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제임스 본드를 완성시키다.

쭈니-1 2009. 12. 8. 22:51

 

 


감독 : 마크 포스터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 올가 큐릴렌코, 매튜 아말릭, 주디 덴치
개봉 : 2008년 11월 5일
관람 : 2008년 11월 5일
등급 : 15세 이상

드디어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돌이켜보니 지난 10월동안 제가 극장에서 본 영화는 고작 두 편이었습니다. 물론 주말마다 회사, 또는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고, 중간시험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까지 겹치며 영화 볼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10월에 개봉한 영화중 기대작이라고 해봤자 고작 [이글 아이]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11월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1월에 개봉하는 영화들 리스트를 보다보니 한숨만 저절로 나오더군요. 물론 저마다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눈먼 자들의 도시], [맥스 페인] 정도 밖에 안 됩니다. 11월엔 일주일에 두 편 이상은 꼭 극장에서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했던 저로써는 급좌절 모드에 빠지고 만 셈입니다.
그래도 실망을 하기엔 아직은 이릅니다. 일단 [007 퀀텀 오브 솔러스]가 멋지게 11월의 시작을 알렸으며, 기대하지 않았으나 기대 밖의 재미를 안겨주는 흙속의 진주 같은 영화는 언제나 등장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암튼 저로써는 10월의 부진을 빨리 만회할 계기가 필요했으며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그런 계기가 되기엔 정말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야근을 한다는 구피를 졸라 수요일 저녁 10시 15분 목동 메가박스에서 [007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만족.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덕분에 11월의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저 영화, 내가 꼭 보고 싶었던 영화라오!


[007 카지노 로얄]을 회상하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필연적으로 [007 카지노 로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007 골든 아이]를 통해 명성을 알린 마틴 캠벨 감독은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위해 의욕을 불태웠습니다. 그 결과, 예전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어 제임스 본드가 암호명 007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007 카지노 로얄]이 완성된 것입니다.
[007 카지노 로얄]은 46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007 시리즈]를 재구성한 획기적인 영화였습니다. 냉소적이고, 바람둥이이며, 젠틀한 세계 최고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 원류를 되짚었으며, 제임스 본드가 첫사랑의 아픔으로 인하여 지금의 냉소적인 바람둥이 스파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인지시켜 줬습니다.
[007 카지노 로얄]이 이렇게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영화라면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제임스 본드를 최종적으로 완성시켜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물불 안 가리는 야생마가 되어 상관의 명령 따위는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그런 그는 첫사랑의 여인 베스퍼에 대한 복수심이 더해져 더욱 과격해집니다. 상관인 M(주디 덴치)은 물론이고 그의 조국인 영국조차도 그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립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제임스 본드는 복수를 완결지음과 동시에 이성을 되찾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가 보여준 그 냉소적인 미소는 비로써 우리가 알고 있던 제임스 본드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는 첫사랑의 상처를 치유했으며, 그 불타는 복수심을 이겨냈습니다. 이제 그는 이성적이고, 냉소적인 우리가 알고 있던 제임스 본드가 된 셈입니다.


 

내가 너무 통제 불능 야생마 같다고? 그게 원래 나야.


그는 복수심을 어떻게 이겨냈는가?

자! 그렇다면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야생마의 특성을 가지고 있던 제임스 본드는 그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그 열쇠는 바로 카밀(올가 큐릴렌코)에게 있습니다.
카밀은 볼리비아 권력자의 딸이었지만 독재자 메드라노 장군에게 온 가족을 몰살당한 뒤 복수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여인입니다. 그녀는 거의 모든 면에서 제임스 본드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는 그 불같은 성격과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과감성까지.
카밀을 만난 그 순간 제임스 본드는 동료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베스퍼로 인하여 여성에 대한 그의 냉소적인 태도는 주위 여성을 그저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온 몸에 석유를 뒤집어쓴 채 죽은 필즈가 대표적인 희생양입니다. 하지만 카밀에 대한 제임스 본드의 태도는 필즈에게 대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카밀을 베스퍼의 복수를 위한 이용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복수를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불타는 복수심을 잠재웁니다.
[007 시리즈]는 수많은 본드걸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본드걸의 이미지는 그저 오락영화의 눈요기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제임스 본드를 위해 몸 바치고 목숨 바치고, 운이 좋아 목숨을 부지하면 마지막엔 승리에 도취된 제임스 본드에게 쾌락의 선물 정도의 의미를 지닌 것이 본드걸입니다..
하지만 [007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걸은 새로운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새로워졌습니다. 베스퍼가 제임스 본드에게 끼친 영향은 지금까지의 모든 본드걸이 그에게 끼친 영향의 몇 배, 아니 그 차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카밀은 베스퍼의 뒤를 이어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완성합니다. 만약 카밀이 없었다면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불물 안 가리는 풋내기 스파이였을 것이며, 결국 그를 통제할 수 없는 영국은 그를 제거했을 것입니다.  


