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헬보이 2 : 골든 아미] - '헬보이'여, 깨어나라!

쭈니-1 2009. 12. 8. 22:48

 

 


감독 : 길레르모 델 토로
주연 : 론 펄먼, 셀마 블레어, 더그 존스
개봉 : 2008년 9월 25일
관람 : 2008년 9월 28일
등급 : 12세 이상

구피가 극장에 갔다.

드디어 구피가 극장에 갔습니다. 구피가 저와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이 지난 7월 17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으니 무려 두 달만의 극장 외출인 셈입니다. 두 달 만에 구피를 극장으로 끌어들인 영화는 바로 [헬보이 2]입니다.
시원시원한 액션이 담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유난히 좋아하는 구피가 [헬보이 2]를 보고 싶어 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에서의 흥행 참패와 함께 일찌감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헬보이 2]를 제가 극장에서 보기로 굳게 결심하고 다운로드의 유혹을 힘겹게 뿌리친 것도 바로 구피가 극장에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피는 여전히 '이 황금 같은 일요일에 내가 극장에서 영화나 봐야겠어?'라며 툴툴거렸고, 영화를 보는 동안 무슨 막노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온갖 힘든 표정을 다 지어보였지만 [헬보이 2]를 보고나서는 '재미있네.'라며 짤막하지만 희망적인 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솔로 아닌 솔로가 되어 혼자 쓸쓸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했던 저는 오랜만에 구피와 손을 잡고 영화를 보기 전 군것질거리를 찾아 헤매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구피에게 어깨를 빌려주기도 하며, 솔로가 아닌 커플로써의 극장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화 보는 즐거움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제겐 최고의 일요일 밤이었던 셈이죠.


 

구피를 극장으로 끌어들인 건 꽃미남 영웅이 아닌 못 생긴 빨간 악마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2차 세계대전에서 수세에 몰린 나치는 러시아의 흑마술사 라스푸틴을 고용, 지옥의 악마를 불러와 전세를 역전시킬 음모를 꾸미지만 연합군의 공격으로 나치와 라스푸틴의 음모는 실패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음모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간발의 차이로 어린 악마인 '헬보이'가 지옥에서 지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헬보이'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하기엔 참 애매한 캐릭터입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인류의 적인 악마이고, 그가 지옥에서 지상으로 온 이유 역시 인류의 멸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손에 의해 키워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는 인류를 위해서 영웅적인 활약을 합니다. 자신이 악마라는 사실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면서 말이죠.
[헬보이 2]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이미 1편에서 부활한 라스푸틴의 음모를 저지함으로써 인류를 위기에서 구한 '헬보이'(론 펄먼)는 불을 다스리는 여자 친구 리즈(셀마 블레어)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에이브(더그 존스)라는 새로운 친구를 얻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암암리에 활동하기를 바라는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영웅담을 과시하려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의 눈에 비친 '헬보이'는 그저 무시무시한 악마일 뿐입니다.
전 '헬보이'가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그의 고민은 상당히 타당해 보입니다. 자신의 종족이 아닌 인간들을 위해 싸울 이유가 그에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그를 영웅 취급하기는커녕 그에게 돌을 던지고 욕을 하는 이 상황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일까요?


 

젠장, 내가 왜 저것들과 싸워야하지?


누가 헬보이의 적인가!

