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신기전] - '신기전'에 역사가 아닌 사랑을 담아 쏘아 올리다.

쭈니-1 2009. 12. 8. 22:47

 

 


감독 : 김유진
주연 : 정재영, 한은정, 허준호, 안성기
개봉 : 2008년 9월 4일
관람 : 2008년 9월 17일
등급 : 15세 이상

내 퍼펙트한 영화 하루에 태클이 들어왔다.

무작정 하루의 연차휴가를 내던 날, 전 설렌 마음으로 연차 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볼 영화들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각 극장들의 상영 시간표를 대조하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1회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웅이를 보러 가야하는 저녁 시간까지 무려 네 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가장 보고 싶었던 [20세기 소년]을 보고, 곧바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지금 현재 박스오피스 1위인 [신기전]을 본 후 잽싸게 서울대의 씨너스로 자리를 옮겨 구피가 준 씨너스 전용 공짜 영화표로 [방콕 데인저러스]를 보고나면 제 영화 하루가 완벽하게 마감되는 일정이었습니다. 이 일정을 짜기 위해 무려 1시간이 소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태클이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구피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라는 심부름을 시킨 것입니다. 하루에 네 편의 영화를 보려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쥐어 짜내도 시간을 만들 수 없는데, 구피는 영화 한 편을 보지 말고 은행에서 계좌는 꼭 개설하라고 눈을 부릅뜨더군요.
구피의 태클로 1시간 동안 짜놓았던 제 계획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우선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보고 싶었던 [20세기 소년]을 보고나서 극장 앞 매표소에서 다시한번 시간표를 짜내어봤지만 점심 식사를 포기하던지, 아니면 영화 한 편을 포기하던지,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을 하는데 도저히 점심 식사를 포기할 수는 없더군요. 가까운 편의점에서 최대한 빨리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채워도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할 시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으며 영화 한 편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포기한 영화는 바로 [영화는 영화다]입니다. [신기전]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중국 대륙을 위협한 세종대왕의 신무기가 궁금해서 [신기전]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신기전]은 꼭 보라는 어명이 있었네.


작은 나라의 비애를 느껴봐라.

전 우리의 역사극을 보면 답답함을 느낍니다. 어쩌면 저렇게 작고 힘이 없는 나라였는지... 아마도 그래서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였던 고구려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지금도 유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암튼 조선은 대국인 중국에 치이고, 섬나라인 일본에 침략 받고, 참 굴곡이 많은 나라였습니다.
[신기전]은 그러한 답답함으로 시작을 합니다. 일개 사신단에게 무릎을 꿇고 모욕을 당하는 조선의 국왕 세종(안성기)의 모습을 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는 아마도 제가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종은 이 치욕을 자손에게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신기전이라는 무기 개발에 전념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 챈 명나라 사신단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기전]은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설주(정재영)와 홍리(한은정)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양념으로 넣는 민첩함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암튼 이 영화를 관통하는 흥행 전략은 분명 관객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의 비애를 느끼도록 관객들을 자극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가서는 그러한 비애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속 시원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흥행 전략은 분명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추석이라는 민족의 명절까지 끼어 있어서 관객들은 가족과 친구, 연인의 손을 잡고 작은 나라의 비애와 함께 마지막의 속시원한 장면을 맘껏 만끽한 것입니다. [신기전]이 어디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지만 왜 이런 강력한 신무기가 있으면서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어야했는지 모르겠네요. 영화는 시원했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다시금 답답해집니다. 어쩔수없이 전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요.


 

작고 힘없는 나라라서 미안하다.


정재영의 능수능란함과 한은정의 미숙함.

[신기전]의 흥행 전략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 관객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신기전]이 지금처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분명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정재영이라는 능수능란한 배우의 존재입니다.
정재영은 이 영화의 재미 중 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그 심각한 얼굴로도 관객을 웃길 줄 알고, 또 그 웃긴 얼굴로도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를 연기할 줄도 압니다. 만약 정재영이 없었다면 [신기전]은 상당히 썰렁한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재영의 역할은 이 영화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한은정의 연기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정재영이 능수능란하고 천연덕스럽게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사극 연기를 펼쳤다면 한은정은 뭔가 어색한 연기만을 펼쳐 보여줍니다. 분명 그녀의 모습은 사극 속의 여성인데 그녀의 연기는 현대극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중천]의 김태희가 그런 느낌이었는데 한은정도 딱 그렇더군요.
다시 말해 한은정은 이 영화에서 한 없이 튀어 보였습니다. 명나라의 암살자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조선의 국운이 담은 큰일을 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은 홍리의 모습과는 한은정의 연기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정재영의 능수능란함을 뒷받침할 수 있을만한 사극에 어울리는 배우가 홍리를 연기했다면 영화의 재미가 지금의 [신기전]보다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정아! 너만 없으면 된다.


사극으로써는 낙제지만 오락영화로써는 합격이다.

