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추억의 문을 연 것으로 만족한다.

쭈니-1 2009. 12. 8. 22:27

 

 


감독 : 롭 민코프
주연 : 마이클 안가라노, 성룡, 이연걸, 유역비, 이빙빙
개봉 : 2008년 4월 24일
관람 : 2008년 4월 25일
등급 : 12세 이상

몸도 마음도 지쳤었다.

지난 4월 25일은 거의 제 몸과 마음이 최악으로 지쳐있었을 때였습니다.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힘들고 바쁜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서 어느 정도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라서 몸과 마음이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외식이라면 돈이 아깝다며 싫어하던 구피가 갑자기 월급날 핑계로 외식하자고 절 불러낸 것도 아마 그런 제 지친 표정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필 외식 장소가 CGV 목동의 푸드코트였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자연스럽게 우리는 식사 전에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그 전주엔 볼 영화가 [스트리트 킹]밖에 없었는데, 그 주엔 볼 영화가 [포비든 킹덤]밖에 없더군요. 그래도 다행스럽게 볼 영화가 최소한 한 주에 한 개씩은 개봉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
구피는 '[포비든 킹덤]이 무슨 영화인데?'라고 제게 묻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응, 성룡과 이연걸이 주연을 맡은 영화래.'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족한지도 모릅니다. 홍콩 영화의 오랜 팬으로써 성룡 주연의 영화만으로도 반가운데 거기에 이연걸도 함께 나오니, 도대체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상관없이 [포비든 킹덤]은 볼 수밖에 없는 영화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구피도 제 대답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대꾸를 하지 않더군요. 우린 그렇게 암묵적인 동의 아래 [포비든 킹덤]을 보았습니다.


 

 


성룡 + 이연걸 = 판타지어드벤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포비든 킹덤]은 성룡과 이연걸을 하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성룡은 코믹 액션의 달인이고, 이연걸은 정통 액션의 지존입니다. 그런 만큼 둘은 한 영화에서 쉽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포비든 킹덤]은 그 둘을 하나의 영화로 묶어 놓은 것입니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거대한 자본으로 7천만 달러라는 블록버스터 급 제작비까지 투입이 된 영화이니만큼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둘은 서로 잘 어울렸습니다. 성룡과 이연걸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며 꽤 잘 어울리는 파트너십을 보여주더군요. 물론 이것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닌 성룡과 이연걸에 대한 평가입니다. 코믹 액션과 정통 액션을 대표하는 상반된 영역의 두 배우가 만난만큼 어색한 면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두 배우를 엮은 영화의 장르도 무난했습니다. 서유기를 기틀로 하여 판타지 영화의 기본 틀을 완성한 이 영화는 성룡과 이연걸의 만남만큼이나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이루어 놓으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성룡의 이연걸을 보는 재미,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대표되는 서유기와 판타지 장르의 만남뿐 만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롭 민코프 감독이 홍콩영화의 오랜 팬이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포비든 킹덤]은 홍콩영화 팬에겐 확실한 팬 서비스를 해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홍콩영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이 영화의 오프닝 씬은 고전 홍콩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그것은 [포비든 킹덤]이 추구하는 영화적 재미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선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룡은 등장하자마자 취권으로 악당들을 무찌릅니다. 지금의 성룡을 만든 영화가 바로 30년 전 영화인 [취권]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롭 민코프 감독은 그러한 관객의 희미한 추억을 처음부터 이용한 것입니다. 술을 마시며 비틀거리는 성룡이 악당을 무찌르는 모습. 그러한 설정만으로도 저 같은 관객들은 이 영화가 반가웠던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연걸은 [동방불패]의 영호충, [황비홍 시리즈]의 황비홍을 반쯤 섞은 듯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할리우드로 진출하며 이연걸의 캐릭터가 너무 딱딱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약간은 장난스러운 이연걸의 표정이 반가웠습니다. 누가 뭐래도 제게 이연걸의 최고 영화는 [황비홍]이 아니라 [동방불패]였기에...
이연걸과 성룡의 대결은 어렸을 적 무협 만화에서 보았던 당랑권, 사권, 학권, 호권 등이 난무합니다. 저와 같은 또래의 관객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무협 만화를 흉내 낸 무협 대결을 펼친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전 약골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무술을 꽤 잘 따라 해서 반에서 쌈장인 녀석에게 결투 신청을 받았었는데 단 한방에 KO되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임청하에 대한 추억이 물씬 풍기는 백발마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임청하가 우정 출연을 했으면 더욱 열광했겠지만 그래도 제법 임청하와 닮은 이빙빙이라는 배우가 백발을 휘날리며 악역을 소화하더군요. 꽤 흥미로웠습니다.


 

 


부수적인 재미 말고는...