 

카밀, 우린 닮은 점이 많아. 특히 세수안 한 지저분한 얼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결국 제임스 본드의 복수는 완성되었습니다. 특히 그러한 복수의 완성이 잔인한 죽음이 아닌 너그러운 용서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베스퍼에 대한 상처는 더 이상 제임스 본드를 이성을 잃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임스 본드는 사랑 따위는 믿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변하기 쉽고, 속이기 쉬운 감정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앞으로 여성을 이용하기만 할 것입니다. 그에게 여성을 위한 배려 따위는 없습니다. 단지 임무를 완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예전에는 그러한 그가 싫었습니다. [007 시리즈]가 너무 남성 위주의 영화라고 생각했으며, 오락 영화라면 한번쯤 나올법한 사랑 이야기가 항상 결여되어 있어서 싫증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그를 인정합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없는 냉혹한 스파이의 세계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울리지 않는 사치라는 것을 그는 비싼 수업료를 주고 배웠으니까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당을 도와주는 이기적인 강대국 미국과 영국의 이중성 속에서 제임스 본드 역시 언제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그는 더욱더 냉혹해 져야하고, 더욱더 이성적이어야 하며, 더욱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그를 이해했기에 앞으로 제임스 본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더 이상 사랑에 아파하는 새로운 그를 볼 수 없을 테지만 제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사랑에 아파 울부짖던 그의 모습이 영원히 새겨져 있을 것이기에 그의 냉소적인 표정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래봬도 이 영화의 악당인데, 왜 내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

제임스 본드, 앞으로 자네의 활약을 더욱더 기대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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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장
007 시리즈는 꼭봐야 한다는 압박에 주말에 여친이랑 한편 땡기러 갑니다.
영화평이야 객관적인것보다 개개인의 주관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지노 로얄보다야 잼있겠죠^^
한편 때리고 와서 허접하지만 제 주관적 영화평 짧게 남겨드릴께요...^^
예 : 잼있다 or 잼없다
^^
 2008/11/07   
쭈니 기대됩니다. ^^
저도 영화평은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제 글에 어떤 분들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비난을 하곤 하시는데...
전 사실 제 글이 주관적이면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암튼 보시고 글 남겨주시기로한 약속 꼭 지켜주세요. ^^
 2008/11/07   
이빨요정
영화평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해야하는지 모르겠군요.
당연히 주관적이 될수밖에 없지요.
상영시간이 전작 보다 짦은 것 빼고는 너무 괜찮았습니다.
약간 아쉬웠다고나 할까요? 좀 더 난장판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는...
영화는 너무 만족입니다.
완벽한 극장용 영화더군요.
액션부분에서도 점점 스케일이 커지면서 좀더 완성도가 높아지는군요.
몆년전 워낙에 말이 많았던 "007 어나더데이" 를 왜 그토록 말이 많은가 확인하기위해 극장에서 보고 그 SF영화같은 완성도에 경악을 해서 이제 007은 극장에서는 보지 않는다 라는 결심을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007은 꼭 극장에서 관람을 해야겠습니다.
 2008/11/08   
Park
아 .. 보고싶어요 .. ㅠㅠ
시간이 없군요 .. 시간 ..
 2008/11/08   
쭈니 이빨요정님... 영화평을 객관적으로 할수 있는 사람들은 있죠. 전문 영화평론가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영화 이론에 맞춰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고 그 객관적인 시선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할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저와 같은 아마추어에겐 그런 것을 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죠. ^^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저도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007 카지노 로얄]도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
Park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시간이 없는 안타까움... 저도 자주 느낍니다. 그래도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시간이 나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조급해 하시지 마시고 차분히 기다리시길... ^^
 2008/11/10   
dori
ㅎㅎ 어제 007 퀸텀 오브 솔러스를 보고 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한장면이 있네요. 악당 이름이 그린이라고 사과도 풋사과 먹던.. ㅋ
 2008/11/11   
쭈니 dori님은 영화를 봐도 세세하게 보시는 듯...
전 그 장면이 전혀 기억이 안나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석유를 온몸에 뒤집어쓴채 죽은 필즈... 본드와의 하룻밤의 댓가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
 2008/11/11   
이빨요정
쭈니님. 영화평론가들도 객관적으로 평론을 하여야 하지만 그 사람들도 어차피 사람이기에 결국에는 주관적인 성향이 평론에 들어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평론가들의 비평글을 보면은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너무 악감정을 가지고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도저히 이런글들이 객관성을 띄고 있나..이런 사람들이 평론가들인가 하는 의심이 가더군요.
평론가들의 글을 맹신하던 시대도 이제 가버린거같습니다.
 2008/11/11   
쭈니 사실 저도 평론가들의 글을 안읽은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암튼 우리나라에 진정한 영화평론가가 있는지 의심이 되는 가운데 이빨요정님의 의견이 팍 마음에 와닿네요. ^^
 2008/11/12   
김실장
에휴~~!!
이제야 글 남깁니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 잼있습니다. ^^
이빨요정님 제가 말한 객관적이란 말은 영화 평점에 나와있는 점수 그러니까
점수가 높아서 잼있다 또는 점수가 낮아서 재미없다 이런의미의 객관적 의미를
말한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그러니까 평점이 높고 재미있다는 댓글도 많은데 막상 자기가 보면 재미 없는
영화도 있으니까요...각자 추구하는 장르도 있고 그래서 제 주관적이라고 표현한겁니다.
머 어쨋든 007 영화 볼만합니다.
개인적으로 브로슨너가 나올때가 가장 즐겁게 봤습니다.
 2008/11/18   
쭈니 저도 007영화를 본격적으로 즐긴 것이 브로스넌 부터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브로스넌이 너무 가벼운 제임스 본드라면 크레이그는 조금 무거운 제임스 본드라고 할수 있기에 크레이그가 더 맘에 듭니다.
전 가벼운 것보다 조금은 무거운 영화를 선호하거든요.
아! 물론 너무 무겁기만 한 영화는 사절이긴 하지만... ^^
 2008/11/18   
쟤임신본드
사실 007시리즈의 팬으로써 이번편은 많이 아쉽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만의 차가운느낌이 충분히 살지못한 작품이 됫다고 생각되네요 ㅜㅜ
허나 007시리즈다운 영화였으니!! 만족합니다 ^^*
 2008/12/24   
쭈니 저는 [카지노 로얄]과 맞닿아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은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중이니 점차 더욱 본드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0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