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마법에 걸린 사랑] - 현실과 사랑에 빠진 동화.

쭈니-1 2009. 12. 8. 22:07

 

 


감독 : 케빈 리마
주연 : 에이미 아담슨, 패트릭 뎀시, 제임스 마스덴, 수잔 서랜든, 티모시 스폴
개봉 : 2008년 1월 10일
관람 : 2008년 1월 10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2008년 나의 첫 영화가 어쨌든 정해졌다.

2008년이 어느덧 10일이나 지났건만 극장에서 볼 첫 번째 영화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던 저는 드디어 1월 10일, 무작정 구피의 손을 잡고 CGV 목동으로 향했습니다.
1월 10일에 개봉한 8편의 영화중 4편이 기대작이었고, 2편도 기대작은 아니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극장으로가도 보고 싶은 그 수많은 영화중 한편 정도는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심 [무방비 도시]나 [미스트]를 원했지만 CGV 목동에서 구피와 제가 극장에 도착한 시간에 볼 수 있는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마법에 걸린 사랑]었습니다. 전 강력하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주장했지만 구피는 새해 첫 영화부터 징징 짜는 영화를 볼 수 없다며 [마법에 걸린 사랑]을 고르더군요. 마법에 걸린 사랑]이 제겐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중 하나였기에 저 역시 군말 없이 구피의 선택에 따랐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저는 [마법에 걸린 사랑]의 유쾌함에 만족감을 느끼며 극장을 나섰지만, 영화를 고른 구피는 '이런 영화는 비디오로 봐도 되는 것 아냐?'라며 투덜거립니다. 애초에 [마법에 걸린 사랑]을 고른 것이 자신이면서 말이죠.
어쨌든 이제 2008년 제 영화 이야기는 [마법에 걸린 사랑]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덧 7년째를 맞이하는 제 영화 이야기가 2008년에도 많은 분들의 성원 속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길 희망합니다. ^^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래...

[마법에 걸린 사랑]은 꽤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주연인 에이미 아담슨와 패트릭 뎀시는 우리나라에선 거의 무명 배우에 불과하며, 에드워드 왕자를 연기한  제임스 마스덴은 [엑스맨 시리즈]에서 싸이클롭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아직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입니다. 그나마 악역인 나리사 여왕역의 수잔 서랜든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배우이지만 역시 스타급 배우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에 걸린 사랑]은 미국에서 의외의 흥행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제가 [마법에 걸린 사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역시 바로 그러한 점 때문입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꼬박꼬박 극장에서 챙겨보지만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극장 보다는 비디오로 보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제게 [마법에 걸린 사랑] 역시 비디오용으로 적합한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흥행 대박 소식과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러갔을 때 본 극장 예고편이 제 그러한 편견을 바꾸게 하였습니다. 왠지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은 영화의 분위기에 끌렸고,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교묘한 만남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여 실사영화로 끝을 맺습니다. 솔직히 애니메이션으로만 평가한다면 [마법에 걸린 사랑]은 평범하고, 실사영화로만 평가한다면 너무 진부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평범함과 진부함을 넘어 영화 자체를 유쾌하게 바꿔놓았습니다.


 

 


디즈니가 설마 자기 패러디를 시작한 것인가?

그러한 [마법에 걸린 사랑]의 유쾌함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패러디에서 비롯됩니다. 이미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하며 최고의 흥행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우뚝 섰습니다. 한마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패러디는 충분히 흥행적인 요소가 검증이 된 셈이죠. [마법에 걸린 사랑] 역시 그러한 검증된 흥행 요소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패러디에 주목합니다.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동화 속 공주인 지젤(에이미 아담슨)은 역시 전형적인 동화 속의 왕자인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이를 시기한 전형적인 동화 속 악당인 사악한 나리사 왕비(수잔 서랜든)의 꾐에 넘어가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현실의 세계로 빠져버립니다.
이때부터 [마법에 걸린 사랑]의 패러디는 시작합니다. 지젤은 냉혹한 현실의 세계에선 순진한 여자에 불과하며, 지젤은 구하기 위해 현실의 세계에 들어온 에드워드는 과격한 미치광이 취급을 받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동물들이 지젤을 도우기 위해 나서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에서의 그러한 장면들은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우스꽝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기에서 패러디를 멈춥니다. [슈렉]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패러디로 시작을 했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며 점점 디즈니스러운 면모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마법에 걸린 사랑] 역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만남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디즈니 실사영화식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를 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패러디의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마법에 걸린 사랑]은 유쾌했으니까요.


