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블레이드2>- 제대로 된 오락 영화를 만나다.

쭈니-1 2009. 12. 8. 14:24

 



감독 : 기에르모 델 토로
주연 : 웨슬리 스나입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론 펄만, 견자단
개봉 : 2002년 4월 5일

남들보다 먼저 개봉도 안된 영화를 만난다는 것... 이건 어쩌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공통된 소망일겁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시사회나 영화제에 가기위해 아우성을 치죠. 시사회나 영화제에서 아직 개봉전의 유명 영화를 보고나면 왜그리 뿌듯한지. ^^;
저의 경우는 이러한 증상이 생긴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영화 보는 것에 만족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남들보다 먼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군요.
'영화 이야기'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께 영화 개봉전에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의무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아무도 그런것엔 신경 안쓰는데... ^^  
<블레이드2>를 볼때의 상황이 그러했었죠.
사실 이 영화도 며칠 전부터 인터넷에서 다운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로 영화를 볼수 없었죠. 영화의 개봉일은 4월 5일... 4월 5일에 개봉되는 영화중 제가 볼 수 있는 영화는 <배틀로얄>과 <블레이드2>였습니다. 전 먼저 기대치가 높았던 <배틀로얄>부터 '영화 이야기'에 쓰기위해 영화를 봤죠. 하지만 자꾸 회사일이 생기고 영화를 보고 난후에는 빨리 '영화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인지 글도 잘 쓰여지지 않고... 그러다가보니 4월 4일이 되고 말았죠.
4월 5일은 친구녀석과 여행가기로 한 날이니 결국 <블레이드2>는 개봉날인 4월 5일까지 볼 수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 같이 여행가기로 한 친구녀석은 저희 집에서 잔다며 절 기다리고 있었고... 전 영화의 개봉전에 <블레이드2>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맘이 편치 않았죠. 결국 전 친구한테 야근이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거짓말을 하곤 회사에 남아 영화를 봤습니다. (선열아! 미안해~~~ ^^;)
생각같아선 '영화 이야기'마저 쓰고 싶었지만 혼자 절 기다리고 있을 친구 녀석을 생각하니 그럴수는 없겠더군요. (아! 친구를 생각하는 쭈니의 깊은 마음씨!!! ^^;)
암튼 이런 우여곡절끝에 영화 개봉날인 4월 5일보다 하루 이른 4월 4일 <블레이드2>를 본 저는 다음날 여행을 가면서도 <블레이드2>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사실 영화를 보고 난 후 곧바로 '영화 이야기'를 써야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진솔하게 쓸 수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면 영화 볼때의 생각은 간데없고 자꾸 다른 글이 쓰여집니다. 특히 다른 영화평을 읽고나서 그 영화평이 공감이 가면 제 글도 그런식으로 바뀌고 말죠. 아마 아직 영화에 대한 제 깊이 있는 감상이 부족한 탓일 겁니다.  
하지만 <블레이드2>의 경우는 다릅니다. 영화를 볼때의 그때도 그러했고 '영화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한결같이 '제대로 된 오락 영화를 만났다'라는 것입니다.

 

 


