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이글 아이] - 편안하게 즐기고, 아주 잠시 생각하라!

쭈니-1 2009. 12. 8. 22:50

 

 


감독 : D.J. 카루소
주연 : 샤이아 라보프, 미셸 모나한, 빌리 밥 손튼
개봉 : 2008년 10월 9일
관람 : 2008년 10월 14일
등급 : 12세 이상

중간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영화를 안보기로 하다.

10월이 되니 갑자기 너무나도 바빠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친구들과 친척들의 경조사 소식이 들려오고, 프로야구는 가을잔치로 절 들뜨게 하고, 방통대 중간시험은 10월 26일로 잡혀 있어서 시험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한 절 시시각각 압박해 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일까지 바빠서 하루 종일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왔다갔다만 하나다가 하루를 보냅니다.
이러한 와중에 보고 싶은 영화들마저 끊임없이 개봉하고 있으니 저로써는 아주 죽을 맛입니다. 결국 어쩔 수없이 특단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통대 중간시험이 끝나는 10월 26일까지 극장에서 영화보기를 일단 중지하겠다는 저로써는 참 하기 힘든 결심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한 가지 맘에 걸리는 영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글 아이]입니다. 10월 26일 이후에 보기엔 [이글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던 저는 제 결심에 '[이글 아이]만 보고...'라는 새로운 예외 조항을 삽입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병으로 인한 피곤함이 채 가시지 않은 화요일 밤,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구피를 이끌고 극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도 피곤하고 졸렸습니다. 1박2일의 회사 야유회로 인하여 주말을 편하게 쉬지 못했기에 피곤함이 채 가시지 않은 제 눈은 수시로 감기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졸린데 영화를 꼭 보러 가야하냐?'며 칭얼대는 구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억지로 피곤하지 않은척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 보러 가는데 뭐가 피곤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만약 영화가 조금이라도 지루했다면 극장에서 영화 보는 도중에 졸아버리는 제겐 사상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을지도...


 

피곤해서 주저앉고 싶어도 영화는 보러 가자!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이글 아이]는 아랍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테러 소탕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군사작전의 모든 것이 컴퓨터 화되어 너무나도 손쉽게 적을 제압하는 장면을 보며 미군의 최첨단 무기, 특히 무인 폭격기에 저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군의 희생 없이 적을 제압하는 편리하고 안전한(적에겐 위협적인) 무기처럼 느껴졌던 무인 폭격기는 영화 후반에는 오히려 주인공인 제리(샤이아 라보프)와 레이첼(미셸 모나한)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살인 무기가 되어 버립니다.
[이글 아이]의 맹점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편안한 전산화, 자동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그러한 편안함은 오히려 우리들의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개인 정보에서부터 취향, 소비성향 등 개인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전산에 기록되며 그러한 기록들은 우리들의 자유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억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글 아이]에서 전화로 제리와 레이첼을 위협하는 목소리는 컴퓨터의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자유자재로 통제하고 이용합니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속의 주인공일지라도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속해있는 이러한 전자 기기의 통제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생활이 나를 공격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토니 스콧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도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던 영화입니다. 모든 것이 전산화 되어 있는 요즘의 시대에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여줬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그렇기에 제겐 상당히 인상 깊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저는 지금의 전산화 시대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너무나도 손쉽게 개인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불편한 시대는 싫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제 마음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물론 [이글 아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이미 컴퓨터에 점령되어 있다.


할리우드 특유의 액션 쾌감.

우리의 삶이 편리하게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의 삶을 억압하고 통제할 수도 있는 컴퓨터 시대의 맹점이 이 영화의 주제라면 그러한 내면을 감싸고 있는 영화의 외형적인 모습은 시원시원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전형적인 틀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이글 아이]는 후반이 되면 될수록 아주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제리가 문제아, 반항아에서 액션 영웅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이라던가, 제리와 레이첼이 처음엔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엔 서로 합심하여 난국을 타개하고 러브모드를 형성하는 라스트의 모습이라던가, 제리와 레이첼을 끈질기게 추격하다가 결국엔 제리에게 영웅의 자리를 내줘며 장렬하게 전사하는 FBI 토마스(빌리 밥 손튼) 요원까지... '이거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제겐 더욱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아이들까지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만약 이 영화가 예상과는 어긋나는 결말을 맞이했다면 6살 된 아들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구피와 저는 상당히 찝찝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이 영화의 기본자세 덕분에 저는 편안한 자세로 흥미진진하게 제리의 활약상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할리우드는 아주 오랜 기간을 거치며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인지를 이미 파악한 듯 보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낸 법칙들은 너무 식상한 것들이지만 반대로 너무 편안한 것들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이글 아이]가 흥행을 목적으로 만든 오락 영화라면 더욱더 관객을 편안하게 영화의 결말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끔은 독특한 설정과 결말을 좋아하지만 가끔보다는 조금 자주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설정과 결말을 좋아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제리 영웅 만들기의 들러리나 서야하다니... FBI체면이 말이 아니군.


