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더 이상 무엇을 바랄수 있을까?

쭈니-1 2009. 12. 8. 22:10

 

 


감독 : 팀 버튼
주연 :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
개봉 : 2008년 1월 17일
관람 : 2008년 1월 20일
등급 : 18세 이상

노총각친구 장가보내기...

30대가 꺾여버린 제 친구들의 2008년도 화두는 노총각 친구들 장가보내기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만난 친구들 열 명 중 현재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한 친구는 세 명. 이제 그 친구들의 가족들이 저희한테 주위에 참한 여자 없냐고 독촉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처음엔 얼굴도 예뻤으면 좋겠고, 뚱뚱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성격도 좋으면 좋겠고, 직장도 좋았으면 좋겠다며, 겁도 없이 여자 보는 눈이 하늘을 찔렀던 노총각 친구 녀석들은 이젠 치마만 두르면 된다며 눈높이가 한없이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30대 중반의 노총각을 거둬줄 여자가 제 주위엔 눈을 씻고 봐도 없네요.
그런데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서 맏아들로 자라나 안하무인 성격으로 '노총각 베스트 오브 베스트' 후보 1순위인 친구 녀석이 올 가을쯤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친구들 모두 깜짝 놀라 그 친구의 용감한 여자를 보기위해 모여들었고,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들이 한데모여 여자 한 명을 앉혀놓고 청문회를 벌였답니다.
예전 같으면 장난 끼가 발동하여 친구의 애인을 조금 심하게 괴롭혔겠지만 결혼 좀 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친구 녀석의 간절한 눈빛에 그냥 새벽 2시까지만 괴롭히고 집에 보내줬답니다. 덕분에 저는 주말부터 술이 떡이 되게 취하는 바람에 일요일까지 머리와 배를 움켜잡고 끙끙 앓아야 했답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더군요. 그 녀석마저 보내고 나도 아직 두 명이 남지만 이렇게 한, 두 명씩 처리를 하고나면 내년엔 진정한 부부모임으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그리고 그렇게 좋은 기분과 술로 인하여 최악이 된 컨디션으로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스위니 토드]를 봤습니다.


 

 


팀 버튼이 조니 뎁과 함께 돌아왔다.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 주연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미 이 둘은 [가위손]에서부터 시작하여 [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의 더빙을 거쳐 [스위니 토드]로 벌써 여섯 번째 콤비를 이루었으며, 이젠 팀 버튼하면 조니 뎁이 떠오를 정도로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팀 버튼의 영화와 조니 뎁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써 이 둘의 콤비 영화는 장르가 어떻든 상관없이 무조건 기대를 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팀 버튼과 조니 뎁은 그런 제 기대에 부흥하며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한 것은 [스위니 토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개봉 전부터 너무 부풀어질 대로 부풀어진 제 기대감은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하는데 방해가 될 만도 하지만 오히려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기대감은 환희로 바뀌었고, 그 환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묘한 설렘으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솔직히 최근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혹성탈출]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중 유일하게 절 실망시켰었으며, [빅 피쉬]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재미는 있었지만 팀 버튼답지 않게 너무 착한 스토리가 눈에 거슬렸었죠. 그런데 그런 우려를 [스위니 토드]는 말끔히 씻어줬습니다.
피가 낭자한 이 섬뜩한 뮤지컬은 제가 알고 있는 팀 버튼이라는 이름에 너무나도 걸맞는 영화였으며, 조니 뎁 역시 블록버스터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그늘을 단숨에 벗어던지고 그 매혹적이면서도 번뜩이는 카리스마를 드러냈습니다.  아! 정말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이런 모습이 그동안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19세기 런던은 고담시이다?

