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브라이언 레반트
주연 : 쿠바 구딩 주니어, 제임스 코번
개봉 : 2002년 4월 19일
영화광의 입장에선 봐야 할 영화가 많다는건 분명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없고 봐야할 영화만 계속 늘어나면 초초해지기 마련이죠.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KaZaA'를 이용한 이후로 영화는 하루에 두편씩 꾸준히 제 컴퓨터에 저장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볼수있는 시간은 이틀에 한편 정도입니다.
회사 업무를 하며 시간나는대로 홈페이지 관리도 해야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이야기'도 써야하고 홈페이지 홍보를 위해 이곳저곳에 글도 남겨야 하고... 정말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6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날도 그랬죠. 업무가 끝나고 영화 서너편을 두고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했습니다. <공각기동대>, <세렌디 피티>, 그리고 <스노우 독스>... 모두 제가 보고싶었던 영화들이죠.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편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또 언제 시간을 낼수있을지 모를 일이고요.
일단 예전에 한번 본 적은 있지만 너무 어려워서 내용조차 잘 이해하지 못했던 <공각기동대>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컴퓨터의 코덱이 문제인지 소리따로 영상따로 나오더군요. 인터넷을 뒤져서 새로운 코덱들을 다운받아 설치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이렇게 코덱과 씨름을 하는사이 나의 소중한 시간들은 또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에이~ <공각 기동대>는 오늘 나와 인연이 안되나 보다.' 라고 포기하고 이번엔 <세렌디 피티>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역시 소리따로 영상따로...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인터넷을 뒤져 플레이어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사미 플레이어'를 업그레이드 시켜보기도 하고 '아드레날린'이라는 플레이어로 바꿔보기도 했지만 역시 실패...
이러다가 영화 한편 보지 못하고 헛짓거리만하다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나더군요. 어떻게 마음먹고 낸 시간인데...
마지막으로 전 <스노우 독스>라는 영화를 꺼냈습니다. 디즈니표 가족영화인 <스노우 독스>는 저용량인 탓에 다른 영화들에비해 화질이 무지 안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리고 제 꼬진 컴퓨터도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스노우 독스>만은 잘 나오더군요. 이것참... 귀신에 홀린건지...
암튼 그날 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컴퓨터에게 있는 욕, 없는 욕 다한 끝에 겨우겨우 영화 한편을 볼수 있었습니다.
<스노우 독스>는 일단 디즈니가 만든 가족 영화라는 점을 염두해두고 봐야할 영화입니다. 저도 디즈니표 가족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항상 보면서 느끼는 건데 어쩜 저렇게 한결같은 주제로 매번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내용은 무지 간단합니다. 마이애미의 해변가에서 성공한 치과의사로 명성을 날리던 테드는 어느날 자신이 입양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죠. 그는 생모의 유언을 받들고자 알래스카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생모의 썰매개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면서 만만치않은 눈썰매개들과 싸워야 합니다. 따뜻한 해변 도시 마이애미와 차가운 얼음의 도시 알래스카의 차이만큼 테드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물론 결론은 해피엔딩이죠.
자! 이쯤되면 디즈니표 가족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변하지않는 디즈니 영화의 관객전략을 느끼실겁니다. 그들의 전략 그 첫번째... 바로 동물의 등장입니다.
동물... 특히 개는 디즈니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동물 사랑... 자연 사랑을 외치는 디즈니의 영화들은 그러한 소재와 주제 덕분에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인색되며, 미국내에서도 보수적인 관객층을 일정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리 맥과이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쿠바 구딩 주니어이지만 실제 영화를 보고나면 쿠바 구딩 주니어보다는 썰매개들의 모습만 눈에 선합니다. 그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썰매개들에 대한 활용도가 큽니다.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테드가 알래스카에 가면서 죽은 생모와 자신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생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썰매개들입니다.
그리고 그와 아울러 영화속의 재미까지 책임지죠. 어벙해보이는 테드가 사나워보이는 썰매개들한테 시종일관 당하는 모습은 영화속 웃음의 대표적인 요인이죠.
이 영화에서는 개들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또하나의 디즈니 영화의 특징은 바로 가족 제일주의입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치과의사가 된 테드는 그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에 가치관의 혼돈을 느낍니다.
'나는 왜 치과 의사가 되었나? 나의 부모들이 날 버리지 않았다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그 동안 자신의 가족들과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던 테드는 알래스카로 날아가 자신에 대한 진짜 진실을 알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진실도 남겨주지 않았고, 아버지인 썬더 잭은 테드보다 썰매 개들한테 더 관심을 가집니다.
테드는 이런 썬더 잭의 관심을 끌기위해 개썰매를 배워보려하지만 썰매개들의 불협조로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갈등끝에 결국 테드와 썬더 잭은 화해를 하게 되죠. 그리고 관객들은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동을 얻게 되고요.
이 모든게 언제나 그래왔지만 언제봐도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그런면에서 디즈니는 영화의 보편적인 방향을 잘잡아 놓은거죠.
개들의 뛰어난 연기와 잔재미... 그리고 너무나도 뻔하지만 그래도 감동적인 라스트까지... 이 영화는 디즈니 영화들의 모든 특성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디즈니 영화들이 지니고 있던 평균적인 재미와 감동까지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게 왠지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더군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테드를 입양시킨 이유입니다.
테드의 생부인 썬더 잭은 테드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이 되어서야 모든 진실을 밝히죠. 그가 말한 테드에 대한 진실이란게 겨우 '우리보다 다른 사람들이 키우는게 너한테 더 좋을것 같아서...'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테드가 태어날 당시 테드의 부모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키우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보수적인가요?) 그들의 입양 이유가 좀더 비극적이었다면 이를 이해하는 테드의 마지막 장면도 더 감동적이었을텐데...
그리고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에 빛나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연기도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따뜻한 해변가에 살다가 추운 알래스카로 온 얼뜨기처럼 보입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때문에 충격을 받은 모습도... 진실을 캐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썰매개들한테 당하기만하는 얼뜨기에 불과합니다.
분명 그의 연기력이었다면 테드라는 캐릭터를 좀더 진지하게 그릴수도 있었을텐데... 이것이 디즈니 가족 영화의 한계인가 봅니다.
'영화이야기 > 2002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각기동대>- SF 애니메이션의 전설... 드디어 이해하다. (0) | 2009.12.08 |
---|---|
<집으로>- 상우 이해하기. (0) | 2009.12.08 |
<모스맨>- 성수대교 참사때도 그가 나타났을까? (0) | 2009.12.08 |
<재밌는 영화>- 박장대소를 터뜨리지는 못했다. (0) | 2009.12.08 |
<13 고스트>- 성난 12 유령들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