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8년 영화이야기

[점퍼] - 짜증나는 세상, 나도 점프할 순 없을까?

쭈니-1 2009. 12. 8. 22:15

 

 


감독 : 덕 리만
주연 : 헤이든 크리스텐슨, 레이첼 빌슨, 제이미 벨, 사무엘 L. 잭슨
개봉 : 2008년 2월 14일
관람 : 2008년 2월 15일
등급 : 15세 이상

이번 주 영화보기 프로젝트 제 2탄.

계획대로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 이어 [점퍼]를 보러 갔습니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덕 리만 감독의 연출에 뉴욕, 도쿄, 로마, 이집트, 파리, 런던, 멕시코, 캐나다, 사하라, 호주를 아우르는 광대한 로케이션, 그리고 공간이동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소재까지. 한동안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목말라 있었던 제겐 딱 안성맞춤인 영화로 보였습니다.
구피는 은근히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이 보고 싶은 눈치였으나 그 영화는 판타지라기보다는 호러영화에 가깝다며 설득했답니다. 구피도 저처럼 판타지영화는 좋아하지만 호러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암튼 이렇게 이번 주 영화보기 프로젝트에 의해 계획대로 보게 된 [점퍼]는 제가 생각했던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액션영화는 좋아하지만 과도하게 부수고, 때리고, 폭발시키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는 구피는 [점퍼]의 착한(?) 액션에 만족스러워했으며, 저 역시 관광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주인공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스텐슨)의 활약 덕분에 로케이션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고, 공간이동이라는 소재로 인하여 여느 일반 액션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오락적 재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9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과 액션영화로써의 임팩트가 약하고, 스토리도 뭔가 완결되지 않은 듯한 어정쩡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어차피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이니 영화를 보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소년,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다.

[점퍼]는 어느날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어떤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은 학교에서 왕따인 소년입니다. 어머니는 그가 5살 때 집을 나갔으며,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간이동이라는 능력을 통해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 그는 자신이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점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일단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의 첫 느낌은 [스파이더맨]의 영웅 피터 파커입니다. 그저 평범한 왕따 학생이 어쩌다가 비상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데이빗은 피터처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영웅이 되기로 마음먹지는 않습니다. 그가 공간이동 능력을 가지고 처음으로 한 일은 은행을 터는 것이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능력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밀리(레이첼 빌슨)를 위해서 쓸 뿐입니다.
피터 파커도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에 이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삼촌의 죽음을 목격하고 큰 힘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스파이더맨이 탄생하게 된 계기입니다.
데이빗도 충분히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공간이동 능력은 피터 파커의 능력보다도 훨씬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그의 능력은 점퍼 사냥꾼인 팔라딘과의 쫓고 쫓기는 대결에 사용하게 될 뿐입니다.


 

 


점퍼, 그들은 영웅인가? 악당인가?

