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클로버필드] -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쭈니-1 2009. 12. 8. 22:10

 

 


감독 : 매트 리브스
주연 : 마이클 스탈 데이빗, 오데뜨 유스트만
개봉 : 2008년 1월 24일
관람 : 2008년 1월 24일
등급 : 15세 이상

낚시에 걸려들다.

솔직히 말한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로버필드]라는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 그저 또 한편의 할리우드 SF영화가 개봉하는구나하는 시큰둥한 생각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 이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고, 매스컴에서도 예고편 하나만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라며 떠들어대고, 지난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역대 1월 개봉 영화중 최고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뒤늦게 '나도 이 영화 보고 싶다'라며 기분이 들떠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참 낚시에 잘 걸려드는 관객인가 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것저것 영화의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볼 영화를 고르기 보다는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라면 충동적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편이니...
[클로버필드]는 그렇게 충동적인 제가 어떻게 낚시에 걸려드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실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SF이긴 하지만 저예산이고, 그렇다고 스토리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 마당에 웬만하면 쉽게 걸려들지 않았겠지만 영화의 화제성과 매스컴의 난리법석에 충동적으로 덥석하고 미끼를 물어버렸네요.
그리고 그렇게 낚시에 걸려든 결과는... 사실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흑 아니면 백의 논리로, 이 영화 재미있다, 재미없다. 라고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클로버필드]는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정말 혼란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어지럽다.

일단 [클로버필드]에 대한 제 첫 느낌은 '어지럽다'입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이 영화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캠코더로 찍은 조잡한 동영상을 보는 것만 같은 영상을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이것은 E.H.H(Extreme Hand Held)기법으로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기존의 '핸드헬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촬영 방식이라는 군요.
이 기법은 제 개인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먼저 단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어지럽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손으로 캠코더를 들고 찍는 장면들 때문에 화면은 심하게 흔들리고 초점은 흐립니다. 이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를 보지 못한 저는 영화의 초반만 저렇게 찍다가 중반부터는 안정된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제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클로버필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캠코더 화면으로 진행됩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느꼈던 어지럼증이 후반부에 가서는 두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영화를 관람한 구피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심한 두통을 호소하더군요.
다른 분들은 그러한 어지럼증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든 하루일과를 잊게 해주는 편안한 휴식인 제게 시종일관 흔들리고 초점도 흐린 이런 불친절한 화면은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본 곳이 CGV 공항인데 그곳에서 영화를 보면 유난히도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런데 CGV 공항에서 [클로버필드]를 봤으니 영화를 본 후의 두통은 저녁밥 생각을 없애버릴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만약 누가 [클로버필드]를 보여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면 거절하고 싶습니다. 두통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거든요.


 

 


신선하다.

하지만 E.H.H 기법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E.H.H 기법의 장점은 '신선하다'라는 것입니다.
사실 거대한 괴물이 미국의 거대 도시를 습격한다는 내용은 전혀 새롭지가 않습니다. 쉽게 [고질라]가 떠오르고, [디 워]도 떠오르는 군요. 하지만 이렇게 흔하디흔한 소재에 화제성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신선함입니다.
마치 뉴욕 맨하탄의 사건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함, 화면의 초점이 흐린 덕분에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괴물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 1인칭 화면으로 진행되는 새로움 등이 [클로버필드]를 뒤받쳐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지럼증을 앓았으면서도 '이 영화 재미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분명 영화를 보는 동안 어지러웠지만 초토화되어 버린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두려움에 떨며 헤매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절박한 심정이 제게도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 어지럼증이 흔들리는 화면 때문이 아니라 괴물의 습격으로 희뿌였게 먼지로 뒤덮인 뉴욕 탓이며, 괴물에 대한 두려움과 뉴욕을 탈출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클로버필드]는 분명 영화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 셈입니다. 만약 다른 SF영화처럼 현란한 특수효과와 스펙터클로만 영화를 치장했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많이 편안했겠지만 킬링타임용 영화 그 이상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신선함은 편안함을 관객에게 빼앗은 대신 독특함과 강한 인상을 안겨줬습니다.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결국 [클로버필드]를 재미있게 보느냐, 재미없게 보느냐의 관건은 어지럼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만약 어지럼증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아무리 신선해도 재미있게 즐기기 어려울 것이며, 반대로 어지럼증에 둔감한 관객이라면 이전의 SF영화와는 확실하게 다른 이 영화의 신선함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안타깝게도 어지럼증에 민감한 관객이었네요. 하지만 영화 그 자체의 재미는 어지럼증 속에서도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몇 배로 어지럼증에 민감한 구피는 영화를 보고나서 짜증 가득한 표정만 지었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약간 허무한 듯한 결말은 요즘 할리우드 영화의 추세인가 봅니다. 최근에 봤던 [미스트]의 결말은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했고, [더 재킷]의 결말 역시 상당히 허무했었습니다. 그런데 [클로버필드]도 그렇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한참동안 관객들은 '뭐야, 끝난 거야?'라며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더군요. 뭔가 뒤에 남은 장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 역시 어지럼증만 아니었다면 영화의 엔딩 크레딧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뭔가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은 미련이 극장 밖을 나가는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지럼증 외에도 마지막의 허무함도 극복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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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이영화 평점 극과극으로 갈릴듯... ㅎㅎ 저는 어지럽지는 않던데,.,,, 평점에서 많이들 구토구토 하더니만 ㅎㅎ 저는 이영화 작년부터 예고편 하나로 기대했음... 친구가 [에일리언대프레더터2]보자는 거 뿌리치고 봤어여.. ㅎㅎ 영화에 몰입도 굉장이 잘 되던데...

