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 거대한 전쟁 대신 캐릭터의 힘이 컸다.

쭈니-1 2009. 12. 8. 23:06

 

 


감독 : 오우삼
주연 :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링, 장풍의
개봉 : 2009년 1월 22일
관람 : 2009년 1월 22일
등급 : 15세 이상

영화 이웃과의 두번째 데이트.

2007년 12월를 소라빵님과 영화 데이트를 했습니다. 2002년부터 '영화, 그 일상의 향기 속으로...'를 운영하며, 수많은 영화 이웃들을 만났지만 그 만남은 온라인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라빵님과의 만남은 온라인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만남이었기에 의미가 깊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서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세대를 뛰어 넘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진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쭈니세상님과의 만남은 소라빵님 이후 1년 만에 이루어진 영화 이웃과의 두 번째 영화 데이트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30대 후반의 삼촌뻘 되는 아저씨한테 함께 영화 보자며 데이트를 신청해주신 쭈니세상님께 감사드리며, 덕분에 기대작 네 편이 한꺼번에 개봉한 이번 주에 바쁜 구피에게 영화 보자고 조르지 않고 기대작 한 편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라빵님과 쭈니세상님과의 영화 데이트는 묘하게 닮았네요. 일단 소라빵님과 쭈니세상님의 나이대가 비슷하시고(풋풋한 10대), 둘 다 잘생긴 미소년이며(제 뒤를 이어 앞으로 꽃미남의 계보를 이어나갈... ^^;), 하필 데이트 당일 제가 야근을 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영화를 봐야 했던 상황까지...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소라빵님과 함께 본 [어거스트 러쉬]는 소라빵님이 고른 영화이고, 쭈니세상님과 함께 본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은 제가 고른 영화라는 점입니다.
암튼 이번 기회에 저와 영화를 함께 보시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언제든지 신청 가능하며 맛난 저녁식사 대접은 장담 못하지만 재미난 영화 대접은 얼마든지 자신 있습니다. ^^  


 

나도 쭈니한테 영화 데이트 신청이나 할까? 거참 고민되네.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긴장감은 생생하다.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본 것이 작년 7월이었으니 정확하게 6개월이 흘렀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전편과 이어지는 속편을 볼 때는 필연적으로 전편의 스토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고생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속편을 보기 전에 전편을 다시 한 번 보곤 합니다. 하지만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을 볼 때는 제게 그런 여유는 없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도 시간이 없어서 놓치기 일쑤인 요즘의 상황에서 6개월 전에 본 영화를 다시 한 번 복습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죠.
그러나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을 보며 전편이 생각나지 않아 고생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우삼 감독은 영화의 오프닝에 전편의 주요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친절함을 베풀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편의 스토리 전개가 복잡하거나 장황함이 없이 캐릭터 소개에 주력을 했었고, 원작인 '삼국지' 자체가 워낙 유명하여 굳이 전편을 복습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어느 정도 숙지하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영화 자체가 스토리의 전개 보다는 조조(장풍의)군과 손권(장첸), 유비 연합군이 적벽에서 서로 맞서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주요 포인트였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 흐른 지금도 전편의 그 긴장감은 마치 방금 봤던 영화처럼 생생하였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오우삼 감독은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라는 4시간이 훌쩍 넘는 대작 [적벽대전]를 완벽하게 둘로 가른 셈입니다.
언제 수십만의 대군을 거느린 조조군의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물 풍선을 가슴에 안은 느낌으로 거대한 전쟁의 최후의 결전을 저는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곧 거대한 전쟁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될 것이오.


의외로 호흡이 꽤 길다.

