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더 게임] - 뇌를 바꾼다고 코미디가 스릴러 되냐?

쭈니-1 2009. 12. 8. 22:12

 

 


감독 : 윤인호
주연 : 신하균, 변희봉, 이혜영
개봉 : 2008년 1월 31일
관람 : 2008년 1월 31일
등급 : 15세 이상

명절이라서 그런가? 한국영화가 보고 싶었다.

설날 황금연휴를 앞두고 흥행대박을 노리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다져놓은 한국영화의 흥행을 이어받을 영화들이 개봉영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원스어폰어타임], [라듸오 데이즈], 그리고 [더 게임] 등 새로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재미와 감동, 스릴이라는 각자 다른 무기들로 무장한 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흥행을 이어나가겠다며 자신만만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원래 기대작은 류덕화, 이연걸, 금성무라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무장된 중국의 블록버스터 무협영화 [명장]이었지만 2008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의무감과 설날이라는 우리 민족의 명절을 앞둔 분위기에 휩쓸려 [더 게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많은 한국영화 중에서도 하필 [더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스릴러라는 이 영화의 장르 때문입니다. 젊은 남자와 늙은 갑부의 뇌가 뒤바뀐다는 독특한 소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신하균과 변희봉이라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개봉 전부터 소문이 자자한 기막힌 반전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더 게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 일수도 있고, 제가 스릴러 영화에 대해서는 유난히 너그럽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스릴러 영화로써의 긴장감이 [더 게임]엔 너무 부족했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대박행진으로 인하여 2008년 한국영화는 그 출발이 좋다고 하지만 적어도 제겐 [더 게임]으로 인하여 2008년 한국영화의 출발이 정말 좋지 못하네요.  


 

 


게임 상대가 안된다.

제가 [더 게임]에 실망한 이유들을 하나, 둘씩 설명하자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민희도(신하균)와 강노식(변희봉)이라는 캐릭터의 불균형을 들 수 있겠군요.
[더 게임]은 제목 그대로 민희도와 강노식의 게임이 주내용입니다.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에게 돈 많은 늙은 갑부 강노식이 게임을 걸어옵니다. 무작위로 선출된 번호에 전화를 걸어 여자가 받는지, 남자가 받는지 내기를 하자는 것이죠. 강노식은 거액의 돈을 걸었고, 민희도는 자신의 젊은 육체를 걸었습니다. 결국 이 게임에서 강노식이 승리를 하게 되고 민희도는 강노식에게 자신의 육체를 빼앗기고 맙니다.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벌여진 이 첫 번째 게임은 당연하게도 강노식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게임은 정녕 끝난 것이 아니며 [더 게임]의 재미는 두 번째 게임에서 진정한 승자를 가려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질 못합니다.
첫 번째 게임에서 민희도의 패배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모든 것을 다가진 강노식을 젊음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민희도가 이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게임은 다릅니다. 강노식은 젊은 육체를 가졌지만 민희도는 강노식의 육체를 얻었습니다. 강노식의 육체는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분명 민희도가 두 번째 게임을 하기위해선 꽤 쓸모가 있었을 것입니다. 민희도는 강노식의 육체를 이용해서 강노식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수도 있었고, 그것을 무기로 자신의 육체를 되찾을 세 번째 게임을 벌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희도는 나약했고, 치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강노식의 전처인 이혜린(이혜영)에게 기대려고만 합니다. 그런 민희도의 나약한 모습을 보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싱거운 게임을 보는 것 마냥 스릴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약 강노식이라면 민희도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자네, 내 게임 상대로는 너무나 부족하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그들의 연기
  
