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 -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쭈니-1 2009. 12. 8. 22:17

 

 


감독 : 나카타 히데오
주연 : 마츠야마 켄이치, 쿠도 유키, 후쿠다 마유코
개봉 : 2008년 2월 21일
관람 : 2008년 2월 25일
등급 : 1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러 가는 험난했던 길

제 80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선 결국 코헨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휩쓸며 최후 승자가 되었습니다. 일찌감치 2007년 미국영화중 최고의 영화로 주목받는 영화였지만 제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보수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카데미 회원들의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코헨 형제의 진보적이고, 과격한 영화를 선택했다는 것은 작년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외면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것만보다 몇 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암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이 강한 영화라서 그런지 서울 시내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더군요. 그나마 가장 가까운 극장이 CGV 용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후 7시 20분 상영. 직장이 부천이라서 칼퇴근하고 열나게 뛰어도 아슬아슬한 시간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감히 예매했습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칼퇴근을 하고 저녁 식사 굶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건만 부천역까지 가는 버스는 갑자기 내리는 눈 때문에 막혀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부천에서 용산으로 가는 급행열차는 제가 도착하기 전 아슬아슬하게 출발해 버렸습니다.
전철 안에서도 용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만은 열심히 극장으로 뛰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7시 20분까지 CGV 용산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결국 구피가 예매를 취소하고 시간대가 가장 맞는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을 예매하여 결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대신에[ [데스노트 L]을 봐야만 했습니다.  


 

 


[데스노트 L]에는 데스노트가 없더라.

이렇게 애초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놓치고 땜빵으로 다른 영화를 선택했을 경우 그 영화가 재미있을 경우는 극히 희박합니다. 놓친 영화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고, 상영 시간대가 맞아 앞뒤 가리지 않고 선택한 영화이니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데스노트 L]의 경우는 개봉 당시 기대 순위가 오히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보다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봉이후 영화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네티즌들의 평가 때문에 기대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놓친 아쉬움은 전철 안에서도 갑자기 눈을 내린 하늘을 원망하고, 날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버린 급행열차 기관사를 원망했을 만큼 컸으니 [데스노트 L]이 만족스리울리가 없죠.
하지만 아무리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1, 2편을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고, 원작을 꼼꼼히 챙겨봤던 그래도 [데스노트]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제게 [데스노트 L]은 그야말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낄 만큼 재미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것은 이 영화에선 결코 데스노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새드무비]엔 눈물이 없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데스노트 L]에 데스노트가 없다는 사실을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그러한 것은 2편을 보고나서 짐작을 했어야 했습니다. 원작에서 일찌감치 죽었던 L(마츠야마 켄이치)을 끝까지 살아남게 만들어 최후의 승리자로 만들었던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을 기억했더라면 [데스노트 L]이 원작과는 전혀 동떨어진 영화임을 눈치 챘어야 했으며 라이토가 죽은 마당에 데스노트가 더 이상 영화의 주요한 장치가 될 수 없음도 알아냈어야 했습니다.


 

 


L은 L답지 않더라.

좋습니다. [데스노트 L]에 데스노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래도 참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라이토가 죽은 마당에 굳이 L이 데스노트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L이 L답지 않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제가 1편인 [데스노트]보다 2편인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을 더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L이 살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만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난해하면서도 재미있었던 영화의 원작 [데스노트]에서 제가 유일하게 아쉬웠던 것은 L의 이른 죽음이었습니다. 그 뒤를 니아와 멜로가 이었지만 L에 비해 캐릭터도 약했고 오히려 이야기를 복잡하게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에서는 L이 버젓이 살아남아 라이토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두뇌대결을 벌인 것입니다.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은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제게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만큼 L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라이토를 잡기위해 스스로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L이 마지막 23일간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스노트 L]이 흥미롭게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흥미를 뒤로 하고 [데스노트 L]은 내가 기대했던 L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초콜릿을 먹으며 명석한 두뇌만으로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L. 그런 그가 [데스노트 L]에서는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 대신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움직입니다. 심지어는 구부정한 허리를 펴기까지 합니다. L이 마키(후쿠다 마유코)와 행복한 한때는 보내는 장면에선 '그만 작작 좀 해라'라고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L이 가는 마지막 길. L을 L답게 보내주지 못한 이 영화가 미울 뿐입니다.


 

 


저 찌질한 악당들은 대체 뭐냐?

뭐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와타리가 죽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빠져있던 마키와 잠시 동안이라도 서로 동감을 나누며 L답지 못한 한때를 보내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좋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니까요.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변한다는 속설도 있으니...
하지만 결정적으로 [데스노트 L]에서 가장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찌질한 악당들의 한심한 모습입니다. 라이토가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에서 최후를 맞이했으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라이토와 비견되는 악당을 등장시켜야할 이 영화가 다른 액션영화에서도 흔해빠진 치명적인 미생물로 지구를 정화시키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진 미친 악당 몇 명을 등장시켜놓고 '전 인류의 운명 어쩌구 저쩌구'를 외치고 있으니...
라이토가 대단했던 것은 그가 인간이 아닌 신의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노트에 이름만 적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능력을 가진 라이토. 그렇기에 라이토를 처치해야하는 L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데스노트 L]의 악당들은 어떻습니까? 사신의 절대적인 힘을 나타내는 데스노트 대신에 나타난 새로운 사신이라고 내세운 것이 고작 바이러스이고, 사신의 능력을 지녔던 라이토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지구를 정화시키겠다는 미친 것들로 대체되었습니다.
L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굳이 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가 1, 2편에서 보여줬던 능력이라면 바이러스 퇴치 사건은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감히 L앞에 떡하니 등장한 것이 이따위 찌질한 악당이라니... 도대체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L을 모욕하기로 작정한 것이 분명합니다.