[스위니 토드]는 마치 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듯했던 영화입니다. 첫 오프닝 장면에서 검붉은 피가 화면을 점차 물들일 때부터 제 심장을 쿵쾅거리듯이 뛰게 만들더니, 벤자민 바커(조니 뎁)가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의 런던의 풍경을 보며 저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를 뻔 했습니다. 그 이유는 19세기 런던의 모습이 마치 [배트맨 1, 2]의 고담시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제가 처음 팀 버튼이라는 감독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은 [배트맨]에서부터였습니다. [배트맨]은 팀 버튼은 물론 제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제공하였습니다.
제가 그토록 [배트맨]을 좋아했던 이유는 선과 악의 기묘한 갈림길에 섰던 주인공 배트맨과 악당이라고 하기엔 매혹적이었던 조커를 비롯한 악당 캐릭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어두운 판타지적인 공간인 고담시도 한몫했었습니다.
이후 조엘 슈마허 감독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만들었던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앤 로빈]에서 고담시는 예쁘장한 원색의 만화 같은 공간으로 바뀌더니, 최근 [배트맨]을 완벽하게 부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스]마저도 고담시를 너무 현실적인 공간으로 그려 절 아쉽게 했었습니다.
그런데 [배트맨 2]이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고담시의 풍경을 저는 [스위니 토드]의 런던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착한 영화로 오랜 외도를 즐겼던 팀 버튼 감독의 자신의 예전 팬을 위해 영화의 배경에서부터 아주 작정하고 서비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듯 보였습니다.


 

 


더 이상 내가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팀 버튼의 최근 착한 영화를 향한 외도를 끝마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의 그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손쉽게 마이너적인 자신의 이전 이미지를 되찾았습니다.
이젠 [배트맨 시리즈]를 DVD로 구입해야지만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고담시의 매혹적인 풍경이 예상하지도 못했던 [스위니 토드]에서 멋지게 펼쳐져 있었으며, 사랑과 복수, 그리고 장엄한 노래와 가슴 아픈 비극이 한데 어우러져 제 귀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도대체 제가 더 이상 그 무엇을 이 영화에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제가 팀 버튼과 조니 뎁에게 원했던 그 모든 것이 바로 [스위니 토드], 이 한편의 영화에 모두 담겨져 있는 것을...
악귀의 소굴과도 같은 런던에서 복수를 위해 자기 자신이 악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스위니 토드의 처절한 복수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피의 복수를 그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결국 더 큰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스위니 토드의 복수와 좌절을 보는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숨소리를 죽이며 속으로 감탄을 하는 것뿐이었으며 [유령신부]이후 다시한번 제가 팀 버튼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뿐이었습니다.
[유령신부]를 보며 팀 버튼을 향한 제 짝사랑이 결코 멈출 수 없음을 느꼈었던 저는 [스위니 토드]를 통해 그 짝사랑이 어느새 사랑의 열병으로 도저 버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건가요? 이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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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정말로 재밌게 보셨나보네요 ㅋ 근래에 본것중 최고의 극찬이신듯 ㅎ...그나저나..노총각친구분들 이야기나 남이야기 같지않은..(먼산)...  2008/01/21   
쭈니 제가 워낙에 팀 버튼과 조니 뎁을 편애합니다. ^^
그리고 길가던행자님의 연세가... 벌써 노총각의 비애가 느껴질 나이이신가요?
그렇담 어여 빨리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심이... ^^;
 2008/01/21   
산와머니
그건 그렇고 팀버튼이 책을 냈더군요.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고 (-_-)
피규어까지 만들어 놓았더군요. 책을 읽어 봤는데 ......
내일이라도 당장 뛰어내릴 사람 같다. -_-;;



바늘꽂이 여왕,
그녀의 삶은 그리 편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좌에 앉을 때면 언제나
수많은 바늘들이 그녀를 찔러대었기 때문입니다.
 2008/01/21   
쭈니 역시 책과는 별로 친하지 않는 저는 그가 책을 낸지도 몰랐군요.
하지만 그의 마법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믿기에 책은...(책 읽기 싫어하는 자의 핑계입니다. ^^;)
 2008/01/21   
투야
역시 쭈니니이 이 영화를 보시고 만족하셨을거란 제 예상이 맞았네요~ ㅎㅎ
저두 어제 회사 단체관람으로 보고 왔답니다,. 이게 단관이라,,투표를 했던건데
전 당연히 스위니토드였구여~다만,,끝나고 나오면서,,월요일에 투표의 응징이 기다릴듯
제가요즘 뮤지컬에심취해있는터라 과연 팀버튼과 뮤지컬의 만남은 어떠할것인가라는
궁금증을 너무도 완벽하게 잘 만들어놓으셨드라구요~~
정말 많이 피곤했는데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잔인한 장면 빼구요 ㅡㅡ)다봤답니다.
아,, 조니뎁은,, 어쩜 그런분장속에서도 빛을발하는 걸까요??? 너무 멋있으셧습니다.
그리구,, 러빗부인의 첫곡,, 너무나 감미로운 음악과 다른 가사들..ㅋ
그리고 산으로 가지 않은 결말,, 깔끔했습니다.
조니뎁이 주제곡을 500번 이상 불렀다고 어디서 본거 같은데,, 노래도 참 좋드라구요~
주변에 좋다고 마구 추천중인데,,ㅋ 좀 잔인해서 돌맞을거 같기도 하고 ㅋ
시작부분의 그 런던도시.. 저두 참 좋다고 생각했답니다..15년만의 복수를 꿈꾸며
돌아오는 스위니토드에게 딱 어울리는 듯한 배경과 음악,,
가장 웃겼던 장면,, 중간에 러빗부인의 상상씬,, 저 넘어갔습니다..
또 한번 보고싶은 영화네요~

