작은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거액을 벌어들이는 작전의 진실을...
황종구 일당이 개미 투자가들을 이용하여 몇 백억 대 주가 조작을 하는 모습은 돈 많은 이들이 돈 없는 이들을 이용해서 어떻게 자신의 돈을 부풀려 나가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에에 불과합니다. '억'소리 나는 그들의 작전에 휘말리는 개미 투자자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란 욕심을 결코 버릴 수 없는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모습은 그런 욕심을 결코 버릴 수 없는 개미 투자가들을 위한 대리만족입니다. 전형적인 개미 투자가에 불과한 강현수가 황종구에게 한 방 먹이고 보란 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유서연(김민정)이라는 섹시하고, 돈 많고, 권력까지 있는 잘난 여자를 친구 삼았으니 현수의 모습이 더더욱 부러울 수밖에... 이 개미 투자가들을 위한 작은 우화는 범죄 스릴러라는 탈을 쓰고 새로운 소재 개발이라는 임무를 완성하였습니다. 그것으로 [작전]은 맡은 바 임무를 다 한 셈입니다.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너희는 개미에 불과해.

개미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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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저는 핸드폰보고 왔는뒈 .. ㅋㅋㅋㅋ
예상보다 분위기가 가벼워서 ㅠㅠ
안타까웠어요 ..
 2009/02/23   
쭈니 어쩌면 조만간 [핸드폰]도 충동관람해버릴지도... ^^  2009/02/23   
액션영화광
오늘 제 생일이라서 [작전]보려고 했는데, 차마 못봤네요.
ㅠㅠ [작전] 많이 기대됐는데...
 2009/02/23   
쭈니 어쩌시다가 차마 못보셨는지...
뭐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볼만 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식시장의 약육강식이 꽤 인상적이더군요.
아직 기회가 있으시다면 나중에 비디오라도 보시길... ^^
 2009/02/24   
이빨요정
한국영화가 올라왔군요.
요즘 어느 정도 규모있고 새로운 시도의 한국영화가 ㅁㅕㅈ편씩 개봉을 하는데 솔직히 보고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극장에서 개봉당일날 봤겠지만 올해부터는 정말 재미있는, 적어도 극장에서 보고 영화표값 아깝지 않은 영화가 아니라면 절대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어중간한 영화는 이제 거부입니다.

저는 기존의 한국영화들에게서 많이 볼수있는 코미디나 단순 조직 폭력물에 많이 질린상태라 항상 새로운 장르나 실험적인 영화들이 크게 흥행해서
그래서 항상 범상치 않아 보이는 영화들은 항상 극장에서 관람하기도 했지요.
쉬리의 혁신적인 성공이후 2000년 이후부터 개봉했던 실험적인 시도의 한국영화들에 너무도 많은 실망을 했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보기가 두렵기까지 합니다.
대표적으로 "리베라 메" "예스터데이"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등을 들수가 있겠군요.
특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보고나서 민망해서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각하지만 절대로 한국여오하 발전을 위해서 일부러 극장가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하고 싶으면 스스로 발전을 하는것이지요.

TV에서 "한국영화의 힘!" 이러는 광고가 나오는것을 보면 민망하면서 황당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정말 대작이었습니다.
단순히 스케일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드라마적인 측면으로 봤을때 대작이라는것을 봤을때만 느낄수있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영화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까웠지만 지루하다는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정말 훌륭했습니다.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군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건 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쭈니님께 정말 강추천합니다.
 2009/02/24   
쭈니 한국영화에 너무 실망하지 말아 주세요.
전 그래도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서 기대하긴 하지만... ^^
[벤자민 버튼]...]은 정말 봐야하는데...
이번주 금요일이 제겐 마지막 기회입니다.
 2009/02/24   
우드
한국 영화에는 조폭과 관련된 영화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왜일까요? -_-;;  2009/03/01   
쭈니 그러게요. 제 기억에는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등 조폭 코미디 열풍으로 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 암튼 대부분의 영화에서 악역을 조폭이 맡아주시니... 시나리오 쓰시는 분들은 편안할지도 모르겠네요. ^^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