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크 워터스
주연 : 프레디 하이모어, 사라 볼거
개봉 : 2008년 2월 14일
관람 : 2008년 2월 14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이번 주 영화보기 프로젝트!
지난 월요일, 연휴 후유증으로 인하여 유난히 힘들어하는 제게 구피는 '영화 볼까?'라며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싫어'라고 대답했답니다. 기대작이었지만 설 연휴 한국영화에게 밀려 아직까지 보지 못한 [명장]과 [찰리 윌슨의 전쟁] 중 한 편을 볼 절호의 기회였지만 전 그 기회를 스스로 뿌리친 것입니다.
제가 흔치 않은 기회를 뿌리친 이유는 며칠만 지나면 보고 싶었던 영화가 대거 개봉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중 최소한 세 편의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월요일부터 영화를 보고나면 분명 '이번 주엔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라며 구피에게 구실을 만들어 주고, 결국 보고 싶었던 세 편의 영화를 전부 볼 수 없을까봐 [명장]과 [찰리 윌슨의 전쟁]을 아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제가 보려고 했던 영화는 [스파이더워크가의 비밀]과 [점퍼] 그리고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입니다. [명장]과 [찰리 윌슨의 전쟁]을 포기한 덕분에 이번 주 보고 싶었던 세 편의 영화중 먼저 두 편의 영화를 이틀 연달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번 주 영화보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추를 꿴 영화는 판타지영화인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입니다.
판타지영화로써의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판타지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했던 유일한 이유가 바로 판타지영화라는 장르의 매력 때문입니다.
판타지영화가 제게 매력적인 이유는 고단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적인 세계의 존재 때문입니다. 현실의 세계에선 보잘 것 없던 해리 포터가 판타지의 세계에선 인류를 구할 영웅으로 등극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 역시 현실의 세계에선 힘없는 샐러리맨에 불과하기에 이런 판타지영화에 환호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판타지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자레드(프레디 하이모어]는 부모의 이혼으로 뉴욕을 떠나 다 쓰러져가는 아서 스파이더위크의 저택으로 이사 옵니다. 낯선 곳에 온 자레드는 모든 것이 불만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도 불만이고 당장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저택도 맘에 안 듭니다. 아버지와 자신의 떼어 놓으려하는 어머니도 밉고, 자신을 믿지 않는 누나 말로리(사라 볼거)와 쌍둥이 동생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의 1인 2역)도 못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 자레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침묵시위를 하고 누나와 동생에게 심술을 부리지만 그의 생활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아서 스파이더위크의 비밀공간에서 발견한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가이드'라는 책입니다.
현실의 세계에 불만이 가득한 자레드는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메모에도 불구하고 책을 열어봅니다. 그는 뭔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고 새로운 모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레드의 바람대로 새로운 모험이 그들 삼남매 앞에 펼쳐집니다.
판타지세계에서의 모험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
자레드가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가이드'를 펼치는 그 순간부터 낡은 저택은 판타지의 공간이 됩니다. 대부분의 판타지영화들이 현실의 공간과 판타지의 공간을 따로 분리하는 것에 비해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현실과 판타지의 공간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가이드'로 인하여 봉인이 풀려버린 판타지의 공간은 현실의 공간을 위협하게 되고 자레드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로 무시무시한 모험을 펼치게 됩니다.
판타지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서도 결국 영화의 초점은 자레드의 내적 성장에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말썽쟁이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자레드는 새로운 모험을 통해 현실에서의 불만을 말끔하게 잊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를 통해 맥컬리 컬킨, 할리 조엘 오스먼드를 잇는 대형 아역스타로써의 면모를 과시했던 프레디 하이모어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서 가족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자레드와 조금은 냉소적인 사이먼으로 1인 2역을 연기하며 이 영화를 이끌어나갑니다.
비록 프레디 하이모어 외엔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프레디 하이모어라는 어린 배우의 놀라운 활약은 자레드가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프레디 하이모어가 영화를 통해 점점 연기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그들의 모험이 계속 이어지길...
제가 판타지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현실의 세계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상상적인 신기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집을 지키는 꼬마 요정 브라우니와 아름다운 꽃의 요정 스프라이트, 공기의 요정 실프,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영물 그리핀, 숲 속에 사는 몬스터 고블린, 지하 세계에 사는 몬스터 트롤,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몬스터 물가래스 등.
특히 민들레 홀씨를 연상시키는 공기의 요정 실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서 스파이더위크가 캐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를 시간의 벽안에 가둬놓은 실프는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했습니다.
고블린과 몰가래스가 저택을 습격하는 후반부 장면이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특히 그 수많은 고블린이 단 한방에 처치되는 장면에선 영화가 제작비와 러닝타임을 투자하여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좀 더 많이 만들어냈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짙게 남더군요.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판타지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처럼 동명의 판타지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작소설은 2003년 발간즉시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34개국에 6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특히 2003년에 발표된 5권의 시리즈 소설에 이어 2007년 새로운 시리즈가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영화 [스파이더 위크가의 비밀]은 이 중 2003년에 발표된 5권의 소설을 영화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07년에 새로 발간된 원작 소설처럼 이 영화도 아직 모험과 비밀이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로써는 반가운 일입니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의 새로운 속편을 기다리는 기쁨을 갖게 되었으니...부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과 모험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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