하지만 오우삼 감독은 좀처럼 스펙터클한 전쟁을 펼치지는 않았습니다. 전편이 오랜 캐릭터 소개로 시간을 소비한 후 마지막 팔괘진 전투 장면으로 거대한 전쟁의 감칠맛 나는 맛뵈기를 선보였기에 저는 2편이 시작되자마자 스펙터클한 전쟁씬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우삼 감독은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왔으면서도 섣부르게 몇 만 명이 되지 않는 손권군을 공격하지 않는 조조의 신중함처럼, 좀처럼 스펙터클한 전쟁씬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주유(양조위)와 제갈량(금성무)의 지략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질 뿐입니다. 이렇듯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은 태풍의 눈에 자리 잡은 돛단배처럼 터질듯 한 긴장감만 유지한 채 유유히 마지막 최후의 결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기대했던 거대한 전쟁씬이 2시간 내내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킨 채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은 꽤 막강하였습니다.
특히 제가 놀랬던 것은 혼란의 시기를 평정할 영웅호걸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으면서 쟁쟁한 다른 영웅들보다는 여성의 비중을 오우삼 감독이 꽤 높여 놓았다는 점입니다. 전형적인 말괄량이 캐릭터로만 보였던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조미)의 활약과 역시 전형적인 지고지순한 여성 캐릭터로만 보였던 주유의 아내인 소교(린즈링)의 뜻밖의 모험은 이 역사적인 전투인 적벽대전의 승패를 가른 중요한 활약이었습니다.
전편의 미약한 활약을 이번엔 만회할 것이라 믿었던 '삼국지'의 영웅인 유비, 관우, 장비를 뒤로 물리치고, 이름조차 생소한 손상향과 소교의 영웅적인 모험을 보며 전편의 주유의 재발견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천하의 조조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소교.
그녀야말로 이번 영화의 진정한 영웅이다.


드디어 거대한 전쟁의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에 들어가 대활약을 펼친 손상향과 소교, 그리고 바람의 방향을 읽어낸 제갈량의 지략 덕분에 수적인 열세를 뒤집으며 조조군을 압박하는 동맹군. 그렇게 제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영화가 시작한지 한참 후에야 본격적으로 펼쳐졌습니다.
수백 대의 배가 화염에 휩싸이고, 무의미한 전쟁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편의 팔괘진과 같은 멋진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손상향과 풋풋한 우정을 나눈 조조군의 병사(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닮은...)의 죽음으로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영화의 전쟁씬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전편은 간결하면서도 잘 정비된 영상미가 돋보였지만,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의 전쟁씬은 오히려 거대하고 스펙터클하지만 뭔가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가 아군인지, 누가 적군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스크린을 태워버릴 듯한 불길과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는 화살, 그리고 산처럼 쌓인 병사들의 시체만이 이 영화의 전쟁씬을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역시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데 오우삼 감독의 숨겨진 걸작 [첩혈가두]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세 명이 서로 칼을 겨눈 장면이라던가([첩혈가두]에서는 총이었습니다.) 떨어지는 소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주유의 모습 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훗날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한 조조를 멋지게 놓아주는 손권, 유비 연합군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은 정작 기대했던 스펙터클한 전쟁씬은 실망스러웠고, 오히려 그러한 팽팽한 긴장감을 안은 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그 과정이 재미있었던 영화입니다. 뭐 기대에 어긋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실망했다고 하기에도 좀 그런... 제겐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거대한 화염이 이 영화의 최대 스펙터클이다.

