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에 도전하라!

쭈니-1 2009. 12. 8. 22:13

 

 


감독 : 정용기
주연 : 박용우, 이보영, 김수현
개봉 : 2008년 1월 31일
관람 : 2008년 2월 2일
등급 : 12세 이상

맥스무비의 추억.

4년 전쯤엔 영화를 예매할 땐 꼭 맥스무비라는 사이트에서 했었습니다. 제가 처음 맥스무비를 알게 된 것은 8년 전쯤으로 당시 컴맹이었던 전 인터넷으로 영화를 예매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죠.
대학을 졸업한 후, 긴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에 첫 발을 딛었던 그 시절, 직장을 잡은 제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신용카드를 만드는 일이었고, 신용카드 혜택으로 영화할인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부터였습니다. 맥스무비라는 사이트를 처음 접했던 것이...
당시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극장에서 긴 줄을 서서 예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편안하게 컴퓨터로 앉아 예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인터넷의 편리함을 새삼 느꼈었죠.
그 후 영화를 볼 땐 항상 맥스무비를 이용했었는데 덕분에 2004년도엔 맥스무비의 우수회원으로 뽑혀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답니다.(인터뷰 영상은 '새소식' 14번 글에...^^) 하지만 맥스무비가 예매수수료를 받기 시작하고, 때맞춰 네이버 장르매니아에 선발되며 영화 시사회에 무한대로 초청되었으며, 네이버 장르매니아가 끝날 때쯤엔 CGV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CGV엔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며, 몇 년 동안은 자연스럽게 맥스무비를 이용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맥스무비는 제게 잊혀 졌습니다.
하지만 CGV 서포터즈가 끝난 상황에서 오랜만에 다시 맥스무비에 들어가 봤답니다. 감회가 새롭더군요. 사이트가 많이 바꾸기도 했고... 그런데 놀랍게도 제 마일리지가 4천점이나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으로 맥스무비 마일리지로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예매했습니다. 오랜만에 맥스무비에 대한 추억도 떠오르고, 남아있는 마일리지로 영화도 공짜로 보고... 암튼 반가웠습니다. 맥스무비... 그런데 솔직히 예매수수료 장당 500원은 너무하는 것이 아닌지... ^^


 

 


기다렸다. 어드벤처 영화.

작년 12월에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을 보며 '참, 역사도 짧은 나라가 전설을 억지로 만드느라 고생한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은 이제 겨우 500년도 안 되는 미국의 역사를 가지고 새로운 전설과 비밀을 만들려다보니 1편과 2편이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틀립니다. 단군신화에서 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신화와 그에 얽힌 전설과 비밀을 어드벤처 영화로 색다르게 각색한다면 충분히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풍부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드벤처 영화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미완의 단계입니다. 굳이 어드벤처 영화뿐만 아니라 역사를 다룬 시대극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풍부하지 못할 뿐더러 만들어진다고 해도 대개가 조선시대나 일제시대를 다루는 것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시대극이 이렇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니 시대극의 근간을 이루어야할 어드벤처 영화 역시 발전을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역사가 지니고 있는 풍부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 한 채 한국 어드벤처 영화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현저하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입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정신은 좋았지만 반만년이라는 역사를 놔두고 고작 70여 년 전 이상의 시에 담겨진 비밀을 풀어내는 모험을 그리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너무나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의 개봉은 제게 기대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비록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시대이지만 미스터리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의 석굴암이었고,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이 만들어진 1999년에 비해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발전된 기술력과 향상된 시나리오를 선보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석굴암의 전설을 진짜처럼 꾸며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나 [다빈치 코드]처럼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를...


