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테이큰] - 아버지는 강했고, 영화는 잔인했다.

쭈니-1 2009. 12. 8. 22:26

 

 


감독 : 피에르 모렐
주연 :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팜케 얀센
개봉 : 2008년 4월 9일
관람 : 2008년 4월 13일
등급 : 18세 이상

구피의 깜짝 선물.

구피는 요즘 1주일 이상을 목감기로 콜록거리고 있습니다. 그 놈의 감기는 낮엔 멀쩡했다가 밤만 되면 심해진다는 군요. 차라리 낮에 회사에서도 아프면 집에 일찍 가서 쉬라며 보내줄 텐데 낮엔 오히려 멀쩡하다고 하니 잠잘 때마다 기침을 하는 구피를 바라보는 저만 괴로워졌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구피에게 영화 보러 가자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극장가의 비수기 덕분(?)에 요즘 목숨 걸고 볼만한 영화가 드물어 그럭저럭 영화 안보고 넘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런 제가 안쓰러워보였는지 어느 날 구피가 영화 예매 교환권을 꺼내들더군요. [테이큰]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연의 황후]를 예매하고 싶었지만 표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테이큰]을 예매했다는 구피. 사실 [테이큰]은 그리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피가 절위해서 감기에 걸려 제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예매해줘서 전 감동을 받았습니다.
일요일 저녁... 구피와 함께 [테이큰]을 보러 갔습니다. 아무리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앞좌석까지 꽉 채운 극장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관람이었기 때문인지 [테이큰]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뻔한 스토리와 별 특색이 없는 액션이 펼쳐졌지만 영화에 단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인신매매라는 충격적인 소재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공포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몸이 아픈 아내를 앞세워 영화를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채운 비정한 남편의 영화관람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구피는 낮엔 잠잠했던 기침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집에서 푹 쉬어야 감기가 빨리 떨어진다는데... 미안하다 구피야... ^^;  


 

 


뤽 베송 감독이 어떻게 이럴 수가...

[테이큰]이 시작하며 가장 먼저 제 눈길을 끈 이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뤽 베송입니다. 뤽 베송은 한때 제가 장 자끄 아노 감독과 더불어 유이하게 좋아했던 프랑스 감독입니다. 20대 시절에 봤던 [서브웨이], [그랑 블루], [니키타], [레옹], [제 5원소], [택시], [잔다르크]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라피는 언제나 제겐 매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는 뛰어났지만 제작자로서의 뤽 베송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택시 2], [키스 오브 드래곤]에서부터 이어지는 그의 제작 영화들은 제겐 너무 할리우드적이었고, 그래서 뤽 베송만의 색깔이 결여된 평범한 액션영화에 불과했습니다.
전 [테이큰]이 뤽 베송의 제작영화인 줄은 몰랐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더더욱 [테이큰]에 대한 기대감이 덜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테이큰]이 시작하고 나서야 이 영화가 할리우드 배우들을 기용한 뤽 베송의 제작의 프랑스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불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땐 이미 늦어버린 후라서 포기하고 영화를 감상해야 했습니다.
다행인지 [테이큰]은 제가 최근에 봤던 뤽 베송 제작 영화인 [택시 4]처럼 엉망진창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제작한 영화중에선 가장 재미있었다고 해야 맞겠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뤽 베송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를 인신매매의 천국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미국인 액션 히어로의 액션 담을 그려놓다니...  제가 만약 프랑스인이었다면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뤽 베송 감독이 어떻게 이럴 수가...'라며 분노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버지는 강했다.

