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타임머신>- 왜그렇게 서두른 걸까???

쭈니-1 2009. 12. 8. 14:22



감독 : 시몬 웰스
주연 : 가이 피어스, 사만다 뭄바, 제레미 아이언스
개봉 : 2002년 3월 29일

일주일내내 이어지는 야근... 다른 그 무엇보다도 힘이 든 것은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던가, 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본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본적은 최근 몇년들어 처음인 듯 합니다.
특히 요즘은 거의 영화로 나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영화가 내 일상에 차지하는 비율이 컸었는데...
영화를 볼 수 없자 갑자기 금단현상이 일어나더군요. 무기력해지고, 불안해지고, 짜증만 나고... 아무래도 영화에 중독되었나봅니다. ^^;
암튼 그날도(3월 28일) 전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몸은 무척 피곤했기에 그냥 누워자고 싶었지만 그보다도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그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컴퓨터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밤늦게 자지않고 왠 짓이냐고 호통을 치셨지만 그래도 아랑곳않고 영화에 몰두했죠.
영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2시경... 영화가 끝나자마자 눈꺼플이 자동으로 감길 정도로 피곤했지만 그래도 뿌듯했습니다. 영화보는 그 순간의 짜릿함... 아마 이래서 전 영화에 중독될 수밖에 없나봅니다. ^^


 

 

    
암튼 그렇게해서 우여곡절끝에 본 영화는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입니다. 스필버그의 드림웍스가 제작을 했고 <몬테 크리스토>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했던 가이 피어스가 죽은 연인을 살리기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과학자역을 맡은 SF 영화입니다.
그러나 불법 동영상인 탓에 화질도 별로 안좋았고 후반부는 영화 자체가 너무 어두워 실제 컴퓨터 화면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음질도 별로였고요.
전 영화를 보기전에 제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립니다. 그래서 최대한 편안하고 좋은 기분으로 영화를 감상하죠. 하지만 그날은 영화가 보고 싶다는 욕구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영화를 봤기에 최악의 컨디션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분명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서두른 느낌이 들었죠.
어두운 화면탓에 몇 장면을 놓쳐서인지 후반부 내용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암튼 이래저래 실망이 컸던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본 영화인데... ^^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렉산더 하트겐이라는 젊은 과학자입니다. 그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야심찬 인물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약혼녀인 엠마가 강도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절망에 빠진 그는 4년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타임머신을 만들어내죠.
이제 그는 4년전의 과거로 가서 엠마의 죽음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엠마는 다시 죽고 말죠. 알렉산더는 과거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왜 자신이 과거를 바꿀 수 없는지 알아내기위해 미래로의 여행을 준비합니다.
이상이 영화 초반의 내용입니다. 참 로맨틱하죠? 죽은 연인을 되살리기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젊은 과학자... 그러나 영화는 초반부터 너무 서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죠.
약혼녀가 강도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 알렉산더는 그저 망연자실합니다. 그 흔한 절규조차 하지 않더군요. 전 어떻게 사랑하는 여인이 죽었는데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궁금했을 정도입니다. 만약 영화가 연인을 잃은 주인공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면 이 영화엔 좀 더 알렉산더가 엠마를 잃고 슬퍼하는 모습에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엠마가 죽고나자 바로 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리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입니다. 별로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은 알렉산더는 어느 순간에 타임머신을 뚝딱하고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4년전 과거로 돌아가죠. 엠마를 살리기위해서...하지만 다시 엠마는 죽고 말죠.
만약 저였다면 과거로 몇번이고 다시 돌아갔을 겁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단 한번의 시행착오로 바로 과거로의 여행을 포기하죠. 그는 점점더 냉정해질 뿐입니다.
영화 초반의 제 느낌은 '왜 저렇게 서두르는 것일까?'입니다. 좀더 연인을 잃은 알렉산더의 절망을 표현할 필요도 있었고 4년이라는 세월동안 그가 얼마나 집념을 불태우며 타임머신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설명할 필요도 있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것을 생략함으로써 영화 초반의 로맨틱한 스토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말죠.


 

 

    
이제 알렉산더는 왜 과거를 바꿀 수 없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미래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달에서의 레져 생활이 가능한 가까운 미래... 그곳에는 엄청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슈퍼 컴퓨터가 있지만 그 슈퍼 컴퓨터조차 알렉산더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좀더 먼 미래로 가기로 마음먹죠.
달과 지구의 충돌로 위기에 빠진 미래를 잠시 경험한 알렉산더는 아주 먼 미래로 다시 던져집니다.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영화 초반부의 그 로맨틱한 사건을 잊어 버립니다. 하긴 연인을 살리기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자체가 너무 많은 초반부의 생략으로 이미 빛이 바래졌으니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 영화는 애초에 그런 로맨틱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군요.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 영화 후반부의 알렉산더의 모험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초반부의 로맨스는 단지 알렉산더가 시간 여행을 하게되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설정뿐이었을지도 모르죠.
암튼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며 마치 <혹성탈출>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어나갑니다.
인류는 지하에 사는 종족과 지상에 사는 종족으로 갈라졌으며, 지하에 사는 종족은 지상에 사는 종족을 사냥하고, 지상에 사는 종족은 지하에 사는 종족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합니다. 마치 <혹성탈출>에서 인간이 원숭이에게 사냥되는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이때부터 알렉산더의 영화 초반부의 질문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저 살기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세계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인인 마라를 구하기위해서(어느새 그의 마음은 엠마에서 마라로 돌아서 버린겁니다. ^^;) 모험에 뛰어들죠.
그리고 그는 지하 세계의 지배자인 머록을 만나게 됩니다.


 

 

          
머록과의 만남... 어쩌면 이 부분에서 알렉산더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왔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암튼 그 부분은 나중에 <타임머신>이 비디오로 출시되면 보기로 하고... ^^;
알렉산더는 이러쿵 저러쿵해서 머록을 해치우고 지하 종족을 멸종시키고 마라를 구합니다.
그리고 지상의 종족과 행복하게 삽니다.
이상이 제가 본 <타임머신>의 풀스토리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이렇게 영화의 내용을 전부 말해버리면 어쩌냐고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미래를 형상화한 화면과 알렉산더의 모험담에 더 치중을 한 영화이기에 내용따위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명입니다만...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는 초반부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계속 영화를 이끌어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말이죠...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생명을 재창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피조물로 인하여 사랑하는 약혼녀가 죽자 그녀의 생명을 다시 재창조합니다. 되살아난 그녀가 단지 괴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죠...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막무가내입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앞뒤 사정을 살필 여유가 없어지죠.
이 영화의 알렉산더도 충분히 사랑을 위해 이성을 잃고 시간 여행에 집착하는 그런 로맨틱한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로맨틱한 주인공보다는 시간 여행을 즐기는 모험가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초반의 사랑이야기는 시작도 못한채 막을 내리고 곧바로 모험담 묘사에 치중하죠.
차라리 영화 초반부의 사랑이야기를 꺼내질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