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9년 영화이야기

[볼트] - 이제 남은 숙제는 상상력의 재충전뿐이다.

쭈니-1 2009. 12. 8. 23:00

 

 


감독 : 바이런 하워드, 크리스 윌리암스
더빙 : 존 트라볼타, 마일리 사이러스, 말콤 맥도웰
개봉 : 2008년 12월 31일
관람 : 2009년 1월 3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드디어 웅이가 극장가는 맛을 알았다.

'분명 날 닮았으면 극장가는 것도 좋아 할꺼야.'를 외쳤지만 웅이는 좀처럼 극장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선천성 비염이 있고, [그레이트 마징가]와 [마징가 Z]를 좋아하고, 공룡박사가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것까지 저와 빼다 박았지만 이상하게 극장에 가는 것만큼은 싫어했습니다. 웅이가 극장에 가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니 영화 많이 보여주면 어린 아이 정서에 좋지 않다며 웅이를 자꾸 극장에 데려가려던 제게 반기를 들었던 구피는 더욱 목소리에 힘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웅이가 달라졌습니다. 어느새 7살이 된 웅이는 이제 극장의 큰 화면이 안 무서워졌는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에 [니코]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여주며 '아빠랑 극장에서 같이 볼까?'라고 했더니 흔쾌히 '좋아.'라고 대답해서 절 기쁘게 하더니(결국 웅이의 감기로 인하여 극장에 가지는 못했습니다.) [볼트], [마다가스카 2] 등의 영화도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조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극장에 가는 것은 그야말로 호화로운 나들이였습니다. 극장이 그리 흔치않았던 시절, 저는 영화가 보고 싶으면 부모님과 누나를 며칠 동안 졸라야 했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졸라도 실제로 제가 극장에 가는 것은 거의 연중 행사였습니다.
[E.T.]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고, [슈퍼맨]을 보고 온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던 그 시절은 이젠 지나갔습니다. 전 제 어렸을 때의 바람을 웅이에게 이루었고, 이제 웅이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빠 손잡고 극장가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비록 2009년 새해 첫 영화가 제가 원했던 [쌍화점]은 아니었지만 극장을 좋아하게 된 웅이와의 뜻 깊은 나들이였던 만큼 [볼트]는 나름 의미 있는 2009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구피야, 너도 같이 극장에 가자!!!


픽사에게 벗어나고 싶은 디즈니의 회심의 일격!

[볼트]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흥행의 보증수표였습니다. 하지만 [라이온 킹]으로 흥행의 정점을 찍었던 디즈니는 이후 매해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 드림웍스를 비롯한 다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디즈니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애니메이션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디즈니가 선택한 것이 바로 픽사와 손을 잡는 것입니다. 디즈니가 이룩한 셀 애니메이션이 대세였던 그 시절, 픽사는 새로운 3D 애니메이션을 내놓았고, 그들이 내놓은 애니메이션은 [토이 스토리]를 필두로 승승장구하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픽사가 없으면 애니메이션계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디즈니는 서둘러 픽사와 합병했습니다. 비록 픽사가 디즈니에 합병된 것이지만 애니메이션만은 디즈니가 픽사에 합병된 것처럼 관객들에겐 여겨질 정도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이미 힘을 잃은 후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디즈니와 픽사의 지금까지의 스토리입니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3D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되어 버린 지금 픽사는 3D 애니메이션의 거대한 공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셀 애니메이션과 함께 몰락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로빈슨 가족]으로 3D 애니메이션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를 하였고, 픽사의 도움 없이 [볼트]를 내놓기에 이릅니다.
[볼트]는 미국에서의 개봉 첫 주 [트와일라일]과 [007 퀸텀 오브 솔러스]에 밀려 3위에 그쳤지만 개봉한지 6주가 지난 현재 1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알려진 제작비만 1억5천만 달러인 관계로 1억 달러의 흥행수입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겠지만 전작인 [로빈슨 가족] 1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북미 흥행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래도 다행스러운 흥행성적임에는 분명합니다.  


 

야호! 1억 달러 돌파 기념으로 한번 날아볼까?


