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강철중 : 공공의 적1-1] -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되기 위해선...

쭈니-1 2009. 12. 8. 22:33

 

 


감독 : 강우석
주연 : 설경구, 정재영, 강신일
개봉 : 2008년 6월 19일
관람 : 2008년 7월 3일
등급 : 15세 이상

0.5시간(30분)*20(강의)*6(과목) = 7일

올해도 어김없이 방통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운명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기가 들어갈 때마다 올해는 방송강의도 시간에 맞춰 보고, 시험공부도 미리미리 하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공부 외에도 워낙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저는 매번 그런 결심을 깡그리 잊어먹고 이렇게 시험이 다가와야만 부랴부랴 벼락치기 공부를 합니다.
이번 기말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비해 중간고사 및 과제물 점수를 완전히 망쳐버린 저는 기말고사라도 잘 봐야하지만 이렇게 일주일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 과목당 30분짜리 방송강의를 20강의를 들어야 하고 총 6과목을 마스터해야합니다. 산술적으로 공부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순 계산하여 60시간이 필요하지만 저는 평일 하루에 4시간, 주말엔 12시간을 투자하여 일주일 만에 시험공부를 끝내야합니다. 참 살인적인 일정이죠.
암튼 이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기위해 평일에 연차휴가를 냈습니다. 쉬는 날은 원래 늦잠을 자야하지만 평소 출근하는 시간과 똑같이 일어나 아침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한 저는 방송강의를 2배속으로 돌려놓고 보고 또 봤습니다. 그러기를 4시간, 얼추 한 과목이 끝이 날 때 쯤 온 몸에 짜증이 배겨 견딜 수가 없더군요. 결국 저는 영화 한 편으로 몸에 배긴 짜증도 없애고 좀 더 효율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핑계로 무작정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제가 본 영화는 [강철중 : 공공의 적 1-1]입니다. 극장에선 [원티드], [핸콕] 등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들이 잔뜩 걸려있었지만 한국 영화를 보겠다는 애국심이 발휘되고 말았습니다.    


 

그래, 나 공부 안했다. 어쩔래...


잘못은 빨리 인정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강철중]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강철중]은 분명 제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꽤 많이 지닌 영화입니다. 1편인 [공공의 적]을 재미있게 본 저는 실패한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은 [공공의 적 2]도 나름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시리즈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공공의 적 시리즈]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우리 영화에도 시리즈 영화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애로 영화들이었고, 단발성으로 그친 영화들이 더욱 많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돌아이 시리즈]가 그나마 성공한 시리즈 영화였는데 전영록, 최재성이 주연을 맡았을 만큼 이젠 추억의 방화가 되어버린 영화입니다.
그런 가운데 [투캅스 시리즈]가 나왔었습니다. 강우석 감독도 우리 영화도 제대로 된 시리즈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듯 하고, 그 시발점을 [투캅스]로 채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캅스]는 시리즈 화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1편과 2편의 좋은 흥행과는 달리 3편에 와서는 흥행에 참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투캅스 3]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 영화의 중요한 특성은 관객들이 사랑할만한 캐릭터의 구축입니다. [투캅스]는 조형사(안성기)와 강형사(박중훈)를 내세워 사랑스러운 비리 경찰이라는 특이한 캐릭터를 구축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며 그러한 캐릭터는 하나둘씩 사라집니다. 2편에선 조형사가 사라졌고, 3편에선 강형사마저 사라졌습니다. 그 뒤를 이형사(김보성)와 최형사(권민중)이 채웠지만 이미 조형사, 강형사가 없는 [투캅스]는 관객의 사랑을 받기엔 부족한 '가짜 투캅스'였던 것입니다.
사정은 [공공의 적]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캅스]의 비리 형사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형사 강철중(설경구)은 조형사, 강형사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은 이번엔 [공공의 적 2]에서 강철중을 형사에서 검사로 변신시킵니다. 그는 시리즈 영화의 필수요소인 캐릭터 업그레이드만 신경을 썼을 뿐, 결국 [투캅스 시리즈]에서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현사에서 검사로 변신한 말끔한 강철중은 전편과의 연속성이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속편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철중]에선 다시 검사 강철중에서 형사 강철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재빨리 인정하고 이번 영화에서 [공공의 적 3]이 아닌 [강철중]으로, 그리고 부재도 1편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공공의 적 1-1]도 삼았습니다. 그것은 강철중이라는 캐릭터의 시리즈 화에 분명 좋은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너희들, 내가 형사라고 무시하는 거야? 나, 2편에선 검사였어.


공공의 적은 어디로???

그런데 의외입니다. [강철중]은 재미있어야 했습니다. 강철중은 제가 그토록 원했던 형사로 돌아왔고, 1편의 맛깔스러운 조연인 안수(이문식), 용만(유해진)도 [강철중]에서 여전히 맛깔스러운 조연 연기를 펼칩니다. 강철중은 1편보다 더욱더 찌질해 졌고, 각본을 쓴 장진의 유머는 코믹 본능 강우석 감독의 능력과 더불어 유쾌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철중]엔 빠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공의 적'입니다.
[공공의 적]이 애초에 [강철중]이 아닌 [공공의 적]인 이유는 자명합니다. 그것은 관객들이 공분할만한 악역 캐릭터가 그만큼 이 영화에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1편의 부모를 죽인 폐륜아 조규환(이성재), 2편의 사교육 재단의 부패한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는 겉만 번지르한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입니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은 [공공의 적]을 [강철중]으로 바꾸며 강철중이라는 캐릭터와 더불어 이 시리즈의 중요한 테마인 '공공의 적'을 약하게 설정하고 말았습니다. 분명 이원술(정재영)은 나쁜 놈입니다. 어린 학생들을 깡패로 키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을 시키는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분명 전편보다는 약합니다.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최고로 꼽히는 것이 1편인 이유는 조규환이라는 캐릭터의 두려울 정도로 뻔뻔한 모습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펀드 매니저인 그는 영화를 보던 제가 때려죽이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조규환의 폐륜 범죄와 비교해서 2편의 한상우는 양반이었지만 막대한 돈과 권력으로 잘난체하는 것이 참 얄미운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3편의 이원술은? 그는 조규환보다 악마적이지 못하고, 한상우보다는 권력이 없어서 상대하기 쉽습니다. 캐릭터는 유지시키되 상대역은 업그레이드 시켜야하는 시리즈 영화에서 악역이 좀 뒤로 쳐진다는 것은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되기 위해선 아쉬운 대목입니다.  