'헬보이'의 자아정체성을 위한 고민은 오랜 침묵을 깨고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일어선 요괴 세상의 왕자 누아다에 의해 과속화 됩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인간과 요괴가 함께 공존하던 시절, 인간은 세상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으로 요괴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에 요괴의 왕은 절대 죽일 수 없는 불멸의 군대 골든 아미를 창설하고 인간들을 대학살합니다. 인류의 멸망이 다가온 시점에서 골든 아미의 인류 학살이라는 비참한 광경을 지켜본 요괴의 왕은 인간들에게 휴전을 제안합니다. 숲은 요괴의 공간이라는 조건을 달고... 하지만 인간들은 욕심으로 인하여 요괴의 공간인 숲을 없애고 고층 빌딩을 짓기 시작합니다. 이에 누아다 왕자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골든 아미를 깨워 다시 인류의 멸망을 시도하려합니다. '헬보이'의 새로운 임무는 바로 누아다 왕자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아다는 '헬보이'에게 말합니다. '너는 우리와 같다.'라고. 인간들을 위해 싸우지만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으며, 인간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없는 '헬보이'에게 누아다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인간보다는 요괴에 가까운 존재이니까요.
인간의 세계에선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활동해야 하는 '헬보이'와 그의 동료들이 요괴의 세계인 트롤마켓에선 남의 이목을 끌지 않고 당당히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트롤마켓에 들어서며 던진 감동의 한마디는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였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인간들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헬보이'지만 막상 '헬보이'가 죽음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인간들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헬보이'의 죽음을 외면하려합니다. 그것이 '헬보이'와 그의 동료들이 결국 자신이 속했던 BPRD를 탈퇴하고 자유를 찾게 되는 계기입니다.


 

우리가 좀 개성이 강하긴 하지!


'헬보이'여! 깨어나라.

영화의 후반 '헬보이'의 운명이 잠시 언급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헬보이'는 결국 인류를 멸망에 빠뜨릴 존재라는 것입니다. 결국 '헬보이'는 두 번에 걸쳐 인류를 멸망에서 구해내지만 어쩌면 진정한 인류의 위기는 그들이 그토록 외면하려했던 반 영웅 '헬보이'에게 의해 자행될지도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헬보이 2]는 시리즈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남들에게 좀 더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영웅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헬보이'의 우스꽝스러운 영웅 심리는 '난 인간들과 어울릴 수 없다.'라는 자괴감으로 되돌아 왔으며, 리즈의 임신으로 더 이상 BPRD의 꼭두각시 영웅 짓거리를 할 이유조차 없어졌습니다.
'헬보이'에 비해 BPRD의 명령에 순종적이던 에이브는 요괴공주인 누알라와의 슬픈 사랑을 통해 '헬보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2편의 새로운 캐릭터인 크라우스마저도 '헬보이'의 편에 섰으니 '헬보이'는 가장 강력한 드림팀을 완성한 셈입니다.
물론 '헬보이'가 노골적으로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폭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간들이 그와 그의 가족들을 헤치지 않는 이상. 그렇기에 [헬보이 3]가 기대되는 것입니다. 흥행성을 위해 조금은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진 1, 2편과는 달리 3편에 가서는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어두우면서도 기괴한 매력을 뽑아낸다면 훨씬 이전 영화들 보다 매력적인 영화가 될것입니다. 3편이 제작된다면 말이죠. 제작되겠죠? 제작되어야 할 텐데... 꼭 제작되면 좋겠습니다. ^^


 

헬보이, 넌 인류를 멸망시킬 존재야!

그러게... 진작 우리와 손을 잡고 인류를 멸망시키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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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오 .. 예상외의 꾀나 호평이네요 .. ㅋㅋㅋ
후속작에 대해서는 대부분 분들이 길예르모 감독에게 기대를 많이들 하시는군요 ..
저도 길예르모 감독이 제 실력 발휘만 해준다면 .. 불만은 없지만요 ㅋㅋ
그것보단 .. 저는 저 부채머리한 캐릭터가 왜 이렇게 마음에 들까요 ..
뭔가 괴기스러운 느낌 ..
 2008/09/30   
쭈니 ㅋㅋㅋ
제가 원래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좀더 어둡고 기괴했으면 더더욱 좋아했을텐데...
Park님이 말씀하신 부채머리 캐릭터(^^)는 저도 마음에 듭니다.
[판의 미로]에서 손에 눈이 달려있던 그 무시무시한 캐릭터와 닮은...
아마도 감독이 같기 때문이겠죠. ^^
 2008/09/30   
이빨요정
역시 예상대로 호평이군요.ㅋㅋㅋ
헬보이.
1편과 2편 둘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오락적 재미도 요즘 나오는 영화들에 비해서 떨어지고 너무 가볍고.
1편을 보고 속편이 나올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않았는데 "판의 미로"가 너무 히트를 치는 바람에 2편이 나와서 저도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예상보다는 별로 였습니다.
하지만 3편이 반드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야기의 소재가 너무 좋고 "판의 미로"에서의 그런 분위기라면 엄청나게 재미있게 만들수도 있을것같기 때문입니다.
좀더 성인 취향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흥행에서는 완전 실패작이지만 왠지 3편이 오랜시간뒤에 나올것 같아요.