 

 


난 아직도 동화같은 현실을 꿈꾼다.

우스꽝스럽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이 영화 속의 뮤지컬 장면이 좋았고, 마지막 해피엔딩도 맘에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지젤이 동물들을 부를 때 흥얼거렸던 멜로디가 제 입가에서 맴돌더군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순진합니다. 아니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닙니다. 실사영화도 거의 순진무구 수준입니다.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며, 가족을 위해선 사회적인 명성과 성공 따위는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 아주 당연합니다. 동물과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다반사이고,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며, 해피엔딩은 원작을 훼손하더라도 꼭 쟁취해야할 소중한 결과입니다.
이런 디즈니의 영화를 보며 '유치해'라고 가끔 투덜거리지만 또다시 디즈니 영화를 보며 유쾌해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건 제가 그리고 우리가 디즈니 영화 속의 말도 안 되는 순진한 상황들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가끔은 현실에서도 저렇게 동화 같은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열망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마법에 걸린 사랑]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디즈니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현실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영화에서처럼 저런 로맨틱한 사건 대신 비극적인 결말이 될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사랑에 빠진 동화와 같은 이 영화 속의 결말처럼 된다면 참 좋겠다고. 이렇게 아직도 동화 같은 현실을 꿈꾸는 제 순진함이 [마법에 걸린 사랑]을 유쾌하게 보게 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2008년도엔 저런 동화 같은 사건이 현실에도 많이 벌어지길... 그러면 우리 세상도 조금은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IP Address : 58.236.170.151 
액션영화광
저도 이거 오늘 아침에 보고 왔습니다.... 정말 재미있더군요...
특히 공원에서 다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다람쥐 '핍'이 너무 좋았습니다...만화장면에선 말을 하지만 현실에선 말을 못한다는...(말하면 더 좋왔는디...)
 2008/01/13   
길가던행자
`사랑`들어간 타이틀 본순간 볼생각은 안드로메다 저 너머로~...후우 ㄱ-  2008/01/13   
쭈니 액션영화광님도 저와 비슷하시군요. ^^
길가던행자님도 어여 빨리 애인을 사귀어서 멜로영화와 친해지셔야할텐데... ^^
 2008/01/13   
매력적인 소재라 재미있을것 같았는데 역시나 재미있군요~기대되요~~^^  2008/01/14   
쭈니 어찌 여자인 구피보다는 남자인 제가 더 재미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역시 디즈니 영화는 제 취향에 맞는걸까요??? ^^  2008/01/14   
조광만
개봉날 봤는데..전 완전 즐거워서..2번 보고..ost ㄲㅏ지 구입했다는... 전 유치한게 맞는 타입 인가봐요..ㅋㅋㅋ  2008/01/20   
Spring
쭈니님 리뷰 보고 왠지 영화가 재미있을 거 같다는 예감에 어제 저녁에 봤어요^^
저도 쭈니님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 지젤이 동물들 부를 때의 멜로디가 입에서 계속 반복되더라구요ㅎㅎOST들도 정말 좋았고, 참 유쾌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2008/01/20   
쭈니 네, 특히 음악이 좋았던 영화입니다.
저도 갑자기 OST를 구입하고 싶어지는군요. ^^
 2008/01/22   
짜야♥
별로 땡기지 않는영화 였지만, 쭈니님의 영화평을 보고 지금 보았습니당-
역쉬, 쭈니님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군용.. ㅋ
초반에, 에드워드의 엉뚱한 설정에 마냥 웃었고,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역시 영화보는 재미를 더했던 것 같아요,,
글쎄요.. 어찌보면 유치하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저 영화 그대로 받아들여 아주~ 유쾌하게 봤다고나 할까요?? ㅋ
저역시 유치한게 맞는 타입인가바요,
머~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자면,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 일지도 모르구요 ㅋㅋㅋ
 2008/03/04   
쭈니 이 영화에 만족하셨다니 기쁘군요.
저 역시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만족했던 경우라서...
암튼 저도 아직은 순수한거군요. ^^v
 2008/03/04   
졸지말자
영화관에서 못본게 한이 됐어요 ㅠㅠ 그때 당시에도 보고 싶어서 꼭 봐야지 하고 다짐했었는데 왜 못봤을까요. 어둠의 경로로 보긴했지만 영화관에서 보면 더 재미있었을듯  2009/03/31   
쭈니 네, 영화관에서 보면 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  200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