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주성치
주연 : 주성치, 서교, 장우기
개봉 : 2008년 8월 21일
관람 : 2008년 8월 30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토요일 늦잠보다 토요일 조조할인 영화가 훨씬 좋다.
토요일 아침은 혼자 영화 보러 가는 날로 정했습니다. 그러한 제 결심 이후 주말의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엔 늦잠을 자도 된다는 생각에 금요일 저녁은 늦게까지 TV보다 잤었지만 이젠 토요일에도 일찍 일어나야하기에 금요일 밤에도 일찍 잠이 듭니다. 토요일에 늦잠을 자지 않으니 토요일이 길게 느껴지고, 늦잠으로 인하여 토요일 밤엔 잠이 잘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토요일이라고 해도 밤만 되면 저절로 눈이 감깁니다. 그러다보니 일요일도 바뀌었고, 월요일에도 월요병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 많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아직은 적기에 닭살 커플들에 치여서 혼자 극장 온 비애를 느낄 필요도 없이 여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원래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습관 덕분에 외식비로 돈 지출이 필요 없습니다. 영화비도 절반 가격으로 싸고, 심야로 영화 볼 땐 영화 본 후 집으로 돌아갈 택시비가 지출되지만 조조로 볼 땐 그런 쓸데없는 비용의 지출이 없습니다.
암튼 이번에 제가 고른 영화는 [CJ7 : 장강7호]입니다. 주성치의 영화가 언제나 그랬듯이 부담 없는 웃음과 진한 감동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영화는 상쾌한 토요일 아침을 여는데 알맞은 영화로 보였습니다.
아들아, 너도 늦잠자지 말고 일찍 일어나 만화영화라도 보렴.
주성치 영화답게 시작하다.
제가 새롭게 개봉하는 신작들을 제치고 개봉한지 2주가 지난 [장강7호]를 고른 이유는 주성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제가 주성치를 좋아하게 된 것으로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물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본 [서유기 : 선리기연]을 보며 의외의 감동에 휩싸였었지만 주성치의 영화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단순히 장백지가 보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로 아무 기대 없이 보게 된 [희극지왕]에서 주성치 영화의 재미를 처음 느꼈었고, 이후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을 보며 완전 주성치 영화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성치 영화의 특징은 소시민의 일상을 과장된 코미디로 잘 포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희극지왕]에서는 스타를 꿈꾸는 엑스트라, [소림축구]에선 할 일 없는 백수, [쿵푸허슬]에선 3류 건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패배자인 그들은 인생의 성공자들에 맞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쥡니다.
[장강7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문 초등학교에 다니는 샤오디(서교)는 사실 가난합니다. 아버지(주성치)는 공사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지만 아들에게만큼은 최고의 교육을 시키겠다며 그를 부자들만 다니는 명문 학교에 보내지만 학교에선 언제나 낙제생에 아이들에겐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입니다. 그런 샤오디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주성치 영화의 특징인 소시민의 통쾌한 반란이 시작하는 셈입니다.
명문 학교에 다닌다고 모두 부자라는 편견을 버려!
주성치 영화답게 않게 끝난다.
샤오디의 통쾌한 반란은 아버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이상하게 생긴 녹색 공을 주워오며 시작됩니다. 사실 그 공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입니다. 샤오디는 의문의 생명체에게 '장강7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초능력이 있는 '장강7호'를 이용하여 자신을 무시했던 학교로 가져가 통쾌한 복수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부터 갑자기 영화는 '주성치다움'에서 '주성치답지 않음'으로 급선회합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웃음이 특징인 주성치다운 영화의 모습은 초반에 아주 잠시 맛 뵈기로 보여주고 나서 후반부엔 아주 착한 코미디로 바뀌는 것입니다.
물론 주인공이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소림축구]나 [쿵푸허슬]처럼 악당 캐릭터를 내세울 수 없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인 [8번가의 기적]을 연상케 하는 영화의 전개는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주성치의 영화에게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숨결이 느껴지다니...
급작스러운 화합과 죽었다 살아나기 신공으로 어린 아들과 TV에 모여앉아 함께 TV를 보며 깔깔거리기에 딱 알맞은 영화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가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주성치와 외계인의 만남이라는 애초의 기획에서부터 주성치의 이전 영화를 뛰어넘는 엽기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재기발랄함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착한 디즈니표 영화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넌 너무 귀여워서 주성치 영화에 안 어울려.
외도는 이 영화 한편으로 끝내주길...
제가 착한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디즈니표 영화에 환호하고,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는 꼭 극장에서 챙겨볼 정도로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좋아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성치까지 그렇게 착한 영화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성치가 아니더라도 너무 많은 영화들이 착한 가면을 쓰고 관객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주성치만이라도 그의 개성 넘치는 과장된 코미디와 소시민의 반란을 재기발랄한 영화로 포장하여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전 개성이 강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개성이 강한 영화들이 점차 대중성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실망스러웠으며, 같은 이유로 [장강7호]도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팀 버튼이 [유령신부],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로 제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주성치도 다음 영화에선 자신의 개성을 되찾을 것이라 믿습니다. 착한 영화로의 외도는 [장강7호]만으로 충분합니다. 과연 이러한 제 바람이 주성치에게 전달될지... 주성치의 다음 영화를 보면 해답이 나오겠죠? ^^
나도 이젠 쓰레기 더미 그만 뒤지고 번듯해지면 안 되냐?
영화는 겉모습보다 자신의 개성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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