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미스트] - 두려움 앞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쭈니-1 2009. 12. 8. 22:09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주연 : 토마스 제인, 마샤 가이 하든, 로리 홀든
개봉 : 2008년 1월 10일
관람 : 2008년 1월 16일
등급 : 15세 이상

아침생일밥상을 받다.

드디어 제 35번째 생일입니다. 일단 제 스스로에게 축하의 한마디... "생일 축하합니다!!!"
어제 저녁엔 너무 추워서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싶어 하는 구피에게 [미스트]를 보자고 졸랐습니다. 내일은 더 춥고, 새로 개봉하는 영화 때문에 [미스트]의 상영관을 찾기 어려울 것이며, 결정적으로 내 생일인데 영화 한 편 못 봐 주냐며 반 협박을 한 결과이죠. 16일부터 보기 시작한 영화가 17일 새벽에 끝났으니 결국 제 35번 째 생일은 [미스트]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영화가 끝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1시.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구피는 열심히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만들더군요. 바로 제 생일날 아침에 먹을 미역국이었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안 먹던 아침식사까지 하고 나왔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직 잠에 덜 깼답니다.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일어났으니 피곤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괜히 기분은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 고작 미역국 하나에 너무 오버한다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절위해서 어제 늦은 시간까지 미역국을 끓인 구피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오늘 제가 먹은 미역국은 단순한 미역국이 아닌 구피의 사랑이었답니다. ^^


 

 


너무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

이제 구피를 향한 닭살멘트는 그만하고 [미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미스트]는 2008년 1월 둘째 주 개봉영화중 기대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제겐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안개 속에 숨겨져 있는 괴물들의 모습을 담은 스틸사진을 보는 순간 기대도가 한풀 꺾였으며, 개봉 후 네티즌들의 리뷰를 읽으며 기대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구피는 [미스트]가 할리우드의 어드벤처 괴수영화일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무방비 도시]를 보자는 제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미스트]를 고집하더군요.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저와 구피의 반응은 영화 시작 전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미스트]를 별로 기대하지 않은 저는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닌 인간의 두려움에 의한 광기를 섬뜩하게 잡아낸 영화의 스토리도 맘에 들었고, 특히 상투적이지 않은 영화의 결말은 거의 충격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구피는 기분이 불쾌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더군요. [미스트]가 막연하게 괴수영화인 줄만 알았던 구피로써는 안개 속의 괴물에 대한 공포보다는 마트에 갇혀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인간에 대한 공포가 그리 썩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특히 마지막 결말 장면은 불쾌함의 극치였다고 합니다. 하긴 분명 이 영화의 결말은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결말은 아니었으니...
요즘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스트]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갈라진 평들은 아마도 구피와 저의 영화에 대한 상반된 느낌과 맥락이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괴물이 무서운가? 인간이 무서운가?