 

 


다음은 니아냐?

그나마 [데스노트 L]에서 맘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니아의 탄생입니다. 원작에서 L의 바통을 이어받아 라이토를 처치함으로써 선배인 L의 복수를 멋지게 해냈던 니아. 비록 L과 비교해서는 카리스마는 떨어졌지만 라이토를 처치할 만큼 명석한 두뇌는 L을 능가했었습니다.
[데스노트 L]은 L의 퇴장과 동시에 니아를 새롭게 등장시킵니다. 이것이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포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니아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든다면 꽤 괜찮은 시리즈 영화가 될 것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데스노트 L]에 심하게 실망한 저로써는 만약 니아가 등장하는 새로운 [데스노트 시리즈]가 시작한다고 할지라도 선뜻 극장으로 달려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데스노트는 전부 태워졌고, L은 죽은 마당에 더 이상 이 시리즈에 미련이 남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데스노트 L]은 2008년, 제가 본 몇 안 되는 영화중에서도 [더 게임]과 더불어 최악으로 기록될 영화였습니다. 밥도 못 먹고, 구두를 신은 채 발목이 아프도록 뛰었으며, 전철 안에서도 편안하게 앉아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며 봤던 영화치고는(물론 애초에 보려던 영화는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니 놓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예전엔 아카데미 수상작이라면 개봉관도 늘어났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는 군요. 이러다가 이번 주엔 아예 간판을 내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점점 불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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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오랜만에 들립니다^^ 저도 이거 저번주 토요일 생일날에 친구들과 보러갔었는데... 기대보단 실망이었지만 뭐... 볼만은 했어요.. ㅎ 그리고 원래 이영화는 L을 다룬 스핀오프라고 합니다... 데스노트의 사건이 종결되고 그 후의 23일간을 나타냈기 때문에 데스노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스핀오프라서 이름만 그렇지 내용은 ㄷㄷ.... 저는 어제 아카데미를 보고 나서 요즘 극장을 갈 처지가 안되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주노],[마이클 클레이튼]을 다운 받아놨습니다... ㅎㅎ [어톤먼트]는 구하기가 어렵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3월달에 개봉이니 ㅎㅎ 오늘 [마이클 클레이튼]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맛볼 것입니다^^  2008/02/26   
쭈니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액션영화광님... ^^
사실 저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안나오고, 내용도 치밀함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허술해서 실망 또 실망했답니다.
저 역시 이번주는 아카데미 작품상 노미네이트 영화들을 감상하려했지만 시간도 안되고 극장도 멀고... 고민이 많답니다. ^^
 2008/02/27   
액션영화광
저도 어제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려고 했는데... 곰플레이어 소리가 안나옵니다..ㄷㄷ
그래서 노인과 주노도 켜봤는데 역시나... 안되더군요... 역시 불법다운은 안되나 봅니다...ㅠㅠ
 2008/02/27   
쭈니 영화 3편이 모두 안되다면 그것은 파일 문제가 아닌 플레이어 문제가 아닐까요?
저도 다운로드로 영화를 볼때 간혹 불량 파일로 인하여 실망했던 적이 많죠.
그래서 요즘은 돈이 좀 들더라도 왠만하면 DVD나 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한답니다. ^^
 2008/02/27   
길가던행자
요즘은 그다지 보고픈 영화가 없어서......예전에 재미있게봤던 영화들을 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는게있으면 그거보고..그런식입니다 =ㅅ=~ 개인적으로 10번이상 본영화를 뽑으라면 아마겟돈이랑 트루먼쇼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데스노트는 만화나 봤지 영화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않는지라.....데스노트1부이후론 DVD로도 안빌려보고있습니다;;쿨럭  2008/02/29   
쭈니 2편은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일단 원작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영화라서... 하지만 이 영화는 영...  2008/03/02   
stta
시원한 평가~ 굿  2008/04/18   
쭈니 영화 보는 내내 답답했다는... 그 답답증을 글로나마 풀어야죠. ^^  2008/04/18   
켄신
2편 보고 기대하고 봤다가 크게 실망한 영화. 완전히 다르더군요.
2편서의 L의 반전이 좋았었는데......
 2008/08/16   
쭈니 네, 저도 그랬습니다.
2편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이 원작가의 상상력에 한참 모자라는 듯.
 2008/08/23   
이빨요정
이거 진짜 데스노트랑 관련해서 보지않고 독립된 영화로만 봐도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2008/10/08   
쭈니 동감!!!
독립된 영화로봐도 정말 재미없고 엉성합니다.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