이빨요정은 개인적으로 맘에 않드는군요.ㅋㅋㅋㅋ

 2008/10/01   
쭈니 좀더 성인취향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에 대찬성.
그렇게만 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가 될것 같군요.
그리고 이빨요정이 저는 맘에 들던데...
귀여우면서도 섬찟한...
특히 이빨요정이 헬보이에게 욕하는 장면... 한참을 웃었다는... ^^;
 2008/10/01   
극장에서
히어로...요즘 케이블방송에서 히어로특집으로 연속방송하던데...그제하루 프리즌브레이크시즌3를 몽땅 보았습니다...와우 역시 좋더군요....안티히어로 뭐랄까...못생겼는데 악당같은데 운명을 지고 가는 멋있는 캐릭터..전 그런 캐릭터가 좋습니다...영화로 갑자기 딱히 생각나지는 않으나 만화로는 베르세르크같은......그런 우울한 암울한 미래적인 그러면서 근세적인 야성의 그런그런..............^^ 쭈니님의 취향을 살짝 느낄 수있겠네요....^^  2008/10/06   
쭈니 저도 케이블에서 히어로 특집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만... '우와! 재미있겠다'라는 감탄사 한번만 내뱉고 구피가 '드라마 봐야해.'라고 해서 바로 포기!!! ^^
저도 안티히어로가 좋습니다. 조금은 암울한 미래를 담은 영화도 좋아하고요... 물론 밝은 영웅물도 좋아합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평범하지만 안다면... ^^
 2008/10/06   
헬보이 2도 뭐.. 재미있었습니다 ^^* 셀마 블레어 이쁘더군요 ㅎ  2008/10/10   
Dyaus
맨날 눈팅만 하다가 미안해서 ㅎㅎ
이 글도 본지 꽤 됐지만 지금에야 리플을 다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재밌었습니다.
반골기질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전 안티히어로성의 캐릭터들이 전 좋습니다.
여기에 요즘 선보인 헐크나 헬보이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갖춘 캐릭터들이지요.
다만 재밌어야 할 요소는 다 갖췄다. 하지만 먼가 어딘가 모자란거 같다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2% 부족하다"라는 말이 여기에 쓰이는 건가 봅니다.
하지만 재밌게 봤고 3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답니다.
 2008/10/10   
쭈니 [헬보이2]가 재밌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기분 좋네요. ^^
쭌님... 셀마 블레어... 저도 예뻤습니다. 우리 구피 닮은듯... ^^;
Dyaus님... 눈팅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3편이 무지 기다려진답니다. ^^
 2008/10/12   
무조건보자
개인적으로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이런영화 좋아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는 이해력 부족으로 다시 봐야 이해가 가니...ㅜㅜ
헬보이 역쉬 무적이네요...
 2008/10/25   
쭈니 저도 간단한 영화 좋아합니다.
물론 너무 간단하지 않고,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모험이 곁들여진다면 더더욱 좋고요. ^^
 2008/10/25   
김실장
헬보이 / 헐크 영웅 위주의 영화 보기에는 좋지요...다만 보고 난 후에 남는게
별로 없다는거...하지만 오락 영화에 감동을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 아닐까 하네요.
 2008/11/07   
쭈니 오락영화를 보고나서 남는건... 바로 속시원한 액션 쾌감.
SF혹은 판타지영화를 보고나서 남는 것은 바로 상상력의 날개입니다.
뭐 영화보고 무조건 감동을 받아야된다고 믿지 않는다면 액션 쾌감과 상상력의 날개를 얻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