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더 재킷] - 배우들의 연기에만 만족하기엔 기대가 너무 컸다.

쭈니-1 2009. 12. 8. 22:08

 

 


감독 : 존 메이뷰리
주연 : 애드리안 브로디, 키이라 나이틀리
개봉 : 2008년 1월 10일
관람 : 2008년 1월 11일
등급 : 15세 이상

드디어 CGV를 벗어나다.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CGV 서포터즈 활동을 했습니다. 덕분에 CGV 프리패스 카드를 받았고 지난 1년 동안 CGV에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CGV 서포터즈의 혜택은 제게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기대작이 아니어도 부담 없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여유입니다. 예전엔 정말 보고 싶은 영화만 극장에서 보고, 나머지는 비디오로 봤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시장이 붕괴되며 동네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는 요즘은 비디오로 볼 영화도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게 되었으며 CGV 프리패스 카드는 그럴 수 있는 금전적인 지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CGV가 아니면 극장에 가지 않는 버릇입니다. 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지만 제가 기대하는 영화를 모두 상영하지는 않았고, 상영하더라도 흥행성이 없는 영화는 교차상영 하던가, 인디영화관이 있는 CGV에서만 상영했었습니다. 그럴 경우 굳이 CGV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만 CGV는 공짜인 이유로 CGV가 아닌 극장에선 영화를 보는 것이 꺼려졌으며 결국 지난 1년 동안 CGV가 아닌 극장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CGV 서포터즈는 끝이 났습니다. 2007년 12월 31일 마지막으로 프리패스 카드도 더 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만에 처음으로 CGV가 아닌 다른 극장에서 [더 재킷]을 봤습니다. [더 재킷]을 본 극장은 충무로역의 대한극장으로 결혼 전까지만 해도 제겐 최고의 극장이었던 곳이죠. 거의 몇 년 만에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앞으로 조금씩 CGV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 같습니다.  


 

 


[더 재킷]에 대해 조사를 하다.

사실 [더 재킷]은 흥행성이 있는 영화만 상영하기로 악명이 높은 CGV 목동에서 상영하지 않을 정도로 흥행성을 보장받지 못한 영화입니다. 저 역시 애드리안 브로디,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스릴러라는 기본적인 정보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제 2의 [나비효과]라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급호감이 생기는 바람에 [더 재킷]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일단 [더 재킷]은 미국 개봉에서 흥행에 거의 참패한 영화입니다. [더 재킷]이 미국에서 개봉된 것은 2005년 3월 4일입니다. 개봉 첫 주 [더 재킷]의 흥행성적은 2백7십만 달러로 10위에 그쳤으며, 총 흥행수입이 6백3십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 정도면 인디영화가 아닌 [더 재킷]으로써는 참패 중에서도 참패라고 할 만합니다.
[더 재킷]은 원래 [더블타겟]의 안톤 후쿠아 감독과 콜린 파렐 주연으로 시작되었던 프로젝트였으나, 유럽무대에서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실험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던 존 메이버리 감독과 마크 월버그 주연으로 교체되었으며, 다시 마크 월버그가 애드리안 브로디로 교체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교체가 많이 된 영화치고는 재미있었던 영화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재킷]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국 영화를 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재킷]은 제 기대에 부흥을 하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꽤 흥미진진했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신파로 마무리를 하더군요. 아무래도 제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굳이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릴 필요가 없었다.

제가 [더 재킷]에 실망한 이유는 첫 번째로 충격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1991년 걸프전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걸프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잭(에드리언 브로디)은 1년 뒤, 살인혐의를 받아 법정에 세워집니다. 하지만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살인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잭으로써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으며 결국 정신이상으로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분명 영화의 초반에서는 충격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잭의 병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충격성 기억상실증은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통해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안겼던 [메멘토]를 연상케 했으며, 그렇기에 왜곡된 기억에 대한 치밀한 스릴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더 재킷]에서 충격성 기억상실증은 잭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살인 순간 기억을 잃은 잭이 정말 자신이 살인범인지 밝혀내는 것도 아니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이후 충격성 기억상실증이 다시 재발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충격성 기억상실증은 잭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동기에 불과한데 그런 단순한 기능이라면 굳이 잭이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릴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여행의 기본 원칙을 어기다.