 

 


진짜 같은 전설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어드벤처 영화로 따진다면 분명 성공적인 영화는 되지 못했습니다. 석굴암이라는 그럴듯한 소재를 내세웠지만 석굴암에 얽힌 전설은 영화의 초반 잠깐 나올 뿐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좀 더 석굴암의 전설을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전설을 근거로 동방의 빛을 찾아내기 위한 모험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국 어드벤처 영화가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영화가 석굴암의 전설을 포기하고 영화 전면에 내세운 것은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군과 독립군의 암투였습니다. 일본군이 석굴암의 전설을 풀고 동방의 빛을 손에 넣었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제가 기대했던 전설을 근거로 한 어드벤처 영화로써의 기능을 애초부터 상실했던 것입니다.
하긴 그것은 어쩌면 일제시대라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의한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오랜 역사의 전설보다는 애국심을 자극하여 일제시대 일본군에 대항했던 독립군의 이야기를 넣는 것이 좀 더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입니다.
뭐 그러한 상업적인 계산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느 나라 영화건 자국 관객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언제나 존재해왔으며 제가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비교하려했던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역시 미국에 대한 자국 관객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적절하게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에서도 그랬듯이 일제시대는 그 시대적 배경의 특수함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할 여력이 없으며, 결국은 진짜 같은 전설을 만드는 것 보다는 진짜 같은 독립군의 활약상을 만드는 것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코미디로써는 성공했다.

아쉽게도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어드벤처 영화로써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의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게임]을 봤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코미디 영화로써는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포방한 장르는 명백히 코믹어드벤처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코미디가 성공했다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셈이죠.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코미디로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코믹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에 잇는 듯이 보입니다. 그 중 이 영화의 코미디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조금은 모자란 듯한 독립군 역할을 맡은 성동일과 조희봉인데 이는 명백히 조폭 코미디에서 희화된 조폭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가문의 영광 2, 3]으로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정용기 감독은 희화된 조폭을 독립군으로 살짝 바꾸며 영화의 웃음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솔직히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던 독립군을 영웅시하지 못할망정 희화하였다는 것은 분명 조폭의 희화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용기 감독은 모자란 독립군을 그려내면서 비록 못 배웠고, 모자란 그들이지만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제를 영화의 후반에 깔아둠으로써 독립군 희화에 대한 비난을 피할 명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일단 명분이 만들어지자 이젠 식상한 멍청한 조폭의 모습과는 달리 비장해야할 독립군의 모습에서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소재고갈에 직면한 코미디 영화에서 시대적 배경만 바꾼 채 새로운 코미디 소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꽤 그럴듯한 성공인 셈입니다.


 

 


다음엔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에 도전해라.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비록 기대했던 어드벤처 영화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를 보는 동안 웃음이라도 짓게 만들어 줬으니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 제가 이 영화에 원하는 것은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중국은 이미 그 기나긴 역사를 이용한 어드벤처 영화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도 새로운 전설을 만들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고해서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시리즈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일제시대가 끝나면서 막을 내린 1편과는 달리 만약 2편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어수선한 시대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제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의한 독립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며 이미 1편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오봉구(박용우)와 춘자(이보영) 역시도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의 압박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사기꾼과 도둑의 기질을 맘대로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1편에서 맛 뵈기에 불과했던 석굴암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이번엔 새로운 소재로 그럴듯하게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가 봐도 진짜 같은 전설로 말입니다.
좀 더 다양해질 한국영화의 2008년을 기대하며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한국 어드벤처 영화의 새로운 발전을 나 홀로 그려봅니다. 물론 이런 제 바람이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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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빵
처음 영화제목을 들었을때.. 원스어폰어타임 인 맥시코가 생각났네요..ㅋㅋ
그래서 순간 한국시리즈로 나오는구나 라고 했는데..
낚였..ㅋㅋㅋ
그래도 역사를 가지고 꾸민 코미디 어드밴쳐영화니깐.. 한번 보고싶네요^^
 2008/02/08   
쭈니 저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생각났었습니다.
그 영화는 상당히 비장한 분위기가 흐르는 영화였는데...
암튼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영화를 즐기는 저도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 말이죠. ^^
 2008/02/08   
바보 브라더스의 실~ 가서 터트리고 실~ 오면 되는 플레이에 한참 웃었습니다 ㅎ
웃기기라도 해서 절반의 성공은 한듯 합니다만 ^^*
 2008/04/28   
쭈니 뭐 웃기려고 만든 영화이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면 송공인 셈이죠. ^^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