기본적으로 저는 [미스트]가 [우주 전쟁]과 비슷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외계인의 침공을 그린 [우주 전쟁]은 그러나 [인디펜덴트 데이]류의 틀에 박힌 SF액션영화가 아닌 두려움에 의해 광기에 빠진 인간에 대한 공포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미스트] 역시 그렇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안개 속에 숨어있는 미지의 괴생물체의 습격에 의한 괴수영화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괴물들은 분명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못하며, 괴물들이 마트 안을 습격하여 인간을 위협하는 장면은 매우 짧아서 사람들이 마트 안에 숨어만 있는다면 괴물의 습격에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그러한 설정은 괴물 VS 인간의 대결 측면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미스트]가 충분히 무서웠습니다. 그 무서움은 바로 인간 그 자체에 있습니다. 좁은 마트에 갇힌 인간들은 광기에 사로잡히고, 그러한 광기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려는 잔인함으로 드러납니다. 주인공인 데이빗(토마스 제인)이 마트를 벗어나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미스트]는 초반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작하여, 그 안개 속에서 실체를 드러내는 괴생물체의 등장을 거쳐, 광기에 휩싸인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무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공포의 대상이 이렇게 여러 가지라는 점에서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도 결국은 두려움에 휩싸인 인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논쟁거리는 분명 마지막 장면입니다. [우주 전쟁]을 좋아했던 구피가 [미스트]에는 거부감을 드러내며 '불쾌했다'라고 말했던 이유도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 때문이죠.
만약 이 영화가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주인공의 활약과 괴물의 퇴치로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어쩌면 더 많은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그런 안일한 결말 대신에 좀 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합니다.
그러한 결말은 결국 데이빗 역시 두려움에 휩싸인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주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시종일관 침착하고 용감하게 두려움에 맞섰던 데이빗이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 순간 광기에 휩싸인 마트 안의 사람들처럼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린 마일]에서 두려움으로 인하여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살인마로 내몰렸던 존 커피(마이클 클라크 던칸)의 안타까운 사연에 관심을 보였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미스트]에서는 그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성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잡아냅니다. 그렇기에 저는 [미스트]의 충격적인 결말이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표현하고자하는 주제에 가장 걸맞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다른 날이었다면 추운 겨울 밤거리를 총총거리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겠지만, 추위로 인하여 이성을 잃은 사람들을 만날까봐 두려워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답니다.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 그 자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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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대뒤의 쓰린맛을 많이 봐서 제가 이거다 싶은 영화는 부러 찾아보지 않는 편이에요.. 미스트 역시 그렇긴 한데 결말이 불쾌할 정도라니 살짝 찾아오는 기대감.. 크.. 안되는데 ㅎㅎ
생일은 언제나 나를 생각하는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몇안되는 날들중에 하나죠.. 저랑 같이 사는 사람도 제 생일에는 새벽에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주곤 하는데.. 맛보다 사랑이 담겨있어서 어느 생일선물 못지 않게 행복하죠..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지만 사람없인 또 못사는게 사람인가봐요~ 아 심오해 ㅎㅎ
 2008/01/17   
쭈니 정말 그렇군요.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지만 또 사람없이는 살수 없기도 하군요. ^^
좀 독특한 결말을 원하신다면 [미스트]도 나쁘지않는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
 2008/01/17   
길가던행자
ㅋ 다시한번 생일축하드리고요~~ 드디오 미스트 리뷰가 올라왔군요!!+ㅅ+....크흑 ;ㅁ; 보고픈데 영화관갈사람이 없는 이신세...쩝....나중에 DVD나 나오면 빌려봐야돼나.....  2008/01/17   
쭈니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길가던행자님... ^^
저도 나중에 비디오나 DVD로 빌려볼 영화가 많은데 워낙 저희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 후져서 왠만한건 그냥 극장에서 보고맙니다.
2차판권시장이 무너지니 이렇게 불편하네요. 어여 비디오, DVD 대여시장이 살아나길 바랍니다. ^^
 2008/01/17   
블랙홀릭
오늘 친구와 미스트를 보고왔습니다 ^^
친구도 우주전쟁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저도 인간대 괴물의 싸움보다는.. 그 마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흥미로웠습니다.
영화후반부가지 긴장감도 이어져왔던것 같구요.

다만.. 그 충격적인 결말이....
전혀 사전정보 없이, 포스터 하나보고 본 영화여서, 극장을 나왔을 때는 도대체 감독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 어째서 다른 영화들처럼 희망을 주지않는지 궁금했었는데,
쭈니님 글 읽어보니 감독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 같네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말하고싶었다면 충격적이지만 좋은 결말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p.s.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2008/01/20   
가짜학생
앞부분 흥미롭게보다가...결말에서...어째저래...허무함...ㄷㄷ  2008/01/22   
쭈니 그래도 허무하셨다니 다행... 구피는 허무가 아니라 완전 찝찝했다고 하더군요. ^^;  2008/01/22   
쭈니 게시판 오류로 인하여 덧글이 뒤죽박죽이 된 관계로 덧글 정리가 있었습니다. 여기 놀러오신 분들의 덧글을 안건드렸지만 그 덧글에 대한 제 답글은 삭제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01/28   
이빨요정
상당히 괜찮았던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근래에 봤었던 영화중에서 숨겨진 보물같은 영화입니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오락영화가 아닌 인물들간의 관계라든지 인간의 숨겨진 사악함같은 드라마였었습니다.
영화가 끝날때 느꼈던 감정은 절망적인 공포였습니다.
 2008/07/21   
쭈니 절망적인 공포에 심히 공감을... ^^  2008/07/21   
신념이 박살난다는 것은..?? 참 굉장한 영화  2009/01/02   
쭈니 네... 지금 생각해봐도 굉장히 끔찍한 영화였습니다. ^^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