근데 너무 만족하신거에요?? ^^ 평이 너무 짧은데요~ㅋ
 2008/01/26   
쭈니 눈치채셨군요. 저는 정말 맘에 든 영화의 이야기는 잘 못써요. [반지의 제왕 3부작]도 그렇고... 저 역시 투야님과 같았답니다. 러빗 부인의 상상씬에서는 저도 얼마나 웃었는지...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오던 구피의 표정은 그리 썩~ ^^;  2008/01/26   
mini
와 ! 역시 ~
오늘 이 영화보고 제 리뷰를 쓴 후 바로 쭈니님의 리뷰를 읽기위해 들어왔어요 !
스토리가 없다 너무 잔인하다 등등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저도 너무나 맘에 들었던 스위니 토드 ㅋㅋ
암울하고 음산한 잿빛 배경이 너무나 맘에 들었는데 +_+
전 개인적으로 마지막 복수 장면도 더 통쾌하게 더 강하게 넣어줬음 하는 바람까지 ㅋㅋ

암튼 집에 돌아와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신선하고
독특한 만족을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ㅋㅋ
주변에 추천 많이해줘야 겠어요 ㅋㅋ 성향을 좀 가려서 해줘야겠지만요 ^^
 2008/01/27   
쭈니 전 무지 맘에 들었지만 구피는 별로라는 반응이더군요.
확실히 호불호가 갈라질 영화이긴 했습니다.
암튼 mini님과는 이 영화에 대한 취향이 비슷했다니 기분이 좋군요. ^^
 2008/01/27   
6만원짜리 영화를 6천원에 보다..  2008/02/02   
쭈니 우와~ 저보다 평이 더 후하시군요. 전 6만원이라면 아무리 팀 버튼의 영화라고 할지라도 절대 안볼듯... 돈에 얽매일수 밖에 없는 직딩의 비애죠. ^^;  2008/02/03   
PKYO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x1000000000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죠니뎁이라는 사람에게 늘 놀랍니다. 전 잭스패로우가 너무 좋은데, 아니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는건지... (/망발/을 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배우 없는것 같습니다./망발/)
이런 어두운 영화에 노래의 접목, 뮤지컬, 이라는 것도 기대를 배가 시키는것 같아요. 죠니뎁의 끝이 어디인지 혹 끝이 없는 것 인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8/02/08   
쭈니 저도 조니 뎁이라는 배우 참 좋아합니다.
그 배우의 카리스마의 유머 그리고 섬뜩함까지... 많은 것을 갖춘 배우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기대됩니다. ^^
 2008/02/08   
라파엘
전 별로 였어요... 최근에 뮤지컬 영화에 빠져서 몇 편을 몰아 봤는데 음악이 참 다양하더라고요.. 근데 이건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여서 그런지 음악도 우울해서 뭔가 집중이 안되고 졸리 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참지 못하고 깜박 졸았어요 ㅎㅎ. 그리고 궁금한건 조안나랑 안소니랑은 어디로 증발했는지 ....  2008/02/18   
쭈니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
원래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상당히 밝은 영화거든요.
하지만 저는 팀 버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났다는 그 특이성에 만족했었답니다.
암튼 누가뭐래도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제겐 헤어나올수 없는 중독이랍니다. ^^
조안나와 안소니의 부분은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더군요. 그들의 이야기가 끝맺음이 되지 않아서 말이죠.
저도 그 부분이 아쉽지만 팀 버튼 감독은 애초에 그들보다는 벤자민 바커의 복수와 몰락에 집중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래서 영화의 후반엔 조안나와 안소니는 휘리릭하고 증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