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과속스캔들] - 흥행에 성공할 만하다.

쭈니-1 2009. 12. 8. 23:05

 

 


감독 : 강형철
주연 :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개봉 : 2008년 12월 3일
관람 : 2009년 1월 16일
등급 : 12세 이상

도대체 왜 난리인거야?

한때 제겐 한국영화에 대한 징크스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흥행 대박난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못한다는 징크스로 [실미도], [친구], [공동경비구역 JSA], [미녀는 괴로워], [투사부일체]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영화들의 흥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볼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극장에서 놓치곤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 보기를 고민했을까요? 정답은 제 취향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녀는 괴로워], [투사부일체]와 같은 코미디영화의 경우는 더더욱 그런데, 전 코미디영화는 극장보다는 안방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공짜로 극장에서 영화를 볼 경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과속스캔들]이 개봉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쌍화점]과 함께 한국영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했을 때에도 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과속스캔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보는 것이 훨씬 좋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벌써 600만을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를 안 보는 것도 자칭 영화광이라고 자부하는 제 입장에서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기대작이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은 1월의 둘째 주, 저는 새로 개봉된 영화중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 것을 기회로 삼아 [과속스캔들]을 봤습니다. 구피는 계속 [예스맨]이 보고 싶다며 아쉬워했지만 짐 캐리의 코믹 연기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과속스캔들]의 흥행대박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에 더욱 컸기에 구피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코미디영화에 대한 제 고정관념까지 깨부수며 본 [과속스캔들]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코미디영화를 보며 맘껏 웃었습니다.


 

야, 니네가 그렇게 웃기다며?


차태현의 코믹연기... 이번엔 물 만났다.

단 돈 2천원이면 안방에서 편안하게 뒹굴며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를 무려 1만6천원이나 투자하며 황금 같은 금요일 밤을 포기하고 극장에서 봤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분명 돈이 아까울 법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돈보다 소중한 웃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제 개인적으로는 딱 3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그 첫 번째는 바로 차태현의 코믹연기입니다.  
차태현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코믹연기의 한 우물을 판 배우입니다. TV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영화에서도 그랬습니다. 물론 [연애소설]처럼 코믹보다는 멜로연기에 치중했던 영화도 있었지만 차태현 하면 아직도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이미지가 뿌리 깊게 박혀 잘 뽑히지가 않습니다.
그랬던 그도 한때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코믹연기의 살아있는 전설 박중훈과 함께 출연하여 기대를 모았던 [투가이즈]의 흥행 참패에 이어 멜로연기를 펼쳤던 [새드무비], [파랑주의보] 등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를 거두었고 급기야는 하지원과 출연한 [바보]가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는 아픔마저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코믹연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차태현이 드디어 한계에 봉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코믹연기는 이제 식상했고, 그렇다고 연기변신을 하자니 그의 코믹연기에 익숙한 관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에서 차태현은 연기인생의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위기탈출 해법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 해법을 보여준 것이 바로 [과속스캔들]입니다.  
[과속스캔들]에서 차태현이 보여준 연기는 이전의 코믹연기와 비교해서도 그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투가이즈]에서 엿보였던 식상함이 [과속스캔들]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두 영화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힘입니다. 박중훈과 차태현의 코믹연기만을 내세워 관객을 웃겨 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투가이즈]에 비해 [과속스캔들]은 꼼꼼하게 이야기를 구축했고, 차태현의 코믹연기는 그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웃음을 전해줬습니다. 배우의 코믹연기에 의존한 영화적 재미는 한계가 있지만 이야기의 힘을 빌린 영화적 재미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 차이가 바로 [과속스캔들]에서 차태현의 코믹연기가 물 만난 고기처럼 보였던 이유입니다.


 

역시 가수 차태현보다는 코믹배우 차태현이 훨씬 좋지.


음악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만약 이 영화가 차태현의 코믹연기에만 기댄 영화라면 13살 첫 경험으로 생긴 딸과 손자로 인하여 궁지에 몰린 남현수의 좌충우돌 소동기만이 영화를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인 강현수 감독은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가진 감독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차태현의 코믹연기 외에도 또 다른 영화적 재미의 요소들을 깔아 넣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개인적으로 [미녀는 괴로워]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아중의 매력 외에도 '마리아'를 필두로 한 음악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정은 [과속스캔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황정남(박보영)이 처음 부른 '아마도 그건', 정남의 두 번째 오디션 곡인 '자유시대' 등은 저와 같은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함으로써 젊은 관객들에게도 어필했습니다.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극중 현수의 노래인 '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비록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와 같은 폭발력을 지닌 음악은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과속스캔들]의 음악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음악의 무궁무진한 힘이 발휘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신데렐라인 박보영은 분명 매력적인 배우이지만 처음 정남과 현수의 집에 찾아왔을 때에는 매력보다는 엉뚱함이 강했습니다. 정남의 매력이 처음 발휘된 장면이 바로 정남의 첫 번째 오디션 장면에서부터인데 기타를 치며 '아마도 그건'을 부르는 장면은 현수의 놀란 표정만큼이나 영화를 보는 제 눈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도 빛을 발하지만 그 주위마저도 찬란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의 노래들이 박보영이 직접 부른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좋은 음악 곁에 박보영이 있었기에 그녀는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영화가 지속적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아역배우 왕석현의 힘입니다. 왕석현의 그 천진난만한 연기는 코믹연기의 대가 차태현보다, 깜찍 연기의 떠오르는 샛별 박보영보다, 훨씬 많이 관객들을 웃겼습니다. 그러한 천진난만함이 관객에게 먹히기에 할리우드에서도 동물, 어린아이가 나오는 영화는 흥행에 기본은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차태현의 코믹연기, 박보영의 매력적인 노래, 그리고 왕석현의 천진난만함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절 미소 짓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 영화의 재미 요소를 꼽으라면 전 쿨한 라스트의 갈등해소 방법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사실 앞의 세 가지 요소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도 충분히 예상가능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갈등해소 방법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신선한 웃음을 제게 안겨줬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과속스캔들'처럼 정남과 기동(왕석현)의 존재는 분명 현수에겐 큰 장애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딸과 손자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어떻게 해서든 현수와 정남, 기동의 관계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후반부가 다가올수록 활기찼던 영화의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전 여기에서 [미녀는 괴로워]식의 갈등해소 방법이 제시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공개방송 혹은 기자회견에서 현수가 자신의 본심을 말하고, 그의 본심에 감동한 사람들이 오히려 그에게 박수를 쳐주는 그런 뻔한 장면을 예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그렇게 갈등을 해소시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큰 웃음을 안겨준 그 장면 덕분에 저는 박장대소를 터트렸고, 그러한 웃음은 최근 제가 웃은 것 중에서 가장 속 시원한 웃음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웃음이...(현수가 그토록 인기가 없을 줄이야...)
그러한 이유로 [과속스캔들]은 제게 재미있는 영화였으며, 이 영화가 왜 그토록 흥행대박을 기록하고 있는지 납득이 가는([미녀는 괴로워]는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영화였습니다.


