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첼섬
주연 : 존 쿠삭, 케이트 베킨세일
개봉 : 2002년 4월 19일
어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진정한 사랑을 믿었으며 자신에게도 그 진정한 사랑이 꼭 찾아와 줄것이라 생각했었죠. 그는 진정한 사랑이 내게 다가온다면 첫눈에 알아볼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몇년후 그 남자는 한 여자를 만났고 그녀와 두번째 만나는 날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렸던 진정한 사랑이라 굳게 믿었던 거죠.
그리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이별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그와의 관계를 종료시켜 버립니다. 홀로 남겨진 그. 그에게 이젠 사랑은 오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운명은 또다른 사랑을 준비해 둔걸까요?
누구 이야기냐구요? 제 이야깁니다. ^^;
헐리우드의 흔하디 흔한 로맨틱 영화 <세렌디 피티>를 보고나면 저절로 이러한 질문이 떠오르죠. 과연 사랑이란 것은 운명일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가 사랑을 만나기위한 작은 각본에 지나지 않을까?
이 영화는 저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순진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
그럼 이제 <세렌디 피티>속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죠.
달콤한 크리스마스 이브... 조나단과 사라는 어느 붐비는 백화점에서 첫 만남을 가집니다. 각각 애인이 따로 있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리는 조나단과 사라... 조나단은 사라에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지만 사라는 왠지 망설입니다. 그녀는 과연 조나단이 자신의 운명의 남자인지 의심을 한 거죠. 그녀는 조나단이 진짜 자신의 운명의 상대인지 시험을 해봅니다. 하지만 두사람은 엇갈리죠. 그리고 그렇게 엇갈린채 몇년의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세렌디 피티>는 영화의 초반부터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라는 조나단이 진짜 운명의 상대인지 알아보기 위해 고층 호텔의 엘레베이터에 가서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을 누르는지 시험을 해봅니다. 그리고 조나단의 전화 번호가 적힌 지폐를 가게집에서 바꿔버리고 그 지폐가 자신의 손에 다시 돌아올수 있는지...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책을 헌책방에 팔아서 그 책이 조나단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지... 사실 현실적으로 본다면 그건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사라는 믿고 있습니다. 조나단과 자신이 진짜 운명이라면 그 어떤 운명의 끈으로인해 꼭 다시 만나게 될것이라고...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것자체가 어쩌면 엄청난 확률을 뚫고 이루어 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그 수많은 남자와 여자중에 하필 그 사람과 만나고 사랑에 빠질 확률... 그건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조나단과 사라는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우연한 만남을 가집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언제나 그렇듯 우연한 만남뒤에 안타까운 엇갈림을 준비해 둡니다. 이제 두 사람은 이 우연한 만남을 필연적인 만남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 운명적인 사랑을 개척해야 하는 거죠.
이제 영화는 중반부가 됩니다. 조나단은 아름다운 약혼녀인 할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고, 사라는 가수인 라스에게 로맨틱한 청혼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직 두사람은 서로를 잊지못하고 있었죠. 이제 결혼을 며칠 앞둔 두사람은 서로를 찾기시작합니다. 운명에 모든 것을 걸고...
이 영화는 중반부가 되면 스토리가 더욱 정교해 집니다. 조나단이 사라의 흔적을 쫓아 사라의 집을 알아내는 과정과 사라가 조나단을 찾아 뉴욕으로 오는 과정... 그리고 두사람의 엇갈림... 이 모든것이 완벽한 각본처럼 이루어져 보는 사람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저는 분명 두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것임을 알고 있지만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조마조마해하며 두 사람의 엇갈림에 마음아파했죠. 그것은 이 영화가 그만큼 로맨틱 코미디로써 잘 만들어졌다는 것일겁니다.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진짜로 사랑이란 것이 운명이란것을 믿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과의 사랑이 정말 운명적인 것인지 시험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섣부른 생각으로 곁에있는 사랑을 시험하지 마세요. 수많은 사람들중에 그 사람과 만났다는 것 그것 자체가 두사람은 운명이라는 증거니까요. ^^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만나게된 사람을 향해 또다시 운명을 기대한다는 것... 그건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이해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입니다.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또 시작입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이상한 버릇... ^^;)
전 이 영화를 보며 조나단과 사라보다는 왠지 그들에게 버림받은 할리와 라스에게 관심이 가더군요.
<세렌디 피티>는 어차피 영화이기에 주인공인 조나단과 사라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관객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주인공인 조나단과 사라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게 되죠. 하지만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영화와는 달리 실제 상황속에선 주인공은 바로 자신입니다. 조나단과 사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확인하면 좋겠지만 할리와 라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우는 틀리죠.
이제부터 영화의 관점을 할리에게 가져가 보죠.
할리에게 조나단은 운명적인 사랑입니다. 사라는 조나단과의 사랑을 의심하여 운명을 시험하려다가 결국엔 엇갈리게 되지만 할리는 아닙니다. 그녀는 조나단을 믿었고 결혼을 앞두고 사라때문에 두리번거리는 조나단을 따뜻하게 감싸 안습니다. 그녀는 단지 조나단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결혼으로 이어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조나단은 7년전에 우연히 만난 그것도 조나단의 사랑을 의심하고 시험하려다가 엇갈린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있었고 결혼식을 취소시켜 버립니다. 물론 그렇게해서 조나단과 사라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남겨진 할리의 아픔은 어쩌죠? 할리의 운명적인 사랑은요???
전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이제 제 이야깁니다.) 전 그녀가 제 운명적인 사랑이라 믿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겠죠. 어쩌면 우리의 이별덕분에 그녀는 진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겨진 저는요?
영화처럼 주인공만 행복해지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인가요? 저도 제 삶의 주인공인데... <세렌디 피티>를 할리나 라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건 분명 해피엔딩이 아니고 지독한 비극입니다. 제 인생도 지금 지독한 비극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는 또다시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와 저의 이별이 저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기위해 짜여진 하나의 각본에 불과하다고...
정말 인생이 로맨틱 코미디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인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