[로빈슨 가족]과 비교해 보면?

자!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제 느낌을 적어본다면... 일단은 [로빈슨 가족]보다 상당히 세련된 영화적인 재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로빈슨 가족]은 웅이와 3D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했던 저는([볼트]는 3천원이 아까워 디지털 3D를 포기했습니다.) [로빈슨 가족]이 너무 어린아이의 시각에만 맞춰져 있는 것만 같아 시시했습니다.
하지만 [볼트]는 달랐습니다. 영화의 초반 오프닝씬에서 초능력 슈퍼 강아지 볼트가 주인인 페니와 함께 악당을 무찌르는 장면은 웬만한 액션영화 버금갈 정도로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만약 디지털 3D로 봤다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며, [토이 스토리]의 버즈의 활약 담을 담은 [우주 전사 버즈]처럼 볼트의 활약상도 따로 외전 형식으로 영화화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볼트가 페니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장면부터는 오프닝씬의 그 스펙터클한 모험담은 부족했지만 훈훈한 이야기와 정감이 가는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계속 스크린 속으로 잡아  끄는 매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매력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특징들입니다. [볼트]는 바로 그러한 디즈니의 매력을 잘 발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로빈슨 가족]과 단순 비교한다면 [로빈슨 가족]은 디즈니답지도, 그렇다고 픽사답지도 않은 어정쩡함 속에 셀 애니메이션의 장인들이 '나도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어'라는 오기 속에 만들어진 영화 같다면, [볼트]는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의 오랜 전통 속에 녹여놓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직은 픽사를 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액션이면 언젠가는 픽사를 넘지 않을까?


상상력을 재충전하라!

분명 [볼트]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볼트]는 1억 달러를 겨우 겨우 돌파했습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월-E]가 미국에서만 2억2천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5억 달러가 넘는 흥행수입과 함께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만장일치로 박수갈채를 얻어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볼트]의 성적은 아직은 픽사에 비하면 초라합니다.
그렇다면 [볼트]와 [월-E]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상상력입니다. 픽사가 단시간 내에 애니메이션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상상력의 힘이었습니다. 픽사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냈고, 새로운 이야기를 개척하였습니다. 다른 영화들이 흥행작의 속편 만들기에 급급했지만 픽사는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셀 애니메이션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디즈니가 그렇게 순식간에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상상력 부재였습니다. 애초부터 전래동화를 기초로 성장했던 디즈니는 소재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점을 디즈니 역시 잘 알고 있는 듯 이미 존재하던 이야기 차용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여 [볼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디즈니로써는 꽤 획기적인 모험인 셈입니다. 하지만 [볼트]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만을 풀어냅니다.
일단 소재가 개, 고양이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주인을 잃은 개가 오랜 여정 끝에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다는 스토리는 [머나먼 여정]을 비롯하여 이미 수많은 어린이 영화에서 차용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볼트는 영락없이 [토이 스토리]의 버즈를 연상시킵니다. 스타로써의 길보다 가족의 소중함에 안주하는 라스트의 선택 역시 수많은 디즈니 영화들이 외쳤던 가족의 소중함에 의한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분명 [볼트]는 새로운 이야기이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디즈니가 픽사를 등에 업지 않고 예전 애니메이션의 강자로 군림하려면 셀 애니메이션을 버리고 3D 애니메이션을 선택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이 상상력의 재충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트]는 성공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보여준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픽사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지 잘 지켜보자.