제 글을 자주 읽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사극을 좋아합니다. 오랜 역사의 현장에서 영화보다 더욱 영화답게 살다 죽은 그들의 드라마틱한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기전]은 분명 사극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초반이고, 세종이라는 우리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이 출연하고, 신기전이라는 실존했던 다연발 로켓포가 소재입니다. 제가 꽤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영화는 영화다]를 포기하고 [신기전]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신기전]은 사극으로는 제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의 드라마틱한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신기전이기에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신기전을 완성시킨 설주와 홍리이지만 그들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나갈 뿐입니다. 물론 신기전의 개발을 막으려는 명나라의 음모가 진행되긴 하지만 그것 역시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고나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름 재미는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신기전이 명나라 군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에선 영화의 초반부터 분명 예상이 되었던 장면이건만 통쾌감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사명을 다했는지도 모릅니다. [신기전]은 사극이기 이전에 분명 한국형 블록버스터이니까요.
그러나 전 블록버스터이기 이전에 잘 만들어진 사극을 보고 싶습니다. 신기전을 완성시키기 위해 희생된 그 수많은 장인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 작고 약한 나라의 국민이기에 느껴야 했던 비애가 진심으로 신기전의 화살촉에 담겨 관객의 마음에 아프지만 진솔하게 꽂히길 원했습니다. [신기전]은 즐길만한 영화이지만 사극으로써의 진정성은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신기전은 사랑을 싣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이런 유치한 사랑 놀음이 아니었다.

IP Address : 211.227.13.109 
Park
반응은 좋은데 연기가 문제로군요 ㅋㅋㅋ  2008/09/19   
이빨요정
신기전 보지 못했지만 기대를 하지 않았고 보러갈 생각도 없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상당히 끌리는 군요.
글 읽으면서 살짝 움찔했습니다.
저도 하루에 영화 4-5편 볼 계획을 자주 짜거든요.
점심 굶어가면서는 도저히 못보겠더라구요.
 2008/09/19   
쭈니 Park님...한은정의 연기력은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아니면 고쳐지지 않을듯 보이던데...
이빨요정님... 저도 결국 굶지는 못합니다. 최소한 삼각김밥 3개와 커피우유라도 마시야 하거든요. 배고프면 나중에 막 짜증이 나서 재미있는 영화도 재미없게 봐버립니다. ^^
 2008/09/20   
ssook
오늘 보고 왔는데.. 뭐 재밌더구만요... "코미디" 영화로서...
같이 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이거 코미디 영화야??"
내용은 둘째치고 CG는 확실히 어설프더라구요..
픽.. 웃이 나올정도로.
그리고 대국을 모셔야 한다는 대감님.. 꼭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이 준 선물이라던 모당의원들이 연상되더라구요..쳇...
 2008/09/21   
쭈니 코미디 영화로써 재미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
전 별로 웃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정재영의 연기가... ^^
 2008/09/21   
쩌비
저도 재밌게는 봤어요..ㅋㅋㅋ마지막에 통쾌하기도 했는데..약간의 CG문제와...시대에 맞지않는 어색한 대사.....정말 진지한 장면인데 저와 제 주위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려 버렸죠...ㅠㅛㅠ  2008/09/21   
쭈니 마지막엔 저도 통쾌하긴 했습니다.
뭐 그것으로 만족해야될지도...
 2008/09/22   
준냉이
제가 여기 엑스트라였는데 .. 껄껄..
군사엑스트라중에 종종 보이는사람이 저입니다 ㅎ
 2008/12/07   
쭈니 준냉이님 엑스트라 하시나요??? 대단...
저도 젊었을때 엑스트라 캐스팅될뻔 했었습니다.
어떤 엑스트라 조장이라는 분이 제게 얼굴이 작아서 괜찮다고 몇시까지 어디로 나오라고 했는데 회사나가느라 못나간...
만약 그때 나갔다면 엑스트라하다가 지금쯤 대스타가 되었을지도... ^^;
 2008/12/09   
고독남
정재영은 확실히 연기를 잘하더군요...
솔직히 한은정의 연기는 실망했습니다..

엑스트라는 머리가 작아야하나보군요..
전 머리가 커서 엑스트라는 못하겠네요..ㅋㅋ
 2008/12/20   
쭈니 머리가 작으면 화면빨이 잘 잡히나봅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대부분 머리가 작은 것일지도... 하지만 저는 머리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화면빨은 최악입니다. ^^
그나저나 한은정은 언제쯤 '우와 연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을까요?
 2008/12/22   
사랑놀음은 나름 재미있었는데 핵폭탄은 너무했지요  2009/01/02   
쭈니 ㅋㅋㅋ 핵폭탄... 전 정말 조선시대에 저런게 있었으면 그래서 조선의 군사력이 중국을 압도했었으면 하는 기분으로 봐서인지 재미있더군요. ^^  2009/01/02   
이빨요정
이 영화 정말 실망했습니다.
보기 너무 괴로웠습니다.
너무 허술한 각본과 연출, 상황에 맞지 않는 연기들.....그리고 역사적 고증..
솔직히 마지막 미사일은 좀......너무 황당했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킹덤 오브 헤븐" 이나 장예모의 "황후화" 같은 영화들에 비해 너무 완성도가 떨어져 보여서 좀 안타깝기도 하고...

영화가 너무 성의 없게 만들어져있다는 느낌 뿐이었습니다.
 2009/02/20   
쭈니 전 너무 실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  200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