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배리 레빈스
주연 : 브루스 윌리스, 빌리 밥 손튼, 케이트 블란쳇
개봉 : 2002년 3월 29일
삼인조 은행강도가 있습니다. 불같은 성격의 조와 지적인 테리, 그리고 운전을 담당한 하비까지... 이들은 은행의 지점장의 집에서 하룻밤 묵은 후 그와 함께 출근하여 유유히 은행을 터는 독특한 방식으로 승승장구를 합니다.
그러나 이들앞에 케이트라는 결혼 생활에 지친 한 여성이 끼어듭니다. 그때부터 조와 테리, 그리고 케이트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며 이들의 잘나가던 사업(?)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죠.
이상이 <밴디츠>가 관객에게 제시한 스토리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경찰과 대치 상태에 있는 조와 테리를 비춰 줍니다. 이들은 서로 티격태격싸우며 이 모든 것이 케이트 탓이라며 울분을 터뜨리죠. 그리고 영화는 과거로 가서 그들의 범죄 행각과 케이트라는 여성으로인해 이들이 경찰과의 대치 상태까지 간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자! 처음부터가 좀 심상치 않죠? 이 영화의 감독인 배리 레빈슨은 처음부터 관객에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주며 이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한번 보라는 식으로 관객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뻔한 감독의 속임수에 넘어 갈리가 없죠. 이 모든것은 트릭이란 것 쯤은 영화를 다 보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면 이런것 쯤은 쉽게 알게 되죠. 왠만하면 주인공이 죽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니 이런 위기 상태는 곧 주인공들의 트릭이라는 거죠. 특히 그 주인공이 브루스 윌리스라면...)
전 이 영화 무지 재미없게 봤습니다. 처음부터 그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트릭도 그렇고 암튼 모든 것이 영 제 맘에 들지 않았죠.
그 중에서 가장 맘에 안들었던 것은 이 영화의 캐릭터입니다.
전 영화 볼때 무엇보다도 캐릭터 위주로 봅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을 내 자신과 동일시하여 영화속에 간접적으로 뛰어드는 거죠. 그렇기에 영화속의 캐릭터가 생생하면 생생할수록 전 영화속에 더욱 몰입하게되고 영화속의 캐릭터가 맘에 들면 들수록 영화에 애착이 갑니다.
그런데 <밴디츠>는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영 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는 4명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의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조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무식하고 즉흥적이며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은행을 턴 돈을 기분에 따라 물쓰듯 쓰는 그런 아주 멍청한 부류입니다. 게다가 계획이라고는 세울줄 모르며 그냥 보이는데로 행동할 뿐이죠.
조역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 역시 이젠 너무 나이들어 보이더군요. 특히 그 휜한 대머리에 뒷머리를 기른 모습은 어찌나 우스워보이던지... 이젠 그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예전의 그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냉소적인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빌리 밥 손튼이 맡은 테리는 또 어떻고요. 자신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는 것에 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테리는 좀 심하게 말하면 신경쇠약증에 걸린 얼간이입니다.
그가 독특한 은행털이 방법을 생각해내서 조 일당이 승승장구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 은행털이 방식이라는 것도 헛점 투성이죠. (그건 나중에 다시 말하기로 하죠.)
운전을 맡은 하비도 얼간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을 터는 도중에 예쁜 여자한테 한눈을 팔다가 조 일당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죠.
그 중 제일 이해가 안되는 캐릭터는 바로 이 영화의 홍일점인 케이트입니다. 조와 테리, 하비는 생각없는 범죄자들이니 그렇다고 칠 수 있지만 도대체 케이트는 어쩌다가 저렇게 대책없는 얼간이가 되었는지...
이 영화속의 케이트는 남편의 무관심과 지루한 생활에 싫증난 보통의 평범한 주부로 비춰집니다.
그러다가 일탈을 꿈꾸며 조 일당에 합류하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좀더 케이트의 캐릭터 묘사에 신경을 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트가 무관심한 남편과 지루한 일상에 일탈을 꿈꾼다는 설명은 이 영화에선 단 몇 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것도 남편이 케이트가 해준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것... 그 한장면 뿐이죠.
그것만으로 이떻게 이 평범한 주부가 위험천만한 은행강도 일당에 끼어들 수 있었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좀 느닷없게 느껴질 뿐이죠.
결국 이 여자는 대책없는 얼간이라는 건데...
케이트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으니 조와 테리가 케이트에게 반해서 서로 티격태격한다는 것도 역시 이해가 되지 않죠. 도대체 저 여자가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건지...
