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척 러셀
주연 : 드웨인 더글라스 존슨 (더 록), 켈리 후, 마이클 클락 덩칸
개봉 : 2002년 4월 19일
화창한 일요일... 집의 TV는 고장이 나서 안나오고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전 결심했습니다.
"그래, 회사에 가서 노는거야." ^^
텅빈 가방을 메고 밖에 나오니 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하더군요. 어쩜 이렇게 날씨가 좋은지...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날에 갈곳이 고작 텅빈 회사밖에 없으니... 우울한 마음으로 회사에 향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 울릴까말까한 제 핸드폰이 오랜만에 힘찬 벨소리를 울리더군요.
"오호~ 과연 누굴까?"
의외로 전화한 것은 예쁜 학교 후배... 아마 남자친구와 싸웠나봅니다. 날씨는 좋고 남자친구와 싸워 갈곳은 없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제게 이러더군요.
"오빠, 우리 영화보러갈까?"
짜슥, 내가 영화에 약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저야 뭐 신이 났죠. 그렇지않아도 이 좋은 날씨에 회사에 처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우울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영화보고 밥먹고 동대문에 가서 봄옷도 사고... 비록 애인과 같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와 헤어진지 6개월만에 정말 휴일같은 휴일을 보냈습니다. ^^
후배와 본 영화는 <스콜피온 킹>입니다. 사실 전 이런 영화 싫어합니다. 왠지 어정쩡한 SF영화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아마도 배우가 아닌 더 록이라는 프로 레슬링 선수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이 제게 선입견을 줬나 봅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니 재미있더군요. 액션씬도 멋있었고, 스토리 전개도 꽤 흥미진진했고... 아마 오랜만에 여자와 데이트(?)를 해서 기분이 좋아서 일지도 모르죠. 제 경험에 의하면 영화의 재미는 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죄우되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전 처음에 이 영화의 개봉소식을 듣고 장 끌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이 나오는 B급 액션 영화중 하나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헐리우드의 그 수많은 스타급 배우들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고 <미이라2>에서 우스꽝스러운 반인 반전갈 괴물인 스콜피온 킹으로 나왔던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인 레슬링 선수 더 록이 나오니 기대를 할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 영화 그리 만만한 영화가 아니더라고요. 전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주 1위를 차지하더니, 국내 박스 오피스에서도 <집으로...>와 <재밌는 영화>에 이어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스타가 나오지 않는 액션 영화치곤 꽤 좋은 흥행 성적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 영화의 흥행을 부추기는 것일까? 아무리봐도 흥행요소라고는 헐리우드의 흔하디흔한 SF가 전부일것 같은데... 하지만 직접 보고나니 이 영화의 흥행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더군요.
<스콜피온 킹>의 첫번째 흥행요소... 그것은 바로 흥행작인 <미이라>에 살짝 기댄 영리한 마케팅 덕분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미이라2>에서 잠시 모습을 보인 스콜피온 킹이며 주인공은 역시 <미이라2>에서 스콜피온 킹의 역을 맡았던 더 록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미이라>시리즈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미이라>의 외전이라던가 <미이라3>같은 느낌을 줍니다. 아마도 각본을 쓴 사람이 <미이라>의 감독인 스티븐 소머즈인 까닭이겠죠.
암튼 <미이라>의 감독이 쓴 각본과 <미이라2>에서 나왔던 캐릭터와 배우... 이것만으로도 <스콜피온 킹>은 비교적 적은 제작비만으로도 작년 여름 흥행에 성공한 블럭버스터 <미이라2>에 살짝 기댈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아는 배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도 마치 <미이라3>를 보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거고요. 정말 영리하죠??? ^^
<스콜피온 킹>은 외관적으로 <미이라>의 먼 친척임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내관적인 모습도 <미이라>의 친척임을 강조합니다.
<미이라>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모래 폭풍장면은 어김없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며, <미이라2>에서(<미이라1>이었던가? 헷갈리네??? ^^;) 그토록 무시무시했던 살인 풍뎅이는 살인 불개미가 되어 무시무시한 위력을 과시합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인물 설정도 <미이라>와 비슷하죠. 더 록이 맡은 마테우스만이 <미이라>의 어벙했던 주인공 릭 오케넬과 다를뿐 신비한 분위기의 마법사 카산드라는 신비한 전생을 가지고 있던 에블린과 닮았으며 악의 화신 멤논은 이모텝을 연상시킵니다.
스토리 전개에서부터 캐릭터들까지 비슷비슷한 모양새를 갖춘 <스콜피온 킹>과 <미이라>는 서로 공생하며 흥행 전선에 뛰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미이라3>가 개봉되겠죠? 그러면 <미이라3>는 <스콜피온 킹>의 흥행덕을 볼겁니다.
정말 알뜰한 흥행 전략이군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시적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킬수는 있어도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긴 힘이 들죠.
아마 <스콜피온 킹>의 제작진도 이사실을 알고 있었던듯 합니다. <스콜피온 킹>의 두번째 흥행전략...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육탄 공세입니다.
프로 레슬링 선수 더 록의 근육질 몸매와 미인 대회 출신의 여배우 켈리 후. 이 두배우는 연기 경력이 거의 전무한 배우들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의 연기만 본다면 이 영화는 어색한 3류 영화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어색한 연기를 배우들의 육탄공세로 메꿉니다.
이미 더 록의 근육질 몸매는 영화를 보기전에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여배우인 켈리 후의 육탄공세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거의 벗고 나옵니다. 여성 관객들은 더 록의 근육질 몸매에 남성 관객들은 켈리 후의 아찔한 몸매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되는 거죠. 저도 남자이기에 아주 당연히 (^^;) 켈리 후의 몸매에 거의 정신을 팔려 버렸죠.
특히 카산드라가 마테우스에게 납치되는 영화의 중반부... 왜하필 알몸으로 목욕을 하다가 납치되는지... 이거 더 록의 시원시원한 액션씬보다는 카산드라의 그 아슬아슬한 패션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남자로써 어쩔수없는 일이었죠. ^^;
여름 블럭버스터 시리즈로 상당한 흥행성적을 거두었던 <미이라>에 살짝 기댄 마케팅... 그리고 연기력은 부족하지만 몸매만은 환상적인 두 주연 배우의 육탄공세... 그리고 값싼 특수효과와 꽤 잘 다듬어진 액션씬.
<스콜피온 킹>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이처럼 오히려 단순합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그 단순함을 충분히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리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뻔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들은 흔하니까요.
그러나 헐리우드의 뛰어난 흥행 전략은 최소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에서 눈길을 뗄수없도록 붙잡는 그런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건 우리 영화도 배워야 할점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