좋습니다. 애초에 [더 재킷]을 기대했던 것도 [더 재킷]이 제 2의 [메멘토]이길 바랐던 것이 아닌, 제 2의 [나비효과]이길 바랐던 것이니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낚인 것은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여행이 부실한 것은 저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는 조심해야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영화 속의 시간여행이 과거이던, 미래이던, 그것은 현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빽 투 더 퓨쳐]입니다. 그리고 [나비 효과] 역시 에반(애쉬튼 커처)의 과거를 향한 시간여행으로 현재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잘 표현해냈으며, 그렇기에 마지막 에반의 선택에 공감이 되고 마음이 아팠던 것입니다.
하지만 [더 재킷]은 그러지 못합니다. 주인공인 잭은 정신병원의 불법 치료행위로 시체안치실에 갇히고, 그곳에서 2007년 미래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미래에서 그가 알게 된 진실은 앞으로 며칠 후면 자기 자신이 죽는다는 것. 잭은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미래의 잭키(키이라 나이틀리)와 함께 진실을 파헤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잭과 잭키가 사랑에 빠지면서 발생됩니다. 그러면서 현재(1992년)와 미래(2007년)에 대한 상관관계가 무너집니다. 현재와 미래는 분명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러한 전제는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잭은 사랑의 힘으로 잭키의 미래를 바꿉니다. 영화 속에서 그 어떤 미래도 바뀌지 않았는데 유독 잭키의 미래만 바뀝니다. 그럼으로써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원칙을 어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충격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시간여행에 대한 치밀한 이야기 구성도 해내지 못한 이 영화는 제겐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를 보는 것에만 만족해야 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피아니스트]를 통해 한 남자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애드리안 브로디는 과연 그 명성 그대로 잭을 연기합니다. 만약 콜린 파렐이나 마크 월버그가 잭을 연기했다면 영화는 진실을 파헤치는 잭의 활약상에 초점이 맞춰졌을지도 모르지만 애드리안 브로디가 잭을 연기함으로써 며칠 후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잭의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키이라 나이틀리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그냥 매력적인 배우로만 인식했었는데 [더 재킷]에서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감추는 법도 잘 알고 있는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살은 좀 찌워야겠더군요.  
[007 카지노 로얄]로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가 되기 전 다니엘 크레이그의 조연 연기와 묘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블레이드 시리즈]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그리고 오랜만에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배우들의 연기에만 만족을 느끼기에는 [더 재킷]을 향한 제 기대감이 너무 컸으며, 결국 그러한 과도한 기대감은 [더 재킷]을 2008년 제 첫 관람 실패작으로 기록되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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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저는 그냥저냥 킬링타임용으론 볼만하다고 생각한영화...하지만 영화관에서보기엔....(...)  2008/01/13   
쭈니 좀만더 치밀했다면 영화관에서 봐도 좋았을뻔했는데... 좀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2008/01/13   
극장에서
쭈니님의 오랜만의 현금관람영화가 아쉬움으로 끝났다니 저도 아쉽네요....이상하게 반지의 제왕이후론 모든 판타지 영화가 시들해보이고 나비효과 이후론 모든 시간여행 영화가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것은 저만 그런가요....아니면 헐리우드키드의 나이가 들어가며 더이상 작가의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믿지않고 나스스로 비평하려고 드는 시각의 변화에서 오는것인가요.....  2008/01/13   
쭈니 글쎄요. 너무 심오한 질문이시네요. ^^
일단 저는 [반지의 제왕]이후 판타지 영화는 왠만하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반지의 제왕]을 넘어서는 영화는 아직 못만났지만... 그냥 제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나봐요.
시간여행 영화도 [빽 투 더 퓨쳐]이후 매우 선호하는 장르입니다. 그냥 괜시리 좋아요. ^^
그건 취향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소재나 장르의 영화엔 무작정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저와 오히려 눈높이가 높아져 더 재미있는 영화를 바라는 극장에서님과의 취향.
그냥 제 생각입니다. ^^;
 2008/01/13   
극장에서
늘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쭈니님이 너무 부럽습니다...생활에 지쳐 영화 그일상의 향기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요즘이 너무 슬퍼집니다....항상 건강하시고 올 한해도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가슴을 가진 모든이들에게 밝은 지표가 되어주시길~~~ 한 1년 눈팅만 하다가 그냥 답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답변도 주시고 너무 즐겁네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2008/01/13   
쭈니 순수하긴요... 단지 스트레스를 영화로 풀고있는 평범한 직딩일 뿐입니다. 그리고 기왕 돈내고 본거 좋게 좋게 봐줄려고 노력하는 단순한 놈이기도 하고요. ^^;
암튼 덕담 감사하고요, 자주 놀러오시면 언제나 좋은 영화 이야기를 준비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2008/01/13   
큰 정보 없이 영화를 봤는데.. 보는 내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봤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굉장히 허무했어요.. 아 뭐 결국 이거였나 싶은.. ㅎㅎㅎ 나비효과와 비슷한 소재이지만 조금 다른 느낌을 갖길 바랬는데 비슷은 커녕..다 보고 나서 굉장히 우울했어요..ㅠㅠ  2008/01/14   
쭈니 전 우울까지는 아니었지만 저렇게 좋은 배우들로, 저렇게 좋은 소재로, 좀만 더 시나리오를 가다듬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본 대한극장은 좋았습니다. 스크린도 크고, 교차상영도 없고, 우리동네 CGV목동도 제발 대한극장 좀 배웠으면 좋겠네요.  2008/01/14   
아예 모르고 보셨으면 재미있으셨을수도 있었을텐데요..
물론, 개연성 부분과 처음과 끝부분은 모자랐습니다만..
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본 지라.. 특유의 분위기와
아웃트로의 무게감에 흠뻑 젖어버렸더랬습니다 ^^*
 2008/01/18   
쭈니 그러게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봤다면 분명 배우들의 연기와 특유의 분위기에 매혹되었을지도... 그런 의미에서 기대가 크다는 것은 오히려 안좋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