 

어때, 내 썩소가? 내 썩소에 넘어간 관객들 여럿이더라.

차태현 아저씨... 흥행배우로의 복귀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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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저도 이영화 개봉첫주에 봤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제목과 예고편보면 흥행은 조금 안될 것 같았는데... 그리고 이번주가 7주차인데 다시 박스오피스 1위를 했더군요,..대단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저번주 토요일에 트랜스포터3 봤는데..
1,2편보단 조금 실망... 하지만 저는 제이슨 스태덤을 좋아해서 그런대로 무난하게봤습니다.
 2009/01/19   
쭈니 글을 올리자마자 덧글이 올라와서 놀랬습니다.
전 그래도 [쌍화점]이 이 영화보다 흥행에 더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작비도 훨씬 많이 들었을테니... ^^
그리고 전 자꾸 [트랜스포터]와 [트랜스포머]가 헷갈립니다.
그래서 액션영화광님의 덧글도 [트랜스포머]로 잘못보고 깜짝 놀랬었다는... ^^;
 2009/01/19   
이빨요정
이 영화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뭔가 시기를 잘 타서 흥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고 영화 내용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영화광인 친구가 오랫만에 영화하나 보자고 하는데 하필 이 영화를 보자고 하는겁니다. 차라리 지구가 멈추는 날을 한번 더보는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친구는 자기도 왠만큼 조사를 해봤다면서 과속스캔들이 상당히 괜찮다며 자꾸 강요를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 난뒤에 제 느낌은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재미없지도 않았습니다.
왜 흥행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했고 오랫만에 괜찮은 영화봤다는 느낌?
영화표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디파이언스"를 봤는데 괜찮더군요.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 지루하지 않고 볼만했습니다.
에드워드 감독이 언제나 그렇듯이 막판에 힘이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기본이상은 하는 영화입니다.
 2009/01/19   
쭈니 영화표값이 아깝지는 않았다는 말씀에 공감!
저 역시 이빨요정님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만약 이번주에 개봉하는 4편의 기대작중 단 한편이라도 지난주에 개봉했다면 이 영화대신 그 영화를 봤겠죠.
암튼 지난주는 오랜만에 극장에 갔지만 볼만한 영화가 [예스맨]과 [과속스캔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영화표값은 아깝지 않았으니 제겐 상당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셈이죠. ^^
 2009/01/19   
극장에서
하하...쭈니님도 요정님도 모두 이제야 보셨네요....저도 그말 동감..그다지 극장에서 보고싶지않았다는..^^........ 저의 어린친구(?)들이 하도 보자고 해서 지난주에 보았는데..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최용준의 노래 아마도 그건을 들으면서.....놀랐습니다...박보영의 노래도 대단했고 그옛날 제가 제일 처음간 콘서트가 최용준콘서트였고..그 잘생긴 그러나 뚱뚱한 최용준이 아마도 그건을 부를때 바로 그앞에서 열광했던 저의 젊은시절이 오버랩되면서....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간만에 노래방이나 가야겠습니다.....저 노래잘하거든요...^^...... 특히 마지막 반전은 영화의 백미였습니당....^^  2009/01/21   
쭈니 저도 젊었을 때엔 노래 꽤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었죠.
'아마도 그건'... 저도 그 노래 들을때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고 영화에선 아주 잠시만 나왔지만 '자유시대'라는 노래도 반가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정말 ㅋㅋㅋ 입니다.
만약 이 영화의 라스트가 [미녀는 괴로워]식이었다면 전 아마도 '재미는 있지만 왜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식의 글을 실었을 것입니다. ^^
 2009/01/21   
대단하셔요
정말 실례지만 이것좀 어떻게 퍼가다 써도될까요 . .?
너무깔끔하게 정리되있어 놀랐습니다 ㅠ 부탁드려용
 2009/03/31   
쭈니 네, 퍼가는 것은 자유이지만 딱 세가지는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것.
둘째, 글을 내용을 임의로 바꾸지 말것.
셋째, 퍼간 곳에 이 글의 출처(제 홈페이지)는 꼭 남겨줄것.
이것만 지켜주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200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