전 솔직히 이런 류의 영화를 싫어합니다. 그냥 아무 내용없이 때리고 부수고 그리고 언제나 선이 승리하고 악은 멸망하고... 이런 영화는 볼때는 눈앞의 현란한 액션씬들이 정신없이 펼쳐지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도대체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죠.
이 영화의 전편인 <블레이드>도 그랬습니다. 제가 <블레이드>에 대해서 기억이 나는 것은 단지 검은 옷을 입은 웨슬리 스나입스가 현란하게 장검을 휘두르던 장면뿐이죠.
하지만 <블레이드>의 캐릭터 설정을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복잡한 내용의 영화가 될수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블레이드라는 캐릭터 자체가 인간과 뱀파이어를 반반씩 섞은 것으로 어찌보면 자신의 형제와도 같은 뱀파이어를 멸종시켜야 한다는 숙명을 타고난 그런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자신의 종족을 죽여야 하는 블레이드의 고뇌를 그릴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블레이드>는 애초에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블레이드의 현란한 액션씬을 잡는데 여념이 없었죠.  
그렇다면 <블레이드2>는???
당연히 관심이 없겠죠? 어차피 단순한 오락 영화이니 쓸데없이 블레이드의 고뇌를 영화 속에 삽입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될게 뻔했으니까요.
이런 면에선 저도 불만 없습니다. 어차피 이런 류의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니 괜히 영화보고나서 남는게 없다고 투덜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죠.
그래서 전 이 영화를 볼때 그런 심각한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없애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랬더니 꽤 재미있더군요. 특히 잠시도 쉬지 않고 펼쳐지는 현란한 액션씬... 어쩌면 <블레이드2> 역시 며칠후면 어떤 영화였는지 생각조차 안날지도 모르지만 암튼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입을 다물수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액션에 현혹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블레이드2>가 제게 재미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캐릭터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전편인 <블레이드>는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난 뱀파이어 사냥꾼 블레이드의 복잡한 캐릭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후편인 <블레이드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블레이드는 여전히 아무 감정없이 자신의 형제들인 뱀파이어들을 죽이고 고뇌는 커녕 폼만 무지 잡습니다. 하지만 전편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영화의 캐릭터부재라는 전편의 아쉬움을 해소시켜 줍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관심있게 봤던 캐릭터는 바로 신종 뱀파이어인 리퍼입니다. 그는 사람은 물론 뱀파이어의 피까지 빨아먹음으로써 블레이드와 뱀파이어의 공공의 적이 됩니다. 그리고 블레이드와 맞먹을 정도로 막강하기까지 하죠.
전 이 영화를 보며 분명 리퍼에겐 무언가 사연이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종 뱀파이어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질리 없으니까요.
그리고 영화는 후반부의 반전을 위해 리퍼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그는 뱀파이어 세계의 왕자로 왕인 아버지의 야망의 희생물이 되어 변종 뱀파이어가 된거죠. 그는 자신을 이렇게만든 아버지와 동족들의 배신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 것입니다.
리퍼와 더불어 또하나의 재미난 캐릭터는 뱀파이어 세계의 공주이자, 리퍼의 여동생이며, 블레이드와 사랑에 빠지는 니사입니다.
블레이드에 대항하기위해 선발된 블레드 팩의 일원인 그녀는 블레이드와 손을 잡고 리퍼 사냥에 나섭니다. 그러나 리퍼의 정체를 알고 결국은 아버지를 배신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죠.
이렇게 이 영화는 리퍼와 니사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이며 뱀파이어 세계의 왕인 다마스키노스의 가족관계를 통해 블레이드라는 캐릭터가 표현하지 못한 종족간의 배신과 복수 그리고 그에대한 고뇌를 잡아냅니다.
전편이 영웅 블레이드를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를 단선적으로만 표현했다면 후편인 <블레이드2>는 블레이드에 대한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오락성을 훼손하지 않고, 리퍼와 니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여 그들에게 블레이드가 가졌어야할 고뇌를 안겨줌으로써 전편이 가졌던 아쉬움을 해소시켜 줍니다.

 

 


이렇듯 전편의 캐릭터 부재를 해소한 <블레이드2>는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액션씬과 특수효과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 설정을 보여 줍니다.
특히 블레드 팩과 블레이드의 위험한 동맹은 팽팽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 줍니다.
블레드 팩이라는 조직이 어차피 블레이드를 죽이기위한 뱀파이어 특공 조직입니다. 비록 그들이 리퍼라는 공공의 적을 없애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수없죠.
블레드 팩은 이런 긴장감 고조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뱀파이어 묘사를 통해 또다른 재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장미의 이름>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에어리언4>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론 펄만이 맡은 비열한 뱀파이어 라인하르트와 이 영화의 무술 감독까지 겸한 홍콩 배우 견자단이 맡은 스노우맨 등등 각기 다른 특기와 개성을 가진 뱀파이어 특공대의 활약상은 그들이 펼치는 다양한 액션씬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안겨 줍니다.
그리고 블레이드의 동료였다가 뱀파이어에게 납치되어 2년동안 감금되었던 위슬러 역시 이 영화의 흥미 요소중 하나입니다.
저는 분명 그가 실종되었던 2년 동안 뱀파이어들이 그에게 어떤 수작을 했을거라 생각했죠. 그렇기에 블레이드가 언젠가는 자신이 아버지처럼 따랐던 위슬러에게 배신을 당할거란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이 영화의 또다른 흥미 요소는 블레이드와 리사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솔직히 무뚝뚝한 블레이드때문에 그들의 사랑이 너무 어색하게 되어 버렸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적과의 사랑이라는 설정이 꽤 흥미를 유발시키더군요.
암튼 이러한 긴장 요소들은 <블레이드2>에 대한 재미를 전편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줍니다. 정말 오랫만에 맞본 오락 영화의 재미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