 

뭐야, 내가 안 무서워? 생긴 건 이성재, 정준호보다 내가 훨씬 무섭지 않냐?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강철중]은 시리즈가 되기 위한 한 가지 요소는 성공했습니다. 그것은 강철중이라는 캐릭터의 성공적인 안착입니다. 2편에서 어울리지 않는 검사 옷을 입었던 강철중이 다시 전셋돈이 없어서 찌질거려야 하는 형사로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요소에선 실패했습니다. 그것은 전 편의 업그레이드입니다. 조연이 업그레이드되던가, 아니면 악역이 업그레이드되던가, 뭔가 업그레이드된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강철중에게 파트너가 생긴다던가, 아니면 강철중에게 자신보다 더욱 돌아이 같은 여자 친구가 생긴다던가, 뭐 이런 식으로 강철중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캐릭터를 계속 투입하고 교체하며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연 캐릭터들이 오히려 전편과 아주 똑같습니다. 1편에서 우려먹은 것은 업그레이드 없이 3편에서 우려먹으면 아무래도 1편보다 맛이 덜 우러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새로운 재료를 계속 넣어야죠.
악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깡패는 나쁜 놈입니다. 영화나 TV에서 멋있는 존재로 잘못 그려지고 있는 깡패가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잘 알겠지만 그 강도가 문제입니다. 1편에서 돈을 위해 부모를 죽인 펀드 매니저와 이사장 자리를 위해 형을 죽인 사교육 이사장에 비해 어린 아이들을 깡패로 양육시키고 살인을 시키는 이원술은 약합니다. 죄질도 약하고 권력도 약합니다.
[강철중]이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가 되며 4편, 나아가서는 5편, 6편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주인공 강철중을 뒷받침할만한 새로운 조연 캐릭터와 전편보다 강력해진 나쁜 놈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1편 우려먹기로는 성공적인 시리즈가 될 수 없음을 기억하시길...


 

안수야, 너도 자꾸 나오니까 이제 별로 안 웃긴다.

4편은 뉴 페이스인 우리가 책임지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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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예상대로 .. 보지말았어야할 영화인데 보고만 .. ㅠㅠ  2008/07/08   
쭈니 ㅋㅋㅋ
보지 말았어야할 영화...
제겐 그런 영화는 없습니다만...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영화들은 수두룩하죠. ^^
 2008/07/08   
unique
저는 나름 재밌게 본것 같은데...
"공공의 적"이 약하기 때문에... 그걸 알기때문에 영화제목이 강철중이 된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뉴페이스 중 둘은 죽어서.... 책임을 질수 있을지.. ㅋㅋㅋㅋ
 2008/07/10   
쭈니 내, 나름 재미있었지만 제 기대치에는 모잘랐습니다.
마지막 강철중이 이원술을 죽도록 때릴때는 속이 시원하기 보다는 약간 안쓰러웠다는...
여기저기에서 '그만 때리지'라는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이 영화의 실책은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8/07/11   
이빨요정
1편에서 2편으로 점점 떨어져가는 재미로 인해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한 영화이지만
그나마 요즘 개봉하고 있는 한국영화들 중에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후속편이 나온다면 연출자가 좀 고심을 많이 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07/13   
쭈니 그래도 흥행에는 꽤 성공했었나봅니다.
저 역시도 시리즈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1편...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은 유독 우리나라 영화에는 들어맞는 것 같아요.
 2008/07/14   
바이올렛
우리 경구 오빠가 요즘 부진인가 보네요.
강우석 감독은 별로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우리 경구 오빠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움... 비됴 나오면 봐야겠다는...
 2008/07/15   
쭈니 뭐 솔직히 비디오로 봐도 그리 큰 타격이 없는 영화일듯 보입니다.
그냥 가볍게 웃고, 그냥 가볍게 액션을 즐기는 정도...
전편의 그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이 영화에선 느낄수가 없었습니다.
 2008/07/15   
namja
이 영화 처음 나왔을때..오오 강우석감독님이 공공의적2 개봉당시의,
내 리뷰를 본것인가! 라고 거대한 착각을 했었죠 하하하..

미국이라서 볼수가 없다는 점이 짜증납니다 ㅠㅠ
 2008/07/19   
쭈니 아~ 미쿡...
나중에 한국 들어오시면 보실 수 있으니 짜증을 거두시길...
그래도 1편만한 기대는 하지 마세요.
어제밤에 케이블 TV에서 1편을 해줘서 무심코 봤는데 역시 빠져들게할만한 재미가 있더군요.
 2008/07/19   
정재영의 연기가 지금까지의 공공적과는 다른 포스를 보여주더군요..
강철중이 어떻게 깨트릴것인지 궁금, 궁금했습니다 ^^;;;
2보다는 better.. ^^
 2008/09/09   
쭈니 전 정재영이 너무 정감이 갔다는...
공공의 적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악당이라니...
 200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