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추적] - 세트 스코어 1대1... 그냥 여기에서 멈췄으면...

쭈니-1 2009. 12. 8. 22:56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주연 : 마이클 케인, 주드 로
개봉 : 2008년 11월 20일
관람 : 2008년 11월 25일
등급 : 15세 이상

케네스 브래너의 귀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케네스 브래너가 누군 줄 아십니까?'라고 묻는 다면 만약 젊은 분들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우스꽝스러운 록허트 교수 역을 맡은 배우가 아니냐고 대답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라면 [환생], [프랑켄슈타인], [햄릿] 등 감독과 배우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감독 겸 배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영화의 매력에 빠졌던 중학생 시절, 분명 제 눈을 사로잡은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가슴 따뜻한 오락 영화들이 좋았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심장을 조여드는 긴장감 넘치는 갱스터 영화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며 제가 좋아하는 감독의 이름이 한 명 더 추가되었는데 그가 바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입니다. 처음 그가 날 사로잡은 영화는 다름 아닌 [환생]이었습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관객에게 혼동을 줌과 동시에 마지막 반전을 충격적으로 이끌었던 이 영화는 제가 처음으로 좋아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그 이후 그는 [헛소동], [프랑켄슈타인], [햄릿]등을 연출했고, [진저브래드 맨],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배우로써의 케네스 브래너 보다는 감독으로써의 케네스 브래너를 좋아합니다. 그의 연출은 언제나 힘이 느껴지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9살에 영국으로 이주, 왕립 연극원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1984년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최연소로 [헨리 5세]를 연기하기도 했다는 그는 자신의 이력만큼이나 셰익스피어에 집착했으며, 셰익스피어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필체가 케네스 브래너 자신의 연출작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바로 그 케네스 브래너가 귀환한 것입니다.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아닌 셰익스피어에 미친,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필체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귀환한 것입니다.


 

자넨 너무 젊어서 케네스 브래너의 그 대단한 연출작들을 못 봤겠군.


세트 스코어 1대0... 앤드류의 완승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귀환한 영화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팽팽한 대결을 겨루는 [추적]입니다. 이 영화는 1972년 로렌스 올리비에와 마이클 케인이 주연을 맡은 [발자국]이라는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로렌스 올리비에는 케네스 브래너가 가장 존경하는 그래서 닮고 싶어 하는 배우이자 감독이며, 마이클 케인은 [발자국]에서 틴들 역을 맡았지만 [추적]에선 틴들과 대결을 벌이는 앤드류 역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암튼 [추적]은 상당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입니다. 등장인물은 앤드류(마이클 케인)와 틴들(주드 로), 단 두 명뿐이며, 장소도 앤드류의 저택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극도로 한정된 배우와 장소는 이 영화를 독특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스펙터클한 영화의 매력에 빠져든 요즘 관객에겐 지루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특유의 강렬함으로 제게 지루함과 낯설음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그녀의 애인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라는 완벽한 두 배우에 의해서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앤드류의 완승입니다. 앤드류는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서 앤드류에게 모멸감을 줍니다. 비록 틴들은 앤드류가 가지고 있지 않은 젊음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에겐 자신의 아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점을 앤드류는 완벽하게 이용한 것입니다.
자심만만하게 앤드류에게 아내와의 이혼을 요구하던 틴들은 앤드류의 함정에 빠져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합니다. 앤드류의 매력에도 기죽지 않고 노인의 노련함을 보여줬던 앤드류의 완승. 이로써 세트 스코어는 1대0입니다.


 

어떤가, 젊은 친구. 1세트는 나의 완승인 것 같군.


세트 스코어 1대1... 틴들의 반격

3일 후 한 형사가 앤드류를 찾아옵니다. 그는 3일 전 행방불명된 틴들이 앤드류에게 살해되었음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그의 집에서 살인의 증거들을 찾아내게 됩니다. 성공적인 추리소설가로 부와 명예를 얻은 앤드류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는 틴들을 죽이지 않고 단지 겁만 줬다고 항변하지만 모든 증거물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틴들의 반격이었습니다. 앤드류가 자신의 재력을 이용하여 틴들에게 완승을 거두었듯이 틴들은 연기자인 자신의 직업을 이용하여 형사로 변장을 하고 앤드류에게 반격을 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틴들은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이 느낀 굴욕감에 비한다면 앤드류가 느낀 식은땀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는 이번엔 자신의 젊음과 힘을 이용하여 앤드류에게 연타 공격을 날립니다.
바로 이것이 [추적]의 재미입니다. 저는 미리 인터넷을 통해 영화의 정보를 습득한 까닭에 앤드류와 틴들의 한 판 승부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느낀 것은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 때문이었습니다.
1세트에서 게임의 주도권을 잡은 앤드류. 그가 언제 총의 방아쇠를 당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기양양하던 틴들은 무너집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2세트에선 틴들의 압도적인 힘에 밀린 앤드류가 같은 방식으로 무너집니다. 이것이 게임인줄 알고 있지만 두 배우의 연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렇기에 어느 순간 마음을 바꾸어 게임이 아닌 진짜 살인을 저지른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저 역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속을 알 수 없는 게임을 펼치는 그들을 보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자, 나의 반격이 어떤가요? 이만하면 동점이지 않나요?