이번엔 내가 패배했지만 먼 훗날 난 승자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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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적벽대전은 보고 싶지만 아직 못보고 오늘아침 [발키리]를 보려고 했는데 친구녀석이 눈많이 온다고 다음주에 가자고 해서 못봤습니다... 내일이면 시골 내려가는데 ㅠㅠ
쭈니님께 영화데이트 신청하고 싶지만 이제 개학에다가 저희쪽이 경기도 성남이라서 ㅠㅠ
 2009/01/24   
쭈니 전 연휴 마지막날 구피와 [발키리]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데이트는 언제든지... ^^
 2009/01/25   
쭈니세상
킥킥킥 담엔 꼭 대작의 영화를 같이보고파요 형님  2009/01/25   
액션영화광
눈많이 온다면서 안가자던 친구놈이 그날 오후 할짓 없다면서 그냥 보러가자고 해서 볼갔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시원한 액션이 없었지만 그런것은 감수하고 영화의 비장미와 간간히 나오는 음악으로 숨죽이면서 봤습니다. 쭈니님 빨리보세요!!^^
 2009/01/25   
삼국지매니아
저도 역시 오늘 재밌게 봤지만.. 삼국지 매니아관점에선 아쉬운점이 없지 않나 있었네요.. 기대했던 유비,관우,장비,조운 촉나라 장군들의 비중이 심하게 약했다는 것과... 제갈량도.. 화살 10만개 구해오는것 말고는 주연이 아닌 조연급으로 보여졌으며.. 주유와 제갈량의 기싸움이 흐지부지하게 나타냈다는점과..인질극은 좀 어설픈 상황으로 보여질수도 있었으며 마지막에 조조를 놓아주는점.. 그렇게 놓아주면 죽은 병사들은 멋땜에 싸웠을까-3-;; 아무래도 원작대로 만들기엔 영화 한두편으로 만들어 질 수 없어서 그랬구나 생각하고 봤네여..그래도 그러한 점들 빼곤 돈아깝지 않게 봤네여~  2009/01/27   
쭈니 쭈니세상님... 네 담엔 꼭 대작영화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럴려면 대작영화가 개봉할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나요? 아우님??? ^^;
액션영화광님... [발키리] 보셔군요. 전 오늘 보려고 했는데 구피가 명절 휴유증으로 휴식을 강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역시나 또 못봤습니다. 참 영화 한편 보기 힘듭니다.
삼국지매니아님... 전 삼국지 매니아는 아니라서... 그래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전쟁씬이 그닥 멋지지않아서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웅을 겨루는 영웅들의 모습은 언제나 멋있더군요.
명절이라서 한동안 컴퓨터와 담을 쌓고 지내다가 방금 컴백했습니다. ^^V
 2009/01/27   
이빨요정
좀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2시간 20분은 긴시간 이지만 이 많은 인물들의 드라마를 보여주기에는 좀 짧다고 느껴집니다.
영화컨셉도 전쟁물인지 역사드라마인지 오우삼식 액션물인지 정확히 정해놓지 않고 약간씩 섞어놓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쟁장면도 현재 전투가 어떤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큰 장면들이 너무 적어서 너무 어지러웠습니다.
반지의 제왕 2 - 두개의 탑 같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비교해보면 쉽게 드러나죠.

또한 드라마도 별로 재미를 못느꼈습니다.
오우삼의 장기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 외에도 2-3명정도의 중심 인물들을 감성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에 있는데 마치 유럽영화처럼 말이지요.
삼국지처럼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서사물에는 좀 않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감성적인것보다는 냉정함 필요한 영화였습니다.
리들리 스콧이나 마틴 스콜세지 같은 감독이라면 모를까 오우삼 감독에게 좀 버거워보이더군요.


아마도 연휴 이틀동안 발키리와 적벽대전을 연달아서 보았는데 발키리를 먼저봐서 인지 적벽대전이 발키리보다 드라마의 힘이 약해서 더 재미를 못느낀 것 같습니다.

발키리는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볼거리도 별로 없는데 긴장을 하게 만드는 영화는 2006년도 "뮌헨" 이후로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잘만든 드라마의 힘은 대규모 물량공세로도 당해낼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잘 짜여지고 긴박감 넘치는 탄탄한 드라마가 있는 스릴러물.
이거면 발키리가 충분히 설명이 되는군요.

적벽대전에 대해서 너무 악평만 한것 같은데 그래도 볼만했습니다.
오랫만에 대규모 전쟁씬도 나왔고 아시아 화에서 이런 대작은 흔치않으니.
비록 단점이 많은 영화였지만 그래도 설연휴를 즐겁게 보내기에는 충분한 영화였습니다.
 2009/01/27   
쭈니 [발키리]와 [적벽대전 2]를 연달아 보셨다니 부럽네요.
전 어제 [발키리] 볼 기회를 놓친 후 또다시 안절부절입니다. ^^
이빨요정님의 [적벽대전 2]에 대한 평은 대부분 공감합니다.
저 역시 대규모 전투씬에서 [반지의 제왕]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부분에선 오우삼 감독도 삼국지의 다른 영웅들의 비중을 현저하게 낮추고 주유와 제갈량, 그리고 조조의 싸움으로 압축한 것을 보니 자신의 핸디캡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오늘은 [발키리]를 봐야만 내일부터는 [잉크하트] 등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에 눈을 돌릴텐데... 구피를 조르던지, 아님 혼자 가던지 해야겠습니다. ^^;
 2009/01/28   
김실장
솔직히 전편에 힘입어 후편을 너무나도 기대하고 봤던지라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연개소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ㅋ
컴퓨터 그래픽은 훨씬 좋지만요...
대략적으로 아 중국영화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네요...^^
 2009/03/20   
쭈니 네, 저도 솔직히 전편보다는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전편과 이어지는 한 편의 대하서사극을 본다는 기분으로 보니 그런대로 재미있더군요. ^^  200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