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원티드] - 찌질한 직딩... 킬러가 되다.

쭈니-1 2009. 12. 8. 22:35

 

 


감독 : 티무어 베크맘베토브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개봉 : 2008년 6월 26일
관람 : 2008년 7월 13일
등급 : 18세 이상

찌질 남편, 아내에게 낚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저 역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쉴 새 없이 달리고 토요일, 일요일이 되면 한없이 게으름뱅이가 되어 버립니다. 자가용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 가족 나들이는 생각도 못하고,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뒹굴... 가끔 ‘놀아줘’를 외치는 웅이와 아주 조금 놀아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쉴 새 없이 달리는 것은 구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집안 살림에서부터 웅이 키우기까지 전담하고 구피는 한 달에 한두 번 저희 부모님 집에 가는 날이 되면 조카들 돌보기까지 더해져 할 일이 더욱 늘어납니다.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다. 날도 덥고, 할일도 많고, 남편은 뒹굴 거리며 야구 중계나 보고 있고, 당연히 짜증이 나겠죠. 하지만 저 역시 일주일에 고작 몇 번 제대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는(야구장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구피의 잔소리를 참아내며 게으름을 피웁니다.
결국 잔소리와 짜증도 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달은 구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맙니다. 바로 '청소하면 영화 보러 가지.'라는 훌륭한 떡밥입니다. 야구만큼 영화도 좋아하기에 저는 덜컥 떡밥을 물었고, 결국 그렇게 구피에게 완전히 낚여 버렸습니다.
암튼 그러한 이유로 일요일 저녁 구피와 [원티드]를 보러 갔습니다. 개봉한지 한참 지난 영화이지만 구피가 원했던 영화이고 저 역시 [적벽대전]과 함께 보고 싶었던 영화이니만큼 불만은 없었습니다. 썸머타임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러닝타임 내내 쏘고, 부수는 이 영화를 보며 어쩌면 구피도 게으름뱅이에 찌질한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네요.      


 

찌질한 남편이 되려면 무시무시한 마누라의 잔소리를 참아내야한다.


찌질한 남자의 킬러 입문기

그리고 여기 찌질하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 남자가 있습니다. 직장에선 뚱뚱한 여상사한테 매일 갈굼당하고, 직장 동료는 자신의 애인과 공공연하게 놀아나고 있습니다. 은행계좌엔 돈 한 푼 없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웨슬리 앞에 나타난 폭스(안젤리나 졸리)는 그의 아버지가 사실은 킬러였고 며칠 전 조직 내 배신자에게 피격을 당했다며, 아버지를 죽인 조직의 배신자를 웨슬리에게 직접 처단하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다시 말해 킬러로써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셈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는 킬러를 직업으로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웨슬리 역시 처음엔 거절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거액의 유산과 이 찌질한 삶을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웨슬리는 결국 아버지의 뒤를 이은 킬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지금은 찌질한 남편이지만 저도 한때는 찌질한 백수였습니다. 좋은 회사에 취직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찌질한 백수 생활이 오래 지속되고 있었을 때 제가 문득 마음속으로 바랐던 것은 세상이 확 뒤집어 지는 것입니다. 어차피 평화로운 세상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혼란의 시기에는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그런 전력이 있는 저이기에 웨슬리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가 처한 상황은 최악이기에 킬러라는, 한마디로 자기 자신의 삶을 확 뒤집어 버릴 기회를 쉽게 놓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그는 당장 그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만 느낄 뿐이죠. 그리고 그러한 욕망에 충실했던 웨슬리는 그로인하여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런 여자가 같이 킬러하자고 제안하는데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만화 같은 액션... 요즘은 이것이 추세이다.