두 남자가 벌이는 게임에서 한 남자가 너무 부족하다면 당연히 그 게임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방적인 게임에서 스릴을 기대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죠. 하지만 [더 게임]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연기력만은 인정을 받은 배우들이 마치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만 보여줬습니다.
먼저 가장 어색했던 것은 신하균입니다. 그는 동시대의 젊은 배우 중에서 류승범과 함께 독특함을 간직한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류승범이 요즘 가벼운 코미디의 유혹에 깊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신하균은 더욱 돋보입니다.
그런 그의 [더 게임]에 대한 도전은 어쩌면 당연한 듯이 보였습니다. 순수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간직한 독특한 캐릭터에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 그였기에 돈 없는 순수한 젊은 거리의 화가와 젊은이의 육체를 빼앗은 악마 같은 늙은 갑부라는 이중적인 연기는 그가 아니면 불가능하게 보였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민희도와 민희도의 육체를 빼앗은 강노식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 민희도의 몸을 빼앗은 강노식의 연기에서 그가 젊은 육체를 가진 늙은 영혼의 캐릭터를 위해 많이 노력했음이 보이긴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력하기에 노력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했습니다. 목소리를 깔고, 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린다고 해서 청년이 노인이 될 수 없듯이 말입니다.
[괴물]에서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변희봉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민희도가 육체를 강노식에게 빼앗긴 후의 연기는 시종일관 질질 짜기만 해서 짜증이 났었는데 그것은 캐릭터 자체가 워낙 나약했기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변희봉의 연기력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윤인호 감독의 탓인 셈이죠.


 

 


코미디냐? 스릴러냐? 너의 정체성을 밝혀라.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해보니 [더 게임]은 스릴러로써의 긴장감보다는 코미디로써의 웃음을 더 많이 제게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스릴러가 웃기다는 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퓨전 장르가 유행하는 시기에 긴장감의 완화를 위해서 코미디가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세븐 데이즈]처럼...)은 영화 자체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더 게임]처럼 코미디의 역할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분명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죠.
영화를 보며 처음 웃었던 장면은 이혜영의 첫 등장장면부터입니다. 한때 여배우중 최고의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이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었는지 그녀의 연기력은 부족해보였고, 캐릭터도 나약하기만 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이혜영의 카리스마를 좋아했던 저로써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죠.
암튼 이혜영이 신하균 앞에 처음 나타나는 장면에서 문득 개그맨 김기수가 생각났습니다. 왜 그리도 얼굴이 크게 보이던지... 그 후 이혜영의 등장장면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러한 상황은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이혜영이 본의 아니게 웃겼다면 웃기기로 작정하고 나온 배우도 있었습니다. 민희도의 도박꾼 삼촌 민태석을 연기한 손현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감이 부족한 이 영화에서 손현주의 코믹연기는 더욱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할만을 했습니다.
육체를 강노식에게 빼앗긴 민희도가 민태석에게 '삼촌'이라며 부르는 장면은 말그대로 웃겼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변희봉이 손현주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분명 육체를 빼앗긴 민희도의 입장에서 절박해야할 장면이 오히려 웃겼으니 스릴러로써는 완벽하게 실패한 셈이죠.
그렇다고 마지막 반전이 소문처럼 기가 막혔다면 어쩌면 이 모든 영화에 대한 실망이 가려졌을지도... 하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밋밋한 반전이었죠. 마치 민희도와 강노식의 게임처럼 말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더 게임]은 실망했지만 아직 2008년 한국영화에 실망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원스어폰어타임]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부디 내일은 성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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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애초에 스릴러는 그닥 관심이없었지만....평을보니 더더욱 관심이 저멀리로~=ㅅ=/  2008/02/02   
쭈니 애초에 스릴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멍청한 스릴러를 보고나면 화가납니다. 도대체 그 뛰어난 한국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뛰어난 스릴러를 왜 못만드는지...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제작환경에 비춰본다면 코미디와 더불어 저예산이 가능한 스릴러도 좋은 장르인데... 시나리오와 감독의 역량이 딸리는군요.  2008/02/03   
돌아온차붐
저도 어제 심야로 이영화봤는데요 ... 마지막에 내용이 이해가 안되요..ㅡㅡ;;
의사가 말한거보니 신하균형이 변희봉아저씨 아들인거같은게 그거 어쩄다는거죠?
 2008/02/04   
쭈니 마지막 부분에 대해선 구피와 제 의견이 다르답니다.
일단 신하균이 아들인것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나머지는 스포일이라서... 하긴 신하균이 변희봉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스포일이지만... ^^;

