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공각기동대>- SF 애니메이션의 전설... 드디어 이해하다.

쭈니-1 2009. 12. 8. 14:29

 



감독 : 오시이 마모루
각본 : 이토 카즈노리
개봉 : 2002년 4월 12일

어렸을때 전 SF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뛰어놀다가도 '마징가Z'가 하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집에 들어왔었죠. ^^
'마징가Z'에 얽힌 아직도 생생한 어렸을적 기억하나... 그날도 전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잃는겁니다. 어떻게든 잃은 딱지를 되찾기위해 딱지치기에 온 정신을 팔다가 그만 '마징가Z'의 방영시간을 깜빡했습니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마징가Z'는 끝나고 난 후였죠. 딱지도 잃고, '마징가Z'도 못보고... 너무나도 화가 났던 저는 어머니께 '왜 날 부르지 않았냐'며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물론... 그날 빗자루로 죽도록 얻어맞고 며칠동안 '마징가Z' 못보는 너무나도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참...
중학생이 되며 전 제가 재밌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든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전 서점에 달려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책을 샀었죠. 그때 제가 샀던 책이 '기동전사 건담'의 스토리 북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TV에서 방영하지않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구해서 본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기에 전 스토리 북을 보며 제 상상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갔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땐 내 스스로 SF 소설을 썼습니다. 그림 솜씨가 없었기에 그림은 그리지 못했지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폈었죠. 지금은 그 당시 제가 썼던 SF 소설은 없지만 내용은 대강 기억이 납니다.
먼 미래의 지구에서 인류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제국과 유럽을 중심으로한 제국으로 나눠어 전쟁을 벌이게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달한 제국은 고성능 전투로봇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조종할수있는 것은 선택된 용사뿐...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용사가 없었죠. 결국 그들은 과거로 사람들을 보내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구원을 청합니다. 그가 바로 선택된 용사였거든요. 아시아 제국의 아름다운 여왕에게 반한 주인공은 결국 미래로 가서 혹독한 훈련끝에 로봇의 조종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 유럽의 제국에서도 전투 로봇을 만들게 되고 그들 역시 과거로 가서 용사를 데려오죠. 그런데 하필 그 용사가 주인공의 여동생일줄이야... 그 사실을 모르는 두사람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결국 결론은 비극입니다. 제가 비극을 좋아하거든요. 자신의 손으로 여동생을 죽인 주인공은 그 죄책감으로 폐인이 되고 이 모든 것은 아시아의 여왕의 음모였다는 것이 밝혀지죠. 마지막 반전이라고나 할까요. 좋은 편인줄 알았던 아시아 제국이 사실은 나쁜 편이었다는... 결국 주인공은 악의 편에 서서 전투를 벌였던 겁니다.  
꽤 재미있었겠죠? 하지만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들은 악의 승리라는 결말때문에 제 최초의 SF소설을 비난했었죠. 그래서 결국 소설가의 꿈을 접었었습니다.
대학에 들가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좀 더 구체적이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문 잡지를 사서 정보를 구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불법 CD를 구했죠. 그때 봤던 것이 바로 <공각기동대>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도대체 이게 뭔소린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마징가Z'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에 탄성만 질렀었죠.
그리고 몇년이 흘러 드디어 <공각기동대>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됩니다. 젊은 관객층에선 안본 사람들보다 본 사람들이 더 많은 영화이지만 모두들 SF 애니메이션의 전설과도 같은 이 영화의 개봉을 반겼죠.
저도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대형화면과 제대로 된 자막으로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이미 본 영화에 투자할 시간이 제겐 없었습니다. 그 대신 개봉을 기념하여 다시 한번 예전의 CD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SF영화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그 무한한 상상력에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해야할것은 영화속의 상상력이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겁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정말 터무니없는 상상력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을 영화속으로 흡입시킬 수 없습니다. 관객들이 '맞아. 미래는 저럴지도 몰라.'라고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봐야지만 진정으로 성공한 SF영화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년전에 본 <매트릭스>는 제게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육체는 컴퓨터에게 사육당하고 정신만이 가상 현실속에서 생활하는 암울한 미래... 그 영화는 '과연 당신이라면 육체의 고통을 구하기위해 정신적인 행복을 포기할수 있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제가 <매트릭스>를 보며 얼마나 충격을 먹었었는지 정말로 지금의 내가 어쩌면 육체는 다른 곳에 있고 정신만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저와 같이 본 친구는 '이게 뭐야?'하고 황당해 하더군요.)
그런데 이 <매트릭스>가 바로 <공각기동대>에 영감을 얻었다는 군요.
솔직히 <공각기동대>를 처음 봤을땐 이 영화엔 공감을 하기는 커녕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컴맹이었던 제가 네트의 바다속에서 태어난 인형사라는 캐릭터 자체를 이해할수도 없었죠. 인형사를 쫓는 쿠사나기 역시 단지 로봇반 인간반인 인조인간으로만 이해했으니...


