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밴티지 포인트] - 퀼트 같은 구성만은 돋보이더라.

쭈니-1 2009. 12. 8. 22:18

 

 


감독 : 피트 트레비스
주연 : 데니스 퀘이드, 매튜 폭스, 포레스트 휘테커, 시고니 위버, 윌리엄 허트
개봉 : 2008년 2월 28일
관람 : 2008년 3월 2일
등급 : 15세 이상

구피와 타협하다.

요즘 갑자기 영화보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수상작 및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들을 극장에서 챙겨보려고 했지만 저희 동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찬밥신세인 탓에 계획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엔 큰맘을 먹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기위해 CGV용산까지 갔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대신 2008년에 본 영화중 최악의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을 본 후부터 이상하게 영화보기가 내 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엔 구피를 속여 [어톤먼트]를 보려고 했다가 구피의 짜증만 실컷 듣고 막상 영화보기엔 실패했으며, 금요일엔 회식 중에서도 영화를 보기위해 2차를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지만 이미 술에 너무 취한 탓에 영화를 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밴티지 포인트]를 비롯하여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개봉했지만 아직도 아카데미 영화들에 미련이 남은 저로써는 영화 보기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싫다는 구피의 강력한 거부반응에 부딪힌 [어톤먼트]. 이들 영화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보고 싶어'라는 소리가 튀어나오지만 이미 신작 영화들에게 스크린마저 빼앗긴 이들 영화를 볼 기회는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같은 주말을 보내고 한가해진 일요일 저녁, 구피는 제게 '영화 보러가자'라고 말하더군요. 내심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서라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어톤먼트]를 보고 싶었지만 구피가 원하는 영화는 [밴티지 포인트]. 결국 저는 구피와 극적인 타협(?)을 이뤄내 [밴티지 포인트]로 아카데미 영화들에 대한 미련을 일단 지워내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이 암살되었다.

사실 [밴티지 포인트]는 마케팅이 정말 잘된 영화입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는 광고 카피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던 [밴티지 포인트]는 미국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는 전제 아래 시작됨으로써 공공연하게 미국 대통령이 영웅화시키던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밴티지 포인트] 역시 영화의 외면적인 스토리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밴티지 포인트]는 재미있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이긴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도 그리 색다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시작은 흥미로웠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애쉬튼(월리엄 허트) 대통령이 암살됩니다. 영화 초반엔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빨라야 중반쯤 대통령의 암살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던 저로써는 예상외로 빠른 이 영화의 진행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빠른 영화의 진행은 몇 분을 채 넘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미국 대통령 암살 현장에 있었던 각기 다른 사람들의 각자의 시선을 쫓아가기 위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의 같은 장면을 다른 캐릭터의 시선으로 여러 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제 예상보다 반복은 많이 이루어졌고, 여러 번의 반복 속에서 관객들의 '또?'라는 불평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같은 장면의 반복은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더군요.


 

 


스피드한 초반, 늘어지는 중반

같은 장면을 다른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 여러 번 반복하여 보여주는 것은 일단 신선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그냥 다른 액션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초반에 캐릭터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중반에 대통령 암살 장면이 펼쳐지고, 후반에 반즈(데니스 퀘이드)가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면 이 영화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액션영화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장면에 대한 장점은 다른 액션 영화와 비교해서 신선했던 것 외에도 장점이 많았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초반을 스피드하게 몰고 감으로써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에게 지루해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았으며, 반복되는 화면 속에서 무언가 대통령 암살에 대한 관객을 위한 힌트가 있을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단순 액션영화이면서도 마치 정교한 스릴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피드한 초반과 비교해서 반복이 이어지는 중반은 너무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다른 영화와 비교해서도 그렇게 늘어지는 전개는 아닌데 초반이 워낙 스피드하다보니 중반이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화면이 반복되면서 관객에게 새로운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단순하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관객 스스로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거대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끔 유도했다면 더욱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였을 텐데, [밴티지 포인트]는 그런 능력만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아쉬움이지만 말이죠.


 

 


액션영화의 전형성에 좀 벗어났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중간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퀼트처럼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하나로 엮어 대통령 암살이라는 큰 틀의 이야기를 만든 것도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배우들인 데니스 퀘이드, 시고니 위버 등도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좀 더 액션 영화의 전형성에서 벗어났으면 어땠을까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내건 만큼 꼭 퇴물 취급받던 대통령 경호원의 영웅적인 행적과 충격과는 거리가 먼 뻔한 결말로 마무리하지 말고 좀 더 캐릭터와 결말을 독특하게 가져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의 퀼트 같은 구성도 좀 더 깊은 멋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소심한 라스트 장면이 그런 깊은 멋을 원천봉쇄하더군요. 하긴 충격적인 결말을 남기기엔 어쩌면 미국 대통령이라는 너무 거대한 권력의 축이 버거웠겠지만 말이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워낙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에 실망했던 구피와 저는 '볼만 했어'라는 반응을 함께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 아마도 일주일, 아니 한달 뒤면 '무슨 내용이었지?'라고 서로에게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퀼트 같은 구성을 제외하곤 너무 특징이 없는 액션 영화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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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폭스때문에 궁금해 지는 영화에요.. 로스트광팬이거든요.. 이미 디씨갤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열기를 느꼈는지라 사실 영화내용보다는.. 매튜폭스<로스느내에서의 잭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한..>의 연기가 넘 궁금해요..
영화내에서 매튜폭스의 비중은 어느정도 였나요?
 2008/03/05   
쭈니 매튜 폭스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스포일러가 되어 버려서...
암튼 비중있는 조연 정도로 생각하심 될듯하네요. ^^
 2008/03/05   
방금 영화를 보고 리뷰를 꼼꼼히 읽었어요.. 재미는 있었는데 그닥 특별한 영화는 되지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생각하고 같으시네요~ㅎㅎ 그래도 나름 독특하긴 했어요.. 음...흑인의 내용에선 가족애를 엿보게 만들려고 한것 같기도 하고.. 전 여자라 그런지.. 이런 자동차 액션신만 봐도 움찔움찔하고 영화한편보고 났는데 넘 긴장해서 힘이 다 드네요 ㅎㅎㅎ  2008/04/08   
쭈니 결국 보셨군요.
맞습니다. 제 생각도 재미는 있지만 그리 특별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동차 액션씬을 보면 움찔움찔...
사실 차를 타면 항상 움찔움찔합니다.
덕분에 아직도 장농면허... ^^;
 2008/04/09   
결론은 대통령 경호원의 이야기 ^^*  2008/04/28   
쭈니 그리고 미국 대통령은 역시 멋지고 죽지 않는다라는... ^^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