조와 테리의 삼각관계에 대처하는 케이트의 방식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터프한 조와 세심한 테리를 사이에 두고 케이트는 짬뽕과 짜장면을 사이에 둔 사람처럼 고민을 합니다. 얼큰한 짬뽕을 먹자니 달콤한 짜장이 아쉽고, 달콤한 짜장을 먹자니 얼큰한 짬뽕이 먹고 싶고...
남녀관계가 음식이라면 차라리 짬짜면을 먹으면 될텐데... 남녀관계라는 것이 그렇지않잖아요? 무슨 원시 종족도 아니고 어떻게 한 여자가 두남자를 거느리겠다는 것인지...
영화의 캐릭터들이 모두 제 맘에 안드니 그들이 벌이는 행각이 예쁘게 보여질리 없죠. 전 영화보는 내내 '잡혀라. 잡혀라.'하고 주문을 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점점 그들을 은행강도계의 신화로 만들어 갑니다. 도대체 이렇게 허술한 계획을 가진 얼간이들이 어떻게 은행강도계의 신화가 될 수 있다는 건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들의 계획이라는 것이 얼핏보기엔 기가찬 계획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들의 계획은 은행의 지점장의 집에 들어가 하룻밤자고 지점장과 함께 은행에 출근하여 유유히 은행을 터는 것이지않습니까? 좋습니다. 그러면 은행을 털수도 있겠죠? 하지만 노출된 얼굴은 어떻게 하죠?
모든 범죄의 기본은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 일당은 은행장의 집에서 합숙을 함으로써 자신의 얼굴을 다 알리는 꼴이 되어 버렸죠. 그들이 은행을 털면 털수록 그들은 증인을 그만큼 많이 남기는 것입니다. 게다가 집안 구석구석에 남겨 놓은 그들의 지문은 또 어쩌구요.
그들은 범죄자이니 그들의 지문만으로도 쉽게 그들의 신분은 들통이 날겁니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경찰의 방안이라는 것이...
그들이 이렇게 수 많은 증인과 증거... 그리고 지문을 남겨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경찰들에게 별다른 위협을 받지 않습니다.
하긴 처음부터 감옥을 탈옥하는 장면에서부터 허술했으니... 남들은 몇 년동안 땅굴을 파서 탈옥하는데 이들은 단 하룻만에 엉겁결에 탈옥을 하더군요. 세상에 이렇게 허술한 감옥이 있다면 그 어떤 죄수들이 얌전히 감옥에 처박혀 있겠습니까?
결국 조 일당과 같은 얼간이들이 은행강도계의 신화가 될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찰도 얼간이라는 건데...
무슨 얼간이들만 사는 나라에서 벌어진 범죄 이야기도 아닌바에야 어떻게 이렇게 모두 얼간이일 수 있죠?
이젠 영화는 마지막 반전으로 치닫습니다. 어찌해서 이 얼간이들이 얼간이 같은 경찰을 따돌리고 은행을 터는 일에 계속 성공하죠. 그러다가 드디어 케이트의 밀고로 경찰과 대치하게 됩니다.
사실 케이트가 밀고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죠. 조와 테리를 동시에 사귀며 이 두 얼간이들의 마음에 못질을 했던 그녀가 갑자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하고 뛰쳐 나갑니다. 믿겨 집니까? 조 일당의 은행강도 짓거리에 가장 신이 나서 동참한 것이 케이트였는데 갑자기 그들을 막기위해 경찰에 밀고한다고요? 허참!!!
전 영화의 초반 하비가 조 일당에 합류하면서 이 영화의 반전이 무엇인지 눈치챘죠. 가짜 총... 하비의 스턴트맨 기술... 뭐 이 정도면 이들의 계획이 뭔지 휜히 들여다 보이죠.
그런데 아마추어인 저도 들여야 보이는 그 계획을 전문가라는 경찰들은 대책없이 속아버립니다.
하비와 느닷없이 나타난 그의 여자친구는 가짜 의료진으로 변장해서 그들을 실고 아주 쉽게 도망갑니다. 그렇다면 진짜 의료진은???
아무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해도 그 계획이 치밀하지못하면 이런 범죄 드라마의 경우 김이 새버리죠. 그런데 <밴디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간이같은 캐릭터의 엉터리 계획으로 시종일관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전 마치 무슨 '이상한 나라의 은행강도단'이라는 영화를 본 기분이 들더군요.