헬기 추락하고 허드가 캠코더 가지러 갈 때 괴물 면상 확대 (꽤 귀엽던데... 아닌가?) ㅎㅎ 하지만 결말의 허무함은... 뭐 이미 흔해 빠진 결말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음.. ㅎㅎ
그래도 저는 충분히 만족만족....

그리고 다음주는 무조건 무조건 더게임!!!!! 더게임의 올인^^^^
 2008/01/25   
쭈니 네, 저는 사실 속이 울렁거리긴 해지만 영화의 몰입도는 좋았습니다. 구피는 속이 정말 많이 울렁겄나보더라고요.
[더 게임]은 저도 기대중입니다. 특히 다음주엔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네요. [명장]도 보고 싶고... ^^
 2008/01/26   
조광만
개봉날..첫영화로 봤습니다..ㅋㅌㅋㅌ

확실히 화면이 어지럽긴 했지만.. 그 긴박함은 정말로 굿이었습니다.

하지만.. 괴물이 마지막에 죽는지 사는지..ㅠ_ㅠ 결말이 안나와서.. 슬펐다는..ㅠㅠ 이거.. 2편 나오겠죠?!^^;;; 여자친구랑 내기했는데..꼭 2편 나와야 할텐데..ㅋㅋ
 2008/01/27   
소라빵
어후.... 낚였습니다..ㅜㅜ
전 괴물괴물 하면서 보러갔는데...
영화 내내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더군요...
미국에선 정말 많은사람들이 낚였다고 소리를 치고...ㅋㅋ

영화 나오는데 관객의 반이상이 얼굴이 하얗게되서 나오더군요...(물론 저까지 포함해서..)
EHH기법이 신선하다고는 보여지지만..
모든 촬영을 EHH기법으로 만든 영화를 정말 보기 싫어지게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저도 다신 보지않을래요..ㅜㅜ
 2008/01/27   
namja
기법등의 참신함과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그게 전부인게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한걸음만 더 나아갔더라면 좋았을것을...
 2008/01/27   
쭈니 역시 반응이 제각각이시군요.
저도 긴박감은 굿이었습니다. 그리고 2편은 나올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역시 영화를 보는 동안 불편했던 것도 역시 사실입니다.
새로움과 불편하지 않음이 한데 어우러져 EHH기법이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2008/01/27   
민쓰
매번 와서 글만 읽다가 글을 남겨보네요;;

어제! 클로버 필드를 봤습니다;;
극장에서는 표를 살때부터 미리 핸드핼드방식이라 어지러울 것이다! 라고 경고문이 쓰여있더군요;;
그래도!! 봤습니다;;ㅋ 소문의 진상인 괴물의 모습을 보고싶어서요~
영화를 다 보고난 제 평은,,,
음,,,,
전 솔직히 굉장히 맘에 들었답니다!
항상 영화를 보면 우리의 주인공은,, 죽을때,, 30초;; 엑스트라는 0.5초;; ㅡㅡ;;
그러나 이 영화;; 심하게 현실적으로 만들었는지 '롭'의 형인 제임스가 죽을때 순식간이었고 굉장한 카메라 감독이 될뻔한,,ㅡㅡ;; '허드' 역시 단번에 죽어버립니다;;
현실에선,,,
주인공도,,, 그렇게 죽어버리지 않을까요??

아무튼!! 서론과 결론이 빠져버린 영화라서 궁금증이 더한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2008/01/31   
쭈니 네, 정말 특이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만약 이 영화가 이렇게 핸드헬스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좋아했을듯...
새로움도 좋지만 영화를 볼때 불편함은 정말 싫거든요.
2편이 나올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만약 나온다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2008/01/31   
역불
100%의 어지럼증, 50%의 SF, 25%의 마무리..... 포스터만 화려 합디다.  2008/04/17   
쭈니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암튼 100%의 어지럼증엔 공감!!!  2008/04/20   
~~
전 이영화 최고던데요.  2008/05/20   
쭈니 뭐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더군요.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영화일지도...  2008/07/06   
이빨요정
그래도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는 있는영화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어디에서 하겠습니까?
 2008/11/23   
쭈니 그렇긴합니다.
영화를 보며 어지럽긴 했지만 분명 특이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
 2008/12/01   
졸지말자
가족끼리 봤는데 끝나고 엄마는 화장실로 직진 하시고 그날 반나절을 속이 안좋아고 하셨던... 하지만 저는 재밌었어요 ㅋ  2009/03/31   
쭈니 저와 구피도 속이 무척이나 메스꺼웠던...
그러한 메쓰꺼움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저도 재미있었을듯... ^^
 2009/04/01   
영아
영화 소재나 스토리는 재미있고 그랬는데 어지럼증은 극복이 안되더군요 ..-_ㅜ 영화 보고 나서 구토할뻔했음 넘 어지러워서 ㅋㅋㅋ  2009/05/16   
쭈니 네, 저도 구토할뻔 했습니다. ^^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