[아이, 로봇] 그리고 [이글 아이]

[이글 아이]의 또 다른 재미라면 영화 속 '악'의 정체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밝히긴 그렇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며 [아이, 로봇]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아이, 로봇]에서 인공지능 컴퓨터 비키가 인간들을 공격한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간의 방종을 방치한다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생각한 비키는 로봇의 반란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여 인간을 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이글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 속의 테러의 주체는 바로 '미국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끔찍한 테러를 자행하려 합니다. 미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테러를 통해 미국이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은 그만큼 미국의 방종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됩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나를 희생시키면 열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당신은 하나를 희생시키겠습니까? 아니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희생자가 없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는 방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이, 로봇]을 보면서도 그러한 질문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글 아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이글 아이]는 분명 평범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입니다. 할리우드의 신성 샤이아 라보프가 참 열심히도 뛰어 다니고, [디스터비아]를 통해 흥행력을 인정받은 D.J. 카루소 감독은 꽤 흥미진진하게 영화의 오락성을 최대한으로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내게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 영화의 주제가 맘에 들었으며, 그것이 [이글 아이]가 결국은 오락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영화를 보고나서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줬다는 점에서 만족한 영화입니다. 아니, 어쩌면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후 본 마지막 영화라서 더더욱 재미있게 느껴졌을지도... ^^


 

내가 열심히 달리면 영화가 재미있어진다.

열을 구한다고해도 희생되는 하나가 어린 아이라면 절대 NO!!!

IP Address : 211.227.13.109 
Park
재미있다니 다행이네요 ㅋㅋ
샤이아 라보프도 어느새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어가는듯 ..
 2008/10/17   
쭈니 그러게요. 젊은 배우가 너무 한꺼번에 확 떠버리는 듯... ^^  2008/10/17   
김실장
쭈니님의 영화평을 읽고 금일 한편 때리고 왔습니다.
영화는 재미있게 감상했으나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의도가 조금 아쉽네요...^^
 2008/10/25   
오로라공주
살짝 아이로봇이랑 작가가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게 저만의 생각은 아니군요,,,^^ 드라마 올인이랑 로비스트 역시 확인은 안해봤지만 작가가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생각도 들고요 작가 개인들의 취향이 있으니까요...
머라해도 이글아이 볼만합니다...
 2008/10/25   
쭈니 김실장님... 저로 인하여 이 영화를 보셨나보군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으련만... 아주 약간 실망스러우셨나봅니다. ^^ 전 오락 영화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편이 아니라서 아주 엉망이 아니라면 그냥 좋게 보는 편입니다.
오로라공주님... 아마도 동일 작가는 아닐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이, 로봇]은 유명한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썼고, [이글 아이]는 댄 맥더못이 원작자입니다. 더불어 [로비스트]는 주찬옥이 극본을 썼고, [올인]은 최완규가 썼군요. 뭐 서로 다르긴해도 서로 비슷한 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만... ^^
 2008/10/25   
이빨요정
요런소재는 이제 흔해져서 식상한감이 있군요.
90년대만해도 신선했는데.
이글아이.
기대를 별로 않하고 봤기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2008/10/26   
쭈니 그러게요...
식상하죠.
하지만 식상해도 재미있습니다. 제겐...
저도 인간의 천적은 바로 인간 그 스스로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
 2008/10/27   
Unique
저는 마이너리티리포트의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발달된 어떤 기계 혹은 문명 앞에서 잘못된 선택을 막아내는 그런류,,,
마냥 발달만하고.. 마냥 기계를 맹신하면 큰일 난다는...
 2008/11/04   
쭈니 그러고보니 [마이너티리포트]와도 비슷한듯... ^^  2008/11/05   
김실장
쭈니님 간만에 들어왔어요^^
답글 달아주신것도 이제야 보네요
재미 없진 않고요 나름 볼만했습니다.
중반부?(지하 36층 들어갈때 컴퓨터랑 대화) 쯤에 가서 범인이 누군지 감이 오는게 커다란 반전을 너무 마니 기대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솔직히 아이로봇은 범인이 누군지 종반부에 가서야 알았는데
이런류의 영화를 마니 봐오면서 눈치가 빨라진건지...
재미 없진 않습니다...
 2008/11/07   
쭈니 눈치가 빨라지신 걸껍니다. ^^
저도 한때 스릴러 영화의 광팬이라서 스릴러 영화만 봤었더랬는데...
그 덕분에 요즘은 왠만한 스릴러 영화의 반전 혹은 범인은 감으로 때려 맞춥니다. ^^;
 2008/11/07   
김실장
나이가 들면서 눈치가 빨라진게 맞군요...^^  2008/11/18   
쭈니 ㅋㅋㅋ
나이가 들면 느는 것은 눈치밖에 없죠. ^^;
 200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