일단은 그런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데이빗은 결코 관객들이 환호해야할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범죄에 이용하는, 아직은 은행 강도에 불과하지만 잠재적으로는 인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악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퍼의 악당적인 면모는 또 다른 점퍼인 그리핀(제이미 벨)에게서 드러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소년에 불과한 그는 점퍼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팔라딘을 처치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는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며 악당들이 내뱉는 말들을 서슴치 않고 합니다. 결국 데이빗도 그리핀에게 등을 돌리지만 그것은 그의 악당적인 면모 때문이 아니라 밀리를 구해야한다는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죠.  
그러하기에 오히려 점퍼를 뒤쫓는 팔라딘이라는 단체가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점퍼가 자신의 능력을 악의적인 방법에 쓸 경우 다른 보통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팔라딘은 점퍼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팔라딘인 롤랜드(사무엘 L. 잭슨)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자신의 능력을 개인적인 쾌락에 쓰는 것에 몰두하는 데이빗의 어리숙한 모습과 비교하면 오히려 영웅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영웅과 악당의 인식 전환. 이것이 [점퍼]의 감춰진 영화적 재미입니다. 관객들은 당연하게 데이빗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데이빗을 응원하고 자연스럽게 데이빗과는 반대의 편에 서있는 팔라딘을 악당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본다면 데이빗은 결코 영웅이 아니고, 팔라딘은 결코 악당이 아닙니다. 참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점퍼]는 결국 개인적인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웅이 악당을 퇴치하는 여느 액션영화와는 달리 [점퍼]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상당히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그가 그러한 욕망을 채우는 것 역시 팔라딘으로 인하여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데이빗과 롤랜드의 대결이 선과 악의 대립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데이빗의 개인적인 욕망이 오히려 영화를 보는 제게 쾌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정의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피터 파커의 답답한 일상과는 달리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는 '집에까지 공간이동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러한 구피의 한마디가 이 영화의 재미가 무엇인지 잘 대변해줍니다. 출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을 때, 휴일이 짧아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을 때, 중요한 약속시간이 늦었을 때, 저는 종종 공간이동에 대한 상상을 합니다.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하지만 그런 제 상상 속 어디에도 공간이동 능력을 이용한 영웅적인 행위는 없습니다. 저 역시 공간이동 능력이 있다면 데이빗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사용하겠죠.
그런 면에서 [점퍼]는 할리우드 SF영화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영화인 셈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데이빗이 점점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점퍼의 기원과 점퍼와 팔라딘의 최후 결전, 그리고 데이빗의 어머니에 대한 딜레마 등 이 영화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속편에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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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행자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된다면" 이라는 모두 한번쯤은해봤을법한 상상에 관련된 영화는 하나같이 관심을 끌게만듭니다 =ㅅ=......로봇물 못지않게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할만한거니깐요.....개인적으론 다른것보다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자마자 은행터는 모습이 참으로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거같아서 친근감이 느껴졌다는.....(먼산)  2008/02/17   
쭈니 만약 제게 투명인간의 능력이 생긴다면 극장에 무제한으로 들어가고, 여자목욕탕에도 한번 들어가보고...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공간이동 초능력이 생긴다면 은행털이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죠. ^^  2008/02/17   
너무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은 영화에요... 착한액션 ㅋㅋ 전 초능력이 생긴다면 다른사람들이 내가 없을때 하는 내 이야기를 엿듣고 싶은데.. 흐흐...  2008/02/19   
쭈니 그건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으로 해결을... ^^
그 초능력은 한창 제 짝을 찾아헤맬때 저 여자아이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서 그런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
 2008/02/19   
엘잠
그런 내용이군요....
일단 저 '헤이든 크리스텐슨' 에서 점수 50점 깎고 시작하겠습니다 -ㅅ-(저한텐 악몽입니다 스타워즈의 그 허접스런...)
사무엘 잭슨 형님도 나오셔서 볼까 했었는데 볼사람이 없;;;
레이첼 빌슨도 나오는군요 너무 이쁘다는 ㅎㅎㅎㅎ
 2008/02/20   
쭈니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경우는 계속 무럭무럭 커가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미숙한 모습도 괜히 용서가 되는... ^^;
 2008/02/20   
mero
설정은 꽤 흥미로왔는데.. 내용 전개는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어요..
액션신도 그닥... 추격자대신 본 영화였는데 ㅠㅠ
 2008/03/04   
쭈니 ㅋㅋㅋ
제가 알기로는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로 알고 있답니다.
시리즈가 진행된다면 점점 내용전개가 살을 붙여나가겠죠. ^^
 2008/03/04   
해외여행 많이한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영화
.. 하지만, 스토리는 좀 빵빵할 필요가 있다.. -.,-++
 2008/04/28   
쭈니 뭐 2편에선 어떤 빵빵한 스토리를 내놓을 것이라 믿습니다. ^^  2008/04/28   
왠지
마지막에 뭔가 하려다 만거같은느낌......이 지워지지않더군요.. 소재는 독특하고좋았는데 ㅠㅠ  2008/05/01   
쭈니 2편 만들어 질겁니다. 전 2편 기대중... 그런데 안만들어지면??? ^^;  2008/05/02   
이유
만들어 지겠죠~ㅋㅋ

+_+ 영화관에서 보는동안~ ㅋㅋ

빨려들어서~ 꼭 내가... 점프하는 느낌?! ㅋ ㅋ
 2008/05/03   
쭈니 네, 2편 만들어질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1편에서 속시원하게 못푼 문제들이 2편에서 보여지겠죠.
기대중!!! ^^
 2008/05/04   
이빨요정
영화는 대체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속편이 정말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러닝 타임이 너무 짦아서 아쉬운 경우는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요.
일단 테스트로 만든것 같은데 이 정도라면 속편이 나올만도 한데요.
좀 더 스펙타클하게 오락적으로 잘 만들어져야 할것같아요.
 2008/12/29   
쭈니 이만하면 속편이 만들어질만도 한데...에 공감합니다.
2편에서는 분명 좀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