[원티드]는 시작이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물론 웨슬리정도는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직딩들의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픈 욕망을 꽤 그럴듯하게 잡아냈으니까요. 하지만 웨슬리가 폭스를 만나며 현실성이 점점 없어지더니 후반부에는 급기야 SF같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총알은 직선이 아닌 C선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고, 급기야는 서로의 총알이 맞부딪히는 장면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씬 하나하나가 전부 현실성이 없다보니 오히려 즐기기는 더욱 좋았습니다.
아무리 킬러의 이야기라도 사람을 죽이는 이들의 이야기가 현실성을 갖게 되면 아무래도 오락 영화로써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이 껄끄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성이 결여되고 나니 '영화니까.'라는 너그러운 마음과 함께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여럿 죽어나가도 눈살이 찌푸려지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네.'라는 탄성만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심각한 영화도 관객들이 웃고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특수효과로 꾸미고, 코믹코드로 감추고, 각색을 통해 변화시키는... 그들은 관객들이 오락 영화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으며 그러한 결과물이 [원티드]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런 자세로 총을 쏴도 백발백중이다.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영화엔 중후반쯤에 한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그 반전으로 인하여 웨슬리는 킬러 놀이를 즐기는 찌질한 녀석에서 복수에 불타는 무서운 킬러로 거듭납니다. 그러한 반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사실 구피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거 리메이크 영화야?'라고 물을 정도로 제목도, 스토리도 많이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너무 뻔한 이야기에 재미없다며 투덜거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반에 펼쳐진 반전과 그로인한 스토리의 급변경으로 인하여 구피는 늘어진 채 앉아있던 자세를 곧추세우고 영화에 집중하더군요. 그러면서 '후반이 되니까 재미있네.'라고 반전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저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초반이 일상에 찌든 관객을 웨슬리와 함께 킬러라는 낯선 세계로 이끌며 감정이입에 성공했다면, 중반부엔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미와 만화 같은 액션씬들로 오락 영화의 재미에 충실했고, 후반부엔 반전을 통해 관객들을 바싹 긴장시키며 주인공인 웨슬리를 새로운 액션 히어로로 등극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고난 후에 '2편 나오면 재미있겠다.'라고 느꼈던 저로써는 안타깝지만 [원티드]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할 일을 모두 끝낸 웨슬리가 혼자 킬러로 활약한다고 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 [원티드]는 최근에 본 오락 영화들 중에서도 영화적 재미로 치면 상위권에 들어가지만 2편이 나온다고 하면 외면하게 될 영화입니다. 웨슬리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까요.


 

뭐, 앞으로 할 일이 없다고? 그럼 정육점에서 일해 보는 것은 어때?

무슨 소리야.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면 방직공이 최고지.  

자네도 킬러 그만두고 방직공장에 취직하게나, 여기 입사원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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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영화이야기 쓰시는데 점점 기술이 늘어가시네요 .. 이젠 상황꽁트까지 .. . ㅋㅋㅋㅋ  2008/07/17   
쭈니 ㅋㅋㅋ
그냥 재미삼아... 유치하다는 분이 나오면 바로 중지할려고 했는데 아직은 유치하다는 평이 안나오네요. ^^
 2008/07/18   
ssook
이 영화도 그렇고, 예전에 [아이언맨]도 그렇고...
친구랑 보다가 "저 아저씨가 범인인가봐..."하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정말 그 사람이 범인이 되어버리는 상황...
뭐 영화 스토리가 꽤나 단순해져 간다는 반증이랄까..
저는 오직 모건프리먼 할아버지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남자 쥔공은 첨 보는 듯 했고, 안젤리나 졸리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지라....
근데 스토리는 둘째고, 안젤리나 언니는 왤케 멋있었던걸까요..
넘치지 않고 무미 건조해주시니.. 딱 내 타입이었는데..............ㅋㅋ
같이 본 친구는 남쥔공에 빠져서는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저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막내 아가씨가 첨 만난 그 반인반수가 바로 그 남자아이였다고 기억하냐면서요..
간만에 신나는 영화 한편 봤지요.
 2008/07/19   
namja
흥행성적으로나 여러가지 아이디어로나, 후속작 나올 확률 무지 높을듯 합니다.

트리플엑스가 후속에서 오나전 망했지만 -_-;;;
이건 본시리즈처럼 되려 다른 스타일의 스타일액션 시리즈로 거듭날지도 하핫
 2008/07/19   
쭈니 안젤리나 졸리... 멋있죠? 전 왜 이런 강인한 여전사가 좋을까요??? ^^
하지만 이 영화가 2편이 만들어진다면... 전 그다지... 안젤리나 졸리 없는 [원티드]라니...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
 2008/07/20   
이빨요정
이 영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초반부터 관객을 압도하면서도 황당하게 하는...
감독의 전작 나이트워치를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없게 봐서인지 극장에서 봐야되나 말아야 되나 심각한 고민을 하고 결국 보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이었습니다.
아예 작정을 하고 비주얼 액션 위주로 나가는 컨셉도 맘에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쳐지는 스토리 빼고는 캐스팅이나 음악 다 맘에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로는 부족할것이 없군요.
여자친구하고도 즐길만한 액션영화로 (여자친구 없지만...-_-) 상당히 좋아요.
 2008/07/21   
쭈니 오락영화로는 부족할 것이 없는 영화라는데에 공감!!!
구피와 함께 봤는데 보는 내내 '우와~'하며 봤답니다. ^^
 2008/07/21   
Unique
I am sorry~~~~~~ 빵~~
ㅋㅋㅋ
그냥 시원했던 영화로밖에... 남자주인공 스팅만 좀더 멋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었어요..
브래드피트는 어땠을까요
 2008/07/24   
쭈니 브래드 피트가 초반에 찌질이 연기를???
안어울립니다.
차라리 2편을 만들어서 2편에 주인공을 브래드 피트로 바꾼다면 모를까... ^^
 2008/07/24   
주인공이 너무 찌질했죠 ^^  2008/09/03   
쭈니 2편도 만들어진다던데... 이번에도 찌질할건지... ^^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