암튼 다행스럽게도(?) 전 프랑스인이 아니었고, 그래서 [테이큰]에 대한 악감정 없이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국가를 위해 일을 했지만 그로인하여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브라이언(리암 니슨)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은퇴를 했고, 이젠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충실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습니다. 아내인 레노어(팜케 얀센)는 다른 돈 많은 남자와 재혼을 했고, 딸인 킴(매기 그레이스)은 양아버지의 풍족한 돈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그는 오히려 아내에게서, 딸에게서 있으나마나, 아니 있는 것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일이 발생했습니다. 파리로 여행을 떠난 킴이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입니다. 돈 많은 양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며, 브라이언을 귀찮아하던 레노어는 킴을 구해달라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브라이언은 무기력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킴을 위해서 옛 실력을 발휘해나갑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뻔한 내용의 영화였습니다. 전직 특수요원의 활약상은 이젠 별 특별한 것이 없으며, 부성애를 내세운 스토리 라인 역시 하품이 나올 정도로 너무 노골적입니다.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눈에 휜히 보이는 듯 했으며, 영화의 결말까지도 마치 이미 본 영화처럼 예상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진 뤽 베송 감독이 제작을 했던 별 특색 없었던 그 수많은 액션영화들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테이큰]은 결정적으로 제 눈과 귀를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화려한 액션도, 리암 니슨의 연기력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인신매매라는 잔인한 영화의 소재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잔인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아동실종 사건을 보며 저는 치를 떱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어떻게 저런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저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가... 그것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후로 더욱 심해졌습니다. 웅이가 잠시라도 함께 있다가 눈에 안보이면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제 심장은 덜컥 내려앉습니다.
제가 [테이큰]을 긴장하며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인신매매 범에게 납치당한 아버지의 극한 심정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이 잔인하게 납치범들을 죽여도 오히려 저는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것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약에 찌든 채 남자들의 성노리개가 되어 쓰러져있는 여자들을 볼땐 그 잔인함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습니다. 킴처럼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딸이었을 그녀들이 이렇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모습이 제겐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구피는 '무서워서 해외여행을 갈수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로 느꼈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 언젠가는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과연 이 무서운 세상에서 웅이가 커도 혼자 밖에 내보낼 수 있을지... 우리나라에서도, 그리고 해외에서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점점 잔인한 소재로 무장하고 있는 뤽 베송 영화의 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했습니다. 신선한 소재와 아름다운 장면으로 절 매료시켰던 뤽 베송 감독이 왜 유독 제작하는 영화에선 자극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액션으로 승부를 거는 것인지... 이젠 뤽 베송 제작 영화가 아닌, 뤽 베송 감독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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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못볼거 같아요.. 애들 어떻게 한 장면들이 뉴스에 나와도 다른곳으로 채널을 돌려버리거든요.. 악몽까지 꿀정도로 보고 나면 가슴이 아파서... 그런데.. 글중에.. 임신이 아니고 인신매매가 아닌가해서요.. 살짝 오타 수정차.. ㅎㅎㅎ  2008/04/14   
쭈니 앗! 그렇지않아도 구피의 지적을 받고 수정하기위해 들어왔는데... 창피하게스리... ^^;  2008/04/14   
귓속말 기능이 있었더라면 살짝 귀뜸해드릴려고 했는데.. 넘 공개적이 되어버렸나봐요 죄송해서 어쩌죠 ㅎㅎ  2008/04/16   
쭈니 아님니다. 이미 구피한테 엄청 야단맞았습니다. 그런 단어도 틀리면 어쩌냐구... ^^;  2008/04/16   
ssook
외국 영화를 보면-헐리웃 영화로 대변되는- 다른건 몰라도 딱 한개는 절대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그렇게 마구마구 총을 쏴대고 마구마구 죽어나가도 마지막엔 영웅이 되더라구요.
아무리 악당이라지만.. 전쟁도 아닌데... 어떻게 아무런 법적, 도의적 제제도 받지 않고 행복하게 끝나는건지.....
 2008/05/02   
쭈니 뭐 그 말씀엔 공감... ^^
하지만 액션영화는 사회드라마가 아니니 그런 문제까지 건드릴 여유가 없겠죠.
그냥 전 이해... 그게 맘이 편해요. ^^
 2008/05/02   
ssook
아.. 저도 살짝 오타 수정......
엄청 챙피해주십니다...
[~ 도의적 제제....]가 아니고 ~제재 겠죠.........////
 2008/05/02   
쭈니 뭐 그 정도 오타가지고...
누가뭐래도 임신매매 오타가 최곱!!! ^^;
 2008/05/04   
ㅎㅎㅎㅎㅎㅎㅎㅎ 웃겨여~~  2008/05/23   
쭈니 윤님은 웃기시지만 전 구피에게 엄청 쫑코먹었습니다.
글쓴다는 사람이 그런 오타를 하나도 아니고 몇개나 내냐고... ^^;
 2008/05/24   
에...이영화 얼마나 재밋게봣는데..ㅠㅠ 보는도중 너무재밋어서 시간가는게 아까울정도로 재밋게봐서 진ㅉㅏ 안본사람모두에게 추천해주고싶네요 ㅋㅋㅋ
진짜 정말 최고의 영화엿어여 ㅋㅋ
 2008/08/25   
쭈니 네, 저도 이 영화 아버지의 입장에서 재미보다는 참 끔찍하게 봤습니다.
아버지의 절박함이랄까...
이거 무서워서 아이들 해외 여행을 맘껏 시킬수 있겠습니까?? ^^
 2008/08/31   
이빨요정
이 영화 너무 대단했습니다.
스토리가 그렇게 독창적이지도 탄탄하지도 않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이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쳤습니다.
노련한 배우의 힘과 연출의 힘이겠지요.
일단 그냥 단순히 액션극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쉬웠던것 같습니다. 영화가 80분정도되는 짦은 시간안에 부족함없기 나름대로 잘꾸려나간것 같아요.

뤽베송 제작 영화들중에서는 최고인것같아요. 트랜스포터 보다 월등합니다.

저도 뤽 베송의 열렬한 팬이라서 요즘 뤽베송의 행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않군요.
그랑블루 부터 니키타,레옹,제 5원소 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영화들은 정말 저의 감성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이상한 애니메이션같은거 만들지말고
뭔가 제대로 된 연출작을 들고 컴백했으면 합니다.
 2009/02/05   
쭈니 이 영화는 뒤늦게 미국에서 개봉하여 압도적인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더군요. 뤽 버송 감독이 영화로 돈을 많이 벌어서 감독 컴백작으로 제대로된 영화를 들고 나왓으면 좋겠다는 것에 전작으로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빨요정님이 말씀하신 이상한 애니메이션이 혹시 [아더와 미니모이]인가요?
사실 전 그 영화 기대하고 있답니다.
국내 개봉일자가 계속 뒤로 밀리면서 아직 못봤지만...
뤽 베송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어떨지 전 무척이나 궁금하던데... ^^
 2009/02/06   
이빨요정
아동용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애니더군요.
너무 디즈니 적입니다.
과거의 그 강렬했던 스타일은 없지요.
 2009/02/06   
쭈니 그림체는 오히려 디즈니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던데... 내용은 디즈니적이었나보네요.
그러고보니 서극 감독이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던 [천녀유혼]이 생각납니다. ^^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