 

 

  
이 영화를 이해하기위해선 먼저 영화의 시대배경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때는 서기 2029년. 수많은 전쟁은 과학기술의 발달을 급속도로 촉진시켰고 사이보그에 대한 기술도 놀라운 성장을 보입니다. 부상이나 사고에 의해서, 혹은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사이보그 바디로 대체하고 전쟁이나 위험한 일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사이보그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렸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역시 임무를 수행하기위해 사이보그 바디로 대체한 특수요원입니다. 그는 사이보그화 된 자신의 특수한 몸을 이용하여 수많은 임무들을 수행하여왔죠.
그러나 과학의 기술은 사람의 몸을 사이보그화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고스트 즉 인간의 영혼까지 인공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바로 인형사입니다.
처음에 인형사는 미국인으로써 사람들의 영혼을 해킹하여 범죄에 이용하는 단순 범죄자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쿠사나기는 인형사가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 그 자체이며 외교적 분쟁에 이용하기위한 일본내의 권력층의 음모가 만들어낸 산물이란 것을 알게 되죠.
이때부터 쿠사나기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나는 과연 진짜 나인가? 내 기억속의 추억들은 정말 내가 겪은 것들일까? 프로그램에 의해 조작된 기억들인가?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단지 프로그램으로 인해 조작된 기억과 사이버바디로 살아가고 있는 사이보그가 아닐까?
쿠사나기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인형사와의 접촉을 시도합니다


 

 

  
처음봤을땐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몇년이 흐른 지금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더군요. 이 영화속의 사이버 바디는 분명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분명 인간의 기억 조차도 프로그램화 할수 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할수 있는지도 모르죠. 단지 윤리적인 문제때문에 이를 발표하지 않는 건지도...
완벽하게 조작된 인간... 그리고 광활한 네트속에 태어난 생명체인 인형사... 영혼의 해킹...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보인다고요? 글쎄요. 전 분명 가까운 미래엔 이런 일들이 가능할것 같은데...
그런면에서 <공각기동대>는 대단한 혜안을 가진 영화입니다. 인터넷이 그리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에 네트의 광활함과 그 속의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다니...
5년전 이 영화를 봤을때 이해하지 못했고, 5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를 봤을때 영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탄성을 질렀듯이... 어쩌면 몇년후에 이 영화를 봤을땐 이 영화속의 미래가 실현된 것에 놀라고 있을지도...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는 수밖에...


 

 

    


고스트 인 더 셀 - 세포 속의 영혼 이라는 제목의 공각기동대..
자막 끝까지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뜰수 없었던.. 무겁던 애니..

다른 이들의 기억이 없다면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수 있는가..??

만약 내 기억이 다 틀린것이라면..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주제를 던졌던..
 2006/05/08   

쭈니
제게 애니메이션이 즐기기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 영화였죠.
휴~ 어려운 주제들... 전 몇번을 봐도 전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