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천일의 스캔들] -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선 여인들.

쭈니-1 2009. 12. 8. 22:22

 

 


감독 : 저스틴 채드윅
주연 :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에릭 바나
개봉 : 2008년 3월 20일
관람 : 2008년 3월 26일
등급 : 15세 이상

메리 볼린 :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순종했던...

메리 볼린(스칼렛 요한슨), 그녀는 돈도 명예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정해주신 혼사에 순종적으로 따르며, 그저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돈과 명예, 권력을 위해 거짓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녀 역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역사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맙니다. 돈과 명예, 권력 앞으로 가족들은 그녀를 내몰았고, 남편은 그녀를 외면했습니다. 홀로 남겨진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 절대 권력을 움켜쥔 그 남자는 헨리 8세(에릭 바나)였습니다.
그녀가 헨리 8세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언니를 제외한 그녀의 가족들 모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 원하지 않는 상황을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모두들 그녀를 외면하고 모르는 척 했기 때문입니다. 헨리 8세만이 그녀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 줬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헨리 8세를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사랑은 진실할 수도, 영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사랑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진실함을 믿었지만 그 사랑은 힘없이 허물어집니다. 그래도 그녀는 믿었습니다. 자신을 배신했던 언니의 곁을 지키며, 자신의 사랑을 외면했던 헨리 8세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렇게 그녀는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또다시 순종적으로 자기 자신을 내맡깁니다.
그리고 결국 언니의 죽음 앞에서 그녀는 드디어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순종적이었던 자기 자신을 버립니다. 그녀는 남이 선택해준 사랑이 아닌 자신이 원한 사랑을 선택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갑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순종적이었던 그녀는 어쩌면 그렇기에 이 거대한 비극에서 비껴나갈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극을 목격한 그녀는 진정으로 강인해졌으며, 진정으로 행복해졌습니다.


 

 


앤 볼린 :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도전했던...

앤 볼린(나탈리 포트만), 그녀는 단순한 결혼 생활을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너무 야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여자라는 신분적인 한계 탓에 그녀의 권력욕은 남자를 유혹하는 것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으며, 최고 권력을 얻기 위해 그녀는 절대 권력자인 헨리 8세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헨리 8세의 마음은 욕심 없는 그녀의 동생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도 질투심을 느꼈던 것은... 동생의 고자질로 프랑스로 쫓기듯 떠나야했던 그녀는 결심하고 또 결심합니다. 결코 이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순종적으로 자기 자신을 내맡기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것임을...
그리고 그녀는 결국 해냅니다. 헨리 8세가 그토록 원했던 아들을 임신한 동생마저도 배신하고, 그녀는 헨리 8세의 사랑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선 가족도, 동생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압니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또 다른 여인이 자신에게서 헨리 8세를 빼앗아 갈 것임을... 그녀는 자기 자신이 어렵게 움켜잡은 절대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에게 거친 도전을 했던 그녀를 응징하듯 역사는 점점 그녀를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애원도 해봤습니다. 의연하게 대처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역사 앞에서 도전 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자기 자신은 아주 작은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도전을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의 욕망은 그녀의 분신인 딸 엘리자베스로 인하여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어쩌면 죽음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역사를 지배했던 또 한 여인 엘리자베스

앤 볼린은 죽었습니다. 배신과 배신을 거듭한 거짓된 사랑과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갓 난 딸을 남겨두고 싸늘한 시체가 되었습니다. 메리 볼린은 언니의 갓 난 딸을 지키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순종적이기만 했던 그녀가 처음으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과 이모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어린 엘리자베스는 나중에 커서 무적 스페인 함대를 무찌르고 조국인 영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들었던 여왕 엘리자베스입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탄생한 이 여걸의 이야기는 영화 [엘리자베스]와 [골든 에이지]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마도 거친 소용돌이를 겪었기에 그녀는 그토록 강인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 소용돌이를 겪고 끝내 살아남았기에...  
제가 [천일의 스캔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극이 전해다주는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의 카리스마와 화려함, 그리고 실존 인물의 영화보다 더욱 영화다운 일생의 감동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일의 스캔들]은 그런 제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 줬습니다.
권력에 대한 야심과 도전으로 사랑하는 동생마저 배신하고 얻은 헨리 8세에게 3년 만에 배신당하고 죽어가는 앤 볼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의 그 광적인 연기와 청순미를 강조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 앙상블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강렬함을 제게 전해줬으며, 마지막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남은 생애가 자막으로 전해질 땐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내 인생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긴 하지만 저런 무시무시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앤 볼린의 죽음 후 엘리자베스가 겪었어야할 모진 세월과 그 세월을 이겨내고 최고의 여왕이 된 그 다이나믹한 세월이 영화 [엘리자베스]와 [골든 에이지]의 장면들을 통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역시 전 사극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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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앤'이 좀 약해서 아쉬웠어요. 나탈리 포트만..이 살짝 부족한 감이 있지 않나.. 싶네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앤이 사형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 티비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도록 하기 위해 숟가락으로 입을 벌리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

'에릭 바나'는 풍채가 왕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진짜 완전히 딱! 왕! 이다' 라고 생각 했답니다
물론 실제 헨리 8세의 외모와는 천지 차이지만...^^
에릭 바나 연기도 살짝 아쉬운데... 그래도 나탈리 포트만이 더 아쉽네요.
스칼렛 요한슨은? 글쎄요... 이렇다할 생각이 안 떠오르네요.
잘한 것 같지도 않고, 너무 못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당하지도 않고..^^;;
 2008/04/06   
쭈니 전 오히려 스칼렛 요한슨이 좀... 워낙 그 캐릭터가 착하기만한 캐릭터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개인적으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보면서 제네 나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왕위를 이어받을 왕자에 대한 집착... 요즘 드라마 이산에서도 그러고 있던데... ^^;
 200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