운명의 3 세트... 과연 누가 최종 승자인가?

이제 세트 스코어는 1대1입니다.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은 마지막 세트만 남겨 놓았습니다. 과연 노련한 앤드류가 이길까요? 아니면 젊은 혈기의 틴들이 이길까요?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됩니다.
앤드류가 반격을 할 차례이지만 앤드류에겐 더 이상 내세울 카드가 없습니다. 이미 그의 최대 무기인 돈에 대한 유혹은 1세트에서 써버렸으니 돈을 능가하는 무기는 앤드류에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앤드류는 차선의 무기를 내세웁니다. 돈보다는 위력이 약하지만 젊은 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바로 권력에 대한 유혹입니다.
틴들에게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과 배우로써의 지원을 약속하는 앤드류가 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신과 함께 지내는 것. 이 부분에서 미묘한 동성애적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중반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즐겼던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부분부터입니다.
하지만 앤드류는 틴들을 결코 이길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강력한 무기의 쓴맛을 1세트에서 이미 당했던 틴들이 차선인 권력에 대한 유혹에 넘어갈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틴들을 이기려면 1세트보다 강력한 무기를 내세웠어야 했건만...
앤드류가 내세운 반격이 의외로 빈약하자 영화의 긴장감은 급속도로 가라앉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엔 두 남자가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반칙이 벌어지며 영화는 서둘러 끝맺음하는 인상까지 전해줍니다.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앤드류도 틴들도. 그리고 이 두 남자가 모두 패배자였듯이 케네스 브래너의 영화를 설렌 마음으로 기다린 제게도 마지막 순간 실망감이 밀려 왔습니다. 세트 스코어 1대1까지 너무 팽팽하던 대결이었기에 마지막 3세트의 승부에도 기대가 컸는데 의외의 반칙으로 마무리를 해버리니 조금 허무하더군요.
연극적인 영화의 독특함.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 그리고 두 남자의 팽팽한 대결. 정말 이 모든 것이 케네스 브래너의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3세트에서 제 기대감을 살짝 빗나가 버리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님... ^^


 

우리 결국 승부를 내지는 못했군.

그러게 왜 반칙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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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주드로는 표정이 정말 굉장한 배우 같아요 .. ㄷㄷ
정말 정말 보고 싶네요 . 추적 .
 2008/11/29   
쭈니 네, 주드 로는 상당히 가능성을 많이 내포한 배우입니다.
현재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죠. ^^
 2008/11/29   
극장에서
다른 분은 몰라도 역시 쭈니님은 보셨군요^^......저도 그 마지막 부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일부러 그런것인지...몰라도 조금만 관객에게 납득할만한 여유를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여지가 없네요.....1:1 그리고 허무함만 있군요..주드 로는 정말 멋진 배우죠.....전 예전 알랑들롱의 태양은 가득히를 리메이크한 리플리를 통해서 처음 주드로를 보았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오히려 맷데이먼과 역할이 바뀌었으면 더 멋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알랑들롱의 젊은시절을 닮았죠....재미있었습니다....  2008/12/01   
쭈니 극장에서님은 저와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비슷하셨나봅니다. ^^
저도 주드 로 좋아하는데...
전 주드 로를 [가타카]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에단 호크가 부러워할만한 완벽에 가까운 얼굴을 지니고 있더군요.
제게 주드 로의 최고의 작품은 역시 [A.I.]...
암튼 좋은 배우임에는 확실합니다. ^^
 2008/12/01   
극장에서
쭈니님께서 지금 계셨네요..^^ 드라마 안보세요....?...전 지금 천국의계단 보고있답니다...와....가타카.....정말 멋진 스토리였죠..멋진영화죠...에단호크하면 전 또한 죽은시인의 사회가 떠오른답니다.....딱 제 고교시절과 맞아떨어져서 그런지....완전몰입....후후....지난시절의 추억이네요.......  2008/12/01   
쭈니 원래 드라마는 왠만하면 안볼려고 노력중입니다. ^^
방통대 기말고사가 며칠 안남아서 지금 공부중...(벼락치기)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제게 아픈 영화였습니다.
혼자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서 보다가 커플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간이의자에서 봤던 기억이...
그날 이후로 제가 이를 갈며 나도 꼭 여친 만들어 맨날 극장에 함꼐 손잡고 다니겠다고 다짐했더랬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추억이라면 정말 무궁무진하죠. ^^
 2008/12/01   
주드로...
콜드 마운틴에서 넘넘넘.............
멋지고.. 훌륭했던 배우져
 2008/12/17   
쭈니 [콜드 마운틴]은 극장에서 놓치고 한참후에 TV에서 새벽에 겨우겨우 봤던 기억이...
아무래도 그런 징크스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이어질까 걱정이랍니다. ^^
 200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