---------- 스포일러 주의 ----------

구피의 생각 : 강노식은 자신의 기억도 간직한채 민희도의 기억도 가지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강노식에 대한 복수로 강노식의 기억을 지우고 민희도의 기억으로 채워놓은 거죠. 결국 마지막 장면은 강노식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채 민희도로 살아가는 간노식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쭈니의 색각 : 강노식은 민희도의 육체를 가졌지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민희도의 기억마저 가지려합니다. 결국 그는 일부러 강노식의 기억을 포기하고 민희도의 기억을 원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그는 외로웠으니까요. 결국 마지막 의사의 복수는 민희도가 강노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마지막 수술을 앞둔 강노식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인지 알려주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구피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합니다. 강노식이 자신의 부를 일부러 포기할만큼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기억의 뇌를 이식함에 있어서 자신의 기억을 보존하고 남의 기억을 가져온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자신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를 떼어내야지만 민희도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를 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면에서 다시한번 이 영화에 실망했습니다. ^^;
 2008/02/04   
아.. 저랑은 생각이 다르시군요.. 전 의외로 이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
( 어쩌면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음에 더 즐겁게 보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부분은..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으나..
결국 민희도의 전체에 강노식이 부분이 되어버린다는 내용이 아닌가 합니다..
원래는 강노식이 주가 되고 민희도의 몸과 약간의 기억만을 가지길 원했죠..
이는 뇌나 신체 이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 주체 자체의 상실에 감독의 촛점이 있지 않나 합니다.
( 구피님의 생각과 저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어느 한쪽의 기억도 지워지지 않았음 입니다.. 강노식의 입장에서 부분을 기억하느냐 민희도의 입장에서 강노식의 부분을 기억하느냐 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

또, 의사가 하던말은 강노식의 계획이 결국 자신의 계획이었다 말하는 것이지요..
돈과 자신의 빛, 실수등을 모두 탕감하기 위해 적은 확률의 민희도를 찾았고..
결국 강노식을 사라지게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사실 나의 게임이다.. 라고 한 것 같습니다.. ( 여기가 스릴럽니까..?? ^^* )

전 전혀 모르고 본지라.. 적당히 웃으며 보았습니다.. 뭐든, 품평은 다른거니까요 ^^;;;
 2008/04/28   
쭈니 서로의 느낀점이 다른 것은 어쩔수없죠.
같이 본 구피하고 저도 가끔 다른 평을 하거든요. ^^
 2008/04/28   
이빨요정
이 영화를 보기전에 예상했던 것은 2가지 였습니다.
첫번째에는 헐리웃 영화처럼 잘 짜여진 스릴러의 모습이고 두번째는 인물들에 보다 집중해서 벌어지는 심리 드라마 였습니다.
첫번째 같은 경우는 국내영화들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고 두번째 같은 경우는 괴물과의 사투보다는 소시민들의 삶에 집중한 "괴물" 같은 곳에서도 시도를 했으니
이 영화도 약간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지요.
하지만 진짜 영화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적 코미디도 아니고 잘짜여진 스릴러도 아닌...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려다가 망가져버린거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도 좀 이상했습니다. 위에 글처럼 않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아마도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탓이겟지요.
역시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고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력이 얼마나 중요한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군요.
이거 아쉽습니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요.
처음 이 영화의 정보를 접했을때 마치 일본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가 생각나더군요.
도박을 소재로 한 만화책인데 인간의 궁지의 몰린 묘사가 뛰어나지요.
정말 괜찮다 싶었는데 결과는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2008/12/28   
쭈니 저도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이빨요정님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스릴러의 경우는 조금만 삐끗해도 욕먹기 쉬운 장르이기에 좀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하는데... 이 영화는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너무 섣부르게 접근한 느낌입니다.
암튼 제겐 상당히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2008/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