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티브 마르티노,지미 헤이워드
더빙 : 짐 캐리(차 태현), 스티브 카렐(유세윤)
개봉 : 2008년 5월 1일
관람 : 2008년 5월 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다음 영화는 [스피드 레이서]이다.
1년 전만해도 저와 함께 극장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웅이. 제가 영화 보러 가자고 그렇게 꼬드겨도 비디오로 보는 것은 좋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싫다며 그렇게 거부하더니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찾아온 꿀맛 같은 휴일 날 [호튼]을 보겠다며 안달을 합니다.
사정인즉 이 모든 것이 구피의 농간입니다. 근로자의 날 휴가를 혼자 자유롭게 만끽하고 싶었던 구피는 웅이에게 [호튼] 예고편을 보여주며 아빠한테 보여 달라고 조르라고 살살 꼬드겼던 것입니다. 제가 영화 보기라면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는 구피는 저와 웅이를 극장 안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최소한 2시간 동안의 자유를 만끽했던 것입니다.
암튼 이유가 어찌되었건 정말 오랜만에 웅이와 극장에 갔습니다. 극장에선 가정의 날 5월을 맞이하여 어린이용 영화 예고편이 많이 하더군요.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돼지 코 공룡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네이버에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과 드림웍스의 야심찬 프로젝트 [쿵푸 팬더]까지... 그러나 웅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예고편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스피드 레이서]입니다.
[스피드 레이서]의 그 현란한 예고편을 넋을 잃고 보던 웅이는 제게 '아빠 다음엔 저 영화 보자.'라며 귓속말로 이야기하더군요. 6살짜리 꼬맹이에게 저런 현란한 액션 영화를 보여줘도 괜찮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웅이도 남자는 남자인가 보네요. 남자의 로망이라는 자동차 레이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다니... 제가 너무 웅이를 어린애 취급했나봅니다.
닥터 수스 원작의 힘
[호튼]은 닥터 수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닥터 수스가 누구냐고요? 국내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원작을 영화화한 [그린치], [더 캣]은 미국에선 박스오피스 대박을 기록할 정도로 미국에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동화작가입니다. [호튼]의 원제가 [Dr. Seuss' Horton Hears a Who!]일 정도로 [호튼]에서 닥터 수스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닥터 수스의 영향력 덕분인지 [호튼]은 미국에서 현재 1억 5천만 달러를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저 역시 닥터 수스의 동화를 읽어 본 적은 없지만 [그린치], [더 캣]에서 미뤄 보건데 그의 동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엉뚱한 모험담과 교과서적인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호튼]이 딱 그러합니다.
눌루랄라 정글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졌지만 티끌보다도 작고 여린 마음을 가진 코끼리 호튼(짐 캐리, 차태현)은 어느 날 티끌에게서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친구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호튼은 티끌 속에 사는 친구들을 위해 위험한 모험에 나섭니다.
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심술쟁이 그린치(짐 캐리)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빨간 모자를 쓴 말하는 고양이 더 캣(마이크 마이어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과 자신의 신념을 위해 그 어떤 위험도 이겨내는 용기는 호튼을 독특한 캐릭터로 둔갑시켰습니다.
호튼과 호흡을 맞추는 누군가 마을의 시장(스티브 카렐, 유세윤) 역시 독특하면서도 교훈적이었는데, 모두들 축제 준비에 바쁜 와중에 혼자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하늘 저 밖의 커다란 존재를 마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그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교과서적인 교훈을 재미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캐릭터 열전... 이것이 아마도 닥터 수스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요?
어린 아들과 함께 보기엔 좋지만...
하지만 [호튼]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어른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지는 않습니다. 동화를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딱 웅이와 함께 보며 부자간의 정을 쌓은 그 재미와 감동 수준에서 멈춰 버립니다.
다시 말해 [호튼]은 어른 혼자 보기엔 적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지금이야 웅이와 함께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보지만 결혼 전에는 혼자, 구피와 결혼 후에도 구피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챙겨볼 정도로 애니메이션을 어린 아이들의 영화가 아닌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며,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몰락할 즈음엔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픽사의 놀라운 성공과 더불어 드림웍스, 20세기 폭스 등 후발 주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팬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후발 주자들은 영화의 주관객 층을 철저하게 어린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호튼]이 정확히 그러합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교과서적인 교훈은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딱 멈춰져 있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볼 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났었는데, [호튼]을 보면서는 '아이들의 위한 동화'라는 생각만 나더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에게 영화가 안겨주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에 대한 교훈을 웅이에게 되새겨 주며 [호튼] 감상을 마쳤습니다. 마치 웅이와 영화를 보며 웅이에게 공부를 시킨 느낌이랄까... 진정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픽사의 [월·E]가 개봉하는 7월까지 기다려야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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