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 거대한 영화의 시작을 알리다.

쭈니-1 2009. 12. 8. 22:36

 

 


감독 : 오우삼
주연 : 금성무, 양조위, 장풍의, 장첸
개봉 : 2008년 7월 10일
관람 : 2008년 7월 17일
등급 : 15세 이상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밥을 굶은들 어떠하리.

시험이 끝나고 미뤄두었던 영화들을 모두 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 포기해야만 영화를 볼 시간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회사 일을 위해 외근을 나갔습니다. 날씨는 무덥고 해야 할 일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점식 식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밖에서 혼자 밥을 먹으려니 짜증이 납니다. 식당에 손님이 붐비는 식사 시간에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으면 식당 주인에게 눈치받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문득 점심 식사를 안 먹고 그 시간에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즉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극장이 있어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니 운이 좋게도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 있었습니다. 편의점에 가서 삼각 김밥 3개와 커피 우유를 사들고 평일 텅 빈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삼각 김밥을 먹었습니다.
극장 안에서 눈치를 보며 먹었더니 도대체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으며, 맛으로 밥을 먹기보단 그냥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것을 입으로 쑤셔 넣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 될 것 같네요.
암튼 해야 할 일(회사일)과 하고 싶은 일(식사)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어렵게 본 [적벽대전]은 기대와는 달리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to be continue'라며 끝이 나버려 아쉬웠지만 만약 영화가 4시간동안 지속되었다면 어차피 볼 수 없었을 테니 어쩔 수 없이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세상이 불에 타도, 보고 싶은 영화는 봐야한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고 했던가?

어린 시절 삼촌이 빌려줘서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비극을 유난히 좋아했던 저는 이 비극적인 대하 영웅 서사시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장비와 관우가 죽는 장면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삼국지]를 몇 십번씩 읽었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때 읽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워낙 책을 멀리하고 영화를 가까이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비극이 주는 여운을 한 번의 강렬함으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편인데 [삼국지]는 엄연한 승자인 조조보다는 패자인 유비, 관우, 장비의 편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왜 중국의 역사는 승자인 조조를 외면하고 패자인 유비를 영웅화했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은 영화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에서도 이어집니다. 한나라 말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조조(장풍의)는 자신이 천하의 패권을 쥐는데 걸림돌인 유비(용유)와 손권(장첸)을 역적으로 몰아서 전멸시키려합니다. 궁지에 몰린 유비는 제갈(금성무)을 보내 손권에게 동맹을 청하고 손권은 주유(양조위)의 설득으로 유비와의 동맹을 허락합니다. 이제 유비, 손권과 조조의 역사에 길이 남을 대 전쟁이 시작됩니다.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유비는 자비로운 왕의 품성을 가진 인물로, 조조는 사악하고 야비한 인물로 나옵니다. 어쩌면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야망은 유비나, 조조, 손권 모두 똑같았을 텐데 유독 조조만은 악역이 됩니다.
더욱이 영화에선 조조가 여자를 밝히고 주유의 아내를 탐내 전쟁을 일으킨 호색한으로 나오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조조로써는 참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책을 읽을 때도 그렇게 느꼈었는데 조조는 왜 그리 미움을 받은 걸까요?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영웅 선물세트

[트로이]를 보며 아킬레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책에서만 읽었던 영웅들이 대거 등장해서 즐거웠었습니다. 그리고 [적벽대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유명한 유비, 관우, 장비는 물론 주유, 제갈량, 조조, 조자룡까지 [삼국지]를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희미해져가는 영웅들이 대거 등장하여 제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우선 유비, 관우, 장비는 생각보다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삼국지 : 용의 부활]때보다는 많이 나와 반가웠습니다. 특히 서당 선생님 이미지의 관우와 소도둑처럼 생긴 장비의 모습이 제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 흡사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삼국지 : 용의 부활]을 보며 새롭게 발견한 영웅 조자룡도 다시 보니 반갑더군요. 물론 유덕화가 연기한 [삼국지 : 용의 부활]의 조자룡과 비교해서는 아무래도 비중이 낮았지만 그래도 듬직해 보이는 조자룡의 활약은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기뻤습니다.
그 어떤 영웅보다 야비하고 교활한 조조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조조를 연기한 장풍의라는 배우... 제게는 꽤 낯선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교활한 영웅의 이미지를 그 어떤 배우보다도 멋지게 재현해 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영웅의 하이라이트는 주유와 제갈량입니다. [트로이]에서 헥토르가 새로운 영웅의 발견이었다면 제겐 [적벽대전]의 주유가 그러합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우 양조위에 의해 표현된 주유는 낭만적이면서도 용맹하고, 침착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그 어떤 영웅보다도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원래 주유 역엔 주윤발이 캐스팅되었다가 돌연 그가 출연을 고사하는 바람에 양조위로 교체되었다고 하는데 주윤발의 주유가 잘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양조위의 주유는 완벽에 가깝도록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갈량도 이에 못 지 않았습니다. 금성무라는 배우...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젊은 책사 제갈량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합니다. 오우삼 감독은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영웅 이미지에 맞는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킨 듯이 보입니다.