우리도 언젠가는 픽사처럼 대박 스타가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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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이제 저 기억하냐고 물어보기도 죄송스럽지만 해야겠네요...
저 기억하세요???? 언제 들어왔는지 조차 가물가물한...
제가 쭈니님 사이트 안들어왔을 즈음에부터... 공부문제로 좀 먼곳으로 가서 배우다가 며칠전 왔네요... 아직 고딩도 아닌데 너무 빡세서... ㅠㅠ
기억하신다면 좋겠지만 아니 기억해주세요 ㅠㅠ
저도 어제 첫 영화로 ['볼트']보고 왔습니다...
원래 안보여준다고 했는데... 제가 크리스마스날 [지구가 멈추는 날]을 본 이후로 쭈니님과 마찬가지로 극장을 못가서 뭐, 그 영화도 한몫 거들었고...
개봉한지 1주일도 안된 영화를 어제가 마지막 날이라고 속여서 겨우 보고왔네요...
아직 픽사는 못따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쭈니님 말대로 처음 액션신은 픽사의 [인크레더블]에 뒤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하네요...
그리고 역시 애니메이션의 재미는 캐릭터가 한몫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영화도 캐릭터가 역시 대박급!!!
다음주에 [마다가스카2]도 기대되는데 그것보단 역시 [디파이언스]!!
에드워드 즈윅감독님과 다니엘 크레이그 횽님으로 기대 만빵!!!
[블러드 다이아몬드]급이면 아주 대박 영화일듯이네요...
그리고 [볼트]보기전에 픽사의 신작 티저예고가 나왔는데 보셨는지??
[업]이었나... 집이 날때는 ㅋㅋ
쭈니님 앞으로는 아무 근심없으니까 계속 꾸준히 글 남기겠구요... 한 글도 빠짐없이 다 읽었고 한 글도 빠짐없이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01/05   
쭈니 액션영화광님의 복귀군요.
오늘이 제 생일인데 액션영화광님의 복귀만으로도 제겐 큰 선물이 됩니다. ^^
저도 12월25일 [지구가 멈추는 날], 그리고 2009년 첫 영화로 [볼트]를 봤는데... 어쩜 액션영화광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군요. ^^
제가 [볼트]를 볼때는 픽사의 새 애니 예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흠~ 아쉽...
암튼 앞으로도 아무 근심없이 꾸준히 글 남겨주신다니 든든합니다. ^^
 2009/01/05   
이빨요정
연초부터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늦은밤 10시. 지방에서 늦게 올라오는 친구를 기다릴려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울려고 했는데 마침 극장에 표가 남은것이 "과속스캔들"과 "지구가 멈추는 날" "볼트"였습니다. 볼트는 너무 늦은시간이었고 과속스캔들 과 지구가 멈추는 날이 남았는데 친구들이 모두 과속스캔들을 원하길래 그냥 보기로 했는데 좀 돈이 아까웠죠. 차라리 "지구...."를 한번더 보는것이 나을거같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블럭버스터니...
한국코미디를 돈주고 극장에서 보다니...이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볼만했고 돈은 않아까웠습니다.
러닝타임도 짦고 한국코미디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억지감동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심하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역시 볼트는 아쉬웠습니다.
 2009/01/06   
쭈니 [과속 스캔들]을 보셨군요.
저도 사실 이 영화의 흥행돌풍을 의아해하며 한번쯤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극장보다는 아무래도 비디오로 보는 것이 나을것 같아서...
아마도 [미녀는 괴로워]와 비슷한 영화가 아닐지 생각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볼트]는 이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생각한다면 최근 영화중엔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꼭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시면 보셔도 크게 후회는 안하실듯 하네요. ^^
 2009/01/06   
김실장
네이버 영화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저질 화면으로 감상했습니다. ㅋㅋㅋ지송
최근들어 영화관 가는것두 귀찮고 바쁘기도 하고요...ㅠㅠ
솔직히 마다카스카2 보단 재밌게 본영화입니다.
볼트가 고양이한테 오더를 받으면서 캠핑온 사람들에게 먹을것을 얻어내는 표정
비둘기가 볼트보고 어디서 본듯하단 말...ㅋ
아직도 그장면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간만에 웃으면서 본영화인듯 하네요...^^
 2009/01/13   
쭈니 저질 화면으로 보면서도 재미를 느끼셨다면... 이 영화의 영상보다는 스토리가 맘에 들으셨다는 것인데... 솔직히 저는 스토리는 너무 평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김실장 님이 말씀하신 볼트의 귀여운 장면들과 더불어 저는 초반 액션씬이 맘에 들더군요. 나중에 [슈퍼 액션 독 볼트]라는 외전이 나온다면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을 정도로... ^^;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