하지만 '영화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구피의 대답에 자신 있게 '응'이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룡과 이연걸의 만남과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을 일깨워준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고 영화 그 자체로만 본다면 참 엉성하고 재미없는 영화였으니까요.
서유기를 기초로 하고 있으면서 틀에 박힌 내용과 엉성한 스토리로 일관하는 이 영화는 성룡과 이연걸이 나오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영화를 보라는 것인지 묻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영화 자체가 엉성하다보니 오히려 [포비든 킹덤]은 홍콩영화와 할리우드의 이상한 관계에 대한 우화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하며 많은 홍콩영화인들이 할리우드로 건너갔습니다. 새로움에 목말라 있던 할리우드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중 오우삼처럼 할리우드에 완벽하게 적응한 감독이 있는가하면 서극처럼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감독도 있습니다. 성룡과 이연걸은 성공한 배우 축에 듭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홍콩 어드벤처 영화 [포비든 킹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할리우드가 얼마나 홍콩 영화에 푹 빠져있는지 이 영화는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판타지의 세계를 구하는 인물이 성룡도, 이연걸도 아닌 미국의 허접한 꼬마 제이슨(마이클 안가라노)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할리우드가 홍콩영화에 푹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홍콩영화를 구하는 것 역시 할리우드 자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랄까... 제가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할리우드 자본에 갇혀 스토리는 없고, 이미지만 있는 가짜 홍콩영화만을 생산하는 그들의 운명이 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IP Address : 211.226.191.121 
어릴때 친척집 놀러가면 친척오빠들이 놀아주지도 않고 주구장창 홍콩영화 비디오를 보고 있었던게 가슴에 맺혔던건지.. 어째 전 이런스타일의 영화는 포스터도 잘 안보게 되네요..선입견이 무섭긴 무서운가봐요..  2008/05/02   
쭈니 선입견... 무섭죠. ^^
전 어린 시절 혼자 이런 류의 영화 주구장창봐서 왠만하면 이런 영화가 반갑습니다. ^^;
 2008/05/02   
써니
저는... 음... 솔직히 별로였어요.
원래 홍콩영화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스토리가 약한 건 싫은데..
볼 거 없어서 성룡이랑 이연걸 나와서 봤는데 흠...
제 기억으로는 주구장창 싸운 기억만..
그러다 갑자기 주인공 남자아이와 그 복수하겠다는 여자아이가
사랑으로 몰고 가는데.. 솔직히 어색한 감이 들더라구요...
 2008/05/16   
쭈니 뭐 그런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저도 스토리면에서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지 성룡과 이연걸이 한 화면에 나왔다는 것... ^^
 2008/05/16   
Park
요새 나오는 성룡영화는 죄다 대사가 영어인데 .. 왜 유독 이 영화만 어색하게
느껴질까요 .. ?
 2008/05/28   
쭈니 그러게요... ^^  2008/05/31   
이빨요정
영화를 보면서 느낀것은 정말 성의 없게 만들어졌다는것입니다.
영화는 마치 월트디즈니에서 만든 가족용 오락영화같다는 느낌이 었습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을 보면서 느끼는 환상이 이정도구나 라는것도 느끼게 되었는데 뭐 그건 피차일반이니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하잖아 싶었죠.
이연걸과 성룡이라는 이런 훌룡한 액션 배우들을 가지고 이렇게 만들다니...
솔직히 영화를 보는내내 좀 불쾌했습니다.
얄팍함에 치를 떨었죠.
쭈니님 처럼 저도 이연걸의 매력이 제일 잘 살아난 영화는 "동방불패" 라고 생각됩니다.
매우 인간적이지요.
성룡은 "폴리스 스토리"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때 "서유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지는구나"
"뭔가 스펙타클한 액션이 나오겠지" 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소박한 가족드라마같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헐리우드에서 나오는 홍콩 무술영화의 큰 문제점은 액션에 한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홍콩영화에서 보통 액션이 나오는 계기는 인물들의 복수심이나 배신, 분노 역사적 사건들에 따른 상황들 등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영화에는 그게 없습니다.
액션장면들을 보면서 전혀 감정이 않생기더군요.
그만큼 무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않하는것 같습니다.
영화초반에 중국 할아버지가 말하는것처럼 무술영화가 왜 좋은가? 여자들한테 인기얻을려고 그러지. 이 말처럼 홍콩 무협이 헐리우드에서는 단순 서커스로 전락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영화에 실망을 많이 해서 욕만한것 같은데
그래도 이 영화 나름대로 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성룡과 이연걸이 같은 영화에 나온다는 것.
유역비,이빙빙 이라는 예쁜 중국 여배우들 때문에 눈은 호강했다는것.(정말 제 취향들인 아리따운 처자들이더군요.)
동방불패나 황비홍, 취권같은 추억의 영화들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졌다는점.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2008/12/31   
쭈니 이빨요정님의 글이 이해됩니다.
좀 성의없이 만들긴 했더군요. ^^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