 

영웅의 재발견... 주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시아 최고의 블록버스터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이 거대한 영화는 2시간 10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반밖에 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습니다. 조조와 손권, 유비 연합군은 적벽에서 아직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뿐입니다. 물론 조조의 기마군대를 전멸시킨 제갈량의 팔괘진 장면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지만 제 갈증을 풀어주기엔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런 제 생각을 영화를 마치 잘 알고 있는 듯 '2편이 기대되지?'라며 절 꼬드깁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2편이 기대됩니다. 1편에서 영웅 캐릭터 설명에 거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할애했던 이 영화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약간은 지루했지만 2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2편에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이 본격적인 이야기와 볼거리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양 최대의 전쟁이라는 적벽대전의 현장을 감상하는데 2시간의 워밍업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조조의 대 함대를 과연 주유와 제갈량은 어떤 지략으로 무찌를까요?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쟁쟁한 영웅들은 또 어떤 활약을 펼칠까요? 이미 희미해진 제 기억 너머에는 적벽대전의 내용은 까맣게 잊혀지고 그 거대한 전쟁의 명성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욱더 설렙니다.
오우삼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에서의 활동을 잠시 접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해냈다고 합니다. 그의 영화라면 언제나 열광했기에 그가 필생의 역작이라며 심혈을 기울인 영화의 결과물을 어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
2편은 올 겨울에 개봉한다는데 과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야할지... [적벽대전]에 대한 제 평가는 아무래도 2편을 보고나서야 가능할 듯 보입니다.


 

뭐? 겨울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느긋하게 오우삼의 필생의 역작을 기다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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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ok
저도 그랬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지에서 떠나 도시에 처음 도착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극장엘 갔는데 시간이 딱 맞는 것이 이 영화였지요.. 저도 나름 삼국지의 애독자였던지라, 세 의형제들의 비중이 짧아 아쉬웠지만 뭐 그도 좋았습니다. 짧지만 재미를 주는데 약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양조위의 연기는 늘 놀랍죠.. 거기다 금성무의 발견이랄까.. 솔직히 아무리 해도 좋아지지 않았는데.. 장난기 가득한 공명의 모습이 잘 어울렸어요..

넘의 나라 역사는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흥미를 갖고 열심히 보려고는 하나.. 책이라면 모를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건 노란머리 파란눈이 뵈는 중세,고대물은 거의 보지 않는데.. 넘의 나라라도 우리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검은머리 검은 눈을 한 영웅들이 나오는 이 영화가 맘에 들었습니다.

전혀 아무런 정보도 - 양조위와 금성무가 나온다는 것 이외에는 - 없이 본 영화였던지라.. "이 영화 참 기네...." 하던 찰라에 나온 [to be continue]는 저를 놀라게 했지요..
얼마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아이언맨]이었죠..
참 시시하고 별내용 없이 끝나네.. 하고 나왔다가 인터넷에서 2편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는 놀랐는데.. ㅋㅋ
여튼 2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많아서 좋네요..
 2008/07/19   
쭈니 ㅋㅋㅋ
저는 유난히 역사극을 좋아합니다.
남의 나라 역시건, 우리나라 역사건...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제 구미에 딱 맞는 영화일지도...
2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많아서 좋아요.. *2 ^^
 2008/07/19   
이빨요정
2편을 너무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좀 아쉬웠던 것은 어차피 2편으로 나눠서 만들거라면 러닝타임을 좀더 늘려도 상관없을거 같은데요. 2시간50분-3시간정도.
이런 영화는 헐리우드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2008/07/19   
Park
오 ... 이 영화 .. 2부작이었군요 ... 금성무의 제갈량 싱크로가 너무 보고 싶어서 ..

보고 싶은데 .. ㅠㅠ
 2008/07/20   
소라빵
아.. 이제 보게되네요..;ㅅ;.. 기다렸습니다...
전 [적벽대전]보는동안 지루한거 한번도 없이 눈을 때지못하고있었습니다...
배우 싱크로율이며 영화 흐름이며..
정말 이런 멋진영화는 오랜만인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적벽대전]처럼 좀 더 멋진 사극영화는 안나올까요?
 2008/07/20   
쭈니 2편까지 나온다면 1편과 묵어서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2편이 기대대로라면 DVD로 소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그나저나 전 [삼국지]가 꾸준히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단군신화라던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통일 시절을 영화화한 대작 사극이 제작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전 당장 극장으로 달려갈텐데... ^^
 2008/07/20   
매앤
이상하네요.
전 극장에서 나올때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표정에서 저와같은 실망감을 읽었습니다.
삼국지 팬으로서 창의력없는 줄거리는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2008/07/20   
쭈니 뭐 이상할 것 없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마련이죠. 예를 들어 영화를 재미있게 본 분들은 다른 관객들의 표정에서 웃음과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보게 되고, 실망하신 분들은 자신과 같은 실망감을 다른 관객들에게 보게 되는 겁니다.
저도 항상 그러는 걸요... ^^
 2008/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